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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5일 금요일

아베 ‘무역 보복’에 맞서는 중소상인들 “일본 제품 무기한 판매 중단” 선언


“과거사 반성, 사과 없이 적반하장”..매출 하락 감수하며 일본 제품 매장서 자발적 철수
이소희 기자 lsh04@vop.co.kr
발행 2019-07-05 20:41:06
수정 2019-07-05 20: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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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일본 제품 판매중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9.07.05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일본 제품 판매중지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9.07.05ⓒ김철수 기자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관련 기업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가 보복에 나섰다며, 이는 적반하장이고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도 없는 행태라고 규탄했다.
5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이하, 한상총련)는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제품 판매 중지 대한민국 중소상인·자영업자 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은 과거사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보복을 획책하는 일본을 규탄하며 일본 제품 판매 중지에 돌입한다”고 공표하며, “매출 하락과 이익 축소의 두려움을 넘어 치욕의 역사를 잊지 않고 일본의 만행을 규탄한다. 국민된 도리를 우리가 딛고 있는 생업 현장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자영업자들은 ‘일본 제품 판매 중지’가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없는 일본 정부를 향해 던지는 작은 돌멩이가 되길 바란다. 소비자들도 조금 불편해지겠지만 분명 화답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TV·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점검회의에서 “오늘 일본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는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한 경제보복 조치”라고 비판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07.05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19.07.05ⓒ김철수 기자
김성민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공동회장은 “아베는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대한민국을 때린다. 우리가 일본의 봉이냐? 아니면 지금도 일본의 식민지냐?”며 “아베 정권은 각성하고 무역보복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은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 중에 아사히 맥주, 마일드세븐 담배 등 여러 일본 제품들을 어제부터 자발적으로 철수하기 시작했다. 매출에 어려움 있겠지만, 우리들은 국민으로서 일본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며 “아베 정권과 일본 정부가 각성하고 무역 보복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으로 판매 중단한다”고 말했다.
김진철 서울시상인연합회 부회장은 “소비자들이 불매하기 시작하니, 상인들도 판매하지 않는 걸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회원들이 먼저 빨리 하자고 독촉했다”고 이같은 운동에 나서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 부회장은 “소비재 판매 중단이 일본에 그렇게 큰 영향을 못 미친다고 하지만, IMF 당시 금모으기 운동이 있지 않나. 중소상인, 자영업자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부를 뒷받침하고 싶다”고 말했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9.07.05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2019.07.05ⓒ김철수 기자
송경화 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대표는 “지금은 21세기인데, 일제 식민지 36년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 것 같다”며 “우리가 아베에게 무역 보복당하는 것 좌시할 수 없다. 단순히 일본 제품 사지 않고 팔지 않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일본의 만행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중소상인, 자영업자들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정부 규탄한다”, “과거사 반성없는 일본제품 판매 전면 중단”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미쓰비시, 혼다, 소니, 도요타, 아사히, 기린, 유니클로 등 기업의 브랜드 로고가 붙은 종이박스를 밟아 짓이기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판매 중단 운동 개시를 선언한 한상총련 가입 회원사는 10만 곳에 달하며,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서울상인연합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되어 있다.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한국마트협회 한 회원 마트가 판매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을 매장 내에 게시했다. 2019.07.05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한국마트협회 한 회원 마트가 판매 중단을 알리는 현수막을 매장 내에 게시했다. 2019.07.05ⓒ사진 = 한국마트협회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홍춘호 한국마트협회 이사는 “저희 마트협회 회원사만 4000여곳 정도 된다.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이번주에 시작했는데, 이미 300여 곳 이상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확인 못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또 홍 이사는 “일본이 보복 조치하자마자, 회원사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자고 협회를 독촉했다”며 이번 판매 중단 선언이 아래로부터의 요구를 바탕으로 한 운동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마트협회 측에 따르면, 현재 전국 여러 중소형 마트들이 매대에서 일본산 담배, 맥주, 향신료 등을 빼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해당 마트들은 매장 입구에 “과거사 반성없는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우리 마트는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고객님의 양해 바랍니다” 등의 현수막과 안내문구를 붙이고 있다.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한 마트의 매대에서 일본산 맥주가 치워져 있다. 2019.07.05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한 마트의 매대에서 일본산 맥주가 치워져 있다. 2019.07.05ⓒ사진 = 한국마트협회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한 마트의 매대에서 일본산 향신료가 모두 치워져 있다. 2019.07.05
중소상인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를 ‘무역 보복’으로 판단하고, 일본 관련 제품 판매 중단 운동에 나선다고 선언했다. 한국마트협회 소속 한 마트의 매대에서 일본산 향신료가 모두 치워져 있다. 2019.07.05ⓒ사진 = 한국마트협회
한편, 이같은 중소상인들의 일본 제품 판매 거부 운동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서울에 거주하며 자녀를 하나 두고 있는 황 모(38, 여)씨는 “일본 정부는 과거사 반성도 없지만,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말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꺼려져서 일본 제품 안 쓴다. 마트에서 팔지 않는다고 해도 별 상관 없다”고 말했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송 모(37, 남)씨는 “상인들까지 나서 반일 목소리를 높이면, 일본에 알려져 혐한 기류만 높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된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해 자연스럽게 제품 구매가 주는 게 일본에 더 자연스럽고 강하게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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