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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4일 금요일

100㎡ 깜깜한 공간서 흩어진 비닐 깔고 커피믹스로 버텼다

 등록 :2022-11-05 10:30

수정 :2022-11-05 11:17

 
 
봉화 광부 2명 고립에서 기적의 생환까지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4일 밤 생환한 고립된 광부 2명이 얼싸안고 있다.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4일 밤 생환한 고립된 광부 2명이 얼싸안고 있다.

광부들의 극적 생환 7시간 전인 4일 언론 브리핑이 진행 중이던 오후 4시까지만 해도 구조 예상 시점은 물론 생사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를 위한 갱도 개척 작업은 예상 대피 지점 30여m를 앞두고 거대한 암석에 가로막혀 있는 듯했고 개척한 통로에도 쏟아지는 바위와 돌을 치워 내야 하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생사 확인을 위해 이뤄진 시추 작업(지상에서 땅을 수직으로 뚫어 관을 넣는 일)도 목표 지점에 닿았으나, 작업의 목적인 생사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생환 직전 하루를 재구성했다.


“아버지,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 매몰된 주 작업자 박아무개(62)씨의 아들 근형(42)씨가 쓴 손편지가 시추로 뚫어 넣은 파이프를 통해 내려간 건 4일 오전이었다. 손편지와 함께 구조 당국이 식음료와 간이용 보온덮게, 진통제 등이 든 생존 키트도 함께 내려보냈다.


근형씨는 취재진에게 “이곳(대피 예상 지점)이 아버지가 평소 잘 아는 길입니다. 베테랑이신 아버지는 안전한 곳에 있으실 겁니다”라고 희망을 담아 말했지만 현실은 어떻게 굴러갈지 알 수 없었다. 하루 전인 3일 저녁까지 시추공이 3개나 예상 지점에 닿았고 내부를 살필 수 있는 내시경 카메라와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음향탐지기까지 넣었으나 광부들의 모습은 물론 생존 신호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립된 주작업자 박씨와 보조 작업자인 또다른 박씨(56)는 지난달 26일 갱도가 붕괴로 고립된 이후 며칠이 흘렀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칠흑 같은 어둠에 자연스레 시간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갱도 안 온도가 14도 안팎의 유지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극심한 추위는 없었지만 고립이 길어지면서 체온 관리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구조자가 언제 올지는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붕괴 직후 작업 위치에서 신속히 이동해 100㎡ 가량 되는 공간으로 몸을 피했다. 자재 등을 쌓아놓는 곳이다. 이 광산에서 수년째 근무한 베테랑 박씨는 붕괴되는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노련하게 대피 공간을 떠올린 것이다. 그곳은 지하수로 바닥이 젖어 있었다. 처음엔 쌓아놓은 패널을 바닥에 깔고 버티다가 이내 흩어진 비닐로 간이 텐트를 만들어 몸을 보호했다. 나무를 긁어모아 불도 지폈다. 마침 휴대하고 있던 커피믹스는 혈당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먹을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고립된 두 광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 버텨 나갔다. 불안함이 순간순간 엄습해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4일 오후 4시까지 갱도 개척 작업은 예상 대피 지점 30m를 앞두고 있었다. 코 닿을 곳에 고립 광부들이 있을 법했지만 잔여 30m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척해 낼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특히나 부순 암석을 밖으로 실어나가는 광차가 지나는 선로에 수시로 바위와 돌들이 떨어지고 있어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부수고 치우고 옮기는 일은 광산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비관과 우려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날 저녁부터 희망의 전조가 보였다. 단단한 암석이라고 여겼던 장애물은 토사와 섞여 있어 헐거웠다. 삽과 곡괭이 등 도구를 쥔 구조 작업자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란 말을 되뇌며 내리치고 찍어냈다. 여러 번 내리쳐도 꼼짝하지 않던 기존 암석과 달리 눈앞의 바위는 쉽게 허물어지면서 한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서 열흘 가까이 고립된 광부 2명이 4일 야심한 시각 극적 생환 했다.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서 열흘 가까이 고립된 광부 2명이 4일 야심한 시각 극적 생환 했다. 소방청 제공

“OO형!”


