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이지뷰

2023년 5월 28일 일요일

국민의힘의 그때그때 다른 '가짜뉴스' 대응, 언론 길들이기?


KBS '앵커멘트 정정'엔 "특위 검토" 초강경 대응, <조선일보> '유서대필 오보'엔 침묵?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3.05.28. 13:13:19


'가짜뉴스 척결'을 강조 중인 국민의힘이 오보 논란이 일고 있는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관련 두 건의 보도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찰이 건설노조 도심 집회가 불법이라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앵커 멘트가 문제가 된 한국방송(KBS) 보도에 대해서는 당 진상규명특별위원회 설치까지 거론한 반면, 고(故) 양회동 지대장의 죽음에 '분신 방조', '유서 대필' 의혹을 보도했다가 목격자 증언, 필적 감정으로 반박당한 <조선일보> 보도에는 '무대응' 입장을 밝힌 것.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언론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박대출, KBS '건설집회 앵커 멘트 정정'에 "진상규명 특위 검토할 것" 

최근 건설노조와 관련한 두 언론사의 보도가 입방아에 올랐다. 먼저 KBS는 지난 18일 <뉴스9>에서 건설노조 집회를 보도하며 "경찰은 며칠 전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이라고 못박고 강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어떤 부분이 집회시위법에 어긋나느냐는 논란이 불거졌고, 경찰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는 앵커 멘트를 내보냈다.

이를 두고 지난 19일 사내에서 '해당 앵커 멘트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KBS는 당일 <뉴스9> 앵커 멘트를 통해 "어떤 부분이 불법인지 경찰이 답을 내놓지 못했다고 전해드렸는데, 이는 불법 집회 전력이 있으면 유사집회를 금지하겠다는 경찰 발표 내용에 한정된 것임을 밝혀드린다"는 입장을 내보냈고, 이 취지대로 지난 18일 앵커 멘트를 수정 및 재녹화해 '다시보기' 화면을 교체했다. 

KBS보도본부는 지난 24일 입장문에서 "방송을 통해 미리 정정 내용을 알리고, 평상시 지침과 절차에 따라 인터넷 뉴스 콘텐츠를 수정해 서비스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KBS보도본부가 잘못을 감추기 위해 몰래 뉴스 일부를 고치고, 심지어 '조작질'이라는 저급한 단어로 공격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며 "숨길 의도가 있었다면 앵커가 직접 사전에 방송을 통해 정정멘트를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에 대해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단 이 자체가 오보다. 경찰은 도로 점거, 소음, 해산명령 불응 등을 (건설노조 집회 위법) 근거로 내놨다"며 "KBS는 오보보다 더한 역대급 조작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KBS의 해명도 가관이다. 지침을 따랐다는 것"이라며 "그런 지침이 있다는 사실도 믿겨지지 않지만 만약 있다면 조작 방송 지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박 의장은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전수조사 관련 책임자에 대한 징계 조치에 나서길 바란다"며 "KBS 조치 여부에 따라 당 차원,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특위 구성 등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조선>의 '유서 대필' 보도에는 "당에서 내용 확인 안 했다"

