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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4월 30일 일요일

‘조개껍질’은 되고 ‘돼지껍데기’는 안 된다

 우리말 산책

‘조개껍질’은 되고 ‘돼지껍데기’는 안 된다

엄민용 기자

시인 신동엽이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고 한 4월이 지나갔다.

‘껍데기’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한 물질”이다. 달걀, 호두, 소라 등의 단어 뒤에 껍데기가 붙는다. 껍데기는 “알맹이를 빼내고 겉에 남은 물건”을 뜻하기도 한다. ‘이불 껍데기’나 ‘빈 껍데기’처럼 쓰인다. 신동엽이 없어지기를 바란 것이 이런 껍데기다. 알맹이가 없는 거짓과 위선, 불의 같은 것들이다.

껍데기와 같은 듯하면서 다른 말이 ‘껍질’이다. 껍질은 “물체의 겉을 싸고 있는 단단하지 않은 물질”로, 귤·양파 따위 말 뒤에 붙는다.

하지만 이런 사전적 의미와 달리 일반인들은 ‘조개껍질’이란 말을 많이 쓴다. “조개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로 시작하는 노래의 영향이 큰 듯하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만큼 국립국어원도 ‘조개껍질’을 예외적으로 인정해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더 널리 쓰이는 ‘돼지껍데기’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다.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가나다’에서 ‘돼지 껍데기’보다 ‘돼지 껍질’로 쓰는 게 옳다고 밝히고 있다. 단단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사람들은 삼겹살과 갈빗살 같은 고기를 알맹이로 보고, 그와 대립하는 시각에서 돼지 껍데기를 쓴다. 특히 요즘에는 돈을 내고 사 먹지만, 예전에는 고기를 먹으면 맛보기로 거저 주던 먹거리여서 사람들에게는 ‘껍데기’가 훨씬 익숙하다. 음식점 차림표에도 대부분 그렇게 적혀 있다.

조개의 겉은 단단하지만 사람들이 널리 쓰므로 표준어가 된 ‘조개껍질’. 반면 사람들이 너나없이 쓰고 있음에도 단단하지 않다는 이유로 바른말로 인정받지 못한 ‘돼지 껍데기’. 이렇듯 모호한 기준은 마치 요즘의 정치를 보는 듯하다.

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틀린다고 하거나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판단 기준이 옳다고 고집하는 ‘껍데기 정치’가 4월과 함께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오직 국민을 생각하는 흙가슴만 남고 모든 정쟁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윤 대통령의 ‘대결적 세계관’…국익 저해하는 ‘위험한 이탈’

 

등록 2023-04-30 07:30수정 2023-04-30 10:16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78

역대 대통령 ‘영원한 적·동지 없다’
국익 최우선 두고 실용 외교정책
엠비도 “한-미, 한-중 제로섬 아니다”
윤 대통령, 중·러와 관계 개선해야
미국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미국을 국빈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워싱턴디시(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워싱턴/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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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문장입니다. 뉴턴의 위대함과 겸손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은 전임자의 성공과 실패에 많은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의 업적 위에 윤 대통령이 공적을 쌓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12년 만에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어 한-미 핵협의그룹 설치를 결의한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연설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방문은 국제사회에서 한껏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계기였다고 평가합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입니다. 역대 대통령 모두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한-미 동맹을 중시하고 강화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외교적 성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후유증을 좀 남긴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핵우산은 더 튼튼해졌다고 하는데 한반도 정세는 오히려 더 불안해질 것 같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하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요?

국익 저해하는 ‘대결적 세계관’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가치 동맹’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는 이번 동포 간담회에서 “양국은 자유와 인권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이를 근간으로 국제사회의 연대를 실천해나가는 최상의 파트너”라며 “한-미 동맹은 이익을 거래하는 게 아니고 자유 수호를 위해 피로 맺어진 동맹”이라고 했습니다. 한-미 관계를 ‘혈맹’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과거 대통령들도 한-미 동맹을 강조하기 위해 이 정도 표현은 사용했습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평생 검사를 한 사람입니다. 사람을 범죄자와 비범죄자로 구분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정치를 흑백논리에 따라 선과 악의 대결로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분노와 증오를 기본 동력으로 하는 대결 프레임이 그의 머릿속을 온통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시민사회를 색깔론으로 공격했던 4·19 기념사를 미국 상·하원 합동 회의 연설에서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국내 정치를 바라보는 이러한 색깔론을 윤 대통령은 국제 정치에도 그대로 투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과 미국과 일본은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즉 ‘우리 편’으로, 이와 맞서는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가 물리쳐야 할 전체주의 세력’으로 인식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이번 한-미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하였다.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 주장, 매립 지역의 군사화 및 강압적 행위를 포함하여 인도·태평양에서의 그 어떤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중국을 겨냥했습니다.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이 무고한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무력 사용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공동 입장을 확인”했다며 러시아를 겨냥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과 행동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동떨어진 것입니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대외정책 노선에서 이탈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19세기 말 열강의 각축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나라를 잃었던 우리나라 국민은 누구나 ‘국익 최우선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체득하고 있습니다. 해방 직후 “미국(놈) 믿지 말고, 소련(놈)에 속지 말라. 일본(놈) 일어선다. 조선 사람 조심하자”는 노래가 유행한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변치 않았던 ‘국익 최우선 실용’ 노선