작업자 1명이 작업 동료에게 소리를 친 건 밤 10시30분이 훌쩍 지났을 때였다. 토사가 흩어진 곳에 고립된 두 광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 작업자를 만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고립자와 구조자들이 만난 순간이었다. 감격하기엔 일분일초가 중요했다. 구조자는 말을 아끼고 그들을 부축했다. '아 이거 정말 대단한 상황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으나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두 명의 광부는 오랜 시간 고립 생활에도 명료한 의식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기까지 300여m를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광부들의 가족들은 물론 거듭된 구조 실패와 더딘 작업 속도로 애가 타던 구조 지휘부는 ‘생환 소식’에 그들이 밖으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지난 9일간의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밖으로 나온 광부들은 대기 중이었던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그때가 밤 11시 3분께다. 구급차는 한 시간여를 달려 안동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한겨레>의 전화를 받은 보조 작업자 박씨의 조카 임유리(32)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남겼다.“안동 병원으로 이동 중이에요. 열흘 동안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는데…. 구조 당국과 고생하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봉하/이정하 김규현 기자, 김영동 기자 jungha98@hani.co.kr

與에서 나온 'OO탓' 3종세트…이태원 참사는 언론·문재인정권·부모 탓?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2.11.05. 10:50:28  


이태원 참사 원인과 관련해 여권 인사들이 언론, 문재인 정부, 유족 등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 공영방송인 KBS, MBC, YTN, 연합뉴스TV는 10월 29일 저녁까지 안전에 대한 보도 없이 핼러윈 축제 홍보 방송에 열을 올렸다"며 "방송사들이 안전이 관계 없다고 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한 결과를 빚었는데, 사고 발생 후에는 언제 홍보성 방송을 했느냐는 듯이 전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특히 KBS는 재난 방송사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안전도 주의해야 한다는 방송도 했어야 하는데, '다 괜찮다'고 난리쳐 버리니까 젊은 여성들이 한번에 많이 몰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보도한 언론도 이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나왔다. 국민의힘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 자체는 일단은 문재인 정권이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세월호 이후에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하셨나? 앞으로 안전 최고로 치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 막겠다고 했다. 시스템 다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시스템 만드셨나"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 112 시스템 왜 안 고쳤나. 소방하고 경찰 왜 그 부분에 대해서 왜 시스템 정비 안 하셨나.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 자체는 일단은 문재인 정권이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약속 어겼잖나"라고 주장했다. 

유족들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지난 3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에 대해 "국가도 무한책임이지만, 개인도 무한책임"이라며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 놓고 '골목길에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넣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인지"라고 비난했다. 

김 전 비서관은 "매번 무책임한 개인의 모습, 그것을 당연한 생각인 양 부추기는 언론의 논조. 이런 남 탓과 무책임한 모습이 반복되는 한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찰의 직무유기 문제를 떠나 국가가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선택한 자유의지에 대해 개인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훈계했다. 

김 전 비서관은 "국가의 무한책임, 자유 의지에 대한 개인의 무한책임. 두 가지 모두가 강조되지 않고 한쪽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절름발이 의식과 언론의 논조가 대형 참사를 반복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니 투자해놓고 손해 보면 국가에 빚 탕감해달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김 전 비서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을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근대 자유주의 국가라면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런데 언론은 문제 삼는다. 그만큼 언론의 시각이 유교 공산주의로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베품을 고마워하는 유효기간은 결코 6개월이 안 된다"고도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근조화환이 쓰러져 있다. 화환은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쓰러뜨렸다. ⓒ연합뉴스  

해결 지향의 접근, ‘야마’를 버리고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내라

 

  • 기자명 이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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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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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11.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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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13] 다양한 의견과 관점 담을수록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 의도적으로 다른 의견에 부딪혀라


