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 2019. 07.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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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홍릉 연지 뒤덮은 수련, 원앙에겐 풍부한 먹이터이자 은신처
» 수련 사이에서 헤엄치는 원앙 새끼.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조선 왕릉은 역사적인 사실도 많이 간직하고 있지만, 생태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9년 전 김포 장릉 연못에서 원앙과의 만남이 조선 왕릉에 대한 생태적 접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7월 4일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홍릉 연지에서 원앙이 새끼를 데리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련 꽃이 피는 연못에서 원앙 가족이 놀고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이른 아침 홍릉으로 달려갔다.
» 홍릉 전경.
» 홍릉 연지가 수련으로 뒤덮여 있다.
홍릉은 조선 제26대 고종과 명성왕후의 능이다. 홍릉 연지는 고종황제가 홍릉을 새로 조성할 때 작은 연못을 연지로 크게 확장하여 공사한 것으로, 일반적인 조선왕릉의 네모난 연지가 아닌 원형 연지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 수련이 있는 연지엔 원앙 새끼가 자라는데 필요한 먹이가 풍부하다.
연지에 수련이 가득하다. 원앙 새끼들이 수련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수련 잎이 흔들릴 때 찬찬히 살펴보면 원앙을 찾을 수 있다. 어미를 따라다니는 새끼 네 마리가 보인다. 태어난 지 일주일은 넘은 것 같다. 어미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법 씩씩하게 수련 위를 비집고 걸어 다닌다.
새끼는 본능적으로 먹을거리를 찾을 줄 안다. 작은 곤충을 사냥하고 수련 잎을 뜯어먹기도 한다. 생잎은 먹지 않는다. 노랗게 시든 잎이 얇아서 억세지 않고 검은 갈색으로 물러져 부드럽다. 뜯어먹기에 제격이다. 아마도 숙성된 김치 같을지 모른다.
» 누렇게 무른 수련 잎을 뜯어먹는다. 본능적으로 먹을거리를 잘 알고 있다.
» 수련 잎을 따기 위해 원앙 새끼가 잎을 세차게 흔들었다.
» 수련 잎이 떨어졌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된다.
원앙은 새끼가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미가 땅으로 날아가 새끼 원앙들을 구슬려 어렵게 둥지 위에서 뛰어내리게 한다. 원앙 새끼들은 아주 높은 곳에서 나무 밖으로 뛰어내린 뒤 어미를 따라 근처 물가로 간다.
원앙 새끼의 바깥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홍릉 연지는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원앙 새끼가 날아오를 수 있을 때까지 지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원앙 가족은 이곳을 선택했다.
» 앞서가는 원앙 새끼를 뒤따라 가는 어미.
» 어미 곁에서 먹이를 찾는 원앙 새끼.
원앙새끼들은 털이 젖어 체온이 내려가면 연지 석축 위로 올라와 솜털을 말리며 휴식한다. 그리곤 다시 내려가 수련 위를 걷거나 물 위에서 수영하며 사냥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약 2시간마다 휴식을 취해 체온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다니는 길목이 정해져 있고, 이동 동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린 원앙이지만 본능이 시키는 대로 어김없이 행동한다. 새로운 모험은 위협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목욕하는 어린 원앙, 무더운 날씨다.
» 어미 원앙도 마찬가지다.
» 어미 원앙과 함께 깃털을 손질하려고 새끼들도 석축위에 올라 휴식한다.
목욕탕을 비롯해 깃털을 말리고 쉬는 자리, 잠자리, 연못을 둘러싼 석축엔 감쪽같이 숨을 수 있는 피난처 공간도 마련 되어있다. 물에서 살지만 목욕을 하며 깃털을 고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솜털이 많은 어린 원앙도 어미가 가르쳐준 대로 솜털을 고르고 다듬는다.