문제가 된 다른 보도는 건설노동자였던 양회동 지대장이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 첨구 심문일이자 노동절인 지난 1일 '정당한 노조활동을 했는데 공갈협박범으로 몰려 억울하다'는 취지의 유서를 남기고 법원 앞에서 분신한 일에 대한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의 연이은 의혹 보도였다.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양 지대장의 분신을 노조 간부가 방조했다'는 의혹을, 이틀 뒤 <월간조선>은 양 지대장이 남긴 3장의 유서 중 1장의 글씨체가 "굳이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확연한 차이가 났다"며 '유서 대필'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16일자 '분신 방조 의혹' 보도는 양 지대장의 전화를 받고 현장에 갔다가 분신 장면을 목격한 YTN 기자의 증언으로 반박됐다. 해당 기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앞에 있던 동료 분이 '도대체 왜 이래'라는 한탄조의 말을 하는 걸 들었다. 만류하는 취지의 말로 이해했다"며 "양 선생님이 '내 주변에 이미 휘발유를 뿌려놓은 상태이니 가까이 오지 마라, 위험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월간조선>의 '유서 대필 의혹' 보도에 대해서는 한국법과학연구원(국제법과학감정원)이 양 지대장의 노조 가입 원서 등 다른 자료에 적힌 필적과 그가 남긴 유서 필적이 "상사(相似)한(같은) 필적으로 사료된다"는 필적감정 결과서를 지난 22일 냈다. 연구원은 "전체적 배자 형태, 펜을 놀리는 방법, 획의 구성, 필순, 방향, 간격, 각도, 획의 시작과 끝 처리, 직선과 곡선의 특징 등에서 유사점이 현출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가짜뉴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유서 대필' 의혹 보도가 필적 감정으로 반박된 일은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당에서 그 문제를 지금 현재로서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며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건 모르겠지만 당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하지는 않는다"고만 답했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해당 보도에 대해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 기사 : 건설노동자 분신 후 국토장관 첫 반응이 '기획설'?) 

KBS의 건설노조 집회 보도 관련 앵커 멘트 정정에는 당내 특위까지 만들겠다며 날을 세웠던 국민의힘이, 건설노동자 분신 관련 의혹 보도에는 오보라는 근거가 쌓이고 있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국민의힘이 외면 중인 조선미디어그룹 계열사의 '양 지대장 분신' 관련 보도에 대해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최초 보도한 원로 언론인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색이 그래도 한국의 최대 신문이고 한국을 대표하는 언론이라는 <조선일보>가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면 나는 그 신문은 없어져도 좋다고 생각한다"고까지 강하게 성토했다. 

이 이사장은 "YTN 기자가 분신 사건이 벌어질 때 그 주변에 있었다"며 "(기획기사를) 거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 제대로 만나서 확인 취재도 하지를 않고 썼다"고 비판했다. 이 이사장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신문이 저렇게 기획 조작 기사를 쓰면 다른 신문도 그런데 동조하고 따라간다. 신문뿐 아니다. 방송도 마찬가지"라며 "언론이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저도 신문기자를 해보고, 또 해직도 당해보고, 왜곡도 당해보고 이래서, 제발 이제 우리 사회에서 주류 언론을 자처하는 조중동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 한국법과학연구원의 고 양회동 건설노조 지대장 필적감정 결과서 중 일부.

'언론 길들이기' 나선 국민의힘…'좌파 패널' 분류하면서도 이상한 잣대  

언론 보도를 겨냥한 국민의힘의 공세는 이번만이 아니다. 박 의장은 지난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몇몇 좌파 매체들이 KBS1 라디오를 가지고 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침 출근길에는 전 <뉴스타파> 기자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오마이뉴스> 출신이 나와서 뉴스를 전한다. 점심 무렵에는 <오마이뉴스>, <국민TV> 출신들이 출연한다. 퇴근길에는 나꼼수 출신 진행자에 <미디어오늘>, <시사IN> 기자가 나오고, 심야에는 <미디어오늘> 기자가 진행하고, <미디어스>, <프레시안>, <국민TV> 출신이 시사평론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다음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박 의장은 "국민의힘은 편파방송을 남발하는 방송사와 가짜발언을 일삼는 좌파 패널 출연자들을 전수조사하고 검증해서 민형사상의 모든 고발 조치를 끝까지 취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일 그가 '좌파 패널'을 분류하는 과정에서는 "우리 쪽이라고 (분류가) 붙어있지만 장성철, 이언주가 과연 보수를 대변하는지 모르겠다"고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 공보실장, 김무성 의원 보좌관 등을 지낸 보수성향 인사다. 이언주 전 의원은 국민의힘 부산 남을 당협위원장이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폭우 속 밝혀진 ‘양회동 정신계승’ 촛불 “열사와 약속 지킬 것”

 


‘양회동열사 공동행동 촛불문화제’ 열려...“노조 탄압분쇄가 열사의 뜻”

27일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이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

폭우가 내리는 27일 서울 청계천에서 건설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고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뜻을 잇겠다는 촛불을 밝혔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각계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은 이날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건설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시간당 최대 20mm의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 속에서도 건설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우비와 우산을 쓰고 촛불문화제 자리를 지켰다.

