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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일 수요일

나무 농사꾼 보살마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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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2017. 08. 02
조회수 108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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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암자의 마당과 방을 보신 분이라면 차마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내게 어쩌면 그리 안과 밖이 다르냐고 핀잔을 한다. 내게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은 청소하고 정리하는 일이다. 하기도 싫으니 자연히 몸도 잘 따르지 않는다. 청소 자체를 싫어하는 그런 내가 들일은 매우 좋아한다. 시골 태생이라 그런지 어린 시절 부모님 일손을 도우면서 일하는 의미와 보람이 몸에 스민 탓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 일하는데 원 없이 몸을 맡기는 쾌감을 누리기도 한다.
 
 일지암에 깃들면서 조그만 텃밭을 만들었는데 볕이 잘 들지 않아서인지 결실이 고만 고만하다. 그래서 작년부터 두륜산 너머 차여사네서 틈틈이 품앗이를 하고 있다. 남편 김주호, 부인 차혜경, 아들 김영렬 농군 삼총사가 살고 있는 집이다. 이 차여사 댁에는 나 말고 비상근 농사도우미들이 있는데, 그들을 소개하자면 작곡은 3천곡 이상을 했고 노래는 시처럼 깊고 감기는데 크게 히트한 곡은 없는 작곡가 한보리, 테너로 출발했는데 소리가 좋아 소리꾼이 된 이병채, 설장구로 마당을 휘감으며 사람을 홀리는 이우정, 전시 기획자이고 일지암 숲속 도서관 지기 윤정현, 시와 인도의 혼에 접신된 가수 박양희, 그리고 박양희의 오빠 건축가 박구영 등이다. 그 중 나는 자천으로 작업반장이다. 차여사댁에 일거리가 생기면 나는 이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낸다. “나는 모월 모일 모시부터 모시까지 차여사댁 밭에서 감자 수확에 동참합니다.” 다만 이렇게 알려만 줄뿐, 절대 일손 돕기에 참석하라고는 한마디도 안한다. 오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이들은 당연하듯 일꾼 차림으로 밭에 나타난다. 그리고는 기어이 한마디 거둔다. “스님이 보이지 않는 강요와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다고” 사실인즉 맞다. 그들은 아마도 진종일 폭염과 뙤약볕 아래서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기쁜 동참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몸이 힘들어서 몸이 행복한,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그 ‘노동의 역설’의 의미를 알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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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의 농사일은 아침 6시부터 시작한다. 더 빠르게는 5시부터 시작하는 농군도 있다. 비교적 덜 더운 시간에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먼저 마늘을 이틀에 걸쳐 캐고 사흘간에 걸쳐 감자 캐는 일이 이어졌다. 강한 햇볕과 더불어 가뭄으로 메마른 밭에 먼지가 불어 눈은 따갑고 코는 매캐해서 더 힘들었다. 승복 대신 작업복을 입으니 함께 일하는 동네 할머니들이 스님인줄 알 리가 없다. “애 보쇼, 아자씨! 마늘 다듬기 쉽게 한군데로 모아주면 고맙것소, 아따! 도시 사시는 것 같은디 젊은 양반이 그래도 일을 좀 하요” 익명의 자유로움! 그 무엇이라는 것을 벗어나 서로 일하는 사람으로 마주하는 소탈한 관계가 참 좋다. 옆에서 일하는 차여사가 씨익 웃는다. 석가모니 부처님을 천백억화신이라고 한다. 자비의 화신 관세음보살은 서른 두가지 몸으로 중생 앞에 나타난다고 한다. 사람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처지와 요구에 따라 적절한 역할과 모습을 보임을 일컫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무 농사꾼 보살 마하살!

 일을 하다 보니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온몸이 땀과 소금기로 가득하다. 힘들다, 지친다, 등골 빠진다 등의 말들이 비로소 가슴에 맺힌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절절하게 가슴으로 느끼는 그 자리에 바로 깨우침이 있다. 더불어 일하다 보니 즐겁고 행복한 말도 한 가득이다.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하고 밥도 꿀맛이다. 서로 힘을 보태는 순간에 나오는 고맙다는 말이 마음에서 절로 우러나온다. 함께 일하고 함께 밥을 먹으니 참말로 고맙고, ‘함께’라는 말이 이토록 살갑고 사람 사는 재미가 있는 감자밭이다.

