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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3일 수요일

북한 선수단이 평창행 KTX 타는 걸 상상한다

[기고] 차가운 철이 남북 연결의 평화 도구로 쓰인다면?
끊겼던 남북직통 전화가 연결됐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도 순간 적으로 빛이 보일 때가 있다. 어둠을 걷어 내려면 이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한다. 그동안 남북관계는 당장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악화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적 옵션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북한은 미사일 발사로 강대강 대치 국면을 가속화 시켰다. 남북, 북미 긴장을 빌미로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대국화는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상생과 발전을 위협하는 일이다. 상대를 악마화 함으로서 존재 근거를 찾았던 일부 정치인과 수구 언론들은 전쟁을 부추기는 듯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도 한국사회에는 북한과의 대화나 지원에 대해 무조건 반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절멸시켜야할 악마가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하고 소통해서 한반도의 평화적 미래를 열어야할 동반자이다. 이런 현실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어야 할 주체는 남한이다. 독일이 보여줬던 통일의 역사처럼 교류와 협력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베를린 장벽을 사이에 두고 총구를 겨눈 적이었지만 서독은 포기하지 않고 동독과 손을 잡으려 했다. 이 같은 노력에 대해 동독을 추종한다거나 이적행위라고 몰아붙이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정파나 기득권을 누리려는 언론은 없었다. 설혹 그런 기미가 보일지라도 서독 사회에서 도태됐다. 파시즘과 끔찍한 전쟁을 겪은 땅에서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였고 약속의 결과였다.  

단절은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창구를 봉쇄한다. 소통이 중단되면 오해를 부르고 오해는 억측으로 나아간다. 지금 같이 남북, 북미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소한 충돌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남과 북은 지금까지 쌓아온 거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이런 상황에서 평창 올림픽을 매개로한 남북의 소통은 지금까지 파행을 보였던 남북관계의 방향을 틀 수 있는 놓쳐서는 안 되는 소중한 기회이다. 문재인 정부가 북에 먼저 손을 내밀고 이에 북이 화답했다. 끊어졌던 남북직통전화가 연결되는 것은 꺼져가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전환점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는 남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이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신북방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절대적 조건이다. 북방정책은 결국 대륙으로의 연결이다. 한국이 짊어졌던 역사적 딜레마인 대륙이지만 대륙에 속하지 못했던 ‘섬’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그렇다면 남북의 소통과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바로 철도의 연결이다. 이미 남과 북은 문산과 개성을 잇는 철도를 운행한 경험이 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이 개성을 출발해 문산을 거쳐 서울역에서 평창행 KTX를 탈 수 있다면 남과 북의 화해와 평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보다 더 상징적인 장면이 어디 있을 것인가? 북한 선수단의 개성 역 출발은 또 다른 의미도 부여 할 수 있다. 개성은 남과 북이 협력해 조성한 공단이 있다. 박근혜 정권의 막무가내식 공단 폐쇄로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되었고 남한 중소기업인들은 사지로 내몰렸었다. 평창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개성과 문산의 철도 운행을 원래대로 정례화 하고 개성공단 복원 사업을 추진한다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철도와 같은 멋진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마당에 이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옛 경평축구대회의 부활을 기치로 서울과 평양에서 정기적으로 축구 교류전을 열수도 있다. 남북 선수단과 응원단이 열차 안에서 용광로처럼 섞일 수 있다. 북한 철도의 개선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의 새장을 열 수도 있다.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평양에서 점심을 신의주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 국제역이 된 서울역 국제선 창구에서 베이징, 모스크바, 런던행 열차표를 끊을 수 있다는 꿈을 보여주는 것이 신북방정책의 종착역이 아닌가?

차가운 철이 남과 북을 뜨겁게 연결하는 평화의 도구로 쓰인다면 갈등과 대결로 얼룩진 21세기 지구촌에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다. 식민지와 수탈, 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과거를 딛고 새롭게 미래로 나아가는 세계사적 대 전환이 한반도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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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받았다면 할복하겠다”는 최경환 한국당 의원 구속