강한 바람으로 우산 안으로 비가 들이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열사정신 계승'이라는 머리띠를 매고, 촛불 모양의 전구를 들며 "건설노조 탄압을 중단하라", "양희동 열사와 유족 앞에 사죄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양 지대장이 유서에 남긴 "노조 탄압을 중단시켜 달라"는 뜻을 이어가자고 다짐했다. 이날 발언에 나선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양 지대장의 유서에는 '건설노조 탄압이 저 하나의 목숨으로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건설뿐 아니라 화물노조, 금속노조에 대한 탄압도 중단해 달라고 유서에 남겼다"면서 "양 열사는 자신이 아꼈던 건설노조를 사수하는 것, 노동자 전체를 적으로 돌려세우고 탄압한 윤석열 정부를 멈추기 위해 남은 사람들에게 끝까지 투쟁해 달라고 뜻을 남겼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민주노조를 사수해서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라는 의지, 그리고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는 것"이라며 "이 땅에 노동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 만들어달라는 그 뜻 이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근영 건설노조 사무처장은 양 지대장이 생전 5명의 조합원의 일자리를 챙겼던 일화를 언급하면서 "어쩌다 조합원 5명의 일자리를 만들고 기뻐서 소주 한잔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그 이야기를 전해준 강원도 동지들도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노조 투쟁에 정당성이 있고, 탄압은 얼마 못 갈 것이고, 건설노조의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에 5명이라도 현장에 넣을 수 있다는 그 자체에 행복해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7일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린 '양회동 공동행동 촛불문화제'에서 허근영 건설노조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양회동 열사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

허 사무처장은 "이 자리는 양회동 동지를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라 매일 비가 오든, 어떤 조건이든 우리는 양회동 열사 정신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는 자리"라며 "양회동 동지와 약속한 명예 회복과 건설노조를 파고드는 공안 탄압을 분쇄하고, 양회동 동지가 그토록 요청한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끝장내는 투쟁의 원동력을 만드는 실천으로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고작 5명의 일자리를 구했다고 그렇게 좋아했던 양회동 동지를 떠올리면서 준비된 투쟁들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표대로 7월 총파업 통해 윤석열 정부를 끝장내겠다는 통큰 배짱을 가지고 총파업을 잘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근거 없는 '유서 대필' 의혹을 제기했던 조선일보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대일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평화통일위원장은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언급하면서 "파렴치하고 패륜적인 유서대필 의혹 공작을 지금 2023년에 똑같이 반복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일보가 사죄하고 뉘우칠 때까지 같이 싸우겠다"면서 "조선일보가 그 잘못을 돌이키고 회계하지 않으면 조선일보 폐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열사를 죽음으로 내몰더니 그 죄를 동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면서 "도둑이 매를 들어도 이보다 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상임대표는 "그 조작임이 밝혀졌는데 단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오히려 건설노조의 1박2일 집회를 불법집회라고 한다"면서 "언제적 분신 조작, 유서 대필인가. 군부 독재 시대,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던 시절에나 쓰던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80~90년대에 살고 있는 과거 세력이다. 이미 역사의 심판을 받아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하는 세력임을 보여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금을 떼이고 노예처럼 일하던 삶으로 회귀하지 말자는 양회동 열사의 외침을 잊지 말고 이 싸움에서 이기자는 건설 노동자의 손을 잡는 국민이 있다"면서 "함께 하는 국민 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2023년 5월 26일 금요일

