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2.15 18:52최종업데이트18.02.15 18:52
명절 연휴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소중한 기간입니다. 하지만 귀성 전쟁과 차례 준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때이기도 하죠. 가족 간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불화가 있거나, 마음 안 맞는 친척들과 지내는 것이 힘든 사람들에게는 평소보다 조금 더 버거운 기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2018년 설 연휴를 맞아 명절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골라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끝없는 엄마 노릇에 지쳤다면, <배드 맘스>(2016)
에이미(밀라 쿠니스 분)는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통학과 특별 활동 수업은 물론 학교 숙제까지 챙겨야 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장에서는 정직원 못지않은 업무량에 시달리지요. 모든 것이 완전히 꼬인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만난 다른 학부모 칼라(캐서린 한 분), 키키(크리스틴 벨 분)와 함께 '나쁜 엄마'가 되기로 의기투합합니다.
미국 중산층 여성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가정의 돌봄 노동 중 많은 몫이 어머니에게 떠넘겨지는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창 유행했던 미국식 화장실 코미디가 난무하는 '19금' 작품이지만, 찝찝하기보다는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버지는 집안일에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장성한 자녀들도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각본을 함께 쓰고 연출까지 같이한 존 루카스와 스콧 무어는 과거 '진상 남자들의 숙취 모험기' <행오버>(2009)의 각본을 쓴 인물들입니다. 슬랩스틱도 마다하지 않고 열정을 불사른 밀라 쿠니스, 캐서린 한, 크리스틴 벨의 연기도 좋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주요 배우들이 각자 실제 어머니와 함께한 인터뷰 영상도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배드 맘스>는 지난 2016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1억 8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바 있습니다. 속편으로 나온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전편의 주인공들에게 각자의 어머니들이 찾아오면서 더 큰 곤경에 처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두 편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뜻대로 안 풀려 속상한 청춘이라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
애니(크리스틴 위그 분)는 페이스트리(과자, 빵의 한 종류) 가게를 열었다가 말아먹은 후 여러모로 위기 상황에 몰립니다. 자신을 섹스 파트너로만 생각하는 남자친구나,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든 '비호감' 룸메이트도 문제인데, 유일하게 의지하는 절친 릴리안(마야 루돌프 분)까지 결혼 소식을 전합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릴리안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게 된 애니는, 취향과 성격이 전혀 안 맞는 다른 들러리들과 결혼식을 준비하며 '절친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불태웁니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큰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분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계획하고 기대했던 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고, 생각하지 못한 문제만 늘어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상황이 안 받쳐줘서,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그렇다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쉽습니다. 특히 명절에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들이 근황을 물으면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그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하면, 곧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게 버릇이 되고 그럴수록 문제는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려워집니다.
무작정 남 탓을 하기 전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모든 일에 있어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자세'입니다. 서로 문제를 지적하고 들춰내기보다는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 좀 더 잘 보일 겁니다. 무엇이 아쉬웠고 어떤 것을 잘 하는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등이요. 이 영화에서 애니가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과정도 이와 같았습니다.
2011년 개봉작인 이 작품은 3천 2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촬영된 후 전 세계에서 2억 8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각본을 직접 쓰고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위그는 SNL 출신의 코미디언이기도 한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 전체 영화 톤과 다소 안 맞는, 독특하고 튀는 개그로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멜리사 맥카시(<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 등 출연)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넷플릭스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 인생도 소중하다면 <미라클 벨리에>(2014)
부모와 남동생이 모두 청각장애인이지만, 폴라(루앙 에메라 분)는 말하고 듣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파리에서 온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반한 그녀는 그를 따라 합창부에 가입합니다. 그런데, 입 밖으로 소리내 노래하는 게 처음인 그녀에겐 뜻밖에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를 알아본 합창부 선생님은 파리에서 있을 음악학교 오디션에 지원해 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민합니다. 자신은 다른 가족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자신만의 꿈이 생긴 사춘기 소녀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성장물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며, 전반적인 분위기도 밝고 코믹합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길을 가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정, 그런 상황을 뒤늦게 알고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한 부모의 마음이 어우러지면서 좀 더 의미심장한 영화가 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은 떼래야 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사연이 딱하고 힘들어도 부모는 언젠가 자식을 놓아주어야 하며, 자식 역시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는 때가 늦으면 늦을수록 애증만 깊어질 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2014년 크리스마스 전주에 개봉하여 2015년 상반기까지 장기 상영되면서 무려 7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폴라 역할의 루안 에메라는 영화 촬영 당시 신인 가수였지만, 놀라운 노래 실력과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프랑스 국민 가수 미셸 사르두의 노래들 역시 좋습니다. 특히 오디션에 참석한 폴라가 객석에 있는 부모를 위해 '비상(Je vole)'을 수화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감동을 선사합니다. 왓챠 플레이와 pooq, 네이버 N스토어 등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2018년 설 연휴를 맞아 명절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영화 세 편을 골라봤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건강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끝없는 엄마 노릇에 지쳤다면, <배드 맘스>(2016)
▲영화 <배드 맘스>의 포스터. '완벽한 엄마'가 되기를 포기한 세 엄마의 도전기. 화장실 코미디가 난무하지만, '엄마'에게 모든 걸 떠맡기는 세태에 대한 비판이 신랄하다.ⓒ Netflix
에이미(밀라 쿠니스 분)는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이들의 학교 통학과 특별 활동 수업은 물론 학교 숙제까지 챙겨야 하고,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직장에서는 정직원 못지않은 업무량에 시달리지요. 모든 것이 완전히 꼬인 어느 날, 그녀는 우연히 만난 다른 학부모 칼라(캐서린 한 분), 키키(크리스틴 벨 분)와 함께 '나쁜 엄마'가 되기로 의기투합합니다.
