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2년 10월 31일 월요일

전쟁의 불쏘시개로 변질된 한미 군사훈련

 

  • 기자명 김지혜 현장기자
  •  

  •  승인 2022.11.01 09:44
  •  

  •  댓글 0
  •  

    윤석열 정부 들어 한층 강화된 한미연합군사연습

    지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 정도면 실제 전쟁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9월 말 미국의 핵항모가 동해에 전개된 이후 실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전략무기들이 한미 군사훈련에 동원되자, 북은 탄도미사일 발사 및 전술핵운용부대 훈련 등으로 맞대응했다.

    특히 훈련기간 강릉 제13전투비행단 근처에서 아군의 미사일 오폭 사고가 발생해 지역 주민을 긴장시켰고, 서해상에선 상호 포격전까지 벌어지는 등 전쟁에 대한 불안감은 날로 커진다.

    이런 전쟁위기에 기름을 붓는 역대급 공중훈련이 또 진행된다. 5년 만에 재개한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바로 그것이다.

    비질런트 스톰은 핵 투하가 가능한 일본 이와쿠니 미군기지에 주둔하는 F-35B 스텔스를 비롯해 F-15, F-16 전투기, 공중급유기, 정찰기 등을 동원하는 세계 최대 규모 한미 전쟁연습이다.

    무엇보다 ‘연례적, 방어적’이라는 국방부의 설명과는 달리 한반도 전시 상황을 가정해 미리 계획된 북의 전략 표적들을 동시에 타격하는 훈련으로 사실상 선제타격을 염두에 둔 공격 훈련의 성격이 더 강하다.

    2018년엔 대대급 이하 소규모의 한미 공군훈련만 열렸고 2019년부턴 아예 훈련이 시행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연례적이란 표현도 틀렸다.

    특히 전투기 240여 대가 오는 4일까지 96시간 동안 1600여 회나 출격해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군사훈련은 전쟁의 불쏘시개

    을지 프리덤 실드(UFS)에 이어 9월 말 ‘한미일 해상훈련’, ‘2022호국훈련’, 그리고 ‘비질런트 스톰’까지 최근 두 달여 동안 미군 핵 전략자산이 끊이지 않고 한반도에 전개되었다. 이렇게 미군과의 군사훈련이 잦아질수록 전쟁위기는 더 고조돼 왔다.

    무릇 군사훈련의 목적은 전쟁을 막아 평화를 지키는 데 있다. 그런데 훈련을 할수록 전쟁 위험이 가중된다면 그런 훈련이 도대체 왜 필요한가.

    그런데도 미군과의 군사훈련은 연중 쉬지 않고 펼쳐진다. 육해공군과 해병대를 통틀어 진행되는 크고 작은 훈련이 무려 200회(FTX,국외·다자훈련 포함)에 달한다. 이 모든 훈련엔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가진 미군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지사.

    ▲2021년 국정감사 '국방 업무보고' 자료
    ▲2021년 국정감사 '국방 업무보고' 자료

    휴전 상태인 한반도에서 교전 쌍방이던 미국이 고강도 전쟁연습을 계속하는데 북한(조선)이 이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한미 군사훈련이 전쟁의 불쏘시개라고 판단한 남북 정상은 2018년 서로를 적대하는 군사훈련 중단을 약속(9.19합의)한 바 있다.

    물론 이제는 옛이야기가 돼버렸지만, 그래도 군사훈련이 전쟁의 불쏘시개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전쟁의 불쏘시개인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하겠다며 2018년 이래 축소되었던 연합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확대·강화했다.

    급기야 오는 3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선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실행력 제고’라는 미명 아래 미군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적 전개·운용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전쟁의 불쏘시개인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시켜야 전쟁을 막을 수 있다. 전쟁의 불구덩이로 달려드는 윤석열 정부의 위험한 질주를 멈춰 세워야 평화가 온다. 이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미국과의 전쟁동맹을 끊어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평화운동은 그래서 반전·반윤·반미 투쟁에 다름 아니다.

     김지혜 현장기자 najasin1357@gmail.com

    과밀이 일상인 서울…위험은 빽빽이 들어차있다

     등록 :2022-11-01 05:00

    수정 :2022-11-01 08:55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탄 승객들이 차량 안을 메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울 지하철 9호선에 탄 승객들이 차량 안을 메우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9일 밤에 벌어진 이태원 참사 이후 일상생활에서 ‘압사 위험’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인구 950만 도시 서울에서 ‘과밀’은 익숙한 단어였지만, 이젠 언제든 맞닥뜨릴 수 있는 일상 속의 위험이 된 것이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부가 도시 과밀 환경을 분석해 종합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시민 개개인 또한 과밀 환경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유미(가명·31)씨는 “출퇴근 시간 인파로 붐비는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를 타는데, 이태원 사고 소식을 접한 뒤 ‘압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며 “지하철도 엘리베이터처럼 탑승 인원이나 무게 제한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현(가명·30)씨도 아이돌 콘서트에서 숨을 쉬지 못했던 경험을 떠올렸다. 김씨는 “스탠딩 1열에서 관람했는데 가수가 다가올 때마다 뒤에서 관객들이 밀면서 가슴에 압박이 가해지고 숨을 쉬기 어려웠다. 공연 뒤에도 흉통이 계속됐다”고 했다.

