[인터뷰]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올 봄 한국 최대의 화두는 미세먼지다. 그간 우리는 인간이 바꾼 지구 환경이 실제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좀처럼 체감하기 쉽지 않았다. 이상 기온은 아주 먼 과거에도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엘니뇨, 라니냐 등의 용어도 '과거에도 있었던 일'로 치부하기 쉬웠다. 미세먼지 사태는 직접적이다. 인간이 배출한 유해먼지가 안개와 섞여 대기 중에 짙게 끼자, 대중은 인류의 생산 활동이 사람에게 치명적일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했다.
기분까지 우울하게 만드는 미세먼지가 걷히고 봄기운이 실감났던 지난 3일, 서울 삼청동 과학책방 갈다에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초대 원장)을 만났다. 조 전 원장은 최근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 펴냄)에서 기후변화가 어떤 파생 효과를 낳는지, 인류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기후변화가 인류 문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통합적으로 거론했다.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공직자로 일한 조 전 원장은 책모임에서 만난 이들과의 우연한 계기로 <중앙선데이>, <한겨레>, <경향신문> 등에서 대중을 상대로 알기 쉬운 기상 과학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에 관해 여태 밝혀진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며 인류가 지금이라도 지구적 차원의 시스템 변화에 나서야만 기후변화로 인한 파멸을 막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미세먼지 사태는 환경부 정책 실패"
프레시안 : 올 봄 미세먼지가 그야말로 국가적 이슈가 됐다. 우리는 통상적으로 미세먼지란 '중국에서 불어오는 나쁜 먼지' 정도로 이해하는 듯하다.
조천호 : 미세먼지에 관해 언론 보도 내용과 인식이 조금 다르다.
우선 미세먼지와 황사를 구분해야 한다. 황사는 자연먼지다. 우리 옛말로는 '흙비'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황사'라는 단어를 썼지만, 고비사막의 흙이 날아온 기상현상이니 흙비가 더 정확하다. 고비사막이 사하라사막처럼 모래만 있는 게 아니다. 예전부터 황사는 있었다. 황사에 유해물질이 섞임에 따라 미세먼지의 위험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 미세먼지 사태의 주원인은 중국인가?
조천호 : 2007년 당시 충남 안면도의 기후감시센터에서 근무했다. 거기서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대기 질을 관측하는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기가 훅 들어올 때 고농도 미세먼지가 관측됐다. 주로 석탄을 태웠을 때 나오는 황산화물 관측량이 늘어났다. 반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한 미세먼지량은 늘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미세먼지의 모든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는 건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은 보통 햇빛을 받으면 금방 파괴된다. 공장에서 1㎞ 정도만 떨어져도 오염물질을 관측하기 어렵다. 서울이 자동차 배기가스로 인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지만, 보통의 경우 강원도만 가도 공기가 다르다고 느끼지 않나. 그런데 한국과 중국 거리는 그보다 훨씬 멀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오려면 여러 기상조건이 맞아야 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공기는 지상으로부터 3㎞ 정도 위에 있다. 따라서 △중국의 미세먼지 수준이 고농도일 때 △이들 물질이 중국 내 고기압에 의해 높이 치솟아 오른 상황에서 △때마침 편서풍이 불 때 한국으로 넘어 들어올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되지 않을 때 중국의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 내에 머무르고, 설사 한국 쪽으로 날아온다손 쳐도 오는 도중 다 사라진다.
프레시안 : 올해가 미세먼지 관측사상 최악이었다. 올해 특별히 고기압, 편서풍 영향이 강했나?
조천호 : 미세먼지 고농도 사례일 경우는 기상조건이 그렇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환경부 기준으로 고농도 사례는 10% 정도, 즉 열흘 중 하루가량이다. 물론 봄에는 닷새 중 하루 정도일 테고, 여름은 더 드문드문 관측될 것이다.
이 정도 기준을 제외하면 항시적으로 한국 미세먼지가 중국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프레시안 : 저서 <파란하늘 빨간지구>에서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2000년대 초반이 지금보다 더 짙었다고 했다. 최근 미세먼지에 관한 대중의 우려는 지나친 건가?
조천호 : 1988년 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서울의 대기오염 수준은 꾸준히 개선됐다. 그런데 디젤차 관련 정책에서 큰 실수를 범한 일이 있다. 디젤차에 ‘클린’ 이미지가 붙어 디젤차 보급률이 크게 치솟았다(디젤차가 연비가 좋고 이산화탄소를 적게 뿜는다는 명목에 따라 정부는 2010년 유로5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줬다.). 이 때문에 그간 개선되던 서울 대기오염 수준이 2010년 이후 정체됐다.