미국 중산층 여성들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가정의 돌봄 노동 중 많은 몫이 어머니에게 떠넘겨지는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 한창 유행했던 미국식 화장실 코미디가 난무하는 '19금' 작품이지만, 찝찝하기보다는 통쾌함을 선사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버지는 집안일에 거의 신경도 쓰지 않고, 장성한 자녀들도 어머니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공감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각본을 함께 쓰고 연출까지 같이한 존 루카스와 스콧 무어는 과거 '진상 남자들의 숙취 모험기' <행오버>(2009)의 각본을 쓴 인물들입니다. 슬랩스틱도 마다하지 않고 열정을 불사른 밀라 쿠니스, 캐서린 한, 크리스틴 벨의 연기도 좋습니다. 엔딩 크레디트에 나오는, 주요 배우들이 각자 실제 어머니와 함께한 인터뷰 영상도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배드 맘스>는 지난 2016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2천만 달러의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1억 8천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 바 있습니다. 속편으로 나온 <배드 맘스 크리스마스>(2017)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전편의 주인공들에게 각자의 어머니들이 찾아오면서 더 큰 곤경에 처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두 편 모두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뜻대로 안 풀려 속상한 청춘이라면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2011)
▲영화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의 포스터. 인생이 꼬여만 가던 애니(크리스틴 위그)는 절친한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 준비를 하게 된다.ⓒ UPI 코리아
애니(크리스틴 위그 분)는 페이스트리(과자, 빵의 한 종류) 가게를 열었다가 말아먹은 후 여러모로 위기 상황에 몰립니다. 자신을 섹스 파트너로만 생각하는 남자친구나, 도저히 같이 살기 힘든 '비호감' 룸메이트도 문제인데, 유일하게 의지하는 절친 릴리안(마야 루돌프 분)까지 결혼 소식을 전합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릴리안의 결혼식 들러리를 서게 된 애니는, 취향과 성격이 전혀 안 맞는 다른 들러리들과 결혼식을 준비하며 '절친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불태웁니다.
누구나 젊은 시절에는 큰 꿈을 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분투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계획하고 기대했던 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고, 생각하지 못한 문제만 늘어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상황이 안 받쳐줘서,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그렇다며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기 쉽습니다. 특히 명절에 오래간만에 만난 친척들이 근황을 물으면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그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시작하면, 곧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게 버릇이 되고 그럴수록 문제는 점점 더 해결하기 어려워집니다.
무작정 남 탓을 하기 전에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모든 일에 있어서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려는 자세'입니다. 서로 문제를 지적하고 들춰내기보다는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 좀 더 잘 보일 겁니다. 무엇이 아쉬웠고 어떤 것을 잘 하는지,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등이요. 이 영화에서 애니가 다시 시작할 힘을 얻게 되는 과정도 이와 같았습니다.
2011년 개봉작인 이 작품은 3천 2백만 달러의 제작비로 촬영된 후 전 세계에서 2억 8천만 달러가 넘는 수입을 올리며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각본을 직접 쓰고 주연을 맡은 크리스틴 위그는 SNL 출신의 코미디언이기도 한데, 이 영화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죠. 전체 영화 톤과 다소 안 맞는, 독특하고 튀는 개그로 폭소를 터뜨리게 하는 멜리사 맥카시(<스파이>, <고스트 버스터즈> 등 출연)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넷플릭스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내 인생도 소중하다면 <미라클 벨리에>(2014)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포스터. 청각 장애인 부모님과 동생이 있지만 듣고 말하는 데 아무 불편이 없는 폴라(루앙 에메라)에게 새로운 꿈이 생긴다.ⓒ 영화사 진진
부모와 남동생이 모두 청각장애인이지만, 폴라(루앙 에메라 분)는 말하고 듣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파리에서 온 전학생 가브리엘에게 반한 그녀는 그를 따라 합창부에 가입합니다. 그런데, 입 밖으로 소리내 노래하는 게 처음인 그녀에겐 뜻밖에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습니다. 이를 알아본 합창부 선생님은 파리에서 있을 음악학교 오디션에 지원해 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고민합니다. 자신은 다른 가족들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자신만의 꿈이 생긴 사춘기 소녀가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따라서 전형적인 성장물의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며, 전반적인 분위기도 밝고 코믹합니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길을 가보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심정, 그런 상황을 뒤늦게 알고 도움이 되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한 부모의 마음이 어우러지면서 좀 더 의미심장한 영화가 됩니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한, 부모와 자식 간의 정은 떼래야 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자기 인생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사연이 딱하고 힘들어도 부모는 언젠가 자식을 놓아주어야 하며, 자식 역시 부모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는 때가 늦으면 늦을수록 애증만 깊어질 뿐입니다.
프랑스에서는 2014년 크리스마스 전주에 개봉하여 2015년 상반기까지 장기 상영되면서 무려 7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폴라 역할의 루안 에메라는 영화 촬영 당시 신인 가수였지만, 놀라운 노래 실력과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프랑스 국민 가수 미셸 사르두의 노래들 역시 좋습니다. 특히 오디션에 참석한 폴라가 객석에 있는 부모를 위해 '비상(Je vole)'을 수화와 함께 부르는 장면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감동을 선사합니다. 왓챠 플레이와 pooq, 네이버 N스토어 등을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권오윤 시민기자의 블로그(cinekwon.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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