[아침신문 솎아보기] 23개월 만에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남북 해빙 분위기’ 불편한 기색 내비친 조선·동아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2018년 01월 04일 목요일
자유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이 4일 새벽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일 최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뒤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되는 첫 사례다.
최경환 의원은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시절인 2014년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정부서울청사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당시 이병기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은 이헌수 기조실장한테 돈을 받았다고 파악하고 있다. 국정원이 특수활동비 등 국정원 예산을 편성할 때 편의를 봐달라는 취지로 돈을 건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최 의원은 지난해 이런 혐의가 불거졌을 때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말하는 등 범죄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 4일 한겨레 1면.
▲ 4일 한겨레 1면.
함께 구속된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을 지내며 지역 정치권 인사 등에게 불법정치자금을 비롯해 뇌물을 받는 등 모두 20여명으로부터 10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그동안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이 없거나 보좌관이 한 일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한겨레는 1면에서 “이 의원의 경우 받은 돈의 일부가 이른바 새누리당의 ‘공천헌금’일 가능성이 크고, 이 돈이 친박계 중진의원 등에게 흘러간 정황이 있어 향후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23개월 만에 복원된 ‘판문점 연락 채널’…조선일보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대 잡았다’
남북 간 대화가 23개월 만에 재개됐다. 북한이 3일 판문점 연락채널 가동에 응한 것이다. 정부가 고위급 당국회담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남북 간 소통의 창구가 열렸다.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북한이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끊은 지 23개월 만이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은 일제히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된 것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다음은 4일 아침 발행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남북 말의 통로 다시 열렸다” 
국민일보 “‘판문점 채널’ 다시 열리다” 동아일보 “南에 전화걸어온 北, 견제구 날린 美” 서울신문 “시작된 해빙…23개월 만에 남북 통화” 세계일보 “남북 판문점 채널 다시 열렸다” 조선일보 “판문점 채널 연 北… ‘평창 성공’ 또 언급” 중앙일보 “연 47조 ‘차이나 중독’ … 아세안·인도가 출구” 한겨레 “남북 핫라인 복원…평창 고위급회담 임박” 한국일보 “‘○○○입니다’ 23개월 만에 북한서 온 전화“ 
3일 통일부는 “오늘 오후 3시 30분부터 약 20분간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통신선 점검 등 남북 간 상호 접촉을 진행했다”며 “북측이 먼저 전화를 걸어 왔고 통신선 이상 유무에 대한 기술적 점검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 4일 한국일보 1면.
▲ 4일 한국일보 1면.
통화에 앞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 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하여 해당 개최와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에 연계하도록 3일 15시(한국 시간 오후 3시 30분)부터 북남 사이에 판문점 연락 통로를 개통할 데 대한 지시를 주셨다”며 “우리는 최고지도부의 뜻을 받들어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에서 남조선 측과 긴밀한 연계를 취하고, 우리 대표단 파견과 관련한 실무적 문제를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리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신년사에 환영의 뜻을 표한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높이 평가하시면서 환영의 뜻을 표명했다”며 “(김 위원장은) 일정에 오른 북남 관계 개선 문제가 앞으로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에 맞게 해결되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북남 당국이 이 문제를 어떻게 책임적으로 다루어 나가는가 하는 데 달려 있다고 강조하셨다”고 전했다.  
23개월 만에 뚫린 북한과의 연락망에 정부도 반가움을 표시했다. 윤영찬 청와대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남북) 연락망 복원의 의미가 크다. 상시 대화가 가능한 구조로 가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과 패럴림픽은 한반도의 평화를 알리는 나팔이 될 것이다. 얼음을 뚫고 길을 내는 쇄빙선처럼 위기를 뚫고 평화로 가는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 측은 이날 통화에서 남측이 제의한 고위급 회담에 응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 4일 경향신문 1면.
▲ 4일 경향신문 1면.
조간들은 조만간 남북 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했다. 한국일보는 1면에서 “통상 남측에 책임을 떠넘기던 것과 달리 ‘북남 당국이 책임적으로 다루어 가는가에 달렸다’고 밝히며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내비친 것은 이전과는 다른 진전된 모습”이라며 “무엇보다 북한이 1일 평창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2일 우리 측이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자 다시 북한이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개통하며 즉각 화답하는 등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속도감 있게 조성되는 점은 긍정적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겨레 역시 1면에서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북대화 국면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 역시 1면에서 “남북이 연락채널을 재가동하면서 회담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신문들은 남북 간 대화 물꼬가 트인 소식과 함께 미국 측의 반응을 주요하게 다뤘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1면에 북한과의 전화통화 소식과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 기사를 배치했다.
▲ 4일 경향신문 1면.
▲ 4일 경향신문 1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이 대화 재개에 착수하는 데 대해 직접적인 평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트위터에 “로켓맨(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금 한국과의 대화를 처음으로 원한다”며 “아마 이것이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와 다른 압박들이 북한에 큰 충격을 주기 시작했다. 군인들이 위험하게 도망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해서는 강경 자세를 취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에 유화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핵 단추가 내 책상에 놓여 있다’고 위협한 것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핵 버튼이 있다. 그 보다 더 크고 강력하다. 내 버튼은 작동한다”고 반격했다. 대북 제재와 압박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주요 조간들 사설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경향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북한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재가동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고 긍정 평가했다.  
▲ 4일 조선일보 사설.
▲ 4일 조선일보 사설.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김정은이 ‘핵 단추’로 미국을 위협하고, ‘평창 참가’로 남쪽을 향해 추파를 던진 의도는 누구의 눈에도 뻔하다”며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말대로 대북 제재 국가를 각개 격파 식으로 하나씩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북한이 새해 들어 대화국면으로 전환한 것은 김정은의 공언대로 ‘핵 무력’이 어느 정도 완성된 탓도 있겠지만, 그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는 뜻”이라며 “대북 압박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이때 얼마 전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개성공단 폐쇄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놓아 미국의 반발을 산 것 같은 우를 다시 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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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남북관계 어깃장은 제 발등 찍기될 것