    [편집자 주]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우리의 질문은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에서 멈추게 되겠죠.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 연재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열세 번째 순서로 솔루션 스토리텔링 전략을 사례와 인터뷰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한국 기자들은 ‘야마’에 집착한다. ‘야마’는 ‘산(山)’이라는 뜻의 일본 말에서 유래한 언론계 속어지만 단순히 기사의 주제라는 의미를 넘어 기자의 관점이나 프레임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핵심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정의도 없고 실체도 모호하지만 ‘야마’가 명확한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보는 학습된 편견이 한국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한겨레 기자 박창섭은 2012년에 출간한 ‘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에서 “‘야마’를 중심에 두는 한국 언론의 취재 보도 관행은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서 “미리 정해진 ‘야마’에 맞춰 사실을 재구성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기사에 담거나, 전체 사실의 일부만을 과장해서 보여주거나, 엉뚱한 사실을 특정 사안과 관련 있는 것처럼 엮거나 하는 일은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든 ‘야마’에는 의도가 숨어있고 ‘야마’가 선명할수록 실체가 가려진다”는 이야기다.

    미디어오늘이 솔루션 저널리즘 사례를 취재하면서 만난 여러 언론인들에게 반복해서 들은 조언 가운데 하나가 “내러티브를 복잡하게 하라(Complicates the Narrative)”는 것이었다. 한국 기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결국 ‘야마’를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해법이라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실과 의견을 취사선택하고 ‘야마’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맥락이 사라지고 실체적 진실에서 멀어질 위험도 있다.

    갈등이 폭발할 때 꿰맞춘 결론은 나쁜 저널리즘

    타임(Time)과 애틀랜틱(The Atlantic) 등에서 탐사 보도 기자로 일했던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는 “거짓 단순성의 시대에 복잡성을 되살려야 한다(revive complexity in a time of false simplicity)”면서 “기자와 편집자들은 흔히 미리 결정된 결론에 맞지 않는 인용문을 잘라내거나 깔끔하고 일관된 스토리텔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갈등이 폭발하는 국면에서는 매우 나쁜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정 관념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장소와 그 사람의 모든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고는 장소나 사람과 적절하게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건의 전부를 알 수 없고 우리가 잘못 판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다르게 보고 더 깊게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리플리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담을수록 좀 더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가 된다”면서 “사람들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맞닥뜨릴 때 호기심을 갖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호기심을 갖는 만큼 독자들도 사건의 이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극한 갈등’의 저자, 독립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
    ‘극한 갈등’의 저자, 독립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제안하는 ‘복잡하게 쓰기’의 네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르게 듣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만다 리플리는 ‘루핑(looping)’이라는 질문 방법을 제안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왜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됐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인터뷰이가 ‘절대’나 ‘항상’ 같은 단어를 쓰거나 머뭇거리고 답변을 꺼린다면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핵심이다. 인터뷰이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요약하고 확인을 부탁하면서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모순을 파고 들면서 본질을 파악한다. “이 이슈에서 제대로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 “좀 더 말해주세요”라고 말하고 귀 기울여 듣는다.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죠?” 인터뷰이의 말을 요약해서 확인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확실하게 만들고 신뢰를 확보한다. 중요한 것은 동의가 아니라 이해다.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라고 물으면서 거듭 확인을 하는 게 좋다.

    셋째,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들여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숨은 맥락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서로의 확증 편향을 깨야 한다. 인터뷰 상대방에게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반대되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어 역시 스스로의 편견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다른 이야기에 스스로를 노출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게 쓰기’의 핵심은 잘 듣기

    캐나다의 인터넷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의 에디터 샤론 라일리(Sharon Riley)는 폐쇄 직전의 탄광 노동자들을 만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당초 목적은 정부의 이주 대책에 대한 반발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캐나다의 탐사 보도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이 보도한 ‘석탄 이후의 삶’.
    캐나다의 탐사 보도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이 보도한 ‘석탄 이후의 삶’.