젖은 솜털의 방수성을 높이기 위해 고르고 털을 보송보송하게 말린다. 원앙의 일상이 대충대충인 줄 알았는데 철저한 계획과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최대한 이용하는 꼼꼼하고 빈틈없는 전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어린 원앙 앞가슴 솜털이 몸에 달라붙었다. 방수효과가 떨어졌다.
» 재빨리 수련잎 위로 올라와 물기를 털고 말리는 어린 원앙. 아직은 몸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다.
잠 수(睡)에 연꽃 연(蓮)을 쓰는 수련은 아침 9시경이면 꽃봉오리가 활짝 피지만 오후 3시가 되면 꽃잎이 오므라든다. 잠자는 연이기 때문에 수련이라 불린다. 수련은 원앙 가족에게 먹이와 숨을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한다.
물론 수련 잎은 연지 전체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징검다리 구실도 한다. 이미 연지는 원앙 차지다. 어린 원앙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니 원앙새끼가 연지 밖으로 날아 나갈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할 심산이다.
» 수련 꽃에 달라붙은 곤충을 사냥하는 어린 원앙.
» 수련 잎을 타고 이동하는 원앙 형제.
원앙 어미와 새끼들은 사람들이 해코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마음대로 놀고 있다.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도 여유롭다. 연못은 원앙의 육아장소로 완벽하지만 천적은 야행성 맹금류다. 7월 5일 전날처럼 별다른 일 없이 원앙 가족이 잘 놀고 있다.
주변에선 청설모가 이리저리 나무 위를 오르내린다. 별안간 청설모 한 마리가 연못가 석축을 타고 거꾸로 서서 수면을 내려다본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오늘따라 토종잉어들도 수면 위로 등을 보이며 바쁘게 돌아다닌다. 파랑새도 쏜살같이 내려와 수면을 차고 물을 먹고 솟아오른다.
» 수련 잎에서 내려온 어린 원앙이 물을 만나자 달음질친다.
» 물을 먹으러 온 것도 아니다. 청설모가 석축에 붙어 한참을 기다리는 행동이 수상쩍다.
7월 10일 원앙 새끼들이 부쩍 자랐다. 4마리였던 원앙 새끼가 2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야행성 맹금류인 올빼미나 수리부엉이에게 당한 것일까?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가 없다. 처음에는 원앙새끼의 수가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원앙은 평균 9~12마리 부화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서너 마리에 불과하다. 원앙이 많은 알을 낳는 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곳 연못의 원앙 새끼도 처음부터 4마리만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의심을 품다 보니 입이 커다란 잉어도 달걀 크기 하나쯤이야 아무일 없이 삼킬 것 같다. 청설모도 의심스럽다.
천적이 있다지만 조선왕릉의 우거진 숲과 연지는 원앙이 번식하며 살아가기 적합한 서식지이다. 특히 왕릉에는 원앙이가 좋하는 도토리리와 상수리 나무도 많다.
» 여유로운 어린 원앙의 모습.
» 어린 원앙 형제들은 사이가 매우 좋다.
어미 원앙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새끼의 신경을 많이 쓴다. 새끼들도 어미의 위치를 확인하며 돌아다닌다. 어미가 보이지 않으면 소리를 내 어미를 찾는다. 어미 원앙은 재빨리 새끼 근방으로 날아가 안심시킨다.
지극정성을 다해 새끼를 돌보니 원앙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머지않아 어린 원앙은 연못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 것이다. 그리고 이곳 홍릉 연지를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 어미는 잠시도 새끼 원앙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 어미 원앙이 힘들어 보인다. 깃털도 많이 거칠어졌다.
원앙은 겨울 무리에서는 수컷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번식하지 않는 수컷도 있다. 암컷은 많은 수컷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한다. 수컷 사이에서는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합이 벌어진다.
수컷 원앙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철저한 깃털 관리를 통해 아름다운 깃털을 유지하는 것은 암컷으로부터 선택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앙은 몸길이가 43~51㎝, 몸무게는 444~550g이다.
» 수련 잎에 올라서서 주변을 호기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는 어린 원앙.