미국의 남북관계 어깃장은 제 발등 찍기될 것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04:25]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라며 평창동계올림픽에 적극 참여의사를 공개 표명하였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고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의 재개통을 발표하면서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준비를 위한 회담을 전격 제안하였다.
청와대는 적극 환영의 입장을 밝혔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남북고위급 회담 준비에 들어갈 것을 각 부처에 지시하였다. 

회담에서는 일단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논의가 진행되겠지만 발전한다면 남북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된 문제까지도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어 연내 남북정상회담 성사가 가능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발전할 여지도 없지 않다.

미국의 초강경 대북제재가 여전한 상황에서 과연 가능하겠는가라는 의문도 적지 않다. 
물론 미국이 남북관계 개선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지간한 배짱이 없다면 이런 남북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 미 국무부 헤더 노어트 대변인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자주시보

▲ 샌더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의 대북압박정책은 계속될 것임을 강조했다.     ©자주시보

그런데 그 미국이 이제는 함부로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을 막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북의 추가적인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막을 유일한 길은 북에 대한 핵공격위협을 가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말이 아닌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지난해 시험발사에 성공한 수소탄 장착용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실전배치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의 지하 핵기지에는 미사일 장착용 신형 수소탄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미국 본토까지 운발할 화성-14형,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줄줄이 대차에 실려 지하 동굴기지에 늘어서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성-15형보다 더 위력적인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도 다그쳐가고 있을 것이다. 이미 북은 지난해 4.15열병식에서 발사관에 담긴 신형 고체연료대륙간탄도미사일 두 종류를 공개하였다. 중국, 러시아에 최강 전략무기로 꼽고 있는 미사일들과 형태나 크기가 비슷했다.

▲ <사진 10> 이 사진은 2017년 4월 15일 태양절 105주년 경축 열병행진에 익명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관을 탑재하고 등장한 7축14륜 자행발사대차를 촬영한 것이다.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 2017년 4.15열병식 맨 마지막에 등장한 고체연료로켓으로 냉발사체계(콜드런칭체계)를 갖춘 8축 16륜 차량 탑재 탄도 미사일, 미 전역을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자주시보

이런 미사일 발사만이라도 막으려면 미국은 당장 북과 전쟁을 하거나 대화에 나서야 한다. 시간이 너무 없다. 미국 CIA에서도 3월이면 북이 완벽한 소수탄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직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에게 보고했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측이 2월과 3월에 진행해오던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훈련을 연기할 뜻을 이미 표명하였고 미국과 그에 관해 조율중이라고 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한국 정부가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고 즉각 공개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이것은 전쟁으로 북의 핵미사일 완성을 막는 일을 포기했다는 말과 같다. 

그렇다면 대화밖에 남지 않게 된다. 주한미군철수와 같은 일을 하는데 있어 미국이 거론하기 가장 좋은 명분은 한국정부과 국민이 철수를 바란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의 대통령과 일부 간부들은 한국이 주둔비용을 더 분담하지 않으려 한다는 둥, 일방적으로 북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한다는 둥 하면서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말은 은근히 종종 흘리고 있다.
어쨌든 미국이 북미대화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풀려나가는 것이 미국에게 여러모로 유리하다. 