역대 대통령들도 국내 정치의 이념과 노선은 다양했지만, 대외 관계에서는 ‘가치나 이념’이 아니라 ‘국익 최우선 실용 노선’을 채택했습니다. 한-미 동맹이 아니라 언제나 대한민국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했습니다. 예외가 없었습니다.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강하게 요구한 이유는 북한의 재침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미국을 압박하려고 반공 포로를 석방하기도 했습니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은 7·4 남북공동성명에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을 통일 3대 원칙으로 천명했습니다. 1973년에는 “우리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은 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공산 국가들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6·23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대미 군사력 의존을 줄이기 위해 자주국방을 했고, 심지어 핵무기까지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1983년 중국 민항기 불시착 사건, 1985년 중국 어뢰정 및 함정 영해 침범 사건, 1985년 중국 공군 폭격기 불시착 사건, 1986년 중국 공군기 망명 사건 등을 국교가 없던 중국과 신뢰를 쌓고 관계를 개선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은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북한의 문을 열기 위해 소련·중국과 먼저 수교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의 북방정책과 대북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이어졌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평생에 걸쳐 한반도 평화를 연구하고 고민한 경세가였습니다. 1971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4대국 안전보장론을 내놓았을 정도입니다. 그의 혜안과 집념은 2000년 사상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만들어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 마지막 장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다’에 외교·안보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따로 정리해놓았습니다. 그의 삶에서 외교·안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를테면 이런 내용입니다.

“우리의 4강 외교는 ‘1 동맹 3 친선 체제’가 되어야 한다. 미국과는 군사 동맹을 견고히 유지하고 중국, 일본, 러시아와는 친선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한반도는 4대국의 이해가 촘촘히 얽혀 있는, 기회이자 위기의 땅이다. 도랑에 든 소가 되어 휘파람을 불며 양쪽의 풀을 뜯어 먹을 것인지, 열강의 쇠창살에 갇혀 그들의 먹이로 전락할 것인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렸다. 나라를 책임진 사람들이나 외교관은 어느 누구보다 깨어 있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반미주의자면 어떠냐”고 했지만, 대통령이 돼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이라크 파병도 했습니다. 국익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쿨하다’던 엠비의 탁견

실용주의를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은 어땠을까요? 그는 대통령이 되기 훨씬 전부터 중국을 드나든 경험이 있었습니다. 1988년 아시아수영연맹 회장 자격으로 광저우를 방문했고, 1991년에는 민간사절단으로 정주영 회장과 함께 베이징을 방문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한-중 관계를 어떻게 다룰지 관심이 쏠렸습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한-중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 이해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중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습니다. 사업가다운 수완이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이명박 대통령 때가 가잘 ‘쿨’했다고 평가한 일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면까지 해줬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들을 요직에 많이 기용했습니다. 외교·안보 실세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대통령의 조언은 몰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조언은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이런 지혜를 남겼습니다.

“나는 어느 한쪽과의 관계가 강화되면 다른 쪽과의 관계는 악화된다는 식의 제로섬 논리가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에 적용될 필요는 없다고 봤다. 외교는 다양한 분야에 걸친 복합 다중의 관계로 이루어지며, 한국이 필요로 하고 추구하는 한-미 관계와 한-중 관계를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이해하도록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습니까? 탁월하지 않습니까? 물론 이명박 대통령 시기와 지금은 국제 정세가 많이 다릅니다. 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며 동맹국에 동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과거보다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미국과 일본은 ‘좋은 나라’, 북한과 중국과 러시아는 ‘나쁜 나라’로 구분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고방식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한·미·일’-‘북·중·러’ 대결 구도로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것은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도박을 벌이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여러가지 논란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저는 윤 대통령의 애국심을 믿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 뒤에 시급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두가지입니다.

첫째, 악화 일로로 치닫고 있는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둘째, 여야 대표들과의 회담이나 기자회견을 열어 방미 성과를 설명하고 공유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실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2023년 4월 28일 금요일

‘문화재’ 내년 5월부터 ‘국가유산’으로 부른다

 


12월9일은 ‘국가유산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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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왼쪽)과 다보탑.
경북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왼쪽)과 다보탑.