 올 해 감자 농사는 오랜 가뭄 때문에 수확량이 작년의 절반이다. 농사에서 물이 갖는 절대적인 비중이라니. 어디 물이 감자에만 소중한 자양분이겠는가? 물과 바람과 햇볕과 흙과 미생물들의 협력이 없으면 아무리 좋은 씨앗을 심어도 결실을 맺을 수 없다. 화엄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일미진중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하나의 티끌에 우주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일이 자연과 다른 생명체들의 도움을 받아야 함을 말한다. 그런데 이런 말은 대부분이 지식으로는 알고 있고 머리로만 수긍한다. 가슴에 맺히고 가슴이 울리는, ‘말’들을 실감하고 절감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늘 이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연의 이치를 교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나도 농사일을 거들면서 새삼스레 실감하고 있다.

 한창 일을 하다 허리가 아플 쯤 객쩍은 농담과 수다도 고됨을 더는 청량제이다. 이병채 선생에게 소리를 배우고 있는 차여사 아들 영렬이가 두륜산을 뒤로 하고 들판에서 내지르는 사철가 한마디에 절로 흥이 솟고 일하러 오신 할매들이 들려주는 해학 가득한 음담패설(?)에 한바탕 웃음소리가 시원하다. 그렇게 우리들의 농사일은 힘겹게, 흥겹게 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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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이 일하던 장구의 명인 이우정 선생이 한마디 하신다. 자기는 공연에 가서 대략 10분에서 20분 정도 장구를 치고 신명나게 놀아주고 공연비 받고 돌아오는데, 농사일 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자기보다 훨씬 낮은 품삯을 받는 걸 보니 마음이 좀 그렇다고 한다. 옆에서 그 소리를 듣자니 나 또한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나도 강의 나가면 1시간 강의에 최소 2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받는다. 한두 시간 정도 글을 써도 20만원 정도의 고료가 들어온다. 함민복 시인은 ‘긍정적인 밥’에서 “시 한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했다. 뙤약볕 아래서 8시간 일하고 8만원에서 10만원인데, 노동은 저리 무겁고 돈은 이리 가볍다. 저마다 노동의 가치가 다르다고 하지만 같은 하늘 아래 무언가 불공평한 것 같고 크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고맙고 그들의 수고 앞에서 겸허해진다.

 일을 마치고 감자밭 사장님 차여사는 품삯으로 남도 밥상을 가득 차려 주었다. 또 쩌 먹는 수미 감자를 모두에게 푸지게 안겨주었다. 이래저래 몸은 힘들고 농군들의 처지에 마음은 편하지 않아도, 그래도 우리가 그렇게 마음 모으고 손을 모아 거둔 감자에는 서사가 있다. 암자에 찾아 온 벗들에게 감자 캔 내력을 말하며 포실한 감자 공양을 올리는 기쁨이 있다. 손자(내 막내 누이의 외손자)에게 할아버지 스님이 니네들 멕이고자 일해서 얻은 감자라고 하며, 목구멍으로 가슴으로 사랑을 심는다. 강한 냉풍으로 시원한 대형 마트에서 깔끔하게 포장된 감자에는 다만 가격표가 있을 뿐이다.
 
  내력과 사연이 남다른 감자
  그래서 맛도 다르다
  그래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맛이지
  사람과 사람 사이
  그래서 우리는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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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스님
16세인 중학교 3학년 때 광주 향림사에서 천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대흥사 수련원장을 맡아 '새벽숲길'이라는 주말 수련회를 시작하면서 오늘날 템플스테이의 기반을 마련했다.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과 <불교신문> 주필, 조계종 교육부장을 지냈으며, 전남 땅끝 해남 일지암 암주로 있다.
이메일 : abcd3698@hanmail.net      

2017년 8월 1일 화요일

"北 내부서 '美 관계에 모든 힘 집중' 지시 내려와"


[정세현의 정세토크] 제재도, 세컨더리 보이콧도 안된다면 남은 방법은
2017.08.01 18:21:14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이후 미국과 중국이 해결 방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31일(현지 시각) "북핵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며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제재)을 비롯한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면서 날을 세웠다. 류제이(劉結一)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이날 북핵과 미사일 문제의 책임은 중국이 아닌 미국에 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중 양국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 뾰족한 방안이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결국 미국과 북한이 대화하는 상황으로 국면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 전 장관은 "최근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났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북 간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미국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그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역시 중국의 협조가 어렵고, 제재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은 (국무부 내부가) 정비되지 않아 어렵더라도 결국 북한과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국제적인 제재를 받고 있던 2016년,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 3.9%로 집계됐다는 점과 함께 중국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미국 발(發)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이 그냥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는 것이 정 전 장관의 판단이다. 