▲ 강경화 외무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진행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두 여성 대변인들은 남북관계 개선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틸러슨 국무장관은 달랐다. 3일 강경화 외무장관이 틸러슨 국무장관과 북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전화통화를 가졌는데 한미공조가 중요하다는 점만 강조했을 뿐 너무 앞서 나가지 말라는 식의 특별한 이견을 말했다는 보도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일단 남북대화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자주시보

김정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하며 '그가 처음으로 한국과 대화를 시작했다'며 '지켜보자'고 했다. '로켓맨'이라는 말이 중국에서는 그리 부정적인 말은 아니라는 점은 본지 중국시민이 이미 지적한 바 있다.(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5720)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흥미있는 호징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개선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일단 부정적으로 볼 상황은 아니다.
막으려는 뜻이 있다면 그 성격상 바로 '턱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햄거버를 함께 먹으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후보시절부터 종종 언급한 바 있다. 

▲ 니키 헤일리 대사     © 자주시보

이런 상황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이 1주일 안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도발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만약 도발한다면 북한 정권에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라고 경고하였다.

정말 뜬금없다. 
아무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예상을 깨는 파격을 많이 보여주었다고 해도 1달밖에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하고 긴급히 실무회담을 하자고 한 지 1주일도 되지 않아 미사일을 쏠 리는 없다.
당연히 일어나지 않을 일을 일어날 것처럼 말한 후 마치 미국의 경고 때문에 북이 미사일 발사를 자제했다고 우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결국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 북이 미사일 발사도 포기하고 남북대화, 북미대화에 나왔다는 명분을 얻자는 것이 아니겠나 싶다.
실제 미국뿐만 아니라 남녘의 많은 제도권 친미 국제정세전문가들이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탈출구를 찾기 위해 북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제안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는 정반대라는 것이 본지의 진단이다.
지난해 북이 보여준 어마무시한 핵무장력을 보고 미국은 더는 전략적 인내로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전쟁과 대화 둘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전쟁을 접고 북과 대화를 모색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한 분석이라고 본다. 

정세를 정확히 볼 줄 알아야 우리 정부가 어떤 자세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야 할지 정확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2017년 김정은 조선 로동당 위원장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백두산에 올라 최후승리를 앞당겨낼 의지를 밝혔다.

북이 경제적 어려움 극복을 위한 탈출구나 찾으려고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고 판단하고 무슨 당근책을 가지고 북과 밀고당기기를 해보려다가는 남북대화마저 초장부터 완전히 어그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그런 북과 밀고당기기용으로 남북관계를 이용하려한다면 결국 도끼로 제 발등을 내리찍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은 인정사정볼 것 없이 바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 심험발사뿐만 아니라 미국 앞바다를 수소탄 시험으로 뒤집어 엎어놓을 것이며 지난해 북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두 번이나 씽씽 넘어갔듯이 미 본토를 가로질러 넘어가는 불꽃쑈를 미국 시민들에게 생생히 보여줄 것이다.

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뭘 하겠다고 했다가 그만 둔 경우를 지난해 처음 보았다. 바로 괌포위타격이다. 하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했을 것이다. 이미 일본 열도를 넘어서는 미사일 두 발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한 발은 괌까지 가는 사거리 미사일이었다. 괌 타격 능력을 명백히 보여주면서도 참았던 것은 미국에게 마지막으로 대화로 해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미국도 그 뜻을 이해했음이 분명하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이 무서워서 못 쏜 것이라고 북을 공격하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 괌 포위 타격 안 한 것을 가지고 북을 비꼬거나 폄하는 발표를 본 적이 없다. 언론 보도도 없었다. 어쩌면 고마워했을 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참모들의 예리한 판단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 수 없다. 일단 12명 여종원과 김련희 씨 문제를 전향적으로 풀어갈 결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국도 이제 더는 시간도 기회도 없다는 점을 명백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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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총새우의 충격파 비밀병기는 어떻게 진화했나

조홍섭 2018. 0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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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 집게발로 ‘버블 제트’ 충격파 일으켜
에너지 비축 돌기 등 간단한 형태변화가 비결 

s1.jpg» 기형적으로 큰 한쪽 발로 충격파를 일으켜 사냥과 소통을 하는 딱총새우의 일종. 이런 극적인 진화가 사소한 형태변화의 결과로 일어났음이 밝혀졌다. 카지 외(2017)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바닥에 모래나 펄이 깔린 얕은 바다 밑에 손가락만 한 딱총새우가 산다. 한쪽만 불균형하게 큰 집게발로 시끄러운 소리를 내 이런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딱총’이란 이름은 이 동물의 놀라운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참고로 영어 이름은 ‘권총 새우’이다).