내년 5월부터 ‘문화재’(文化財)라는 용어가 ‘국가유산’(國家遺産)으로 바뀐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내용의 ‘국가유산기본법’ 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제정안에는 1962년 제정된 기존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체제를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하는 근거가 담겼다. 국가유산이란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예술적·학술적 또는 경관적 가치가 큰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을 말한다. 재화를 지칭하는 느낌이 강한 문화재라는 말 대신, 국제적으로 쓰이는 유산(heritage) 개념을 썼다. 이에 따라 앞으로 문화재는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으로 나뉘게 된다.

석굴암과 불국사,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 등 우리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처음으로 등재된 날(1995년 12월 9일)을 기념해 매년 12월 9일을 ‘국가유산의 날’로 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화재청은 국가유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명칭 및 분류체계 개선안을 마련해왔다. ‘문화재청’을 ‘국가유산청’ 등으로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번 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될 예정이다.

2023년 4월 27일 목요일

尹대통령 "허위선동·거짓정보가 민주주의 위협"

 

美의회 연설 키워드는 '자유'…북한 인권·우크라이나 침략 비판

임경구 기자  |  기사입력 2023.04.28. 07:19:15


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4.19 기념사에서도 자유민주주의 위협 요인으로 "허위 선동, 가짜뉴스, 협박과 폭력 선동"을 지목하며 "거짓 선동과 날조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전체주의를 지지하면서도 겉으로는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행세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었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0년 만에 한미동맹 70주년을 되짚어보는 의미로 진행한 미 의회 연설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를 46번 언급하며 이에 대한 위협 세력을 비판하는 데에 초점을 뒀다.

먼저 북한을 지목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불법적 핵 개발과 미사일 도발은 한반도와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확실하게 억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미의 단합된 의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확장억제 조치를 언급하며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 공조와 더불어 한미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 해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문을 열어둘 것"이라면서도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는 또다시 위협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했다.

러시아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규범을 어기고 무력을 사용해 일방적으로 현상을 변경하려는 시도"라고 말해 사실상 러시아를 비판했다. 

연설에서 자유민주주의 연대를 강조한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고 번영을 일구어 온 중심축이었다"며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에서 한미 양국은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신장된 경제적 역량에 걸맞은 책임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며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며 "인태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그만큼 한미동맹이 작동하는 무대 또한 확장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가치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정의롭다. 우리의 동맹은 평화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번영의 동맹이다. 우리의 동맹은 미래를 향해 계속 전진할 것"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성과 따져봐야하는데 지면 가득 채운 尹 ‘아메리칸 파이’ 열창

 

  •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3.04.28 07:55
  •  

  •  수정 2023.04.28 07:58
  •  

  •  댓글 0
  •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미정상회담, 핵협의그룹 놓고 엇갈린 평가

    “사실상 핵공유, 나토에 버금” vs “실리 없어, 최종결정권 여전히 미국”

    구체적 해결방안 없었던 IRA, 반도체법 문제… 언론은 尹 열창에 주목

    ‘한미동맹, 역사적 전환’과 ‘미국 일변도 외교’.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상반된 평가다. 양국이 ‘워싱턴선언’을 발표하며 대북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한 것과 핵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최초의 상설협의체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할 것을 놓고 보수신문은 ‘강철동맹’이라며 긍정적으로 그렸지만, 진보신문은 실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강대강’ 기조로 인한 위기감 고조, 신냉전 등을 우려했다.

    ▲ 28일자 서울신문 2면 사진기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공격은 북한 정권의 종말을 의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정권 종말’을 언급한 것으로 국민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이 1면 톱 제목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했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발언(북한이 넘어선 안될 선, 분명히 알려줘야)을 제목에 사용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경제적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을 괴롭히는 양 축,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이 특별한 해결책 없이 흐지부지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아침신문은 이러한 아쉬움 지적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에 지면을 더 할애해 다뤘다.

    ▲ 28일자 주요 9개 아침신문.

    대통령실 “사실상 핵공유” 경향신문 “실리 없는 화려한 의전뿐”

    28일 아침신문은 여러 면에 걸쳐 정상회담의 결과를 나열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사실상 핵공유”라고 표현한 핵 협력이다. 새로 신설된 핵협의그룹(NCG)은 연 4회 정례 회의로 진행되며 미국이 핵우산 제공 계획을 NCG를 통해 제공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전략핵잠수함(SSBM) 등 전략자산 전개를 확대해 확장억제에 미군이 더 동원될 수 있게 됐다.

    ▲ 조선일보 4면 기사.

