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참가 한미일 군사훈련 지속 의사 피력
바이든 정부의 첫 국가안보전략보고서가 10월 12일 공개되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고서의 개략적인 내용은 소개되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으며, 북한에 대해서는 ‘지속적 외교’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우리 언론에서 주목하지 않는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이 있다.
보고서는 현 시기를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 대결 시대(a era of strategic competition)”로 규정했다. 국제정치에서 전략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전략 무기는 핵무기를 뜻한다. 여기서 전략은 ‘가장 중요한, 가장 파괴력이 있는, 전쟁 승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전략 대결은 ‘미국의 이익에 사활이 걸린 대결, 미국이 총력을 기울여 반드시 이겨야 하는 대결’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이 현 시기를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 대결 시대로 규정했다는 것은 미국 패권이 걸린 사활적 대결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국에게 있어서 러시아와 중국이 동급은 아니다. 대결 상대로서 러시아보다 중국이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이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큰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은 지난 6월 나토 전략개념에서도 확인된 바 있긴 하다. 당시 전략개념은 러시아를 유럽의 안보질서를 해치는 '당면한 위협국'으로, 중국을 규칙기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체제 차원의 도전 국가'라고 명기했다.
그런데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구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으며, 그 질서 구축을 위해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파워를 이용하려는 유일한 경쟁국”이라고 규정했다. 러시아는 봉쇄(containing)의 대상이지만 중국은 대결에서 압도해야(out-competing) 할 대상이다. 봉쇄정책은 냉전 시기 미국의 대소련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었다. 즉 냉전의 목표는 ‘소련 봉쇄’였다. 신냉전은 ‘봉쇄’를 넘어 ‘압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신냉전을 냉전보다 더 치열한 정치군사적 대결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국가안보전략의 핵심목표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동맹국들은 이 대결을 펼치는 데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strategic asset)으로 표현되었다. 경제, 외교, 군사, 기술 등 중국과의 모든 대결에서 동맹국들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지난 5월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촉진하기로 합의하고,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이유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국을 자기 정책 실현을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북한에 대한 언급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확장 억제를 제공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의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언급량이 적다는 것이 대북적대성의 축소나 약화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 확장 억제는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지속적으로 전개하겠다는 뜻이며, 그 전략무기가 참여하는 한미군사연습, 한미일군사연습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미국이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과의 대결을 공식화하는 신냉전 선포의 의미를 가졌다면,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는 특히 중국과의 전략 대결에서 자신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기술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는 총력전 태세로 임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이며,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까지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채택한 것이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동맹을 체결할 수 있는 국가로 인정하는 대만정책법을 제정 중에 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에 입각하면 대만정책법 제정은 기정사실이다. 중국은 최근 20차 당대회에서 '평화적, 비평화적 대만 통일'을 언급했으며, 반도체 등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자립을 강조했다. 미중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며, 신냉전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만큼 세계는 더 위험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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