딱총새우는 집게발이 먹이에 닿기도 전에 엄청난 압력의 충격파로 죽이는 비밀병기를 갖고 있다. 그 비밀은 시속 100㎞의 빠른 속도로 닫히는 집게의 속도에 있다. 새우가 일으키는 충격파는 이렇게 생긴다.

집게발이 급격하게 닫히는 순간 위·아래 집게의 형태로 인해 제트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데, 속도가 빠르면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집게발 앞쪽에 저압 부위가 생기면서 여기에 거품이 형성된다. 거품은 물줄기를 따라 앞으로 실려 나가는데, 주변 압력이 갑자기 높아져 내부로 붕괴한다. 큰 거품이 작은 거품으로 붕괴하면서 큰 폭발이 일어난다. 이때의 초고압이 충격파를 일으킨다.

s2.jpg» 수족관의 딱총새우 일종. 자연계에선 흔히 망둥이와 구멍을 함께 이용하며 공생한다. 오픈 케이지,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s3.jpg» 바닷속 딱총새우의 일종. 망둥이와 구멍을 함께 쓰며 새우가 구멍을 제공하는 대신 망둥이는 천적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공생을 한다. 스티브 차일즈,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집게발 앞 4㎝ 거리에서 발생하는 폭발 때 온도가 태양표면에 해당하는 4700도까지 오르고 약간의 빛과 함께 218 데시벨의 소리가 난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1000분의 1초 이내에 끝나기 때문에 그 영향은 작은 물고기나 갑각류 같은 동물을 죽이는 데 그친다. 딱총새우는 사냥뿐 아니라 서로 소통할 때도 이런 ‘버블 제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가장 시끄러운 생물의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면 애초 물건을 집는 데 쓰려고 진화한 집게가 어떻게 충격파를 발사하는 장치가 됐을까. 토모나리 카지 캐나다 앨버타대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새우 19개 과 114종을 대상으로 마이크로 단층촬영, 고속 비디오, 3디(D) 프린터 등으로 조사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얻었다.

todn.jpg»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딱총새우. 1. 큰손딱총새우, 2. 긴발딱총새우, 3. 홍발딱총새우.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1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딱총새우 집게발 관절 부위의 미묘한 변화가 극적인 기능 차이를 낳았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게다가 이런 혁신은 2개 과의 새우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새우 집게발 관절의 기능 진화를 두 단계로 설명했다. 초보적인 기능은 단순히 위 집게발을 근육의 힘으로 아래 집게발과 맞닿도록 하는 ‘피벗 조인트’이다. 첫 혁신은 관절 부위에 작은 돌기를 만들어 충분한 압력을 가할 때 닫히는 구조인 ‘슬립 조인트’로 바뀐 것이다. 관절의 돌기는 주머니칼 손잡이의 돌기처럼 힘을 모아주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최초의 피벗 조인트에 견줘 집게발이 닫히는 속도가 조금 빨라진 데 그친다.

두 번째 혁신은 딱총새우가 이룩한 것으로 ‘슬립 조인트’에서 ‘코킹 슬립 조인트’로 집게발을 닫는 방식을 바꾼 것이다. 이 방식은 집게발을 완전히 뒤로 젖혀 근육의 에너지를 비축한 뒤 다른 근육의 힘으로 닫히도록 한 것인데, ‘버블 제트’를 일으킬 정도로 빠른 속도를 내기 때문에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snapping.jpg» 새우 집게발의 진화 과정. A는 원시적인 집게, B는 돌기를 이용해 힘을 모으는 슬립 조인트 방식, C는 딱총새우에서 보는 코킹 조인트 방식. 집게를 완전히 젖혀 에너지를 비축한 뒤 빠른 속도로 닫는 구조다. 카지 외(2017) ’커런트 바이올로지’ 제공.
 
