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식..."확장억제 강화로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
- 이승현 기자
- 입력 2023.04.27 20:45
- 수정 2023.04.27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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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선언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이 만들어낸 평화의 봄이었습니다. 저절로 이뤄진 것도, 우연히 찾아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인내하며 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하며 주도적으로 일구어낸 결실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4.27 판문점선언 발표 5주년 기념식 축사를 통해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비상한 국면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대화와 평화의 의지를 멈추지 않았다"며,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 담긴 평화의지를 역설했다.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된 '워싱턴선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27일, 한반도평화포럼(이사장 김연철)과 경기도, 포럼 사의재가 공동주최한 '4.27 판문점선언 5주년 기념식 및 학술회의'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됐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가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경쟁하듯 서로를 자극하고 적대시하며 불신과 반목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더욱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평화가 깨지고 군사적 충돌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하면서 "이럴 때일수록 인내심을 갖고 상황의 악화를 막으면서 대화를 통해 평화를 찾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이 함께 대화 복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누구보다도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발표된 '워싱턴선언'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한 꾸준한 노력은 쏙 빠지고 그 자리를 '항구적 안보협력'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확인'한데 대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읽힌다.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은 격려사에서 2017년 한반도는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지만 "결코 전쟁은 안된다", "우리의 동의없는 군사행동은 수용할 수 없다"는 문 대통령의 흔들림없는 노력으로 '한반도 평화정착의 밑그림'을 그린 4.27 판문점선언이 채택되었으며, 6월에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과제인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새로운 관계수립 △공고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 △완전한 비핵화 등에 합의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2017년 아마 6차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실험에 성공하면서 '국가핵무력 성공'을 선언한 상황에서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UN총회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수 밖에 없다'고 위협하는 등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으나 문 대통령이 예정된 한미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을 무기연기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파견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이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는 등 남북대화의 물꼬가 트인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5년이 지난 오늘, 한반도에는 다시 엄혹한 겨울이 닥쳐왔다. 반목과 대결의 언어가 난무하고 윤대통령이 '전쟁불사'까지 공언하며 군사적 긴장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울였던 것과 같은 평화의 노력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임 명예이사장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중단되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4.27 5주년을 맞는 우리의 심경은 착잡하기 이를데 없다"며, "하지만 우리는 오늘, 우리 민족의 나아갈 길을 밝혀 준 4.27 판문점선언의 역사적 의의를 되새기며 이를 다시 실천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전에 축사를 보냈지만 국회 본회의 일정으로 참석하지는 못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 및 이행추진위원장'으로 역할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천만한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평화는 그렇게 오지 않는다. 비현실적인 전술핵이나 핵무장 주장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치고 후손들의 미래를 옭아맬 뿐 어떤 평화도 번영도 만들지 못한다"고 일갈했다.
한마디로 워싱턴선언에서 성과로 내세우는 '확장억제' 강화로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것.
이어 "2017년의 집요하고 전략적인 위기관리야말로 2018년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능하게 한 초석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당시의 냉철하고 초인적인 인내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철학에 기초한 평화플랫폼 전략이 그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철학에 기초한 평화, 제도적 토대를 갖춘 플랫폼 전략을 강조한 것.
4.27 판문점선언에 대해서는 "남북, 북미, 경우에 따라 남북미로 이어지는 회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4.27회담은 처음부터 북미회담을 동시 목표로 이루어졌고 우리는 그 목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6.15와 10.4선언이 남북관계에 집중한 선언이었다면 4.27선언은 남북과 북미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제도적이고 궁극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목표로 한 담대한 여정의 시작이었다"고 자평했다.
비록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평화의 열차가 멈추었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 "정상에 못갔으니 결국 등반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비난은 그저 산에 오를 용기가 없는 자들의 비난일 뿐이다. 우리는 정상을 밟지 못했지만 8부 능선을 넘어 정상의 모습을 보았다. 다시 산에 오르는 날, 지난 여정은 9부 능선을 거쳐 마침내 정상에 오르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힘에 의한 평화'는 불안정한 현상유지에 다름아니며 결코 평화에 이를 수 없다. 평화는 인내와 대화, 설득과 타협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가 만들어 내지 않으면 아무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이것이 4.27 판문점선언의 교훈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간 역사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 진전은 없고 오히려 역진되는 상황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의식한 듯 "4.27선언 5주년을 기념하며, 다시 우리가 길을 나설 때는 더 잘 준비되고 더 주도적인 모습으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를 바란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환영사에서 '원칙과 철학, 가치에 기반하지 않은 리더십의 위기'에 대해 언급하고는 "북한과 접경지역이 가장 넓고 대한민국 국방전력의 절반 이상이 전개되어 있으며, 주한미군의 85%이상이 배치되어 있는 경기도가 4.27 판문점선언의 취지와 철학이 면면히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 이후에는 최근 한반도 평화가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엄중한 위기상황을 평화의 기회로 전환한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의 역사적 경험과 현재적 의미를 살펴보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해법을 찾아보는 학술회의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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