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5 07:36
최종 업데이트 19.04.15 07:36
글: 김종술(e-2580)
김병기(minifat)4대강사업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긴급 기획 '삽질의 종말'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올 하반기에 개봉합니다. 오는 4월 말에는 단행본 <4대강 부역자와 저항자들>(오마이북)도 출간합니다. 10만인클럽 회원으로 가입해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편집자말] |
▲ 나주보 향하는 정진석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후 나주보를 방문하기 위해 차량에 오르고 있다. | |
ⓒ 남소연 |
"공주 농민과 주민들을 모욕한 부분에 대해, PD수첩의 공개 사과를 요구합니다. PD수첩은 물이 빠진 금강의 모래톱에 드러누운 한 남자를 한참 동안 비춰줍니다. 보를 모두 파괴해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자연성이 무엇입니까?"
정진석 의원(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한 말의 일부다. 정 의원이 회의에서 말한 '금강의 모래톱에 드러누운 한 남자'가 바로 나였다. 정 의원은 이날 "PD수첩은 과학을 외면하고, '녹조라테' 미신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PD수첩은 <오마이뉴스>가 '삽질의 종말' 기획 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할 즈음인 지난 2월 26일 공주보 논란을 취재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이하 4대강 조사위)가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제안한 뒤 보수 언론들은 융단폭격을 퍼부었고, 공주 지역에서는 '가짜 뉴스'가 일파만파 퍼졌다. 이를 감당하기 버거웠기에 공조 취재 요청에 흔쾌하게 응했다.
PD수첩은 한 달 반 동안 공주 지역의 가짜 뉴스를 팩트 체크했고, 지난 9일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이라는 제목의 방송을 내보냈다. 정 의원은 이 방송을 보고 발끈했지만, 이날 발언에도 가짜 뉴스가 들어있었다. PD수첩과 함께 기자가 확인한 내용에 기초해서 자유한국당 4대강 보 파괴저지대책 특별위원장인 정 의원의 발언을 팩트체크해봤다.
▲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PD수첩을 공격하며 언급했던 "금강의 모래톱에 드러누운 한 남자"가 바로 나 시민기자 김종술이다. 자, 지금부터 바로 그 "드러누운 한 남자"가 정 의원의 발언 하나하나를 팩트체크 해보겠다. | |
ⓒ PD수첩 화면 갈무리 |
[정진석은 말했다 ①] "가짜뉴스 생산한 적도, 농민을 조종한 적도 없습니다"
정진석 의원은 "PD수첩에 등장하는 정치인 정진석은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공주시의회를 주물러 '공주보 파괴 반대' 결의안을 끌어내고, 민주당 소속인 공주시장도 사실상 보 철거에 반대하도록 만들고, 가짜 뉴스로 공주 지역의 농민과 이장님들을 마음대로 동원한 엄청난 괴력의 소유자였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정 의원은 "저는 가짜뉴스를 생산한 적도, 농민들을 뒤에서 조종한 적도 없다"면서 "오히려 공주보 철거 반대 투쟁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PD수첩의 의도적이고 편향된 보도가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과연 누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했을지 따져보자. 최근까지도 공주 지역에는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다. 바로 시내를 도배하다시피 내걸린 현수막이다.
이 현수막에는 '공주보 해체철거 절대 반대!'라고 적혀 있다. 정진석 의원의 이름이 박힌 현수막도 많다. 이 현수막만 보면 공주보가 완전히 철거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취재 중에 만난 많은 농민과 시민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조사위가 발표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는 공주보 전체를 철거한다는 내용은 없다. 수문은 해체하지만, 하루 3500여 명이 이용하는 공주보의 교량 기능을 살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정 의원의 현수막은 '가짜 뉴스'이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공주보를 교통로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정 의원은 "농민을 조종한 적도 없다"고 말했으나, 취재하면서 만난 이들의 말은 달랐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정진석 의원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영향력 있는 농민들에게 전화해서 반대 투쟁하라고 뒤에서 부추긴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부여 지역의 한 농민대책위 관계자는 "정진석 의원이 농민대책위원장에게 전화해서 공주보와 함께 가자고 했다는 말과 문자까지 보내왔다"고 했다.