연구자들은 “생물의 극적인 기능 변화를 위해서는 극적인 형태적 변화가 필요한가”라고 물으면서, 이 연구 결과 그런 선입견과 달리 “(새우 집게발) 관절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집게발 기능에 극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Kaji et al., Parallel Saltational Evolution of Ultrafast Movements in Snapping Shrimp Claws, Current Biology (2017), https://doi.org/10.1016/j.cub.2017.11.044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남북 직통전화 복원에 개성공단 입주기업 "힘 난다"

18.01.03 20:09l최종 업데이트 18.01.03 20:09l



 북한은 3일 "오늘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촬영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
▲  북한은 3일 "오늘 오후 3시30분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6년 7월 19일 촬영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
ⓒ 연합뉴스

2018년 새해 북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하고, 남측이 이에 환영한다고 화답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다.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9일 판문점에서 남북 당국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한 다음날,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간 연락채널을 23개월만에 복구하기로 하면서 남북관계가 화해모드로 급진전하는 모양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3일 오후 3시 30분(북한 시각 오후 3시)부터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채널 재개통으로 남북 간 연락채널이 복구되는 건 2016년 2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후 23개월만이다. 북한은 2016년 2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발표한 다음날인 2월 11일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면서 판문점 연락채널과 군통신선을 모두 차단했다. 

남북관계 화해 진전에 개성공단 재가동 기대도 커져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올림픽 대표단' 파견 신년사와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화답, 그리고 이어진 남측의 남북 고위급 실무회담 제안과 북측이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 등으로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기대 또한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은 현대아산이 2003년 6월에 착공해 2004년 시범단지를 분양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2차 가동 중단 때까지 1단계 부지(330만m², 약 100만평) 개발을 마친 상태로 기업 124개가 입주해 있었다. 중단 당시 고용된 북한노동자는 5만4000여명 규모였다.

2014년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한 인건비는 약 8840만 달러로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 4억6997만 달러(약 5400억원)의 18.8%를 차지했다.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부품은 모두 남쪽에서 가져다 썼다.

이 기간에 남한이 더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개성공단이 남한 경제에 미친 계측 자료(한국은행·한국산업단지공단, 2014년)를 보면, 부가가치 생산액은 개성공단 생산액의 5~10배인 2조6000억 원에서 6조 원 규모이고, 생산유발액은 3조2000억 원에서 9조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개성공단은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남한 정부가 단행한 금강산관광 중지 등, 5.24 조치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남북 교류협력 최후의 보루이자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이 들어선 지역은 북한군 6사단과 64사단, 62포병 여단 등 남한의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장사정포 핵심부대가 배치된 군사지역이었는데, 개성공단 조성으로 이 군대들이 북쪽으로 15km 이상 후퇴하는 효과를 낳기도 했다.

또, 국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개성공단은 남북은 물론 남·북·중·미·일·러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동북아시아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귀띔조차 없었던 중단, 알고 보니 박근혜 '구두조치' 

출경하는 개성공단 차량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오기 위해 개성으로 출발하고 있다.
▲ 출경하는 개성공단 차량 지난해 2월 11일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물품을 싣고 오기 위해 개성으로 출발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그러나 2016년 1월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에 대응한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이 완충지대가 사라졌다.

그리고 최근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국무회의 의결 없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두조치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분노했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8일 발표한 '정책혁신 의견서'의 핵심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한 내용으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인 구두지시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당시 개성공단 중단조치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 정책혁신위 조사결과, 이틀 전인 2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구두로 철수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는 국무회의도 열지 않은 채 대통령 자문기구인 NSC상임위원회 결정에 기초해 개성공단에서 인력을 철수시키고 단전·단수 조치까지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당시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은 중단 사실을 사전에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때문에 입주기업들은 물량의 대부분을 공단에 남겨둔 채 허둥지둥 일부만 챙겨 나와야했다. 입주기업들은 당시 '미리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손해가 덜 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재가동, 이제 시간은 우리 편"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개성공단 중단에 대한 대응 조치로 끊겼던 남북 간 채널이 복원되자,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 또한 개성공단 재가동에 기대에 부풀었다. 다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만큼 일단 남북 당국자 회담을 지켜보기로 했다.

