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중 건립연대가 가장 이른 경북 영주 소수서원. 1543년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세워졌다.
조선시대 나라 안 각지에 세워진 유교 교육기관인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이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됐다.
문화재청은 지난달 30일부터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43차 회의를 열고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6일 밤(현지 시각)등재유산 심의를 진행한 결과 우리 정부가 지난해 신청한 ‘한국의 서원’ 9개소를 세계유산목록에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번 등재결정으로 한국은 1995년 경북 경주의 석굴암·불국사와 경남 합천의 해인사 장경판전, 서울 종묘가 처음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이래 24년만에 14번째 세계유산을 갖게됐다. 아울러 지난해 7월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세계유산을 목록에 올렸다.
6일 오후 (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정재숙 문화재청장(앞줄 왼쪽)과 이병현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대사(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6일 오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4개소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 제공]
‘한국의 서원’은 경북의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과 대구의 달성 도동서원, 경남의 함양 남계서원, 전남의 장성 필암서원, 전북의 정읍 무성서원, 충남의 논산 돈암서원으로 이뤄진 연속유산이며, 모두 국가사적이다. 세계유산위는 “오늘날까지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어온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라면서 “성리학 개념이 여건에 맞게 바뀌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등재배경을 설명했다.
6일 오후 (현지시각)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자 서원 유사들과 관계자들이 기뻐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6일 오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서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결정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4개소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 제공]
‘한국의 서원’은 2011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뒤 한차례 신청을 철회한 끝에 재신청을 하는 곡절을 겪었다. 정부는 2015년 1월 처음 등재신청서를 냈으나, 이듬해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가 ‘반려’의견을 내면서 그해 4월 등재 신청을 거둬들여야 했다. 이코모스쪽은 당시 반려의견을 내면서 병산서원 등의 서원 주변 경관이 등재신청서의 유산 영역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고 왜 9곳의 서원만 등재하려는지 명확한 근거를 요구했다.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그뒤 전문가들 의견을 모아 비슷한 국내외 유산들과 비교 연구를 통해 내용을 보완했다. 9개 서원이 16~17세기 세워진 국내 서원의 시작점이자 기준이 될만한 연속 유산의 성격임을 강조한 신청서를 지난해 1월 다시 제출했다. 이에 이코모스는 1년 이상의 조사를 거쳐 지난 5월 ‘등재 권고’ 의견을 내면서 청신호가 켜졌고, 이번 세계유산위 회의의 결정으로 8년여에 걸친 등재 추진 작업은 결실을 맺으며 마무리됐다. 문화재청 쪽은 “세계유산위원회가 등재 이후 9개 서원에 대한 통합 보존 관리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면서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관련 지자체 등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도산서원. 내부 마당에서 선대 유학자들에게 제례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서원은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까지 지방 지식인들이 조선왕조의 지배이념인 성리학을 비롯한 유학을 가르치기 위해 세운 교육기관이다. 성리학적 지식인을 키웠으며, 지역의 주요 유학자들을 제사를 지내어 기리면서 지역 학파를 형성했으며, 지역 사회의 공론을 모으고 향촌 사람들을 교화하는 구실도 했다.
특히 이번에 등재된 서원 9개소는 조선 성리학 교육기관의 전형으로서 서원의 특징과 가치를 잘 보존해왔다. 건립연대를 보면, 1543년 조선 최초의 서원으로 건립된 영주 소수서원을 필두로, 남계서원(1552년 건립), 옥산서원(1573년 건립), 도산서원(1574년 건립), 필암서원(1590년 건립), 도동서원(1605년 건립), 병산서원(1613년 건립), 무성서원(1615년 건립), 돈암서원(1634년 건립)의 차례로 이어지는데, 16세기 초반부터 17세기 초반까지의 서원들이다.
전북 지역의 대표적인 조선시대 서원인 무성서원의 경내 모습.
소수서원은 이땅에 가장 먼저 세워진 서원이다. 학문을 닦고 연구하는 강학과 지역의 큰 학자를 기리는 제향(제사)과 관련된 규정을 처음 정립해 후대의 서원에 큰 영향을 미쳤다. 뒤이어 조선에 두 번째로 건립된 남계서원은 지역의 사림들이 단독으로 세운 첫 서원 유산이면서, 한국 서원 건축의 정형적인 축선과 배치방식이 처음 등장한 전범이 된다. 서원에 처음 누마루를 놓아 그뒤 일반적 양식으로 유행시킨 옥산서원, 학문과 학파의 중심기구로 서원을 자리매김시킨 도산서원, 선비사림 활동의 중심지였던 병산서원, 성리학의 실천 이론인 예학을 완성한 거점으로 평가되는 돈암서원 등도 역사적 의미가 큰 서원유산으로 꼽히고 있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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