여기에 그친 게 아니었다. 한 농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단 한 번 와보지도, 연락도 없던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갑자기 전화해 도와달라고 했다. 백제보 개방에 대해서 반대하라, 부여군도 공주보와 같이 가야 한다고. 전화를 받지 않으니 찾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4대강 백제보 논란에 정치적으로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 의원은 가짜뉴스를 생산하지도, 농민들을 조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정진석은 말했다 ②] "4대강조사평가위의 보 해체 결론은 답정조입니다"
정 의원은 "PD수첩은 4대강 조사위의 주장을 금과옥조, 성경 구절처럼 받들고 있다"면서 "환경전문기자인 조선일보 한삼희 수석 논설위원은 '4대강 조사위의 보 해체 경제성 평가는 거의 조작 수준이다', '보고서를 보고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조사위의 보 해체 결론은 답정조, 즉, 답을 정해놓은 조사 결과"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공주보를 건설하는데 1051억 원이 들었습니다.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를 건설하는데 1100억 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2151억 원이 든 시설을 부수는데 532억 원이 듭니다. 2700억 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부수고 나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여기서 정 의원이 말한 예당저수지 도수로는 공주보 하류 3km에 있다. 이 도수로는 공주보 하류에 있는 백제보의 영향권에 있다. 4대강 조사위는 '백제보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방안을 제시했기에 공주보 해체로 인한 불편익 비용에서 제외돼야 한다.
하지만 정 의원은 공주보 해체 비용으로 도수로 공사 비용 1100억 원까지 추가했고, 2700억 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부순 대가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정 의원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40조 원의 부가가치와 34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완공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한 적이 없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월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는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이번의 결정(4대강 조사위)이 '정치 논리'라고 못 박고 있다"면서 "수많은 전문가가 오랜 기간 동안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에 '정치 논리'라는 허황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진석은 말했다 ③] "농민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정 의원은 "보 개방으로 비닐하우스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이 많다"면서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민들은 지금 당장 보 수문을 내려 담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처럼 보 개방으로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을까? 우선 백제보는 2017년 11월 1차 수문 개방 당시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 조사위는 금강 현장 대응팀을 만들어서 민원에 즉각 대응하고 있으며, 당시 시설 하우스에 지하수를 공급하려고 16개의 관정을 팠다. 그 뒤 백제보 지역에서 피해 민원은 접수되지 않았다.
공주보는 2018년 3월에 수문을 전면 개방했다. 정 의원의 주장처럼 공주보 상류 지하수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때부터 민원이 제기됐어야 한다. 그 뒤 1년 동안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4대강 조사위가 공주보 부분해체 방안을 제안했을 즈음부터 몇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검증을 위해 PD수첩과 함께 찾아간 농가에서는 지하수가 쏟아졌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금강 주변의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금강으로 유입되는 지천도 물이 넘쳐났다. 금강 양수장은 5월부터 이 물을 농경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취재 때 만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도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80% 정도인데, 올해는 97%에 이른다"면서 "올해 금강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악의 가뭄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공주보 수문이 전면 개방됐던 때에도 용수는 부족하지 않았다.
애가 타지 않는 농민들의 속을 태우는 것은 사실 농업용수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공주보 주변에 도배된 선정적인 가짜 뉴스 현수막 글귀들이다.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
"지하수 고갈로 농사 못 짓겠다. 환경부는 해체하라."
[정진석은 말했다 ④] "금강은 실개천 같이 흘렀습니다"
정 의원은 "과거 공주의 금강은 실개천같이 강물이 졸졸 흘렀다"면서 "바지를 걷고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공주보로 물을 막아서 물이 많은 '풍요로운 강'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을 실개천으로 비유한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실개천'은 작은 개천을 뜻한다. 금강의 강폭은 1km, 물 폭은 200~500m 정도이다.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강이다. 충남연구원 이상진 박사(공간환경연구실 수석연구위원)는 "최근 3년간 갈수기 때 공주와 부여 지역의 금강에는 평균 초당 70t의 물이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런 규모의 강을 지천보다 작은 개천과 비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 의원은 또 바지를 걷고 건널 수 있는 강이라고 주장했다. 극한 가뭄일 때에는 바지를 걷고 건너기도 했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으나, 1958년 8월 9일 금강에서 차일혁 당시 공주경찰서장이 수영하다가 익사하는 등 많은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또 공산성 앞 금강철교 인근에는 1920년대부터 '배다리'라는 곳이 있었다. 바지를 걷고 건널 정도의 강이라면 굳이 배를 연결해서 위에 상판을 놓고 건너는 다리를 만들 이유가 없다.