    서울 인구가 줄고 있다지만, 여전히 서울은 매우 과밀하다. 국가통계포털을 보면 지난해 기준 서울의 인구수는 950만명, 인구밀도는 1㎢당 1만5699명이다. 두번째로 인구밀도가 높은 부산(4320명/㎢)과 비교해도 4배에 가깝다. 세계 도시 분석 누리집 시티메이어스터티스틱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서울(인천 포함)의 인구 밀도는 세계 6위(인구수 상위 300개 도시 중)다. 1~5위는 인도 뭄바이·콜카타, 파키스탄 카라치, 나이지리아 라고스, 중국 선전이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부근 거리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부근 거리에 시민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과밀 자체보다, 과밀 환경에 익숙해진 것이 더 큰 위험 요소다. 재난 관리 전문가인 줄리엣 카이엠 전 미국 국토안보부 차관보는 30일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시민들이 밀집 환경에 익숙하다는 점을 이태원 참사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서울 사람들은 붐비는 공간에 익숙하기 때문에 위험을 감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붐비는 공간에 너무 익숙해지는 위험’도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 대한 대응 매뉴얼은 미비한 실정이다. 비탈마다 좁은 골목이 놓인 이태원 일원에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은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할 지자체인 용산구는 안전관리계획 자체를 세우지 않았고, 경찰도 질서 유지 등을 담당하는 정복 경찰관은 58명을 배치했을 뿐이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장은 “정부와 국민 모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압사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간 안전 대책도 부실했다”며 “이번 사고로 생긴 학습효과로 정부는 과밀 환경에 대한 대책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황승식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번 사고는 일방통행 등 동선을 관리하고 혼잡 시간대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사전에 계획했었다면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압사 사고로 대규모 참사를 겪은 다른 나라들이 사고 뒤 마련한 대책들을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은 1989년 힐즈버러 경기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철책에 갇힌 관중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축구장의 안전 관리를 위한 축구관중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축구 구단에 관중 입장을 허가하고 통제하는 면허를 주고, 감독기관을 설치해 면허를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입석을 없애고 좌석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메카 성지순례 기간 압사 사고가 반복되자 2016년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성지순례 허용 시간을 제한하고 대사원에 입장할 때는 지피에스(GPS) 칩이 내장된 전자팔찌를 착용하도록 했다.


    일본은 2005년 효고현 아카시 불꽃놀이 압사 사고 이후로 국가공안위원회 규칙과 경비업법을 개정해 경비 업무에 ‘혼잡 경비’ 조항을 추가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도 2014년 새해맞이 행사 때 몰린 인파로 36명이 숨지는 압사 사고가 벌어진 뒤 관광지·공원 등 공공장소군집 안전관리방법에 대한 조례를 만들었다. 관계 기관과 유기적인 정보 공유, 다수 군중이 모였을 경우 현장 관측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과밀 사고를 막기 위해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찬기 인천대 명예교수(도시환경공학부)는 “예측을 제대로 해야 예방과 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태환 용인대 교수(경호학과)도 “일본은 아카시 불꽃축제 사고 이후 행사 주최 쪽이 없어도 크리스마스, 음력설 등 인파가 몰릴 때면 경찰·소방·자치단체가 협업해 자체 안전 계획을 세운다”며 “핼러윈에 인파가 몰리는 것이 올해가 처음도 아닌데, (동선을 분리하는) 분리대 설치나 사고 예방책 등 재난안전 담당 부서의 대비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시민과 기관이 과밀 위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하철이나 공연장에 매우 많은 안전장치가 있지만 사람들이 빨리 가기 위해, 혹은 공연을 더 즐기겠다는 생각에 위험을 무릅쓰는 경우가 있다”며 “제도적 보완도 중요하지만 시민들도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과밀 환경이 주는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서혜미 ham@hani.co.kr

    '이태원 압사 참사' 일본 반응... 정말 착잡합니다

     