     

    “내러티브 전략에서 중요한 건 우리의 가정과 추론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때 당연히 여기에는 직장을 잃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기후 변화에 관심이 없거나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편견이었죠. 이야기를 해보고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은 비건(베지테리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걸 오히려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오랫동안 탄광에 묶여있다고 생각했고 화석 연료가 우리 모두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깊게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직장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완고한 입장인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기후 변화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나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만든 나의 편견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하는 걸 시작할 수는 있다고 말이죠. 만약 내러티브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미리 리서치를 해보세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세요. 그게 여러분의 취재를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대화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샤론 라일리는 탄광 노동자들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보수주의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나 보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계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석탄이 전력 생산의 9% 미만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탄광이 문을 닫으면 다른 탄광으로 옮겨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화력 발전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그나마 잘 돌아가는 탄광들도 철수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라일리가 찾은 와바문(Wabamun)의 경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석탄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세수의 58%를 석탄 산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캐나다 정부가 석탄 공장을 폐쇄하는 대가로 14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을 공장에 지급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불만이었다.

    나르왈이 만난 탄광 노동자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석탄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기업들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에 왜 화력 발전의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가장 깨끗한 화력 발전소라고 알려진 와바문의 한 발전소는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수은의 60%를 회수하기 때문에 온실 가스 배출량이 재생 에너지 발전소 보다 낮다고 한다.

    물론 나르왈의 기사가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소 대신 화력 발전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계적으로 화력 발전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의미 심장하다. 많은 나라들이 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타협의 지점을 찾고 있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단계적 해법 가운데 하나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이규원 연구원은 지난해 출간한 ‘솔루션 저널리즘’에서 나르왈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기사에 나타난 한 개인의 이 같은 입체성은 독자들이 문제를 해석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불가해한 존재가 아니라 나름의 합리성과 선한 의도를 지닌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처럼 갈등 상황과 이에 얽힌 이해 당사자들을 흑백 논리와 몇몇 짧은 단어로 규정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면 언론 보도가 사회적 갈등과 집단의 상호 불신을 지속적으로 부추기는 매개로 되풀이되는 과정을 끊어낼 수 있다.”

    나르왈의 편집장 엠마 길크리스트(Emma Gilchrist)는 “기자들은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현장에 접근하거나 정해진 결론에 부합하는 사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유형의 저널리즘은 오히려 정치적 선동과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길크리스트는 “내러티브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건 복잡한 사안을 하나로 묶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속도를 늦추고 덜 반응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나은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출신의 독립 저널리스트 프리앙카 샨카(Priyanka Shankar)는 “아만다 라일리의 ‘복잡하게 쓰기’ 강의가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샨카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한창일 때 벨기에에서 이 이슈를 다루면서 실험적으로 복잡한 내러티브의 기사를 썼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잠재적인 동기를 알아낼 때까지 계속 물어보는 겁니다.” 벨기에 사람들과 콩고 출신 벨기에 이주 노동자들을 교차 인터뷰하면서 인식의 간극과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샨카는 “‘루핑’은 취재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하다”면서 “이제는 친구들과도 ‘루핑’을 한다”고 말했다.

    갈등은 원래 복잡한 것, 단순하게 규정하려는 욕심을 버려라

    ‘복잡하게 쓰기’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아만다 리플리는 “우리가 문제를 파고 든다고 할 때 그것은 본질적으로 갈등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누군가의 동기와 관심, 신념, 가치관을 이해해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정보를 끌어내려면 좋은 질문과 잘 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플리는 “‘루핑’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실습을 해보면 첫째, 결코 어렵지 않고, 둘째,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리플리는 “이제는 인터뷰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을 때나 남편과 이야기할 때나 심지어 우버 기사나 길거리에서 소리치는 아무에게나 ‘루핑’으로 대화를 건네게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갈등이 격화될수록 많은 중요한 이슈들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소비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쉬운데 격렬한 갈등 상황에서 매우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극단적인 갈등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프레스디모크라트(Santa Rosa Press Democrat)의 기자 존 다나(John D’Anna)는 “갈등은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때때로 갈등이 긴장으로 이어진다”면서 “갈등이 만드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독자들을 다시 불러 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갈등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고 ‘복잡하게’ 접근하는 게 오히려 문제 해결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BBC에서 ‘분열을 넘어(Crossing Devides)’ 시리즈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에밀리 카스리엘(Emily Kasriel)은 BBC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소개하고 직접 솔루션 프로젝트를 실험하다가 ‘딥 리스닝(Deep Listening, 깊게 듣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카스리엘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귀 기울여 듣는다고 생각하면 경계를 풀고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서 “우리가 모든 문제에 서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아만다 리플리가 제안한 ‘복잡하게 쓰기’를 위해 필요한 여섯 단계의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사안이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은가 스스로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갈등 이슈를 다루는데 충돌하는 주장이 두 가지 밖에 없다면 취재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쟁점은 없는 것일까.