[정진석은 말했다 ⑤] "PD수첩은 과학 외면하고 '녹조라테' 미신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은 "PD수첩은 과학을 외면하고, '녹조라테'라는 미신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4대강 보에 녹조가 발생하는 것은 인과 질소화합물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조는) 물을 가둬놓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 년 내내 물을 가둬놓는 소양강 댐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뉴스 들어보셨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우선 녹조는 인성분의 오염원과 햇빛, 수온, 체류 시간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금강 지역의 경우 2012년에 8300억 원을 투자해 하·폐수처리장에서의 총인 처리 시설을 확충했다. 지난 기획기사 "이명박 살리고픈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에서 제시된 아래 표를 봐주길 바란다.
2012년 T-P(총인) 지표는 전 해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금강 '녹조 관심 이상 발령 기간'은 아래의 표에 적시된 것과 같이 늘어났다.
정 의원이 녹조의 원인으로 밝혔던 '인'이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녹조가 더욱더 짙어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햇빛과 수온은 기상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람이 손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은 조건은 체류 시간뿐이다.
정 의원은 공주보를 소양강 댐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소양강 댐은 산속에 있기 때문에 녹조 유발 요인 중의 하나인 수온이 낮고, 도심과 농경지를 거치는 공주보 지역과는 달리 인위적인 오염원이 적다"고 말했다.
누가 과학을 외면하고 미신을 전파하고 있는 것일까? 정 의원은 이날 비과학적인 논리를 생산했고, 일부 언론은 그대로 받아 적었다.
[팩트체크를 마치며] 악마의 프레임
그가 PD수첩을 비판하면서 주장했던 사실들은 대체로 거짓이었다. '녹조라테'는 미신이 아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간에 치명적인 맹독성을 함유한 독이다. 녹조 물로 생산하는 농산물에도 축적이 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누가 과학을 외면하고 미신을 전파하는가? 이런 거짓 팩트의 노림수는 4대강을 죽이는 '악마의 프레임'이다.
정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오는 2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4대강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5월 2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4대강보파괴저지범국민연합과 함께 10만 군중 집회를 개최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주 지역을 도배했던 현수막 글귀를 전국화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정 의원의 마지막 발언은 다음과 같았다.
"왜 국민들의 마음이 MBC를 떠났는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 의원이 이러한 주장을 계속한다면, 자유한국당에게 이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왜 국민들의 마음이 자유한국당을 떠났는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연 누가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포했을지 따져보자. 최근까지도 공주 지역에는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다. 바로 시내를 도배하다시피 내걸린 현수막이다.
이 현수막에는 '공주보 해체철거 절대 반대!'라고 적혀 있다. 정진석 의원의 이름이 박힌 현수막도 많다. 이 현수막만 보면 공주보가 완전히 철거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취재 중에 만난 많은 농민과 시민들은 실제로 그렇게 믿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조사위가 발표한 '금강-영산강 보 처리 방안'에는 공주보 전체를 철거한다는 내용은 없다. 수문은 해체하지만, 하루 3500여 명이 이용하는 공주보의 교량 기능을 살린다는 것이었다. 결국 정 의원의 현수막은 '가짜 뉴스'이다. 그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공주보를 교통로로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함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내건 현수막은 도심 곳곳에 붙어있다. | |
ⓒ 김종술 |
정 의원은 "농민을 조종한 적도 없다"고 말했으나, 취재하면서 만난 이들의 말은 달랐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정진석 의원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영향력 있는 농민들에게 전화해서 반대 투쟁하라고 뒤에서 부추긴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어왔다"고 말했다. 또 부여 지역의 한 농민대책위 관계자는 "정진석 의원이 농민대책위원장에게 전화해서 공주보와 함께 가자고 했다는 말과 문자까지 보내왔다"고 했다.