    [박철현의 도쿄스캔들] 애도와 책임소재 규명 동시에 진행돼야

    22.11.01 04:51최종 업데이트 22.11.01 08:47










    ▲ 10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핼러윈 인파'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 공간에 시민들이 헌화한 국화꽃과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에서 참담한 사고가 터졌다. 아무 죄 없는 사람들 154명이 이유도 모른 채 압사 당했다. 어떤 이들은 왜 그런 곳에 놀러갔냐며 피해자들의 경솔을 탓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언제나 불시의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그런 소리는 이제 그만 들었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추도와 애도의 시간이니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나중에 하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책임 소재는 사고가 터진 직후부터 줄기차게 추궁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무런 죄 없는 시민들이 놀러 나갔다가 150명 넘게 명을 달리 했는데 누구의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건 아무 것도 하지 말자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고인들에게 대한 애도와 추모를 하면서 동시에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철저하게 따져보고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제대로 된 시스템의 확립과 그 실행을 강제해야 한다.

    일본은 달랐다
     

    ▲ 지난 10월 30일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를 핼러윈 코스튬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도쿄 시부야는 핼러윈의 성지로 유명하다. 핼러윈 데이는 10월 31일이지만 10월 들어서면 핼러윈 분위기가 물씬 풍겨난다. 시부야뿐만이 아니다. 가부키초, 롯본기, 심지어 우에노까지 도쿄의 웬만한 번화가 상점들은 핼러윈 기간을 대목으로 여기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핼러윈을 홍보하기도 한다. 당연히 핼러윈이 다가오면 해당 지자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어느새 '시부할로'(渋ハロ)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해당기간 동안 100만 명이 몰린다는 시부야구의 대응은 눈여겨볼 만하다. 시부야의 핼러윈이 좋지 않은 쪽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2018년에 있었던 '트럭전복사건'이 결정적이었다. 술에 취한 일군의 무리들이 폭도로 변해 노상에 정차돼 있던 1톤 트럭을 전복시키고 다른 취객들과 집단 패싸움을 벌였다. 그 와중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도촬 등도 행해져, 20-30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 영상을 보면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다.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시부야구는 핼러윈 기간과 연말연시에는 노상음주를 금지하는 조례안을 새롭게 제정하고, 경찰과 게이오버스 주식회사 등과 협의해 행동통제에 나서기로 했다. 그 때까지 100여 명이 투입됐던 경찰인력이 2019년부터는 300명 규모로 늘어났고, 폴리스라인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이제는 핼러윈의 명물이 된 'DJ폴리스'의 위력도 간과할 수 없다. 'DJ폴리스'는 2013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당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에 등장한 것으로, 일본축구팀의 승리를 축하하는 서포터들이 길거리에서 폭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 명목으로 도입되었다.

    집회 인솔용으로 개조된 트럭에 확성기를 든 젊은 경찰이 올라가 질서유지를 촉구하던 도중에 "나 역시 일본축구팀의 본선진출이 너무나 기쁘다" 등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한 것이 서포터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다. 시부야 경찰서는 'DJ폴리스'를 2015년, 2016년 핼러윈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DJ폴리스'가 투입되지 않았던 2018년에는 트럭전복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 'DJ폴리스'가 있었다면 폭도화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견해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NHK의 보도(10월 30일자)에 따르면 올해 "도쿄 경시청은 한국 이태원에서 일어난 사고를 접하고 'DJ폴리스'의 배차 대수를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 지난 10월 30일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에서 경찰이 지휘차에 올라 할로윈 인파를 통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각 통신사 기지국과의 협업도 돋보인다. 기지국의 통행량 데이터를 제공받아 과거 동일 시간대에 사람들이 몰리는 곳을 중심으로 폴리스라인과 'DJ폴리스'를 투입시켜 분산을 시키거나 아예 들어가지 못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이 시행하고 있는 혼잡률 개념을 이용한 행동통제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쓰이고 있다.

    원래 이 개념은 대중교통의 혼잡도, 특히 지하철의 혼잡률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핼러윈처럼 길거리 행동통제에도 적용된다. 시부야의 경우를 적용한다면 1평방미터(가로 세로 각 1미터)의 경우 4명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이상이 이미 들어찼다고 판단되면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해당 혼잡지역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을 다른 쪽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시민들의 불평과 불만이 쏟아진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전국구 지명도를 지닌 'DJ폴리스'의 유머러스한 읍소 전략으로 시민들도 순순히 따른다. 이는 'DJ폴리스'가 활약했던 2015년과 2016년 그 효과가 증명됐다.