신한용 개성공단입주기업협회장은 "북한이 신년사를 발표하기 전에 협회에서 중단 2년에 맞춰 나름대로 준비한 입장이 있었는데, 남북관계가 이렇게 진전 될지는 몰랐다"라며 "남북관계 진전 소식을 입주기업들이 반기는 것은 물론, 지칠 대로 지친 몸에 희망이 생기고, 힘이 생긴다"라고 입주기업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하루라도 빨리 들어가고 싶다. 다만 우선 평창올림픽을 중심으로 남북 당국자 고위급 회담이 진행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남북 간 대화와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의 화두가 올림픽에서 민간교류·경제협력으로 확대되면, 그때 자연스럽게 개성공단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신한용 회장은 "이제 시간은 우리 편이다"고 기대감과 더불어 믿음을 내비쳤다. 그는 "북측의 대표단 파견 제의에 남측이 바로 9일에 회담 열자고 제안했다. 이제 개성공단 재가동은 당위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다. 이제 시간은 우리 편이다"라며 "남북관계 개선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고, 개성공단은 민족공동번영의 평화엔진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개성공단 재가동 담론이 본격화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2일 화요일

‘건국 백년’은 대한민국을 국민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공식적인 선언

‘건국 백년’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 왜?
‘건국 백년’은 대한민국을 국민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공식적인 선언
임병도 | 2018-01-03 09:08:47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현충원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방명록에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차 건국 백년을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새해 첫 공식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했으니 내년은 ‘건국 100주년’이 됩니다. 당연히 건국 100주년 행사도 의미 있게 진행돼야 마땅합니다.
문 대통령이 단순히 건국 100주년 행사를 위해서 계속 ‘건국 백년’을 강조하고 있을까요? ‘건국 백년’에 담긴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① 지긋지긋한 이념 논쟁, 종지부를 찍자
극우 보수와 자유한국당은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 8월 15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건국절을 주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건국 백년’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하태경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건국 100주년 발언에 소모적 이념논쟁이라고 반박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페이스북 캡처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에서 건국절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하나의 잣대가 됐습니다. 이승만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면 ‘빨갱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건국 백년’은 정치 공세로 이용됐던 건국절 이념 논쟁을 완전히 끝내겠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건국 100주년 행사를 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건국 백년’을 선포하게 됩니다. 각종 문서와 자료 등을 통해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② 친일과 망각의 역사를 재수립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후손 김시진씨를 찾아 절을 하고 독립유공자 3대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약속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유난히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만나 그들을 위로하고, 복지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정권들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며 독립유공자를 박대하는 모습과는 다릅니다.
대한민국에서 친일 청산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은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에 앞서 친일과 독립운동의 경계선이 바로 임시정부를 잇는 ‘건국 백년’입니다.
‘건국 백년’은 1945년 광복 이전에 있던 독립운동을 대한민국의 공식 투쟁으로 인정합니다. 1948년을 건국으로 인정하면 그 이전의 투쟁은 단순히 개인의 활동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잊고 있는 망각의 역사를 다시금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건국 백년’으로 삼고 있습니다.
③ 건국 이념은 촛불혁명으로 이어졌다.
▲2016년 12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촛불을 밝히고 있는 당시 문재인 전 대표ⓒ연합뉴스

국민주권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가 처음 사용한 말이 아닙니다.
백 년 전인 1917년 7월, 독립운동가 14인이 상해에서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은 국민주권을 독립운동의 이념으로 천명했습니다.
경술국치는 국권을 상실한 날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주권이 발생한 날이라고 선언하며,
국민주권에 입각한 임시정부 수립을 제창했습니다.
마침내 1919년 3월, 이념과 계급과 지역을 초월한
전 민족적 항일독립운동을 거쳐,
이 선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국민주권은 임시정부 수립을 통한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되었고,
오늘 우리는 그 정신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는 선대들의 염원은
백 년의 시간을 이어왔고,
드디어 촛불을 든 국민들의 실천이 되었습니다. (2017년 광복절 경축사..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촛불혁명으로 국민주권 시대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임시정부 수립 배경에는 국민주권이 있었고, 대한민국 건국의 이념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촛불혁명이 건국 이념의 연장선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건국 백년’의 주인공은 ‘국민’이라는 뜻입니다. ‘건국 백년’은 대한민국을 국민의 손으로 만들었다는 공식적인 선언이자 촛불혁명을 잇겠다는 강력한 의지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475 

2018년 1월 1일 월요일

MBC뉴스데스크 시민 인터뷰, 알고보니 ‘인턴 기자’였다.