키움터·누리아리…조금만 고민하면 이렇게 예쁜 우리말 나와요

 쉬운 우리말 생글생글 공공언어 1 공공 문화 행사·사업명

키움터·누리아리…조금만 고민하면 이렇게 예쁜 우리말 나와요
  •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 노출 2023-05-25 18:03 목
  •  댓글 0

  • 영어 단어 그대로 쓰거나
    우리말 조합해 낯선 용어도

    문화누리·육아나눔터·리아리 등
    의미 있고 사업 취지 잘 살린 사례

    우리말을 쉽게 쓰는 일은 어찌 보면 단어가 아니라 우리가 하는 생각과 관련돼 있습니다. 글이 곧 생각이기 때문이죠. 생각하는 과정이 반듯해지면 글이 깔끔해집니다. 쉽고 예쁘게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보면 자연스럽게 적당하고 쉬운 우리말 단어를 더 찾게 될 겁니다.

    솔직하게 매일 글을 쓰고 있는 우리 기자에게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시간을 절약하려고, 혹은 편리하기에 습관처럼 굳어버린 단어나 표현을 씁니다. 취재 자료에 나오는 외국어나 한자도 그대로 쓰기 일쑤입니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입말과 글말이 일치하지 않는 데서 나오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옛날에는 글말 자체가 주는 권위 같은 게 있어 확실하게 입말과 구분이 되게 썼습니다. 하지만,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요즘에는 최대한 입말에 가깝게 쓰는 게 더 좋습니다. 지금 글말이 지닌 권위는 일상보다 공공 언어에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공공 언어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올해는 공공 언어 중에서도 문화, 체육, 관광 등 공공 문화 영역을 주목하려 합니다. 대중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이는 분야이기에 오히려 우리말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도자료 절반 이상 외국어 사용 = 그래도 현황은 한 번 살펴봐야겠죠. 한글문화연대가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의 도움을 받아 운영하는 '쉬운 우리말을 쓰자' 누리집(plainkorean.kr)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광역자치단체에서 쓰는 보도자료 우리말 쓰기 통계를 월별로 알 수 있는데요. 경남도가 3월에 외국어를 쓴 보도자료 비율을 보면 54.9%입니다. 2월에는 63.6%, 1월은 51.8%입니다. 경남도가 내는 보도자료 중 절반 이상에 외국어가 쓰였다는 뜻입니다. 

    경상남도 외국어 사용한 보도자료 수(3월). /쉬운우리말쓰기 누리집 갈무리

    경남도가 다른 광역자치단체보다 더한 건 아닙니다. 평균 수준이긴 합니다만, 경남도에서 내는 보도자료가 다른 시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서 상대적으로 외국어가 들어간 보도자료 양도 많습니다. 누리집에는 광역자치단체에서 많이 쓰는 외국어 낱말도 소개했는데요. 컨설팅, 글로벌, 인프라, 엑스포, 스타트업, 프로젝트, 인센티브, 네트워크, 클러스터, 포럼 순이었습니다. 요즘에는 전 세계 상황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빠르고 광범위하기에 미처 우리말로 소화해 내지 못한 개념들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혹시 습관적으로 이런 낱말들을 쓰고 있지 않나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실제 사례를 들여다봅시다. 지난 17일 경상남도 누리집에 올라온 도정뉴스 중 다음 내용이 있어요.

    "경상남도는 20일 양산시 국민체육센터 야외무대에서 '청년 거리문화 페스티벌' 예선 1차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청년 거리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는 '청년 거리문화 페스티벌'은 'Busker To Stage'라는 슬로건으로 경남청년 예술가들의 프로 K-POP 무대로 가는 여정을 그려나갈 계획이다."

    문화 행사에다 청년을 대상으로 해서인지, 영어 단어가 그대로 들어가 있습니다. 