    그 외에도 시부야구는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하치코 동상과 센터 출입구에 갖가지 주의를 환기시키는 표어 및 간판을 게시한다. 또한 게이오버스 및 도에이버스와 협의해 핼러윈에 인파가 몰리는 지역은 무정차 구간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아예 시부야구가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버츄얼 할러윈'도 실시한다. 휴대폰 통신사인 KDD와 협업해 시부야의 거리를 재현한 '버츄얼 시부야'를 만들어 갖가지 핼러윈 이벤트를, 굳이 현장을 오지 않더라도 방 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부야뿐만 아니라 우에노에서 5년 동안 술집을 운영했던 내 과거를 되돌아보더라도 번화가 지역의 핼러윈 축제에서는 항상 크고 작은 불상사가 일어난다. 사람이 많이 모일 뿐더러(군중심리) 술에 취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컨트롤 할 수 있는 곳이 행정기관이다. 실제로 10월이 되면 우에노의 관할지역인 다이토구와 우에노 경찰서 및 소방서 공무원들이 유흥업소들을 일일이 돌며 주의사항 및 비상연락망을 배부했다. 길거리에는 평소보다 많은 경찰인력이 10월 내내 상주해 있었다. 혹시 모를 트러블이 발생할 경우 신속한 초동대처를 위해서다.

    행정기관과 언론의 존재 이유
     

    ▲ 지난 10월 30일 일본 도쿄의 시부야 거리에서 경찰들이 핼러윈 인파를 관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축제화 된 핼러윈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가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발생할 확률이 높은 불상사를 대비하는 것이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의무이다. 그런 거 하라고 세금을 내는 거다. 그런데 한국의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의 경우, 지자체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미 다년간의 경험으로 인해 이태원은 한국의 핼러윈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당연히 귀찮을 정도로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비를 했어야 한다.

    언론의 책임도 피해갈 수 없다. 먼저 주의 환기(예방)를 등한시 했다. 이번 칼럼을 쓰면서 NHK,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을 검색해보니 핼러윈 데이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기사꼭지들이 오백여건 이상 검색됐다. 사후 분석 역시 마찬가지다.

    10월 30일 하루 종일 일본의 뉴스정보프로그램은 이태원 사고를 다루었다. 사고가 발생한 해밀턴 호텔 옆 골목 경사와 좁은 도로 폭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행동/이동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한국 언론이 사망자 수를 실시간으로 카운팅하며 자극적인 SNS의 사진, 현장 경험자들의 감정적 인터뷰를 올리고 있을 때 일본 언론이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방지를 당부하며, 나아가 사망자들을 추도하는 모습을 보는 내 심정이 얼마나 아이러니했는지 모른다.

    나아가 해당 지자체 행정기관과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에 있는 장관의 언행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번 사고를 불가항력에 의한 천재지변 급으로 여기는 듯한 태도는 자신이 책임을 지지도, 질 이유도 없다는 소리가 아닌가. 사람이 그렇게나 많이 죽었는데, 아무도 책임을 못 진다면 행정기관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것인가.

    주최 측이 없었기 때문에 불가항력이란 말도 어불성설이다. 용산구청의 회의자료 등에 따르면 10만 정도가 모일 것이라 이미 예상했다. 이 말은 곧 예상을 하긴 했는데 대비는 소홀히 했다는 뜻이다. 태풍 등의 천재지변이 올 것이 예상되면 대비하면서, 주최 측이 없는 무질서한 상황과 10만에 달하는 인파가 모일 것이라 예상해놓고 대비를 소홀히 했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애도를 할 시간이라면서 그 외의 다른 의견들을 정치적 공방으로 몰아가는 행태 또한 이해되지 않는다. 둘 중 하나만 해야 하나?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원인과 책임 소재를 철저하게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현재 가장 가슴 아파할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길이 아닐까?

    고인이 된 분들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북 외무성, 한미연합 '버질런트 스톰'에 '강화된 대응조치' 경고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1.01 09:48
  •  

  •  수정 2022.11.01 09:49
  •  

  •  댓글 0
  •  
    버질런트 스톰에 참가하기 위해 군산기지에 도착한 F-35 스텔스 전투기 [사진출처-미공군 홈페이지]
    버질런트 스톰에 참가하기 위해 군산기지에 도착한 F-35 스텔스 전투기 [사진출처-미공군 홈페이지]

    북한은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이 시작된 지난 31일 '강화된 대응조치'를 경고하며 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북한 외무성은 10월 31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과 남조선의 지속적인 무모한 군사적 움직임으로 하여 조선반도와 주변지역 정세는 또다시 엄중한 강대강 대결국면에 들어섰다"며, 이날부터 시작된 비질런트 스톰을 계속 강행할 경우 초래되는 모든 결과는 미국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이 전문 공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주권국가의 《정권종말》을 핵전략의 주요목표로 삼고있는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무력사용을 기도하는 경우 자기도 대등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또 "우리(북)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자주권과 인민의 안전, 령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들을 이행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미국이 계속 엄중한 군사적 도발을 가해오는 경우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고려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기의 안보리익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 엄중한 사태의 발생을 바라지 않는다면 무익무효의 전쟁연습소동을 당장 걷어치워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앞으로 초래되는 모든 후과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지난 10월 17일부터 28일까지 남조선 전역에서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인 《호국》연습이 진행된 데 이어 불과 며칠만에 또 다시 력대 최대 규모의 미국남조선 련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었다"고 하면서, 버질런트 스톰에 대해서는 "일본에 기지를 둔 《F-35B》스텔스전투기들을 포함하여 수백여대의 각종 전투기들이 동원되는 이번 훈련은 조선반도 유사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데 기본목적을 둔 침략형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했다.

