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2-10-20 05:00
‘복잡한 앱화면’ 한계 뚜렷
서울 마포구에 사는 신아무개(82) 할머니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택시를 탄다. 주로 마포역에서 아들집이 있는 북아현동으로 가는데, 짧은 거리지만 무릎이 좋지 않아 택시를 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3시께 아현동 서울 서부지방법원 근처에서 만난 신씨는 “오늘은 택시가 영 잡히지 않아서 천천히 걸어가보고 있다”고 말하며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신씨는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는 택시호출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에게 부탁해 설치했지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씨가 쓰기에 너무 화면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아들이 가르쳐준 대로 매번 ‘최근 사용내역’에 있는 아들집 주소를 눌렀지만, 택시는 번번이 길 건너편에 도착해 있었다. 화면을 잘못눌러 고급택시인 ‘카카오 블랙’이 예약됐지만 취소할 줄을 몰라 비싼 돈을 내고 탔던 적도 있다. 신씨는 “우리 같은 노인네들은 그냥 손 흔들어서 택시 타는 게 훨씬 편해”라고 말했다.
앱을 조금만 개선해도 노년층의 활용도는 높아진다. ‘시스템 디자인 요소 개선이 시니어의 비대면 서비스 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2020,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안윤아 석사논문)을 보면,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실험에 참여한 대졸 이상 60∼69살 남녀 6명 모두 호출에 어려움을 느꼈다. 그러나 연구진이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출발지와 목적지 등을 순차적으로 입력할 수 있게 바꾸자 ‘무엇을 눌러야 할지 설명이 있어 좋다’는 등의 반응을 내놓으며 서비스 사용 의욕을 드러냈다.
실제 시장에서 적용된 사례도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존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인터페이스를 대폭 개편한 ‘시니어 고객 맞춤형 현금자동입출금기’를 출시했다. 큰 글씨를 사용해 ‘입금’ ‘송금’ 대신 ‘돈 찾기’ ‘돈 보내기’처럼 쉬운 용어를 쓰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화면 식별을 쉽게 바꿨다. 최윤선 신한은행 디지털마케팅부 수석은 “노년층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서 이용할 수 있게 배치한 디자인”이라며 “노년층 고객이 많은 영업점을 중심으로 도입해 현재 전국으로 확대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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