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없이 언론보도 재탕하며 ‘윤석열 몰아가기’ 급급한 자유한국당
남소연 기자 nsy@vop.co.kr
발행 2019-07-08 19:05:37
수정 2019-07-08 20: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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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청문회에서는 언론에서 보도한 몇 가지 사실을 짜깁기해 '이런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성 질의까지 쏟아졌다. 여당에서는 "이런 질문들도 청문회감이냐"는 반발이 터져 나왔고, 청문위원들의 질문을 비교적 차분히 듣고 있던 윤 후보자는 헛웃음을 보였다.
또 아니면 말고 식?
언론 보도 재탕에 그친 한국당 질의
언론 보도 재탕에 그친 한국당 질의
윤 후보자를 겨눈 자유한국당의 칼은 생각보다 무뎠다. 오전 시간 내내 자료 제출 요구와 증인 출석 여부 등을 놓고 1시간여 동안 핏대를 세우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본격적인 질의가 시작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언론 보도를 재탕한 수준의 질문들만 쏟아냈고, 후보자의 해명이 이어지면 그마저도 가로막았다. 증인 신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물어야 할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여당 의원들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 일부 여야 의원들만 집요하게 묻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과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에 윤 후보자가 개입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해당 의혹은 윤 후보자 청문회 쟁점 중 하나였지만, 윤 후보자와 윤 전 서장의 개인적인 친분 외에 구체적인 근거는 없었다.
특히 주 의원은 지난 2012년 12월 10일 자 주간동아 보도 내용을 인용하며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과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제가 2010년에 중수2과장으로 온 이후로는 골프를 거의 치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 그 전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2010년 중수부에 근무한 이후에는 골프를 거의 치지 않았다고 표현했는데 그렇다고 안 친 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윤 후보자는 "제가 중수2과장을 가면서 (골프) 채를 다 후배들을 주고 골프채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 과정에서 윤 후보자는 답변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주 의원은 "그건 나중에 또다시 질의하겠다"고 답변을 막았다.
또한 주 의원은 "윤 전 서장과 함께 후배 검사들을 데리고 가서 용산에 있는 캐피탈호텔 일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고급 양주를 함께 마신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윤 후보자는 "제가 1년에 한두 번 윤 전 서장을 만나서 식사한 건 맞다. 그리고 캐피탈호텔 일식당도 제가 점심시간에 가본 기억이 난다"며 "그런데 거기에서 무슨 고급 양주를 먹고 (이런 사실은 없다). 저는 원래 양주를 잘 안 먹는다. 거기서 무슨 고급 양주를 먹고 저녁 식사를 과하게 한 기억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김진태의 '황당' 질문
6월에 고발당한 양정철,
올초에 왜 만났냐?
6월에 고발당한 양정철,
올초에 왜 만났냐?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의 질의는 청문회를 지켜본 이들을 실소하게 했다. 김 의원은 청문회 당일 오전 윤 후보자가 지난 4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회동했다는 취지의 한국일보 보도를 인용하면서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느냐, 후보자한테 검찰총장 시켜준다고 그러던가"라며 비아냥거렸다.
답변에 나선 윤 후보자는 "일행들도 많고, 얘기할 입장도 아니다"라며 "그건 너무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대통령의 복심을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냐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묻는데 피식피식 웃으면서 아무 얘기한 게 없으면 뭐하러 만났나"라며 "아마 이런 얘기를 했을 거다. 이게 불과 몇 달 전이니까 이런저런 사건을 잘 좀 처리해달라는 얘기를 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이어지는 질문에서 더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김 의원은 갑자기 "금년 6월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우리 당에서 양 원장을 고발한 사실은 알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이 회동한 건 올해 초인데, 그로부터 수개월 뒤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걸 몰랐느냐는 취지의 질문이다.
김 의원의 질문에 황당해하던 윤 후보자는 "금년 6월에요?"라고 반문하며 "그건 (양 원장과 만난 건 자유한국당의 고발) 그 전"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그럼 피의자가 될 사람을 몇 달 전에 만나서 대화를 한 게 적절한 거냐"고 따져 물었다. 몇 개월 뒤에 자당으로부터 고발당할 인사를 왜 만났느냐는 것이다. 윤 후보자는 "제가 나중에 고발이 들어올지는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 역시 같은 한국일보 보도를 언급하며 윤 후보자와 양 원장의 회동이 총선을 위한 기획성 회동이 아니냐는 추측성 질의를 했다. 당연히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윤 후보자도 바쁘고 양 원장도 굉장히 바쁜 분인데 한가롭게 그냥 만났다는 말씀을 했다"며 "그런데 우리가 볼 때는 어떻게 바쁜 분들이 그냥 만날 수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 원장은 얼마 전에 서훈 국정원장을 만났다"며 "한쪽은 북풍을 이용해 내년 총선을 쓰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서슬 퍼런 검찰의 칼날을 이용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정으로 몰아넣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고 추궁했다.
자유한국당의 황당 질문이 이어지자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직무에 대한 인사청문회인데 직무 능력, 도덕성과 관련해 문제가 되는 단서가 없다"며 "만나서 밥을 먹은 게 질문거리가 되거나 의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중앙지검장이 여든, 야든 만나서 밥 먹는 게 청문회감이냐. 너무 답답하다"며 "윤 전 서장에 대한 사건도 자료를 10번이나 봤지만, 그냥 윤 후보자와 아는 사이라는 것 말고는 근거도 없다"고 꼬집었다.
'황교안 변호사' 자처한 한국당 의원들
'황교안 의혹' 불거질 때마다 발끈
'황교안 의혹' 불거질 때마다 발끈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때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등을 역임했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는 대목에서다. 여당 쪽에서 황 대표와 연루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자유한국당 간사부터 시작해 법사위원장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사실상 황 대표의 '변호사 역할'을 자처하는 모습이었다.
청문회 도중 여당 일각에서는 윤 전 서장의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석연치 않다면, 당시 법무부 장관인 황 대표에게 따져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갑자기 끼어들어 "오늘 청문회와 특별한 관련이 없어 보이는데, 계속해서 야당 대표가 거론되고 있다"고 반발했다.
청문회를 원만히 운영해야 할 상임위원장이 일부 청문위원의 질문에 대해 평가하는 듯한 질의를 쏟아내자 여당 의원들이 일제히 항의에 나섰다.
여 위원장은 고함을 치며 "가만히 계시라"라며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물어보는 거 아니냐. 국민들이 의문을 가질 만한 사안을 제가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도 의사진행 발언을 자청해 "왜 야당 대표를 여기에 불러야 하느냐"라고 발끈했다.
공안검사 출신으로 황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점식 의원은 자신에게 주어진 질의 시간을 모두 황 대표를 두둔하는 데 사용했다.
정 의원은 '삼성 X파일 사건'에 황 대표도 연루돼 있다는 취지의 질문이 나오자 "오늘 이 청문회가 윤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인지, 황 대표에 대한 청문회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 의원은 "황 대표가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하는 듯한 취지의 말씀을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두 차례 걸쳐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부분"이라며 긴 시간을 할애해 당시 법원 판결을 설명했다. 또한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외압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법무부 장관의 외압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황 대표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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