    또 "지난 4월 《련합지휘소훈련》으로 본격화된 미국남조선 합동군사연습이 8월에는 《을지 프리덤 쉴드》대규모 야외기동훈련으로, 9월과 10월에는 핵항공모함타격집단이 동원된 대규모 련합해상훈련과 사상 최대규모의 련합공중훈련으로 확대된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미국의 핵전쟁각본이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긴장감을 표시했다.

    한미 당국이 북의 군사적 대응으로 인해 정세 긴장이 야기된다고 비난하는 것은 '언어도단이고 적반하장'이라며 맞받아쳤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집중통로’와 ‘불침번 폭풍’

     

    [개벽예감 514] ‘집중통로’와 ‘불침번 폭풍’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10/31 [13:34]

    <차례>

    1. 미국 육군성이 발표한 변경조치

    2. 미국 국방부의 음흉한 꿍꿍이속

    3. ‘집중통로’는 ‘집중포로’로 끝나게 될 것이다

    4. ‘작전계획 5015’ 수정작업과 ‘불침번 폭풍’

     

     

    1. 미국 육군성이 발표한 변경조치 

     

    2022년 6월 30일 미국 육군성(United States Department of the Army)은 중대한 변경조치를 발표했다. 2015년 이후 지금까지 주한미국군기지에 9개월 주기로 계속 순환배치하던 기갑려단을 철수하고, 2022년 가을부터 스트라이커려단을 9개월 주기로 순환배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런 변경조치에 따라 2022년 10월 8일 제2스트라이커려단 전투단(2nd Stryker Brigade Combat Team)에 배속된 경장갑차들이 경기도 평택항에 도착, 하역되었다. 

     

    제2스트라이커려단 전투단은 제1기갑려단 전투단(1st Armored Brigade Combat Team)을 대체하여 평택미국군기지(Camp Humphreys)에 배치된다. 이번에 9개월 순환배치임무를 마친 제1기갑려단 전투단은 미국 본토로 돌아가 본대로 복귀한다.  

     

    이번에 평택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되는 제2스트라이커려단은 미국 본토 서북단 워싱턴주에 있는 루이스-맥코드 통합기지(Joint Base Lewis-McChord)에 주둔하는 제2보병사단 산하 부대이고, 미국 본토로 복귀하는 제1기갑려단은 미국 서남부 텍사스주에 있는 포드 블리스(Fort Bliss) 육군기지에 주둔하는 제1기갑사단 산하 부대다. 

     

    일반적으로 미국 육군 여단에는 4,420명의 전투병력이 배속되는데, 기갑려단은 전차, 보병전투차량, 자주포로 중무장한 전투부대이고, 스트라이커려단은 전차를 제외하고 경장갑차와 자주포로 경무장한 전투부대다. 기갑려단의 무장 상태와 스트라이커려단의 무장 상태가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 육군 기갑려단 

    2개 기갑대대 (2개 전차중대, 1개 기계화보병중대)

    1개 기계화보병대대 (1개 전차중대, 2개 기계화보병중대)

    1개 기병중대 (1개 전차중대, 3개 수색대)

    1개 포병대대 (3개 155mm 자주포중대)

    1개 공병대대 (2개 공병중대, 1개 정찰대, 1개 통신대)

    1개 지원대대 

     

    미국 육군 스트라이커려단

    3개 보병대대 (3개 보병중대, 1개 수색대)

    1개 기병대대 (2개 장갑차중대, 1개 수색대)

    1개 포병대대 (2개 105mm 자주포중대, 1개 155mm 자주포중대)

    1개 공병대대 (2개 공병중대, 1개 정찰대, 1개 통신대)

    1개 지원대대 

     

     