‘의욕이 넘쳤나? MBC의 연이은 실수’ 사과하는 MBC, 희망은 있다
임병도 | 2018-01-02 09:01:4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2018년 1월1일 MBC뉴스데스크에 등장한 학생과 엠빅뉴스 인턴기자는 동일인물이었다.

새해 첫날 <MBC 뉴스데스크>는 <무술년 최대 화두 ‘개헌’…시민의 생각은?>이라는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개헌에 대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모아 방송한 것입니다.
시민 인터뷰에는 ‘주보배’라는 24살 학생이 등장합니다. 뉴스를 본 많은 시청자들은 주보배씨가 진짜 학생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주씨는 학생이 아니라 MBC의 ‘인턴기자’였습니다.
주씨는 지난 12월 7일 <“최승호 사장님, 왜 우린 사원증 목걸이가 달라요?”>라는 제목의 <엠빅뉴스>에도 나옵니다. 인턴기자가 최승호 신임사장을 인터뷰하는 당시 영상을 보면 주보배씨가 인턴 기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엠믹뉴스 마지막에 나오는 자막에도 ‘구성 주보배’라고 표기돼 있습니다.

‘언론 관계자의 시민 인터뷰는 여론조작이다’
인턴기자는 아직 정식 직원이 아닙니다. 원래 신분이 학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MBC 관련 업무를 하는 인턴기자가 시민처럼 인터뷰를 하고 뉴스로 보도하는 것은 ‘여론조작’이라고 봐야 합니다.
▲극우 성향 만화가 윤서인씨 부부는 2015년과 2017년 MBC 뉴스에 인터뷰이로 등장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지난 8월 31일 MBC 김세의 기자는 <또 리콜 신기록…하자 많은 이유는?>이라는 뉴스에서 친분이 있는 극우 성향 만화가 윤서인씨를 등장시켰습니다. 김 기자는 2015년 윤씨의 부인도 인터뷰하고 뉴스로 보도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사람을 인터뷰이로 선정해 뉴스로 보도하는 행위는 신중히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당시에도 ‘전파의 사적 농단’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사례를 놓고 MBC가 정상화 되기 전에 벌어진 일이니 잘못된 것이고, 정상화 이후에 벌어진 일이니 괜찮다고 지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시민 인터뷰이가 인턴기자였다면 그 영상은 내보내지 말았어야 합니다.

‘의욕이 넘쳤나? MBC의 연이은 실수’
▲MBC뉴스데스크는 제천 화재 CCTV 영상을 보도하면서 현장 지휘 소방관을 구조를 하지 않았다는 식으
로 보도했고,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제천 소방관 반론을 보도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2017년 12월 26일 는 제천 화재현장의 CCTV 화면을 보도하면서 “10분 넘게 무전 교신만 하면서 건물 주변을 돌아다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보도 이후 전·현직 소방관들의 지적이 나오자, 는 12월 29일 <제천 소방관 반론 “현장에서 뛰어다니면 안 된다”>라는 제목으로 당시 소방관의 이야기를 보도했습니다.
자신들이 보도한 뉴스에 대한 반론을 보도했으니 괜찮았을까요? 아닙니다. 정정 보도’를 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MBC는 ‘정정 보도’라는 말 대신에 ‘반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사과하는 MBC, 희망은 있다’
▲12월 31일 MBC뉴스데스크는 제천화재 CCTV 관련 보도가 잘못됐다며 사과 방송을 했다. ⓒMBC뉴스 화면 캡처

연이은 MBC의 실수로 정상화 되기 전과 무엇이 다르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오보를 사과했다는 점입니다.
12월 31일 <MBC 뉴스데스크>는 <잘못된 보도 바로잡고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CCTV 영상 보도와 현장 지휘관의 반론을 보도하면서 ‘정정보도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사과 방송을 했습니다.
언론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오보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에게 설명하는 과정이 꼭 포함돼야 합니다. 기자와 뉴스를 마지막까지 검증해야 할 의무가 있는 데스크의 책임도 물어야 합니다.
지금 MBC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오로지 오욕의 역사로 얼룩져 있습니다. 사장이 바뀌었다고 금방 개선되거나 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더욱 철저하게 저널리즘 원칙에 따른 뉴스를 보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만약,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과거와 똑같은 언론으로 MBC를 외면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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