이와 관련해서 환경부의 정책 실패를 거론할 필요가 있다. 2004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세계와 한국에서 '연무(Haze)', '스모그(Smog)', 그리고 '미세먼지(Particulate Matter)'의 검색 횟수를 구글 트렌드를 이용해 산출해봤다. 우리가 말하는 '미세먼지'는 교과서에서나 사용하는 과학 용어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단어는 연무나 스모그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세계인들은 '연무'나 '스모그'로 미세먼지를 검색한다. 한국인도 2012년에는 '연무'나 '스모그'를 해당 기상현상을 확인하는 데 사용했다. 그런데 한국인은 2014년부터 '미세먼지'로 해당 현상을 검색하고, 특히 봄철에 주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왜 유독 한국인만 일반인은 전혀 사용하지 않은 과학 전문 용어로 해당 현상을 확인할까.
세계보건기구(WHO)가 2013년 10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이 소식이 나온 후 환경부가 미세먼지 예보제 시행 등 미세먼지 대응 방안에 나서겠다고 홍보한다.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대중은 이에 충격을 받아 전 국민이 '미세먼지'라는 전문 용어를 알게 된다. 미세먼지 농도를 시간 단위로 체크하는 나라는 한국뿐인 걸로 안다. 미국만 해도 이 정도 정밀 자료는 일평균으로 낸다.
그런데, 이전해인 2012년에는 WHO가 디젤자동차 배기가스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이때는 디젤차 배기가스에 관한 어떤 위험 인식도 개선되지 않았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선택적 대응에 따라 대중의 위험 인식이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실제로는 한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대중의 미세먼지 위험 인식은 오히려 과거보다 더 커졌다. 사실과 위험 인식이 반비례하는 형국이 됐다. 환경부의 정책 실패다. 대중에게 미세먼지 위험을 인식시켰다면 정부가 할 일은 하나다. 미세먼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그간 정부는 제대로 된 해결도 하지 못하고 그저 중국만 바라보는 꼴이었다. 할 수 있는 일을 그간 안 했다. 과학 문제를 과학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대응하다 수습이 제대로 안 되는 모습이다.
프레시안 : 디젤차가 미세먼지를 많이 유발한다고 했는데 왜 그런가? 휘발유차나 LPG차는 괜찮나?
조천호 : 물론 휘발유차나 LPG차도 미세먼지를 배출하지만 디젤차가 더 많이 배출한다. 디젤차가 내뿜는 배기가스에는 '낙스(NOx, 질소산화물)'가 포함돼 있다. 공기에는 매우 안정된 가스인 질소가 있다. 평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디젤차의 실린더 안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산소와 질소가 결합해 낙스가 생성된다. 디젤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매우 높은 온도에서 폭발이 일어나므로 낙스도 훨씬 많이 생성된다. 낙스는 오존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최근 정부가 디젤차 퇴출 등을 추진키로 했다. 늦었지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 비록 극우주의자이긴 하지만, 이시하라 신타로 도지사 당시 강력한 디젤차 퇴출 정책 등을 추진해 대기 질을 개선했다.
지구 온난화는 정의의 문제
프레시안 : 미세먼지도 결국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긴 오염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지구 온난화, 즉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가?
조천호 : 미세먼지도 위험하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종류의 위험이라고 보기는 무리다. 미세먼지가 뒷골목 폭력배의 위험 수준이라고 하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수준의 위험이다.
미세먼지 사태와 같은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게 런던 스모그나 로스앤젤레스 스모그 사태다. 이들 사태가 사회 시스템을 바꾸지는 않았다. 충분한 정책적 규제로 문제를 해결 가능했다. 기후변화는 다르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는 우리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뒤바꿔야만 해결 가능하다.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차량 배기가스 등 대기오염물질은 어느 정도 투자하면 금방 잡을 수 있다. 배출 후 길어도 일주일 정도면 햇볕과 반응해 사라진다. 하지만, 온실가스는 한번 배출되면 수백 년 간 대기에 남아 계속 축적된다.
온실가스는 정의의 문제도 일으킨다. 온실가스를 유발했고, 유발하는 나라는 대부분 선진국이거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나라다. 하지만 그 피해는 투발루, 방글라데시 등 전혀 책임이 없는 나라에 일방적으로 전가된다. 기후 변화로 인한 홍수, 폭염 피해 등도 가난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입는다.