    주목되는 것은, 미국 국방부가 중무장한 기갑려단을 철수하는 대신 경무장한 스트라이커려단을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한다는 사실이다. 2003년부터 2017년까지 기간에 미국 국방부는 한미련합군 북침 전쟁연습에 스트라이커려단 산하 전투부대 일부를 일시적으로 참가시킨 적은 있지만, 스트라이커려단 전체를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한 적은 없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에 스트라이커려단을 사상 처음으로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했으며, 그로써 주한미국군기지는 아시아 각지에 산재하는 미국군기지들 중에서 스트라이커려단이 유일하게 배치된 군사기지로 전변되었다. 이런 전변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스트라이커려단의 특징은 경무장과 신속기동이다. 출동 명령을 받은 스트라이커려단은 스트라이커라고 불리는 4축8륜 경장갑차를 C-130 허큘리스 수송기에 싣고 나흘 만에 전선에 출동할 수 있다. 신속기동부대가 경량화된 무장 장비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라크전쟁 경험과 아프가니스탄전쟁 경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경무장한 스트라이커려단은 시가전, 대테러전, 수색전 같은 저강도 작전(counterinsurgency operation)에 참가할 수 있지만, 전투기와 공격헬기, 미사일과 방사포, 전차와 대구경 야포 같은 강력한 타격전이 벌어지는 대화력전에는 머리를 내밀지 못한다. 만일 경무장한 스트라이커려단이 중무장한 기동군단과 맞붙으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할 것이다.

     

    2. 미국 국방부의 음흉한 꿍꿍이속

     

    누구나 감지하는 것처럼, 2022년 10월 현재 우리나라 군사 상황은 전쟁위험에 처했다. 이처럼 엄중한 군사 상황에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나면,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전투기, 습격기, 공격헬기, 전차, 장갑차, 미사일, 방사포, 대구경 야포 같은 강력한 무장장비들을 대거 동원하는 대화력전으로 한미련합군 방어선을 돌파하고 고속으로 남진할 것이며, 특수작전군은 후방 각지에 침투하여 기습작전과 포위 작전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쐐기전법, 입체전법, 측면돌파전법, 고속기동전법, 전후방동시공격전법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이런 전쟁씨나리오를 예상하면, 미국 국방부는 조선인민군 전선대련합부대들의 대화력전과 고속기동전을 저지하고 특수작전군의 후방공격전을 저지하기 위해 중무장한 기갑려단을 주한미국군기지에 더 증강 배치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된 중무장한 기갑려단을 철수하는 대신 경무장한 스트라이커려단을 순환배치했다.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일촉즉발 전쟁위험이 조성된 상황에서, 미국 국방부가 중무장한 기갑려단을 철수하고 경무장한 스트라이커려단을 배치한 꿍꿍이속은 무엇일까? 

     

    미국 국방부는 자기의 음흉한 꿍꿍이속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기갑려단을 철수하고 스트라이커려단을 배치한 꿍꿍이속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지만, 다행히 남측 언론보도가 저들의 꿍꿍이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윤석열 정부 소식통들의 발언을 인용한 2022년 10월 26일 <중앙일보> 보도에 의하면, 미국 육군성은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하는 전투부대를 기갑려단에서 스트라이커려단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하기 이전에, 다시 말해서 2022년 6월 30일 이전에 기갑려단을 스트라이커려단으로 교체하는 이유를 남측 국방부에 귀띔해주었다고 한다. 미국 육군성이 남측 국방부에 귀띔해준 바에 의하면, 주한미국군기지에 배치된 스트라이커려단은 전시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작전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1) 북측 후방에 침투하여 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WMD)를 제거하는 작전   

     

    2) 미국군 증원부대들이 전선에 시차별로 대거 투입되는 전시증원(RSOI) 

     

    3)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 민간인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소개작전(NEO) 

     

    미국 육군성은 기갑려단을 스트라이커려단으로 대체하는 목적을 남측 국방부에 정식으로 통보해준 것이 아니라, 아리송한 어법으로 귀띔해준 것이다. 그래서 위에 열거한 세 가지 내용을 읽어보면, 기갑려단을 스트라이커려단으로 대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기 힘들다. 위에 열거한 내용을 분석적으로 고찰하여야 기갑려단이 스트라이커려단으로 대체되는 이유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북측 후방에 침투하여 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것은 북침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15’의 핵심 내용인데, 후방 침투 작전에 동원되는 전투부대는 스트라이커려단이 아니라 공수특전단(특수작전부대)이다. 스트라이커려단과 공수특전단은 모두 미국 육군 산하 전투부대들인데, 후방 침투 능력을 갖지 못한 스트라이커려단은 북측 후방에 침투하지도 못하고 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를 제거하지도 못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육군성이 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를 제거하는 후방 침투 작전에 스트라이커려단을 투입할 것처럼 남측 국방부에 귀띔해준 것은 사실 왜곡이다.