여기에 그친 게 아니었다. 한 농민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피해가 발생했을 때 단 한 번 와보지도, 연락도 없던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이 갑자기 전화해 도와달라고 했다. 백제보 개방에 대해서 반대하라, 부여군도 공주보와 같이 가야 한다고. 전화를 받지 않으니 찾아오는 사람까지 있었다. 4대강 백제보 논란에 정치적으로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
하지만 정 의원은 가짜뉴스를 생산하지도, 농민들을 조종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정진석은 말했다 ②] "4대강조사평가위의 보 해체 결론은 답정조입니다"
▲ 금강·영산강 보 평과 결과 발표하는 홍종호 공동위원장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홍종호 공동위원장과 홍정기 단장, 연구책임자, 분과 위원장 등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강·영산강 5개 보의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위원회는 금강의 세종보,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는 안을 제시했다. | |
ⓒ 유성호 |
정 의원은 "PD수첩은 4대강 조사위의 주장을 금과옥조, 성경 구절처럼 받들고 있다"면서 "환경전문기자인 조선일보 한삼희 수석 논설위원은 '4대강 조사위의 보 해체 경제성 평가는 거의 조작 수준이다', '보고서를 보고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4대강 조사위의 보 해체 결론은 답정조, 즉, 답을 정해놓은 조사 결과"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공주보를 건설하는데 1051억 원이 들었습니다.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를 건설하는데 1100억 원이 추가로 들었습니다. 2151억 원이 든 시설을 부수는데 532억 원이 듭니다. 2700억 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부수고 나서 얻는 경제적 이익이 도대체 무엇입니까?"
여기서 정 의원이 말한 예당저수지 도수로는 공주보 하류 3km에 있다. 이 도수로는 공주보 하류에 있는 백제보의 영향권에 있다. 4대강 조사위는 '백제보는 그대로 유지하자'는 방안을 제시했기에 공주보 해체로 인한 불편익 비용에서 제외돼야 한다.
하지만 정 의원은 공주보 해체 비용으로 도수로 공사 비용 1100억 원까지 추가했고, 2700억 원을 들여서 공주보를 부순 대가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정 의원은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40조 원의 부가가치와 34만 개의 일자리 창출'을 하겠다고 주장했지만, 완공된 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검증한 적이 없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월 자신의 누리집에 올린 글에서 "조선일보는 대문짝만한 제목으로 이번의 결정(4대강 조사위)이 '정치 논리'라고 못 박고 있다"면서 "수많은 전문가가 오랜 기간 동안 심사숙고해 내린 결론에 '정치 논리'라는 허황한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것은 '공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진석은 말했다 ③] "농민들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농가의 배수펌프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다. | |
ⓒ PD수첩 화면 갈무리 |
정 의원은 "보 개방으로 비닐하우스 재배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이 많다"면서 "본격적인 농사철을 앞두고 농민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민들은 지금 당장 보 수문을 내려 담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처럼 보 개방으로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을까? 우선 백제보는 2017년 11월 1차 수문 개방 당시 피해가 발생했다. 4대강 조사위는 금강 현장 대응팀을 만들어서 민원에 즉각 대응하고 있으며, 당시 시설 하우스에 지하수를 공급하려고 16개의 관정을 팠다. 그 뒤 백제보 지역에서 피해 민원은 접수되지 않았다.
공주보는 2018년 3월에 수문을 전면 개방했다. 정 의원의 주장처럼 공주보 상류 지하수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때부터 민원이 제기됐어야 한다. 그 뒤 1년 동안 민원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4대강 조사위가 공주보 부분해체 방안을 제안했을 즈음부터 몇 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하지만 검증을 위해 PD수첩과 함께 찾아간 농가에서는 지하수가 쏟아졌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금강 주변의 저수지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다. 금강으로 유입되는 지천도 물이 넘쳐났다. 금강 양수장은 5월부터 이 물을 농경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취재 때 만난 한국농어촌공사 관계자도 "저수지 평균 저수율이 80% 정도인데, 올해는 97%에 이른다"면서 "올해 금강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최악의 가뭄으로 치달았던 지난해 공주보 수문이 전면 개방됐던 때에도 용수는 부족하지 않았다.
애가 타지 않는 농민들의 속을 태우는 것은 사실 농업용수가 아니라 지금까지도 공주보 주변에 도배된 선정적인 가짜 뉴스 현수막 글귀들이다.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
"지하수 고갈로 농사 못 짓겠다. 환경부는 해체하라."