    보수신문은 핵 협력 확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3면 <북핵 응징수단으로 ‘핵 포함’ 첫 명문화… 사이버 동맹으로도 확장> 기사에서 NATO와 NCG를 비교하며 “나토에는 150기 이상의 전술핵무기가 실제로 배치돼 있는 반면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차이가 있다”면서도 “나토에 버금가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선언은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 할 만하다”는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尹-바이든 ‘워싱턴 선언’… NCG 상설기구화로 실행 담보해야>에서 “한미의 북핵 대응 결의를 담은 첫 별도 문서인 ‘워싱턴 선언’은 정부가 각별히 공을 들인 성과물”이라며 “한미 NCG도 우선 양국 실무진이 같은 공간에서 상시 논의하는 상설기구화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런 밀도 있는 조율과 빈틈없는 실행에서 북한 핵 도발을 저지할 동맹의 힘이 나온다”고 했다.

    ▲ 한겨레 3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NCG가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실효성을 두고 기대와 의구심이 엇갈린다”며 “(핵전력 사용) 최종결정권이 미국에 있는 상황에서 실제 핵우산이 작동할 것이지 의문은 여전하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인용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핵‧미사일 능력 진전에 몰두하는 북한의 무기 개발을 막는 데 효과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설에서도 한겨레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윤 대통령의 담대하고 원칙 있는 일본과의 외교적 결단에 감사하다’고 특별히 강조한 것도,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강화해 중국에 맞선 동맹 네트워크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며 “북핵 악화와 불확실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북한·중국·러시아와 과도한 갈등을 고조시키고, 그 최전선에 서는 위험을 자초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경향신문은 NCG를 실리 없는 ‘화려한 의전’으로 바라봤다. 1면 <‘핵우산’에 갇힌 한국, ‘실리’ 챙긴 미국> 기사에서 “(이번 회담은) NCG를 명문화하는 데 ‘올인’한 결과물이라는 점이 드러난다”며 “확장억제강화를 위해선 경제적 손실은 물론 중국‧러시아 반발도 감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외교방향이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한국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만들어가려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워싱턴선언의 95% 이상이 확장억제에 할애됐고,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맨 끝에 한 줄 언급됐다. 대화 문을 닫진 않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모든 걸 미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려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노무현 정부 이후 지난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회담까지 15년 이상 한·미 정상회담 때마다 성명에 포함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내용이 처음 빠진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성과 없었던 IRA, 반도체법… 한국일보 “미국, 해결 의지 보이지 않아”

    회담의 경제적 성과에 대해선 보수신문도 아쉬운 평가를 내렸다.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칩스법)에 구체적 결실이 맺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IRA는 그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해 한국 자동차업계에선 ‘골칫거리’로 꼽혔고 반도체과학법 역시 중국 반도체 생산을 제한해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직격탄을 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해당 법들에 대한 구체적 해결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

    ▲ 국민일보 5면 기사.

    국민일보는 5면 <“핵 사용 발언권은 획기적” vs “IRA‧반도체법 성과 없어”> 기사에서 ‘경제안보 분야 뚜렷한 결과 없어’ 부제목을 달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중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이 문제를 건드리기 더욱 어렵게 됐다”며 “게다가 이 법들은 한국뿐 아니라 일본 유럽 등도 다 얽혀 있는 것이어서 한국만 예외로 해주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전문가 발언을 담았다.

    한국일보도 사설에서 “미 반도체법 및 인플레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기업 피해 문제는 구제 방안 없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만 공동성명에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중 관련 질문에 ‘(두 법이) 한국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고 답하며 별다른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다른 경제적 성과도 아쉽다. 윤 대통령 방미를 계기로 현지 기업들로부터 59억 달러(약 8조 원) 투자를 유치했다지만, 모두 이행을 담보할 수 없는 양해각서(MOU) 형식인 데다가 그중 3조여 원은 한국산 콘텐츠 확보가 절실한 넷플릭스의 약정액”이라고 했다.

    尹‘ 아메리칸 열창’과 한 데 묶인 김건희 여사의 활동은

    이날 대다수 아침신문에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아쉬움 평가보단 윤석열 대통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이 지면에 더 크게 실렸다. 조선일보는 5면 기사 <바이든도 내빈도 놀랐다… 尹의 ‘아메리칸 파이’ 열창에 기립박수>에서 “내빈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손뼉을 치다가 노래가 끝나자 기립 박수를 보냈다”며 “당신이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조선일보 5면에는 이외에도 <김건희 여사, 文이 면담 거부했던 웜비어 모친 만나 위로> 기사가 배치됐다.

    ▲ 중앙일보 3면 기사.

    ▲ 중앙일보 6면 기사.

    중앙일보 역시 <“IRA‧반도체법 긴밀 협의 계속” 공동선언에 원론적 언급만 담아> 기사는 4면 하단에 작게 배치했지만 <윤 대통령 ‘강철동맹 위하여’ 건배사… 노래도 열창 기립박수> 기사는 6면 상단에 비교적 크게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바이든 대통령은 활짝 웃으며 윤 대통령 어깨에 손을 얹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기사 말미에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워싱턴 DC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북한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윔비어의 어머니 신디 윔비어를 만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