    2단계, 헤드라인과 리드에 두 가지 이상의 관점을 담는 게 좋다. 적어도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복잡한 헤드라인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효과적이다.

    3단계, 인터뷰할 사람들 목록을 살펴 보면서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검토해야 한다. 유명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대되는 목소리를 충분히 담고 있는가?

    4단계, 취재에 앞서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충분히 살펴보는 게 좋다. 다양한 접근과 해법을 검토하면 누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지 누구에게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5단계, 줌 아웃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간 축으로 확장하거나 공간 축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과거 사례와 문제의 원인을 추적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고 기사에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6단계, 취재를 마무리 하기 전에 2단계에서 작성한 헤드라인과 리드를 다시 읽어보자. 선입견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여러 의견에 접근했나? 혹시 내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예단하고 접근했던 건 아닐까?

    아만다 리플리에 따르면 ‘복잡하게 쓰기’ 워크숍에 참여한 기자들은 처음에 인터뷰 훈련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그렇게 강요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리플리는 “잘 듣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고 우리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혼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리플리는 ‘복잡하게 쓰기’가 저널리즘의 신뢰 위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언론이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는 태도를 벗어나 다른 의견을 반영하고 숨겨져 있던 쟁점을 드러내고 풍성한 맥락을 제공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떠났던 독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복잡한 내러티브를 위한 22가지 질문

    ‘복잡하게 쓰기’의 핵심은 좋은 질문이고 좋은 질문은 ‘루핑(looping)’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기자가 듣고 싶은 답변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기자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끌어내기 위한 인터뷰 방법론이다. 인터뷰이와 신뢰 관계를 구축되고 관점 뒤에 숨은 동기를 이해하고 문제의 복잡한 층위를 밝혀내면서 해법에 접근하는 과정이다.

    ‘루핑’은 첫째, 인터뷰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둘째, 이해한 것을 요약해서 전달하고, 셋째, 인터뷰이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넷째,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빠뜨린 부분을 다시 질문하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이 네 단계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루핑'의 4단계.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루핑'의 4단계.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프리앙카 샨카는 ‘루핑’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알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 볼까요?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정보를 늘려가겠죠. 아마 당신이 ‘나는 의사에요, 그리고 내 일을 정말 사랑해요’라고 하면 내가 그걸 받아서 ‘오케이, 당신은 그 일을 왜 그렇게 좋아하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말해줄래요?’ 하겠죠.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그 말을 요약해서 내 언어로 정리를 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당신은 사람을 도와주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좋아해서 당신 직업을 사랑한다는 거군요. 맞죠?’ 그러면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의사 선생님이 말하겠죠.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거에요. ‘나는 당신이 날마다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고 확신하지만 굉장히 정신없이 바쁠 텐데 여유가 없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이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내가 너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 정확히 이해했고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중간중간 팩트 체크하듯 확인을 해가면서 말이죠. 질문을 주고 받을수록 심층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은 아만다 리플리가 뽑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위한 22가지 질문’이다. 한국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 리플리는 “이 리스트는 인터뷰 중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유용하다”면서 “이 질문 리스트를 뽑아들고 종이에 있는 것 가운데 하나를 자주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그 부분을 자세히 말해주세요” 질문이 효과가 좋다고 한다.

