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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5일 월요일

특검, '이재용 집유' 맹비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

18.02.05 20:45l최종 업데이트 18.02.05 21:12l




이재용·삼성 재판 직접 등판하는 특검팀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 이재용·삼성 재판 직접 등판하는 특검팀 지난 2017년 3월 7일 당시 특별검사팀 (오른쪽부터)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


'삼성뇌물죄' 항소심 결과를 두고 박영수특별검사팀(특검)이 재차 반박 입장을 내고 상고 의사를 밝혔다. 특히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 사건의 '피해자'로 보고 집행유예로 풀어준 재판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검은 5일 오후 7시께 A4용지 3쪽에 달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라는 짧은 상고 의사를 밝힌 지 2시간여 만이다. 특검은 좀 더 상세한 입장에서 재판부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논리"

우선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라고 판단한 부분이다. 특검은 "항소심 재판부는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합병 등 개별 현안이 성공에 이를 경우 삼성전자 등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전후 모순되는 판단을 하면서 이재용의 승계작업을 부정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부정한 청탁의 대상인 개별 현안에 대해 원심의 결론만 언급하고 특검의 항소이유서에서 언급한 개별 현안이 인정된다는 주장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았다"라며 "그 외 특검이 항소심에 제출한 증거 및 33회에 걸쳐 제출한 의견서 주장 내용을 철저히 외면한 편파적이고 무성의한 판결"이라고 혹평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 이희훈

특검은 또 "부정한 청탁의 개별 현안 중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금융지주회사 전환 문제에 대해 항소심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의 존재를 부정했다"라며 "이는 안종범이 법정에 나와 수첩 내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하고 국민연금, 복지부, 공정위, 금융위 압수물 및 관련자 진술 등 수많은 증거를 무시한 채 판단한 채증법칙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죄가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부분도 혹평했다. 특검은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도피'에 해당하지 않고, 재산국외도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특히, 피고인들이 재산을 국외로 도피할 의사가 아니라 뇌물을 줄 의사로 해외로 재산을 보냈다고 판단 근거로 삼은 건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평했다.

또한 "법정형이 높은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선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게 됐다"고도 덧붙였다.

"재판부가 사건 본질 왜곡... 상고하겠다"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안종범이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 내용 그대로 수첩에 기재했다고 증언했음에도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라며 "이런 판단은 대법원 판례(2013도2511)와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선고한 국정농단 사건(이화여대 입시 비리, 차은택·안종범 뇌물, 김종·장시호 사건)의 결론과도 상반된다"라고 부연했다.

항소심의 새로운 쟁점이었던 '0차 독대' 존재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라고 결론 낸 것을 두고도 "증거재판주의 원칙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평했다. "2014년 9월 12일 (이재용-박근혜) 단독면담에 대해 안종범과 안봉근의 증언 외에도 안종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다운로드 기록, 한글 뷰어 등 객관적인 물증이 존재함에도 김건훈 일지의 신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단독면담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이 끝난 직후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고등법원 앞에서 "삼성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5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이 끝난 직후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고등법원 앞에서 "삼성앞에 굴복한 사법부를 규탄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 박정훈

끝으로 특검은 "이재용이 뇌물을 공여한 대가로 합병 성사, 순환출자 처분 주식 수 경감(1000만 주→500만 주) 등 경영권 승계에 있어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홍완선 판결에서도 이재용이 배임죄의 수익자임을 명백히 인정했음에도, 이재용이 피해자에 불과하다는 항소심 판단은 이재용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라며 "대법원에 상고해 실체진실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낮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경영권 승계에 도움받을 걸 기대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433억 원의 뇌물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승마지원'을 제외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결과 이 부회장은 구속 353일 만에 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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