» 연지는 새끼 원앙 차지다.
4월 하순부터 7월에 주로 나무 구멍을 이용해 번식하지만 때로는 쓰러진 나무 밑이나 우거진 풀 속에서도 새끼를 친다. 해발 1500m 고산의 계곡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 한배에 9∼12개의 알을 낳는다. 28~30일 간 잠깐 동안의 낮 시간을 제외하고는 암컷이 거의 온종일 알을 품는다. 새끼를 기르는 일도 암컷 원앙 차지다.
수컷 원앙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원앙은 계곡의 개울가, 숲 속의 고인 물 등지에서 생활한다. 주로 새벽이나 황혼 무렵에 먹이를 먹으며, 낮에는 나무나 땅 위에서 지낸다. 도토리를 가장 좋아하고 농작물, 육상곤충, 식물, 작은 물고기, 개구리도 잡아먹는다.
» 무더운 여름 새끼 원앙을 태연하게 길러내는 어미 원앙의 모정이 대단하다.
원앙은 낮에는 사람의 눈을 피해 가려진 나무 밑, 바위, 물 위로 뻗은 나뭇가지 등에 앉아 머리를 등 위로 올리고 한쪽 다리는 들고 잔다. 사할린 섬, 일본, 타이완, 중국 북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10월 말경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우리나라엔 텃새 원앙이 있다. 원앙은 우리 생활 속에 아주 친숙하게 다가오는 새다. 특히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과 사랑을 나타내는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한다.
» 부쩍 자란 새끼 원앙, 그래도 곁에서 어미 원앙이 지켜본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촬영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문화재청 조선왕릉 동부지구관리소장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 수련 사이에서 헤엄치는 원앙 새끼.
조선 왕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지 올해로 10년째다. 조선 왕릉은 역사적인 사실도 많이 간직하고 있지만, 생태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도 하다. 9년 전 김포 장릉 연못에서 원앙과의 만남이 조선 왕릉에 대한 생태적 접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7월 4일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홍릉 연지에서 원앙이 새끼를 데리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수련 꽃이 피는 연못에서 원앙 가족이 놀고 있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이른 아침 홍릉으로 달려갔다.
» 홍릉 전경.
» 홍릉 연지가 수련으로 뒤덮여 있다.
홍릉은 조선 제26대 고종과 명성왕후의 능이다. 홍릉 연지는 고종황제가 홍릉을 새로 조성할 때 작은 연못을 연지로 크게 확장하여 공사한 것으로, 일반적인 조선왕릉의 네모난 연지가 아닌 원형 연지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원형 형식의 연못에 원형 섬이 있다. 연지 둘레엔 바닥으로부터 1.9m 높이의 석축이 쌓여있고, 원형 섬에도 석축으로 둘레를 만들었다. 하늘을 상징하는 형태라 한다. 약 211.75㎡(700평) 정도 아담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양이다.
» 수련잎 위에서 원앙 형제들이 모인 모습이 다정하다.
연지에 수련이 가득하다. 원앙 새끼들이 수련 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수련 잎이 흔들릴 때 찬찬히 살펴보면 원앙을 찾을 수 있다. 어미를 따라다니는 새끼 네 마리가 보인다. 태어난 지 일주일은 넘은 것 같다. 어미가 지켜보는 가운데 제법 씩씩하게 수련 위를 비집고 걸어 다닌다.
새끼는 본능적으로 먹을거리를 찾을 줄 안다. 작은 곤충을 사냥하고 수련 잎을 뜯어먹기도 한다. 생잎은 먹지 않는다. 노랗게 시든 잎이 얇아서 억세지 않고 검은 갈색으로 물러져 부드럽다. 뜯어먹기에 제격이다. 아마도 숙성된 김치 같을지 모른다.
» 누렇게 무른 수련 잎을 뜯어먹는다. 본능적으로 먹을거리를 잘 알고 있다.
» 수련 잎을 따기 위해 원앙 새끼가 잎을 세차게 흔들었다.