    모순을 증폭시키고 렌즈를 확대하기 위한 질문.  
    1. 우리가 서로 생각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어떤 정보가 믿을만한지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3. 쟁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4. 지금 가장 괴로운 게 뭔가요?
    5. 상대방의 주장 가운데 그래도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인터뷰이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는 질문.
    6. 이게 당신에게 왜 중요한가요?
    7.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8. 당신에 대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9. 반대 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이 뭔가요?
    10. 이런 충돌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1. 만약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입장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삶이 달라질까요?
    12. 만약 사람들이 당신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많이 듣고 더 잘 듣기 위한 질문.
    13. 아, 방금 이야기한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14. 그래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15. 그런 감정이 어디에서 온 걸까요?
    16. 잠깐 끼어들어도 되나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17. 지금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 있나요?

    다른 생각에 노출시키고 확증 편향을 벗어나도록 돕는 질문.
    18. 상대 편에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으세요?
    19. 상대 편에서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요?
    20. 상대 편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말씀해 주세요.
    21. 사람들이 ○○○라고 이야기하던데,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22. 그동안의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었나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 미디어오늘의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연속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북 외무성, “끝까지 초강력 대응”

     

    미 백악관, “군사훈련 지속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1.05 08:31
    •  
    •  수정 2022.11.05 09:13
    •  
    •  댓글 0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리익을 침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력대응으로 대답할 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천명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4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연장 결정을 비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초강력 대응’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5일 [미국의소리](VOA)는 4일자 상업용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내 이동식 건물의 지붕과 외벽 상당 부분이 해체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든, 그 어떤 상상 못할 사태가 발생하든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인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길에서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질런트 스톰’을 강행한 미국이 “우리의 정당방위대응조치를 걸고 4일까지 예정되였던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유엔안전보장리사회 회의까지 소집하는 도발적 망동을 거듭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포격은 “적대적도발행위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며 행동적 경고”이며, “현재 조성된 엄중한 군사적 대치상황”은 미국과 한국이 “사상최대규모의 합동공중타격훈련을 벌려놓은 것으로 하여 초래되였다”고 책임을 넘겼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말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한갖 연막”에 불과하며, “추구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 조선반도의 지속적인 긴장격화와 불안정뿐”이라 진단하고, “지속적인 도발에는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는 북한 정권의 계속된 도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런 도발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이유’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실시간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이런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래서 김정은과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계속 진지하고 지속적 대화를 모색할 것이지만, 북한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방어 능력과 준비태세를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미일 연합훈련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필요하면 그러한 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북·미 사이의 ‘강 대 강 대결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성명>

     
    이미 우리는 미국이 자기의 안보리익을 해치는 엄중한 사태발생을 바라지 않는다면 도발적인 《비질런트 스톰》련합공중훈련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것을 명백히 경고하였다.

    이는 불안정한 현 군사정전체계하에서 교전일방을 겨냥한 공격형전쟁연습이 초래할수 있는 위험한 충돌현상을 예방하고 어떻게 하나 조선반도와 지역에 안정적인 안보환경을 마련하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화애호적인 노력과 인내심의 발현이다.

    우려스러운 사태발전을 두고 지역내 나라들도 조선반도정세가 현 불안정국면에 처하게 된 맥락과 근원을 정확히 진단하면서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성의있는 실천행동으로 긴장완화조치를 취할것을 거듭 호소하고있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지역내 나라들의 요구와 평화적안정환경유지의 자명한 리치도 외면하고 그 무슨 도발을 억제하고 대비한다는 구실밑에 침략적인 련합공중훈련을 강행하는것으로 대답하였으며 우리의 정당방위대응조치를 걸고 4일까지 예정되였던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유엔안전보장리사회회의까지 소집하는 도발적망동을 거듭하고있다.

    극도에 이른 미국의 군사적대결광란은 조선반도범위를 초월하여 동북아시아의 전반적안전환경에도 커다란 부정적파장을 일으키고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미국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위를 주권국가의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로,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념원에 대한 파렴치한 도전으로 락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배격한다.

    미국이 추종세력과 야합하여 련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을 개시한 이후에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의 군사훈련은 적대적도발행위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며 행동적경고이다.