지금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는 30년 전에 배출된 오염물질이다. 당장 우리가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편익을 얻지만, 30년 후 우리 후손은 우리가 누린 편익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입는다. 세대 간 정의의 문제도 발생한다.
온실가스 수요 자체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류의 욕망을 통제해야 한다. 문명의 생존방식을 통째로 뒤집어야 한다.
인류는 더 더운 지구에서 생존한 경험이 없다
프레시안 :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매우 무섭다고 하지만,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쉽게 와 닿지 않는 문제다. ‘온난화된다면 여름에 더 더워지겠네’ 정도에서 대부분 사람의 생각이 멈추는 게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보면 온난화가 말 그대로 지구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지구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
조천호 : 지구에 아주 긴 시간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됐다. 두 기간의 지구 평균 기온 차이는 4~5도에 불과하다. 이런 기온 변화가 1만 년에 걸쳐 이뤄졌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약 100년 만에 사람이 지구 평균 기온 1도를 끌어올렸다. 어마어마한 변화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지구 기온이 변화하면 생태계가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지질학적으로 볼 때 지구 역사에서 신석기 혁명부터 이어진 현 시기는 '홀로세(Holocene)'인데, 많은 학자들이 산업혁명 이후 시기를 따로 떼어 '인류세'로 부르자고 하는 이유다. 인류가 일으킨 온난화로 인한 지구 대멸종 시기를 따로 설명해야 할 정도다. 여태 지구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현재 지구가 과거 대멸종 시기의 언저리에 이미 도달했다.
그린란드 빙하의 공기방울 안 먼지를 조사하면 빙하기 당시 날씨를 알 수 있다. 빙하기 때 날씨는 홀로세, 즉 인류 문명 시기보다 매우 안 좋았다. 이런 시기를 지나다 약 1만 년 전 날씨가 드라마틱하게 안정되고, 그때 농업혁명으로 이어지는 인류사가 시작된다. 빙하기 때는 기후가 워낙 불안정하니 농사를 못 지었고, 기온이 안정되고서야 농사가 가능했던 것이다. 인류는 오직 홀로세의 안정된 날씨에서만 문명을 존속시켜 왔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이 안정이 깨지고 있다. 1만 년 간 인류가 쌓아온 기본적인 생존 패턴이 변화하게 된다.
기후 변화가 인류 문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안다. 14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소빙하기가 이어졌다. 이 시기에 전 지구적으로 폭동과 분쟁, 기아, 질병이 만연했고 그로 인해 인류사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유럽에서 기근이 횡행해 마녀사냥이 이어졌고, 프랑스대혁명이 일어났으며, 명나라가 멸망하고 조선은 경신대기근을 겪었다. 지구 평균 기온의 아주 작은 변화가 사회를 송두리째 바꿨다.
이미 우리는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영향력을 직접 받고 있다. 시리아 내전 사태의 가장 근본적 원인은 기후 변화다. 2010년 러시아는 가뭄으로 인해 밀 생산량 감소가 우려되자 밀 수출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이 폭등했다. 식량 폭등은 선진국보다 가난한 나라,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힌다. 결국 민주적 체계가 불안정했던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났고, 이는 시리아 내전으로까지 이어졌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기후 변화의 무서움을 언급하며 이 사건을 예로 들었다.
금세기 안 북극 얼음 사라질 수도
프레시안 : 지구 온난화가 해류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바닷물의 이동이 왜 지구 온난화 영향을 받나?
조천호 : 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녹으면, 북극의 시커먼 바다가 햇빛을 흡수해 해양 온도가 올라간다. 그로 인해 북극권 전체의 기온이 상승한다. 앞서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이 1도 올랐다고 했는데, 북극권은 3~4도가량 올랐다.
기존 북해는 물이 차갑기 때문에 내부의 메탄하이드레이트(일종의 메탄 얼음)가 공기에 노출되지 않았다. 그런데 북극해 물이 따뜻해짐에 따라 메탄하이드레이트가 공기 중으로 노출되면서 메탄이 방출될 수 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만큼 치명적인 온실가스다.
시베리아 동토는 여름 시기 자란 풀이 썩기 전에 얼어버린 땅이 수만 년에 걸쳐 층층이 쌓인 구조다. 이 안에 담긴 탄소량이 현재 대기 중 탄소량의 두 배가량 된다. 북극이 따뜻해짐에 따라 시베리아 동토도 녹으면, 이들 탄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가 되어 온실화를 더 강화할 수 있다(양의 되먹임).
