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일제고사 부활에 경향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 않는다”
포털 탈락 아시아투데이, 조선 하단광고에 이어 경향·국민·아주경제 등에 네이버 비판 광고 게재
정치권이 연일 친일과 반일, 친북 등 서로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언론도 냉전식 진영논리 프레임으로 여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북한이 보름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12발의 미사일을 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안보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사설을 냈고, 한겨레는 ‘조선이 썩어서 망했다’는 발언을 해 식민사관이라고 비판받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사설을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일제고사로 불리는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부활 방침을 공식 밝혔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현재 초6, 중3, 고2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2024년에 초3~고2로 넓히고 원하는 학교나 학급은 모두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제고사 부활이 줄 세우기 경쟁을 통한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네이버를 비판하는 광고를 낸 아시아투데이가 12일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아주경제와 자사 1면 하단에 광고를 냈다. 지난달 16일 포털 콘텐츠 제휴 심사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시아투데이는 2013년 검색제휴에서 퇴출된 직후에도 언론사 광고와 자사 기사로 네이버를 비판했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아시아투데이 네이버 비판 호소문 노림수는]
‘인공기 괜찮냐’ ‘조선은 썩어서 망해’ 색깔론에 식민사관까지
냉전시대에 작동하는 진영논리가 요 며칠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북핵 위협에도 반일만 되뇔 건가”에서 민주당을 향해 “원인 제공자인 북한 도발에 대해 규탄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미일 안보 협력을 ‘친일 프레임’으로 비난하며 정쟁만 키운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군사훈련을 두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서울신문은 사설 “북핵 앞 욱일기 논쟁, 어느나라 정치인인가”에서 “반일 정서로 정치 이득을 얻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이 대표는 소모적 논란을 여기서 접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끝에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인공기는 괜찮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쓴 건 국민 정서를 외면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 위원장 발언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사설 “정진석 망언 사죄하고, 여야 실질적 안보 대책 논의해야”에서 정 위원장 발언을 두고 “야당 대표의 ‘친일 국방’ 문제제기에 맞서기 위한 의도였다 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며 “정 위원장은 자신의 얼빠진 망언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할 안보 문제에 대해 ‘친일’ ‘반일’ 같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이분법적 접근법을 쓰는 것은 실질적 대책 논의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취지의 주장은 다른 매체에서도 나왔다. 실제 대다수 국민이 친일이나 반일, 친북이나 반북 등에서 한쪽 입장만을 취하지 않고 사안별로 판단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서로를 친일이 아니면 친북이란 식의 비난을 쏟아내는 게 국민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북 전술핵 위협 커지는데 친일·친북 싸움만 할 건가”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7차 핵실험까지 할 것이고, 한미일은 높은 수위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한반도는 전례없는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여야는 당장 당리당략적 정쟁을 멈추고 위기 타개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고사 부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실증돼”
윤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단 교육부는 원하는 학교만 참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호응하면서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부산의 경우 관내 모든 학교에 자율평가에 응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강원도는 11월부터 ‘강원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줄세우기 부작용 뻔한데 일제고사 부활하겠다니”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최근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만큼 그 필요성은 커졌지만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부작용이 크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상황을 전했다. 이 신문은 “일선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대비한 모의고사가 성행하고, 일제고사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은 수업시간을 줄였다”며 “시험결과를 교육청이 학교평가에 반영하자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성적을 조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학생 간, 학교 간 줄 세우기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며 “시험을 봐야 학생들이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사교육과 불평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모든 학생이 같은 시험을 친다고 해서 학력 신장이나 진단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사교육에 몰리며 경쟁이 과열될 수도 , 입시에 활용되지 않으니 대충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시아투데이 ‘네이버 비판’, 광고에 이어 자사 보도·사설까지
아시아투데이는 12일 네이버 비판 기사를 여러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동산 매물정보 갑질 혐의 네이버 최수연 첫 공판 연기”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부동산 매물정보 갑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법원이 네이버 측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첫 공판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편 네이버는 이 사건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한 뒤 전관 출신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 변호인으로는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이창재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연수원 부원장, 지청장, 형사부장 등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서 포진해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투데이는 “네이버, 1조대 내부거래…문어발 확장”이란 기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들이 지난해 각각 1조 원대에 이르는 내부거래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 외에도 “네이버 동의의결 부실 이행, 국회 특위서 감시해야”란 기사를 통해 골목상권과 상생협력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네이버를 비판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제도가 네이버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목소리들을 담아 전했다.
아시아투데이는 1면 사설 “‘황제포털’ 네이버가 장악한 언론,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네이버 때문에 뉴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기사 품질이 저하돼 언론 신뢰에 저해된다는 내용을 썼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두고 언론에 대해 민간기업이 등급별 심사를 하는 세계 유일의 기이한 제도라고 했고, 언론이 만든 콘텐츠로 네이버만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고도 비판했다.
한편 이날 경향신문, 동아일보, 아시아투데이 1면 하단에는 이해진 네이버 총수가 “라인 한국기업이라면, 네이버 한국 아닌 외국기업”이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해당 광고에는 지난번 아시아투데이의 네이버 비판 광고 게재 이후 네이버 피해 관련 제보가 쏟아진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민일보와 아주경제 1면 하단에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 ‘네이버 공화국 바로 세우기’ 대국민 운동을 다시 시작합니다”란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해당 광고에는 네이버나 이해진 창업자 관련 억울한 일을 제보받는다는 내용도 있다.
※ 미디어오늘은 여러분의 제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news@mediatoday.co.kr
news@mediatoday.co.kr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