    현재 조성된 엄중한 군사적대치상황은 명백히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압도적대응》을 운운하며 사상최대규모의 합동공중타격훈련을 벌려놓은것으로 하여 초래되였다.

    미국과 남조선의 무분별한 대결적선택은 적대적긴장상태를 촉발시킨 근원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조선반도와 지역의 우려스러운 불안정기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매우 위험한 기도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다.

    조선반도정세가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 된것은 지역내 동맹세력을 발동하여 제재압박과 군사적위협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강요하려는 미국에 절대적책임이 있다.

    미국은 자기의 상투적인 《전제조건없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립장이 국제사회를 기만하기 위한 한갖 연막에 불과하며 추구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 조선반도의 지속적인 긴장격화와 불안정뿐이라는것을 세계앞에 스스로 드러내놓았다.

    지속적인 도발에는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마련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리익을 침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것이며 끝까지 초강력대응으로 대답할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천명한다.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든,그 어떤 상상 못할 사태가 발생하든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인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길에서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것이다.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주체111(2022)년 11월 4일
    평 양

    (출처-조선중앙통신)

    [SCM]한미 국방장관, “북한 정권 종말” 모의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1.05 08:25
  •  

  •  댓글 0
  •  

    한반도는 쉼없이 위험해지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한미 국방장관들이 모여 연례안보회의(SCM)를 개최한다. 한미 양국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한미 연례안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두 나라의 국방정책으로 현실화된다.

    “싱가포르 합의, 판문점 합의‘ 사라진 자리에 “북한 정권 종말” 표현 삽입

    비록 형식적일지언정 지난 해 회의까지 한미 국방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4.27 판문점합의, 9월평양합의 등을 언급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그런 단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새롭게 삽입된 것은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이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는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이 표기되었다. 북과의 대화흔적을 지우고 ‘북한 정권 종말을 위한 군사적 실행 계획’을 모의한 셈이다.

    그 실행조치로 합의한 것이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연례적 개최’이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가정하여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어 작전에 투입되는 것을 상정한 훈련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연습은 2018년 남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분위기 속에서 중단된 바 있다.

    양 국방장관은 마치 9월 핵정책법령 제정 등 ‘북한의 핵정책 고도화’ 때문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재개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 연습은 이미 2021년에 재개되었다. 또한 지난 9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여한 한미 훈련, 10월 스텔스 전투기 F-35B 등이 참여하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 등도 모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일환이다. 이미 그들은 ‘북한 정권 종말’을 위한 실행계획을 가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연례화할 것을 공식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1년에 수 차례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북한 정권 종말 실행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작전계획 최신화, 1단계 완료된 듯

    이번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내용은 한미 작전계획 최신화였다. 지난 해 12월 개최된 53차 연례안보회의에서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하고, 그 1단계 조치인 전략기획지침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작전계획은 ‘전략기획지침 → 전략기획지시 → 새로운 작전계획 완성’이라는 절차를 밟아 마련된다. 전략기획지침은 지난 해 12월 승인되었고, 전략기획지시는 올 해 3월 승인되었다. 마지막 3단계인 작전계획 완성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작전계획의 최신화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모호하게 표현되어 완성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회의를 마치고 열린 양국 국방장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종섭 국방장관은 “작계라는 것은 한번 완료되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언제까지 완료한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다. 다만 가속해서 최신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작전계획 최신화는 완료되었고, 다만 안보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안보 환경을 감안하여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답변으로 들린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작계 최신화는 1차적으로는 완료되었고, 다만 북한의 고도화되는 군사행동, 고조되는 대만 해협에서의 위기 등을 감안하여 수시로 내용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9일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구소(ICAS) 화상대담에서 대만 유사시를 대비해 “모든 것과 관련해 우리는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한다”면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한미 동맹이 중국과 러시아를 주시하며 국제적인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유지한다”고 강조함으로서 대만 유사시 한미 동맹이 공동행동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대만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움직임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강대강 대결의 장기화, 전쟁위기의 일상화

    이번 한미 안보안보회의는 사실상 대북전쟁계획을 논의한 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정권 종말”을 목표로 하는 군사 실행 계획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행 계획은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과 새로운 작전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강대강 대결을 천명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북은 강한 맞대응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다. 한반도 강대강 대결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위기 역시 일상화되고 있다.