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약속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 친중정권을 세우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역할론'이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국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북미 직접 대화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 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지금 와서 북한의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해결방안은 이외엔 없다"고 일갈했다.  

인터뷰는 1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이 또다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을 발사했습니다. 미국에 적대시 정책 철회, 평화협정 체결 이후 수교 등을 요구하기 위해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을 쓰고 있는 것 같은데요.  

미국은 상당히 강경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도 필요 없다면서 중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하려고 할까요?  

정세현 : 미국이 당장 북한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참모들이 경질되고 쫓겨나고 난리더군요. 백악관 내부가 시끌시끌하다 보니 한반도 문제를 다룰 동아태 차관보도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미국이랑 만나서 뭘 하려고 해도 창구가 있어야 할 텐데 접점을 찾을 공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인 것이죠. 

그러다 보니 북한이 ICBM 발사와 같은 군사적 행동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SLBM이든 IRBM(중거리 탄도 미사일)이든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는 ICBM을 위한 일종의 검증 과정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미국에 제재 할거면 해보라고, 제재로 안되는 거 알고 있으면서 아직도 그 환상을 깨지 못하고 있냐고 할겁니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로는 안되니까 세컨더리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만, 북한은 아프면 아픈 대로 더 세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2016년 3.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방위적인 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내수 경제가 굴러가도록 시스템이 완비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장 경제의 원리를 일부 받아들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입니다. 미국이 중국 단둥의 은행을 제재한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중국이 미국에 손들고 나올 리는 없습니다.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미국이 제재한다고 하면,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는 건데 그걸 중국이 가만히 두고 보겠습니까?  

지난 6월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의 교류 및 방문을 모두 거부했습니다. 당시 제3국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났던 인사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북한은 올해 말까지 남북 간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당 중앙에서 그렇게 지침이 내려왔으니 당분간은 그런 교류나 인도적 지원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겁니다. 올해는 미국과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기 위해 모든 힘을 그쪽으로 집중하겠다는 일종의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죠.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추모식도 북한이 이례적으로 거부했는데, 이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결국 계속 공격적인 행동을 하면서 미국이 아쉬워서 회담의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올해 말까지 이 상황을 끌고 가겠다는 것이죠. 

물론 이게 트럼프가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을 압박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강조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이게 잘 통하지 않으니까 자기들이 나서겠다고 하면서 선제 타격을 할 것처럼 흘렸죠. 그런데 또 군사력 사용은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메시지가 이렇게 나오면서 북한은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는 뜻은 군사적인 공격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이 우리를 일대일로 상대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구나'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즉 트럼프가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라고 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과 담판을 지을 수 있다는, 일종의 '희망적'인 메시지가 된 셈이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끌어내려면 자신들의 ICBM이 완성됐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미사일 시험을 계속하면서 사거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죠.  

물론 미국도 내부적으로 이에 대비하고 있을 겁니다. 중국 협조가 어렵고, 제재로는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없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자신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지금 당장은 정비가 되지 않아 어렵더라도 결국 북한과 마주 앉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할 겁니다.  
▲ 북한은 지난 7월 28일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인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프레시안 : 그렇다면 북한과 미국이 남한을 제쳐두고 비밀리에 만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그렇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지난해 10월 쿠알라룸푸르를 시작으로 11월 제네바, 그리고 올해 5월 오슬로에서 1.5트랙 대화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전직 관료 또는 현재 싱크탱크에 있으면서 미국 정부와 메신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사들이 북한과 만나왔습니다. 이들이 물밑 접촉을 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죠. 

더군다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7월 29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서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약속하고 중국과 함께 북한의 정권을 교체해 친중정권을 세우는 식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한 상황에서 중국 역할론은 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욱 중국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왜 우리가 중국 말을 들어야 하냐는 이야기가 노골적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남은 것은 북미 직접 대화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미사일 사거리 늘리고 핵실험 제스처 취하는 등 군사적 행동을 계속하면 미국에서는 일이 더 꼬이기 전에 1.5트랙이나 물밑 접촉 통해서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찾아볼 겁니다. 그러다가 일정 기간 내에 미국 쪽에서 사인이 나오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식으로 접점이 생길 수 있죠.  