    ·

    영어가 그대로 들어간 공공 기관 행사사업들. /포스터 갈무리
    영어가 그대로 들어간 공공 기관 행사 이름. /포스터 갈무리
    영어가 그대로 들어간 공공 기관 행사사업들. /포스터 갈무리
    영어가 그대로 들어간 공공 기관 행사 이름. /포스터 갈무리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자료도 하나 볼까요. 지난해 12월 보도자료입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원장 김영덕)은 실무 투입 가능한 XR 실감콘텐츠 인재 양성을 위해 '2023 XR 실감콘텐츠 융합아카데미' 교육을 1월 9일부터 20일까지 운영하였다."

    기술 용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낯선 우리말이 아닐까 싶어요.

    시군 보도자료에서도 몇 가지 찾아봤습니다. 창원시에서 하는 '디지털 성범죄 Stop! Clean 창원!' 캠페인 보도자료가 있습니다. 무슨 뜻인지도 알고, 취지도 이해합니다. 구호로 외치기에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조금 더 우리말로 고민했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김해시 보도자료 중 최근에 나온 김해다어울림생활문화센터 '다-같이 줍깅' 행사.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인 '플로깅(plogging)'이란 개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쓰레기를 '줍다'와 '조깅'을 합해 '줍깅'이란 용어로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우리말을 잘 활용했고, 플로깅이란 외국어 중 절반을 우리말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여전히 조깅이란 말에 묶여 있는 게 조금 아쉽긴 합니다.

    ◇우리말로 잘 만든 것들 = 이런 건 괜찮네, 싶은 보도자료도 있습니다.

    먼저 경남도가 24일 낸 '경남도, 도청 정원에 이야기를 더하다'인데요. 경남도청 정원을 새로 꾸민다는 내용입니다. 첫 문장에 '힐링 공간'이라는 오점(?)이 있지만 이야기를 더하다, 미래를 더하다, 꽃을 더하다, 편안함을 더하다, 의미를 더하다 식으로 누가 봐도 알기 쉽게 돼 있습니다.

    이름 짓기로 보면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만든 '찾아가는 경남 문화누리'도 우리말과 사업 취지를 잘 결합했습니다. 진흥원에서 창원국가산업단지 안에 운영하는 '문화대장간 풀무'도 철기 문화를 꽃피운 가야 역사와 지역 문화에 바람을 불어넣는다는 의미까지 잘 담아냈습니다.

    우리말로 지은 자치단체 행사사업명. /갈무리
    우리말로 지은 자치단체 행사사업명. /김해시 보도자료 갈무리
    우리말로 지은 자치단체 행사사업명. /갈무리
    우리말로 지은 자치단체 행사사업명. /창원시 블로그 갈무리

    창원시 산하 기관 중 우리아이 함께 키움터(여성회관 창원관), 공동육아나눔터(여성회관 마산관) 역시 취지를 잘 살려 지은 이름이고요. 이들 기관에서 하는 활동을 '모두가족품앗이'라고 하는데 가족이 모두 힘든 일을 서로 거든다는 뜻이 다 담겨 취지에 마땅한 이름입니다.

    김해문화재단이 어린이날을 맞아 진행한 '누리아리 어린이축제'도 예쁜 이름입니다. 누리는 세상이란 뜻이고, 아리에는 사랑하는 임이란 뜻이 담겼거든요. 오래된 우리말을 합성해 잘 활용한 사례입니다.

    이렇게 조금만 고민하면 의미도 있고, 어감도 예쁜 우리말 행사·사업명이 나온다니까요!