▲ 공주지역에 내걸린 현수막. | |
ⓒ PD수첩 화면 갈무리 |
[정진석은 말했다 ④] "금강은 실개천 같이 흘렀습니다"
정 의원은 "과거 공주의 금강은 실개천같이 강물이 졸졸 흘렀다"면서 "바지를 걷고 건널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공주보로 물을 막아서 물이 많은 '풍요로운 강'으로 거듭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을 실개천으로 비유한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우선 '실개천'은 작은 개천을 뜻한다. 금강의 강폭은 1km, 물 폭은 200~500m 정도이다. 금강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로 큰 강이다. 충남연구원 이상진 박사(공간환경연구실 수석연구위원)는 "최근 3년간 갈수기 때 공주와 부여 지역의 금강에는 평균 초당 70t의 물이 흘러간다"고 말했다. 이런 규모의 강을 지천보다 작은 개천과 비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 의원은 또 바지를 걷고 건널 수 있는 강이라고 주장했다. 극한 가뭄일 때에는 바지를 걷고 건너기도 했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으나, 1958년 8월 9일 금강에서 차일혁 당시 공주경찰서장이 수영하다가 익사하는 등 많은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또 공산성 앞 금강철교 인근에는 1920년대부터 '배다리'라는 곳이 있었다. 바지를 걷고 건널 정도의 강이라면 굳이 배를 연결해서 위에 상판을 놓고 건너는 다리를 만들 이유가 없다.
[정진석은 말했다 ⑤] "PD수첩은 과학 외면하고 '녹조라테' 미신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 공주보를 찾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설명하는 정진석 의원. | |
ⓒ PD수첩 화면 갈무리 |
정 의원은 "PD수첩은 과학을 외면하고, '녹조라테'라는 미신에 집착하고 있다"면서 "4대강 보에 녹조가 발생하는 것은 인과 질소화합물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녹조는) 물을 가둬놓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라면서 "일 년 내내 물을 가둬놓는 소양강 댐에 녹조가 발생했다는 뉴스 들어보셨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우선 녹조는 인성분의 오염원과 햇빛, 수온, 체류 시간 등 4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금강 지역의 경우 2012년에 8300억 원을 투자해 하·폐수처리장에서의 총인 처리 시설을 확충했다. 지난 기획기사 "이명박 살리고픈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에서 제시된 아래 표를 봐주길 바란다.
▲ 금강으로 유입되는 주요 지류하천인 갑천과 미호천에 위치한 주요 하폐수처리장 방류수의 연평균 T-P농도 변화 추이. | |
ⓒ 충남연구원 |
2012년 T-P(총인) 지표는 전 해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떨어졌다. 그럼에도 금강 '녹조 관심 이상 발령 기간'은 아래의 표에 적시된 것과 같이 늘어났다.
▲ 충남연구원이 제시한 녹조 발령 상황. | |
ⓒ 충남연구원 |
정 의원이 녹조의 원인으로 밝혔던 '인'이 절반으로 떨어졌는데, 녹조가 더욱더 짙어지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햇빛과 수온은 기상 조건에 따라 영향을 받기 때문에 사람이 손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남은 조건은 체류 시간뿐이다.
정 의원은 공주보를 소양강 댐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민걸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소양강 댐은 산속에 있기 때문에 녹조 유발 요인 중의 하나인 수온이 낮고, 도심과 농경지를 거치는 공주보 지역과는 달리 인위적인 오염원이 적다"고 말했다.
누가 과학을 외면하고 미신을 전파하고 있는 것일까? 정 의원은 이날 비과학적인 논리를 생산했고, 일부 언론은 그대로 받아 적었다.
[팩트체크를 마치며] 악마의 프레임
▲ 충남 부여군 세도면 농경지로 공급되는 강물이 녹조로 가득하다. 인근 금강에서 퍼 올린 농업용수다. | |
ⓒ 김종술 |
그가 PD수첩을 비판하면서 주장했던 사실들은 대체로 거짓이었다. '녹조라테'는 미신이 아니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간에 치명적인 맹독성을 함유한 독이다. 녹조 물로 생산하는 농산물에도 축적이 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누가 과학을 외면하고 미신을 전파하는가? 이런 거짓 팩트의 노림수는 4대강을 죽이는 '악마의 프레임'이다.
정 의원은 이날 발언에서 "오는 26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4대강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5월 2일에는 서울역 광장에서 4대강보파괴저지범국민연합과 함께 10만 군중 집회를 개최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주 지역을 도배했던 현수막 글귀를 전국화하겠다는 선언으로 볼 수 있다.
정 의원의 마지막 발언은 다음과 같았다.
"왜 국민들의 마음이 MBC를 떠났는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 의원이 이러한 주장을 계속한다면, 자유한국당에게 이 말을 되돌려주고 싶다.
"왜 국민들의 마음이 자유한국당을 떠났는지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국회 나서는 정진석 의원 자유한국당 정진석(충남 공주시부여군청양군) 의원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한 후 나주보를 방문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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