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책갈피]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지금 인류 사회가 직면한 진짜 위기는 환경 위기가 아니라 정치의 위기이다."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전 대통령)
<녹색평론>의, 시대의 사상가 김종철 선생이 바라는 바는 "지금이라도 우리가 우리의 삶의 방식을 영구적인 지속이 가능한 방식, 즉 자연과 인간 사이의 물질적 대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순환적' 방식으로 갈 수 있는 길을 탐구하고,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 그 방향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순환적 삶의 질서의 회복과 흙의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러한 사회로 방향전환을 하자면, 우리의 집단적 삶의 운명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 즉 '정치'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결국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의 실천 여부에 달린다.
그리스 출신의 정치철학자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에 의하면, 민주주의 성립의 기본 전제는 '자주적 인간의 자율 혹은 자치에의 의지'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오로지 경제성장과 이윤획득이 최고의 가치로 군림하는 풍토에 길들여진 나머지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가 자유인의 '자율적·자치적 삶'이라는 것을 망각해왔다. "그리하여 이 사회는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느냐'라는 천박한 언술에 의해서 오랫동안 지배되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라도 민주주의가 없으면 밥도 못 먹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생태문명의 전제는 민주주의가 되어야하는 것이다.
책은 부제가 설명하듯 '에콜로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에세이'다. 그럼에도 주제 중 특별히 민주주의 부문에 주목한다. 시인 김해자는 <여기가 광화문이다>에서 "대통령 하나 갈아치우자고 우리는 여기에 모이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그렇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합헌적으로 선거가 진행되고, 주기적인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는 것만으로는 결코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역시 문제는 근본이다. 그 근본이란 정치적 인간의 본질, "질문할 줄 아는 습관과 능력"이다. 그래서 선생은 "아테네인들의 민주주의가 자유인으로 살고자 하는 열망 이외에 세계와 인간존재, 그리고 공동체의 존재 방식에 대해서 끊임없이 사색하고 질문을 던졌던 그리스인들의 철학적 습관과 더불어 탄생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린 생태문명의 문을 열어젖혀야 한다.
"미래로 통하는 문(門)이 닫히는 순간, 우리들의 모든 지식은 파멸할 것이다." (단테 <신곡>, 지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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