    /이서후 기자 

2023년 5월 25일 목요일

‘강성 지지층 딜레마’ 민주당…한국일보 “비민주적 행태 척결해야”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3.05.26 07:44
  •  
  •  댓글 0
  • 

    [아침신문 솎아보기] 의원총회 열었지만 ‘청년정치인 보호’ 결의문 채택 못 해

    주요 일간지, 강성 지지층 결별 요구… 한겨레 “강성 목소리보다 민심 먼저 따라야”

    누리호 궤도 안착 성공… 서울신문 “진정한 우주 독립의 날”

    민주·정의,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결정… 엇갈리는 신문사 논조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언론의 쇄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개혁의 딸’(개딸)로 대표되는 강성 지지층들이 있다. 언론은 민주당이 변화하기 위해선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고, 최근 논란을 일으킨 국회의원들에 대한 강경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의원총회를 열고 강성 지지층의 공격이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를 모았다. 다만 청년 정치인을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지켜줘야 한다는 결의문은 채택되지 않았다. 친명계 의원들이 결의문 채택에 ‘신중론’을 제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신 이재명 대표는 의원총회 후 SNS에 “청년 정치인들을 향한 폭력적 표현은 당과 공동체를 해치는 행위”라고 경고하는 등 강성 지지층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친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영상 갈무리.

    이를 두고 주요 종합일간지는 26일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과 결별하는 등 쇄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가상화폐 투자 논란 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원조 친노까지 쓴소리...민주당 쇄신 더는 미뤄선 안돼>를 통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거래 의혹까지 민주당의 현재는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논한 노무현의 유산과 너무도 거리가 멀다. 강성 팬덤 역시 문 정부 시절 의원들에 대한 ‘문파’들의 인신공격과 문자폭탄이 원조격이다. 친명이든 비명이든 국민이 보기엔 거기서 거기란 얘기”라고 했다.

    ▲5월26일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이유를 진영 전체가 깊이 자성해야 할 처지인 것”이라면서 “독재시대 민주주의를 쟁취한 그 민주당이 욕설과 저주, 협박성 문자테러로 다른 의견을 속박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척결해야만 재탄생의 출발점에 설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당 지도부는 신망을 얻을 혁신기구를 속히 구성하고 획기적인 쇄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5월26일 한국일보 칼럼.

    이준희 한국일보 고문은 칼럼 <쇄신의 핵심은 강성지지층 문제다>에서 “단언컨대 민주당 쇄신의 시작과 끝은 당을 휘어잡은 개딸 세력과의 분명한 거리두기”라며 “이 문제를 비껴가는 쇄신론은 의미 없다. 당내 개혁을 말하고 대표 체제에 불안감을 드러내면 문자폭탄 등을 통한 무자비한 언어폭력, 신상털이에 노출되고 ‘수박’으로 매도되는 판국”이라고 지적했다.

    ▲5월26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5면 <野 ‘돈봉투 체포안’ 갈등… 친명 “부결” 비명 “후폭풍 어쩌려고”> 기사에서 이성만·윤관석 의원 검찰 체포동의안을 두고 민주당 내에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면서 “일부 친명 의원들은 ‘두 의원의 혐의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부결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어 계파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했다.

    ▲5월26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사설 <민주당 쇄신, ‘강성 목소리’보다 ‘민심’ 먼저 따라야>에서 이원욱 의원의 강성 지지층 비판은 석불렀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폭력적 행위가 오랜 기간 방치된 건 사실이다. 지난해 8월 이 대표 체제 출범 뒤 때마다 비명계 의원을 겨냥한 좌표찍기, 문자폭탄, 악성댓글 등이 여러 번 문제가 됐다”고 했다.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은 최근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문자테러’를 당했다고 주장했지만, 당은 문자테러를 한 사람이 당원이 아니라며 “외부세력의 이간질”이라고 반박했다.

    한겨레는 대의원제가 폐지되면 강성 지지층의 당내 영향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반 당원들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 한겨레는 “대의원제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제도는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현시점에서 대의원제를 폐지하면, 당내에서 강성 지지자들의 발언권이 자연스레 강화된다. 그들의 폭력적 집단행동이 문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다. 그러니 ‘대의원제 폐지’는 쇄신보다는 친명계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가 없다”고 했다.