    쉬지않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언젠가 풍선이 터지듯이, 전쟁 위기가 쉬지 않고 지속되면 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의 대결적이고 호전적인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쉼없이 위험해지고 있다.

    2022년 11월 3일 목요일

    [팩트파인더] 참사인가, 사고인가... 역대 정부는 어떤 표현 썼나

     


    입력
     
    2022.11.04 04:30
     
    수정
     
    2022.11.04 08:58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함께 1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명칭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사고' '사망자'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당인 국민의힘도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희생자' 표현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지난 2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이 문제로 충돌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정부의 표현과 관련해 "최대한 무색투명한 용어를 쓰려는 의사가 반영된 용어"라며 "어느 용어를 금기시하는 것은 불가하니,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용어가 통일될 것"이라고 했다. 어떤 표현을 사용하든지 선택의 문제이며, 여론의 공감이나 수렴을 통해 정리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①재난안전법엔 ‘사고’... 공식 석상엔 ‘참사’도 등장

    정부·여당은 '사고' 표현과 관련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조항을 근거로 법률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가 '참사' 대신 '사고'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책임을 회피하거나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과거에도 '참사' 표현은 대통령 담화문이나 정부가 마련한 합동분향소 명칭 등에서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천 복합스포츠센터 화재(2017년), 대구지하철 화재(2003년)다. 대구지하철 화재의 경우, 당시 설치된 분향소뿐 아니라 이후 진행된 추모행사에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세월호 참사(2014년) 당시에는 '사고 희생자'라는 표현이 사용된 분향소가 마련됐다. 현 정부의 '사고 사망자'와도 조금 다르다. 그러나 이후 '세월호 참사 기억식'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번 참사 후 첫 대국민담화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고 했다.

    영어 표현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지난 1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사고를 뜻하는 'incident'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정부의 다국어 포털인 코리아넷도 'incident'로 올라와 있다. 그러나 다수 외신들은 참사를 이르는 'disaster'로 보도하고 있다. 박종현 행정안전부 사회재난대응정책관은 2일 "재난 관련한 용어를 최대한 중립적으로 쓰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명 관광지인 이태원이라는 지명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4월 29일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를 위한 정부 합동 분향소를 찾아 길게 줄을 선 채 조문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주성 기자


    ②세월호 계기로 국어사전에 '희생' 뜻 추가

    '사망자'냐 '희생자'냐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정부는 '보다 중립적 용어'라는 취지에서 희생자 대신 사망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최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 앞서 서해 페리호 침몰(1993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당시에도 사망자뿐 아니라 희생자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단, 세월호 참사 직후에 국립국어원은 표준국어대사전 수정을 통해 '희생'이라는 단어에 '사고나 자연 재해 따위로 애석하게 목숨을 잃음'이라는 뜻을 추가하기도 했다.

    사회적 참사 분향소 조문에 나선 전직 대통령들. 왼쪽부터 고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③'근조' '추모'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도 논란

    행정안전부와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30일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글자 없는 검은색 리본'을 패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통상 '근조'나 '추모'라는 글자가 적힌 검은색 리본에 익숙한 터라 논란이 불거졌다. 인사처는 "통일성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논란이 커지자 "애도를 표할 수 있는 검은색 리본이면 규격 등에 관계 없이 착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리본 패용에 특별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분향소를 방문한 박근혜 전 대통령,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분향소를 방문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당시 당선인) 등은 '근조'라는 글자가 적힌 검은색 리본을 달았다. 역대 대통령 중에도 리본을 패용하지 않은 채 합동분향소를 방문한 전례도 적지 않다.

    여야 의원들의 추모 리본도 정부 지침과 다소 다르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태원 사고 희생자 애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자가 적힌 리본을, 민주당 의원들은 한자로 근조(謹弔)라는 글자가 적힌 리본을 달고 있다.

    박세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