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과 저 말이 합쳐진 말인 것 같은데 의외의 형태로 나타나는 말이 있다. '살코기'나 '안팎', '수탉' 같은 것들이다. 살코기는 '기름기나 힘줄, 뼈 등을 발라낸, 순살로만 된 고기'를 말하는 것으로 분명히 살과 고기가 만나 이루어진 말인 것 같은데 왜 불고기나 물고기처럼 '살고기'가 되지 않고 '살코기'가 되었을까?
이는 '살'의 옛말이 'ᄉᆞᆯㅎ'로, 지금과는 달리 말음에 'ㅎ'이 있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이때 'ㅎ'은 모음이나 'ㄱ, ㄷ'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는 나타나지만, 그 밖의 자음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나 단독으로 쓰일 때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예를 들어 'ᄉᆞᆯㅎ'이 '과'와 만나면 'ᄉᆞᆯ콰', '이'와 만나면 'ᄉᆞᆯ히'가 되었고, '만'과 만나면 'ᄉᆞᆯ만'이 되었다. 이 'ㅎ'의 흔적이 '살코기'로 남은 것이다.
말음 'ㅎ'의 흔적이 남아 있는 다른 말로는 '안팎'이나 '수탉' 같은 것들도 있다. 안팎은 '안'과 '밖'이 만나 만들어진 말인데, '안밖'이 아니라 '안팎'인 것은 '안'의 옛말이 '안ㅎ'인 것과 관련이 있다. '안ㅎ'과 '밖'(옛말은 '밗')이 만나 지금의 '안팎'이 된 것이다. '수탉'의 '수'도 원래 '수ㅎ'이어서 닭의 옛말 'ᄃᆞᆰ'과 만나 '수ᄐᆞᆰ'이 되고 지금의 '수탉'이 되었다.
이 밖에도 말음에 ㅎ이 있던 말은 꽤 많았는데 '땅', '셋'도 모두 말음에 'ㅎ'이 있던 말이다. 이 말에서는 ㅎ 말음이 각각 'ㅇ'으로, 'ㅅ'으로 바뀌어 'ᄯᅡㅎ'이 '땅', '세ㅎ'이 '셋'으로 바뀌었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것이 말의 뿌리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