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호 기자
- 승인 2023.04.11 11:26
- 댓글 0
세수부족 빨간등
지난 2월까지 국세 수입이 대폭 감소하면서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월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54조 2천억 원으로 22년 같은 기간보다 15조 7천억 원이나 감소했다.
1월 세수 감소액이 6조 8천억 원, 2월은 9조 원 감소했다. 세금 납부 시기 연장에 따른 1~2월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세수 감소액은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국세 수입을 400조 5천억 원 예상하는데, 2월까지 세수진도율(세수 목표치 대비 실제 세수)이 13.5%에 불과했다. 세수진도율은 최근 5년 평균 16.9%보다 훨씬 밑도는 것으로, 2006년(13.5%) 이후 최저치다. 이런 식이면, 2019년 이후 4년 만에 2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확정적이라고 봐야 한다.
세수 부족의 심각성은 지난 7일 추경호 부총리가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공식화되었다. 추경호 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애초 세입 예산을 잡았던 것보다 세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언급하고 “전반적인 일반 경기 흐름과 자산시장 흐름이 좋지 않은데, 그 영향으로 기업의 실적도 좋지 않아 올해 세수 상황은 상당히 좋지 않다”라고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정정훈 기재부 조세 총괄정책관은 경기침체, 자산폭락, 기업실적 부진이 세수에 악영향을 준다고 인정하면서도 “하반기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 세수 부족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비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식 농사를 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하반기 경제가 좋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는 현재 한 사람도 없다.
‘건전재정’이라는 주술
사실 세수 부족은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 운운할 때부터 예고되었다. 후보 시절부터 ‘확대재정’을 비판하고 ‘건전재정’을 외쳐온 윤석열은 작은 정부, 감세, 정부지출 축소정책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견해는 감세를 통한 민간경제의 활성화와 그에 따른 세수 증대를 노린다는 전형적인 시장주의 정책에 입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양도소득세는 1월 2조 6천억 원, 2월 누적 4조 1천억 원 세수가 감소하였다. 주택거래가 감소한 탓이다. 증권거래세 역시 1월, 2월 각 4천억 원씩 누적 8천억 원 세수가 줄었다. 주식거품이 꺼졌기 때문이다. 3대 세목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세 6조 원, 부가가치세 5조 9천억 원, 법인세 7천억 원이 감소했다. 여기에 관세 7천억 원, 교통세 5천억 원 등 모든 분야에서 세수 부족 상황이 심각하다.
올해 세수 상황은 3월 납부된 법인세에 의해서 좌우된다. 올해 국세 수입 400조 4,570억 원 중 법인세는 104조 9,969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법인세가 삼성, SK 등 실적 쇼크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법인세는 8월에 절반 정도를 선납(중간예납)하고, 다음 해 3월에 나머지 절반을 낸다. 문제는 지난해 4분기 국내 500대 기업 중 262개 대기업 영업 이익이 69.1%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당기순이익은 6천억 원에 불과해 작년 1분기에 비해 95.8%가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올해 8월 법인세 전망은 볼 것도 없다. 경기 전망과 전혀 연계하지 않은 채, 우파 경제학 교과서에서 몇 줄 외운 것으로 ‘감세→민간경제 활성화→세수 증대’라는 유치한 논리로 나라 살림을 하겠다고 하니, ‘건전재정’이 아니라 ‘거덜재정’이는 소리를 들어도 싸다.
앞뒤가 안 맞는 정책
일관성 없는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논리는 앞뒤도 맞지 않는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 운영계획안 작성 지침’을 의결했다. 670조 원 정도의 예산지침을 작성했는데, 당초 예상한 700조 원을 밑도는 수준이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세금이 한 푼이라도 낭비되지 않도록 강력한 재정혁신을 추진해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돈으로 푸는 복지는 안된다’, ‘총선이 다가오지만 퍼주기 복지는 없다’라면서, 복지 관련, 서민생계 관련 지출 삭감에 나섰다. 공공부문 구조조정, 공기업 인원 축소, 공공주택 지원 삭감, 장애인 복지지원 삭감, 양곡법 거부 등 서민 지원예산을 골라 삭감, 축소했다. 모두 나라 예산을 아껴야 한다는 재정건전성 논리의 후과다.
반면 지난달 28일 의결한 ‘2023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감세 규모가 역대 최대규모인 70조 원에 이른다.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 윤 정부의 각종 세금 감면정책의 결과이다.
정부지출도 아껴야 하지만, 정부 세수도 잘 챙겨야 한다. 그런데 부자들에 걷어야 할 세금은 다 깎아주고, 돈이 없으니 서민복지를 줄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 그래서 재정건전성이 달성되었나? 재정건전성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세수 결손, 재정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게다가 ‘K칩스법’으로 대기업 감세 규모는 더 커지게 되었으니 내년 법인세 세수 감소는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경기부양, 금융위기 대처할 재정 여력 부족
정부가 재정을 건전하게 관리하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수결손 상태는 국채 발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도로 정부 부채가 증가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 부채가 많다고 난리 치던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꼴이다.
더 큰 위기는 하반기에 닥친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가 이어지면 정부 차원의 경기 부양책이나 재정정책이 필요한데, 세수 부족으로 인해 정부에 실탄이 없다. 결국, 경제 위기는 증폭하고, 국민 고통은 가중한다. 나라살림은 관심 없고 부자 감세에만 눈이 먼 윤석열 정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