» 수련 잎이 떨어졌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된다.
원앙은 새끼가 부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어미가 땅으로 날아가 새끼 원앙들을 구슬려 어렵게 둥지 위에서 뛰어내리게 한다. 원앙 새끼들은 아주 높은 곳에서 나무 밖으로 뛰어내린 뒤 어미를 따라 근처 물가로 간다.
원앙 새끼의 바깥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홍릉 연지는 어미의 보호를 받으며 원앙 새끼가 날아오를 수 있을 때까지 지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원앙 가족은 이곳을 선택했다.
» 앞서가는 원앙 새끼를 뒤따라 가는 어미.
» 어미 곁에서 먹이를 찾는 원앙 새끼.
원앙새끼들은 털이 젖어 체온이 내려가면 연지 석축 위로 올라와 솜털을 말리며 휴식한다. 그리곤 다시 내려가 수련 위를 걷거나 물 위에서 수영하며 사냥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약 2시간마다 휴식을 취해 체온 유지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다니는 길목이 정해져 있고, 이동 동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린 원앙이지만 본능이 시키는 대로 어김없이 행동한다. 새로운 모험은 위협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목욕하는 어린 원앙, 무더운 날씨다.
» 어미 원앙도 마찬가지다.
» 어미 원앙과 함께 깃털을 손질하려고 새끼들도 석축위에 올라 휴식한다.
목욕탕을 비롯해 깃털을 말리고 쉬는 자리, 잠자리, 연못을 둘러싼 석축엔 감쪽같이 숨을 수 있는 피난처 공간도 마련 되어있다. 물에서 살지만 목욕을 하며 깃털을 고르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솜털이 많은 어린 원앙도 어미가 가르쳐준 대로 솜털을 고르고 다듬는다.
젖은 솜털의 방수성을 높이기 위해 고르고 털을 보송보송하게 말린다. 원앙의 일상이 대충대충인 줄 알았는데 철저한 계획과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고 최대한 이용하는 꼼꼼하고 빈틈없는 전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어린 원앙 앞가슴 솜털이 몸에 달라붙었다. 방수효과가 떨어졌다.
» 재빨리 수련잎 위로 올라와 물기를 털고 말리는 어린 원앙. 아직은 몸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다.
잠 수(睡)에 연꽃 연(蓮)을 쓰는 수련은 아침 9시경이면 꽃봉오리가 활짝 피지만 오후 3시가 되면 꽃잎이 오므라든다. 잠자는 연이기 때문에 수련이라 불린다. 수련은 원앙 가족에게 먹이와 숨을 수 있는 장소도 제공한다.
물론 수련 잎은 연지 전체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징검다리 구실도 한다. 이미 연지는 원앙 차지다. 어린 원앙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니 원앙새끼가 연지 밖으로 날아 나갈 때까지 이곳에서 생활할 심산이다.
» 수련 꽃에 달라붙은 곤충을 사냥하는 어린 원앙.
» 수련 잎을 타고 이동하는 원앙 형제.
원앙 어미와 새끼들은 사람들이 해코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마음대로 놀고 있다. 손에 잡힐 듯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도 여유롭다. 연못은 원앙의 육아장소로 완벽하지만 천적은 야행성 맹금류다. 7월 5일 전날처럼 별다른 일 없이 원앙 가족이 잘 놀고 있다.
주변에선 청설모가 이리저리 나무 위를 오르내린다. 별안간 청설모 한 마리가 연못가 석축을 타고 거꾸로 서서 수면을 내려다본다. 처음 보는 광경이다. 오늘따라 토종잉어들도 수면 위로 등을 보이며 바쁘게 돌아다닌다. 파랑새도 쏜살같이 내려와 수면을 차고 물을 먹고 솟아오른다.
» 수련 잎에서 내려온 어린 원앙이 물을 만나자 달음질친다.
» 물을 먹으러 온 것도 아니다. 청설모가 석축에 붙어 한참을 기다리는 행동이 수상쩍다.