이 지경이 되면 사람이 만드는 이산화탄소는 이제 의미가 없다. 지구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직접 내뿜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과거 사람이 살지 않던 때 지구가 이랬다. 지난 80만 년 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80~280ppm(공기 분자 100만 개 중 이산화탄소 분자가 180~280개)을 유지했다. 산업혁명 후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히 짙어지기 시작해 현재 수준은 405ppm이고, 매년 2ppm씩 오르고 있다.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과거에서 찾으려면 300~5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 상황이 이어지면 앞으로 지구에 빙하기는 오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대로 지구 기온 상승을 못 막는다면 금세기 안에 북극 해빙이 완전히 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천호 : 그린란드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7m 상승한다. 남극 빙하까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60~70m가량 상승한다. 지금 탄소 배출 수준을 인류가 전혀 저감하지 않는다면 2100년경 해수면이 1m 정도 상승한다는 게 현재 기후 예측 결과다. 그런데 이는 기온이 선형적으로 상승한다는 가정에 기반했다. 북극해 메탄하이드레이트 노출, 동토 내 탄소 노출 등의 영향은 예측 모델에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기온 상승이 비선형적으로, 가속화된다.
2020년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
프레시안 :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기후변화에관한국가간협의체(IPCC) 제48차 회의에서 세계는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종전의 2도 목표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 그만큼 세계가 기후변화 위기감을 절실히 깨닫는 중인 듯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처럼 기후변화 자체를 허구로 치부하는 움직임도 있다. 당장 한국도 IPCC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 만일 1.5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되나?
조천호 : 현 추세로 인류가 탄소 저감을 하지 않을 경우, 지구 기온이 1.5도 상승하는 시점은 2040년경이다. 2040년 지구 기온이 1.5도 오르면 지구의 모든 장소에서 항상 변화한 기후를 체감하게 될 것이다. 2도 이상 오른다면, 예측이 아예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난 500만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류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도 이상 오른 지구에서 생존해 본 경험이 없다. 현재 인류는 전혀 미지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다만 예측 가능한 건, 2도 이상 기온이 오를 경우 지구가 탄성력, 자기 복원력을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인류를 번영케 한 안정된 기후로 지구가 스스로 자기 복원할 힘을 잃어버린다. 파국적인 상태로 돌입할 수 있다.
프레시안 : 한국은 지구에서 일곱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지구 온난화에 큰 책임이 있지만, 당장 국내의 경제 발전 압력 등으로 인해 지구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국민적 공감대 수준도 매우 떨어진다. 중국, 베트남 등 신흥 국가도 경제발전을 위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연 지구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할까?
조천호 :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은 보통 사건이 먼저 일어나고 과학자들이 후속 역학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혀낸다. 당장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스모그, 즉 안개가 끼니 사람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반면 기후변화는 과학자들이 먼저 밝혀냈다. 사람이 기후변화를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대중이 체감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결국 꾸준히 대중이 기후변화 위협을 인식하는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대응하기 매우 어렵다. 정부와 언론, 정치권, 학계가 꾸준히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기후변화는 당뇨병과 같다. 한 번 병에 걸리면 온갖 합병증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온도의 문제가 아니다. 식량 부족, 물 부족, 날씨 변화 등이 수반되고, 그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가 함께 일어난다.
2006년 런던정치경제대학교 니콜러스 스턴 교수가 '스턴 보고서'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지금껏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시장 실패가 기후 변화다. 지금 기후 변화 대응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세기 중반 인류가 지불해야 할 기후 비용은 세계 총생산(GDP)의 5~20퍼센트에 이른다. 어떤 나라도 이 정도 돈을 지출하면서 재정을 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선다면 기후변화 대응 비용은 GDP의 1퍼센트 수준으로 막을 수 있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너무 풍족해서 일어났다. 결핍이 아니라 과잉으로 인해 발생했다. 과잉생산 체계가 기후변화의 주원인이다. 이 체제를 지구적 차원에서 바꿔야 한다. 바꾸는 건 너무 어렵다고들 하겠지만, 이대로 대량생산체제를 놔둔다면 인류는 더 큰 파국에 직면할 것이다. 현재 예측 모델에 따르면 2020년대가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다. 이 시간 안에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인류가 이기심을 버리고 지구적으로 협력해야 시스템의 전면적 변화를 꾀해야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단 한 번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그랬다. 전시 체제에 돌입하면서 남성들이 모두 징발되자, 미국은 국가 전체를 전시 체제로 돌리고 여성들이 나와 산업 현장을 떠받쳤다. 이 같은 총체적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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