    ▲5월26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 역시 사설 <민주당 혁신기구 서둘러 구성하고 ‘개딸’과도 결별하라>를 내고 “서둘러 쇄신작업에 착수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민주적 가치와 상식에서 벗어난다면 국민 지지를 얻기 어렵다. 민주당이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개딸’과의 결별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누리호 목표 궤도 안착… “우주산업 시대 열었다”

    국산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25일 오후 발사에 성공해 목표 궤도에 안착했다. 일간지들은 26일 1면에 누리호 발사 사진을 게재하고, 누리호 성공 의미를 분석했다. 서울신문은 1면 <위성 싣고 우주로 ‘K스페이스’ 열다> 기사에서 5월25일을 “한국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기 위한 ‘위대한 첫걸음’이자 진정한 ‘우주 독립의 날’”이라고 표현했다.

    ▲5월26일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1면 <국산 기술로 ‘우주산업 시대’ 열었다>에서 “누리호가 위성을 예정된 지구 궤도에 정확히 올리는 수송 능력을 보유했다는 점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한국도 우주 강국의 대열에 본격적으로 합류할 수 있는 능력을 확인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이나 유럽의 아리안 로켓처럼 다른 위성을 싣고 발사하는 우주화물선 역할을 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5월26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 <‘진짜 위성’ 궤도 올린 누리호… 韓 우주산업화 시대 열렸다>를 통해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든 누리호의 3차 발사 성공으로 한국 우주산업은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우주산업의 주체를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아일보는 “누리호의 실전 역량과 신뢰성이 입증됨에 따라 우주 개발 속도와 상업발사 일정은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두 국가들과 기술 격차가 크고,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와 기업의 장기적이고 전폭적인 투자, 실패에도 굴하지 않는 시도가 멈춤 없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2월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노란봉투법 환노위 통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입장, 정치권은 물론 언론도 엇갈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안하고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했다. 재계 및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통과된다면 파업 등이 일상화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

    ▲5월26일 한겨레 12면.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일간지들의 보도도 엇갈렸다. 한겨레·경향신문 등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보수경제지들은 노란봉투법의 부정적 영향을 역설한 기사를 지면에 게재했다. 한겨레는 12면 <“수백억 손배, 노동자 죽음 내몰아…노랑봉투법은 거부할 수 없는 법안”> 기사에서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한겨레는 사설 <도 넘는 ‘반인권 발언’ 이충상 위원, 인권위원 자격 없다>에서 이충상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지난해 인권위가 노란봉투법 처리 의견을 낼 때 혼자 반대 의견을 냈다는 점을 지적했다.

    ▲5월26일 경향신문 5면.

    경향신문은 5면 <노란봉투법·집시법 대결 영역으로…기본권 역주행하는 ‘법치 정부’>에서 “정부·여당은 25일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앞둔 노동조합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불법파업 조장법’으로 규정하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수순에 들어갔다”며 “윤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핵심 기조를 ‘노조 압박’에 두면서 예견된 충돌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노조를 ‘부패집단’으로 규정하고 기업의 ‘자유’ 확대를 강조해왔다. 노동계, 야당과의 소통이 실종되며 노동 이슈는 완충지대 없는 대결 정국의 중심에 섰다”고 분석했다.

    ▲5월26일 이데일리 사설.

    반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경제면을 통해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노란봉투법을 반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데일리는 사설 <불법집회 엄정대응 어깃장 놓고 불법파업 부추긴 野>를 내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해 사실상 불법을 용인하는 이 법안이야말로 반민주적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계와 법조계의 비판이 거세다. 불법집회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는 어깃장을 놓고 오히려 나라를 불법파업공화국으로 몰아넣는 노조 맞춤형 법안 통과에 매몰된 최근의 모습을 보면 민주당은 불법을 비호하는 정당이라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