7월 10일 원앙 새끼들이 부쩍 자랐다. 4마리였던 원앙 새끼가 2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야행성 맹금류인 올빼미나 수리부엉이에게 당한 것일까? 어떤 이유인지는 알 수가 없다. 처음에는 원앙새끼의 수가 더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원앙은 평균 9~12마리 부화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서너 마리에 불과하다. 원앙이 많은 알을 낳는 건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이곳 연못의 원앙 새끼도 처음부터 4마리만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의심을 품다 보니 입이 커다란 잉어도 달걀 크기 하나쯤이야 아무일 없이 삼킬 것 같다. 청설모도 의심스럽다.
천적이 있다지만 조선왕릉의 우거진 숲과 연지는 원앙이 번식하며 살아가기 적합한 서식지이다. 특히 왕릉에는 원앙이가 좋하는 도토리리와 상수리 나무도 많다.
» 여유로운 어린 원앙의 모습.
» 어린 원앙 형제들은 사이가 매우 좋다.
어미 원앙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 새끼의 신경을 많이 쓴다. 새끼들도 어미의 위치를 확인하며 돌아다닌다. 어미가 보이지 않으면 소리를 내 어미를 찾는다. 어미 원앙은 재빨리 새끼 근방으로 날아가 안심시킨다.
지극정성을 다해 새끼를 돌보니 원앙새끼들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머지않아 어린 원앙은 연못에서 벗어나 푸른 하늘을 힘차게 날 것이다. 그리고 이곳 홍릉 연지를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 어미는 잠시도 새끼 원앙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 어미 원앙이 힘들어 보인다. 깃털도 많이 거칠어졌다.
원앙은 겨울 무리에서는 수컷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고, 번식하지 않는 수컷도 있다. 암컷은 많은 수컷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컷을 골라 짝짓기를 한다. 수컷 사이에서는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경합이 벌어진다.
수컷 원앙이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철저한 깃털 관리를 통해 아름다운 깃털을 유지하는 것은 암컷으로부터 선택받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앙은 몸길이가 43~51㎝, 몸무게는 444~550g이다.
» 수련 잎에 올라서서 주변을 호기심이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보는 어린 원앙.
» 연지는 새끼 원앙 차지다.
4월 하순부터 7월에 주로 나무 구멍을 이용해 번식하지만 때로는 쓰러진 나무 밑이나 우거진 풀 속에서도 새끼를 친다. 해발 1500m 고산의 계곡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 한배에 9∼12개의 알을 낳는다. 28~30일 간 잠깐 동안의 낮 시간을 제외하고는 암컷이 거의 온종일 알을 품는다. 새끼를 기르는 일도 암컷 원앙 차지다.
수컷 원앙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원앙은 계곡의 개울가, 숲 속의 고인 물 등지에서 생활한다. 주로 새벽이나 황혼 무렵에 먹이를 먹으며, 낮에는 나무나 땅 위에서 지낸다. 도토리를 가장 좋아하고 농작물, 육상곤충, 식물, 작은 물고기, 개구리도 잡아먹는다.
» 무더운 여름 새끼 원앙을 태연하게 길러내는 어미 원앙의 모정이 대단하다.
원앙은 낮에는 사람의 눈을 피해 가려진 나무 밑, 바위, 물 위로 뻗은 나뭇가지 등에 앉아 머리를 등 위로 올리고 한쪽 다리는 들고 잔다. 사할린 섬, 일본, 타이완, 중국 북동부 등지에 분포한다. 10월 말경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우리나라엔 텃새 원앙이 있다. 원앙은 우리 생활 속에 아주 친숙하게 다가오는 새다. 특히 부부 사이의 두터운 정과 사랑을 나타내는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한다.
» 부쩍 자란 새끼 원앙, 그래도 곁에서 어미 원앙이 지켜본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촬영을 위해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문화재청 조선왕릉 동부지구관리소장을 비롯한 직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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