     

    둘째, 전선에 시차별로 대거 투입되는 전시증원(RSOI)에는 미국군 증원부대들이 동원된다. 미국 국방부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해마다 감행해온 전시증원연습(북침전쟁연습)에 스트라이커려단도 참가했었지만, 전시증원연습에 참가한 주력부대는 스트라이커려단이 아니라 육군 기갑사단, 해군 항모전투단, 해병대 원정군이었다. 한미련합군의 전시증원연습은 조선인민군이 핵무력을 완성한 것으로 하여 근본적으로 변화된 군사정세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시증원을 기본으로 하는 ‘작전계획 5027’은 ‘작전계획 5015’로 대체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미국 육군성이 스트라이커려단을 전시증원에 투입할 것처럼 남측 국방부에 귀띔해준 것은 사실 왜곡이다.

     

    위에 서술한 두 가지 내용을 이해하면, 이번에 미국 국방부가 기갑려단 순환배치를 스트라이커려단 순환배치로 변경한 이유가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소개작전에 스트라이커려단을 동원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 ‘집중통로’는 ‘집중포로’로 끝나게 될 것이다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 소개작전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2018년 4월 18일 미국 언론매체 <월스트릿저널>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 23만 명을 전시에 긴급히 대피시키는 ‘집중통로(Focused Passage)’라는 작전명의 비전투원 소개작전을 해마다 정기적으로 연습해왔다고 한다. 23만 명을 대피시키는 대규모 연습이 아니라, 200~200명을 대피시키는 축소된 연습이었다. 

     

    2018년 4월 9일 <문화일보> 보도에 의하면,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 23만 명 중에서 1순위 대피자들은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정부 관리들, 주한미국군 배우자 및 직계가족, 군무원들인데, 이들은 약 37,000명이라고 한다. 1순위 대피자들은 평택미국군기지에 집결하여 공군 수송기를 타고 미국 본토로 직행한다. 2순위 대피자들은 남측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들이고, 3순위 대피자들은 미국 국적자의 직계가족이다. 전시에 2순위 대피자들과 3순위 대피자들은 평택미국군기지에 집결하고, 거기서 C-130 수송기를 타고 일본 도꾜 인근에 있는 요꼬다공군기지나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인근에 있는 엘먼도프-리처드슨 통합기지로 후송된 뒤, 거기서 다시 C-5M 전략수송기나 C-17 전략수송기로 옮겨 타고 미국 본토로 후송된다. 

     

    그런데 비전투원 소개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에 체류하는 약 15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국 국적자들이 전시상황에서 어떻게 서울을 탈출하여 평택미국군기지로 집결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미국이 2021년 8월 15일부터 8월 30일까지 겪었던 아프가니스탄전쟁 패전 경험을 보면, 미국군은 아프가니스탄 카불공항에서 미국 국적자 약 6,000명을 미국 공군 수송기에 태워 미국 본토로 대피시켰음을 알 수 있다. 당시 미국은 미국 국적자 이외에 아프가니스탄 피란민도 함께 대피시켰는데, 미국이 대피시킨 총인원은 약 57,000명이었다. 

     

    대피훈련을 전혀 받지 못한 57,000명을 대피시켰으니 오죽 혼란스러웠을까. 2021년 9월 3일 <뉴욕타임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실행한 비전투원 대피 작전은 “대혼란”이었다고 한다. 탈레반 전투원들이 카불공항을 포위, 공격했기 때문에 비전투원 대피 작전이 대혼란에 빠진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대피하려는 미국 국적자들과 아프가니스탄 피란민이 한꺼번에 카불공항으로 몰려들어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아비규환에 빠진 것이다.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대혼란을 경험한 미국 국방부는 서울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들이 대혼란에 빠지지 않고 해외로 대피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투원 소개작전을 준비할 필요를 느꼈고, 그런 필요에 따라 스트라이커려단을 평택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평택미국군기지에 배치되는 스트라이커려단은 비전투원 소개작전에 동원될 전투부대인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전시상황 중에 서울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 약 15만 명을 해외로 대피시키기 위한 소개작전을 준비하기 위해 평택미국군기지에 스트라이커려단을 순환배치한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1) 미국 국방부가 남측에서 비전투원 소개작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전쟁이 임박하였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다시 말해서, ‘남조선해방전쟁’ 준비를 완료한 조선인민군이 임의의 시각에 총공격을 개시할 것으로 우려한 미국 국방부는 ‘남조선해방전쟁’에 대처하기 위한 비전투원 소개작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2) 예상되는 전쟁 씨나리오에 의하면, 전시에 대화력전으로 한미련합군 방어선을 돌파한 조선인민군 기동군단들은 서울을 완전히 포위할 것이고, 고강도 전투훈련으로 단련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은 서울로 진입하여 전략거점들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 국적자 약 15만 명이 아비규환에 빠진 서울을 탈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따라서 그들은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전투원들에게 전원 생포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 특수작전군 전투원들은 서울에 체류하는 미국 국적자 약 15만 명을 생포할 때 사용하기 위해 “손 들엇” 같은 간단한 영어회화문장 100개를 암기했다. 더욱이 전시에 조선인민군 기동군단들과 특수작전군은 평택미국군기지와 오산미공군기지도 포위할 것이므로, 미국 공군 수송기들이 미국 국적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그 기지들에서 이착륙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런 긴박한 상황을 예상하면, 미국 국방부가 스트라이커려단을 배치하면서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비전투원 소개작전 ‘집중통로’는 ‘집중포로’로 끝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4. ‘작전계획 5015’ 수정작업과 ‘불침번 폭풍’

       

    비전투원 소개작전은 한미련합군 북침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15’의 일부이므로, 비전투원 소개작전과 ‘작전계획 5015’를 서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2022년 10월 현재 미국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 작전국은 ‘작전계획 5015’를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인데, 그들은 전술핵타격개념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전계획 5015’를 수정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보는 까닭은 최근 미국 국방부가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한다는 말을 자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말하는 확장억제 실행력이라는 개념은 전시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뜻이므로, 전술핵타격개념을 추가하는 식으로 ‘작전계획 5015’가 수정될 것으로 예견할 수 있다. 

     

    2022년 9월 8일 조선에서는 전시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천명한 핵무력정책법을 채택하였다. 핵무력정책법 채택은 전시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확장억제 실행력이라는 개념을 공식화하고, 그 개념을 북침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15’에 보충하는 미국의 새로운 핵공격전략에 맞서는 대응핵전략의 법적 조치다. 

     

    비전투원 소개작전과 전술핵타격작전이 확장억제전략 안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었기 때문에 미국은 비전투원 소개작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동시에 전술핵타격작전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전술핵타격작전에 관한 중요한 정보는 미국 국방부가 최근에 발표한 ‘2022 핵태세검토(Nuclear Posture Review)’라는 문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10월 27일 미국국방부는 ‘2022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2022 핵태세검토’, ‘2022 미사일방어검토(Missile Defense Review)’를 한꺼번에 발표했는데, 그중에서 이 글의 논제에 직결되는 것은 ‘2022 핵태세검토’라는 문서다. ‘2022 핵태세검토’에서 주목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올해 수정 보충한 핵무력정책을 서술한 내용이다. 핵무력에 관한 정보는 최고 국가기밀이어서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2022 핵태세검토’에 들어있는 중요한 정보는 모호한 표현으로 서술되었고,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 사항에 한정되었다.    

     

    하지만 ‘2022 핵태세검토’를 분석적으로 고찰하면, 모호한 표현 속에 은폐된 중요한 정보를 읽을 수 있다. 그 문서에 서술된 다음과 같은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 미국의 핵무력은 적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국의 재래식 공격도 억제한다. 다시 말해서, 적국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미국은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한 목적이 적국을 핵무기로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적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른바 단일목적핵정책(sole-purpose nuclear policy)이 폐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그것은 적국으로부터 핵공격을 받기 전에는 적국을 핵무기로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선제핵타격배제정책(no-first-use nuclear policy)도 폐기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국이 전시에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확정된 것이다. 

     

    2) 적국이 재래식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전술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를 동시에 사용한다(synchronize)는 뜻이다. 이것은 미국이 파괴력과 정밀타격 능력이 향상된 신형 다량살상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전술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새로운 전쟁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지금 미국 인디아양-태평양사령부 작전국이 수정하고 있는 북침 전쟁계획인 ‘작전계획 5015’는 전술핵무기와 다량살상무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내용으로 수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023년 봄에 실전배치하려고 하였던 B61-12 전술핵폭탄을 2022년 12월로 앞당겨 실전배치하기로 하였다. 미국은 전술핵타격준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B61-12 전술핵폭탄은 F-35 스텔스전투기에 장착되는 핵무기다. 

     

    미국은 2022년 10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남측 전역에서 한미련합공군북침연습인 ‘불침번 폭풍(Vigilant Storm)’을 실시하는데, 여기에는 남측 공군 소속 F-35 스텔스전투기와 주일미국군 소속 F-35 스텔스전투기가 대거 동원된다. 

     

    미국이 F-35 스텔스전투기에 장착되는 B61-12 전술핵폭탄을 2022년 12월에 실전배치하고, ‘불침번 폭풍’이라는 작전 명칭을 내걸고 전술핵폭탄을 사용하는 공중핵타격을 본격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악화일로에 있는 군사 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키는 핵제국의 광란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조선은 전술핵타격 야욕에 사로잡힌 핵제국의 광란을 절대 방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촉즉발 전쟁위험은 문학적 표현이 아니라 현실이다.


    2022년 10월 30일 일요일

    [이투데이 말투데이] 마이동풍(馬耳東風)/70의 법칙 (10월31일)

     



    입력 2022-10-31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