그동안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간의 기 싸움과 힘겨루기 과정에서 우리가 넋 놓고 있다가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 남한 배제하고 미국과만 대화)을 당한 선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정신 바짝 차리고 미국과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그때 가서 따돌림당하지 말자는 겁니다.  

물론 양측이 만난다고 해도 협상 과정은 상당히 지지부진하게 될 겁니다. 그런데 결국은 중국이 제시한 '쌍중단(雙中斷 : 북한 도발 및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 :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 동시 진행)'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와서 북한의 핵을 한 번에 없앨 수는 없습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이외에 해결 방안은 없어 보입니다.  

북한 ICBM 대응 카드는 사드 배치?  

프레시안 : 북한의 ICBM 발사는 결국 미국에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로 보이는데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에 잔여 사드 발사대 배치를 지시했고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하는 협정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에 대한 논란은 뒤로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북한의 ICBM은 미국에 메시지를 주는 건데요. 그런 와중에 우리가 북한의 미사일을 언급하며 군사적 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 조치일까요?  

물론 북한의 군사적 행태에 불안해 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측면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북미 간에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이 이렇게 북한과 중국에 적대적인 메시지를 주면 전략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 아닐까요?

정세현 : 국가안보실이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하면, 이건 국방부뿐만 아니라 외교부, 통일부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했습니다. 

물론 미사일 발사가 탐지된 이후 바로 NSC 회의를 개최한 것은 신속한 대응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의 이후 대통령이 거의 곧바로 사드와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이야기한 것은 성급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부처 간에 입장을 조율해서 정제된 메시지가 나왔어야 합니다.  
▲ 지난 7월 29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중인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특히 국방부에서 이미 북한이 미사일을 쏠 것이라고 사전에 알았다면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발표할지, 시나리오별로 준비할 시간이 많았을 텐데 그럼에도 무기 이야기를 앞세웠습니다. 이는 메시지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드 배치면 당연히 외교부는 한중관계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부분도 전혀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사드 배치로 완전히 방향을 잡았다고 해도 외교적 관점에서 한중관계를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 어떤 표현을 쓸지도 중요한 문제인데, 사실상 국방부 장관이 발표할법한 이야기를 대통령이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안보실에서 이런 문구는 조율해줘야 합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두 번이나 ICBM을 발사한 것은 북미 간 사안이지만 우리도 안보적인 측면에서 걱정을 안 할 수는 없는 사안이긴 합니다. 대비가 필요해 보이긴 하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남한이 남북관계나 한중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너무 즉자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의 대응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세현 : 북한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죠. 자신들은 미국 상대로 이른바 '멱살 잡이'를 하고 있는데 왜 남한이 사드를 배치하고 있냐고, 번지수가 틀리지 않았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남한에서 유입된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논리는 한동안 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가 끊어진 지 1년 반이 가까이 됐는데도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이야 이때다 싶어서 사드 배치를 기정 사실화하려고 노력할 겁니다. 그걸 남한 정부가 막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미 간에 협력해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향후 전략적인 측면을 고려했을 때 조금 과했다고 봅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미사일을 쏘거나 잠수함만 움직여도 펄펄 뛰는 일부 언론들과 보수층에 정부가 끌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인해 야기된 불안을 달래는 것은 좋지만, 그게 꼭 사드 배치와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보수층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선과 정권이 기본적으로 나가야 할 정책 방향을 잘 고려해서 적절한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 선을 좀 넘은 것 같습니다. 

당장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만약 사드 배치가 기정사실화되면 중국은 그동안 경고해왔던 것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습니다. 지금 안그래도 현대자동차가 상당히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여기에 아모레 퍼시픽과 롯데 등의 기업들까지 휘청거리면 우리 경제에도 그만큼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중관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하다못해 중국 전문가들을 불러서 자문회의라도 하면서 중국에 '우리가 한중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정도의 메시지는 보내야 합니다. 인문학적인 측면부터 국제정치학자, 기업인 등 중국과 관계된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한중관계를 점검해야 합니다. 또 이렇게 하다보면 실제로 엄혹해진 한중관계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정부는 상황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냥 넋놓고 바라보고만 있으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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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자주시보>에 따르면,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자주시보에 연재돼 온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의 ‘개벽예감’ 칼럼을 김 대표가 지인들에게 배포한 것을 보안법 위반 혐의로 제시했다고 한다. 보안수사대는 김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컴퓨터와 휴대폰을 복사하고 ‘민족의 진로’ 10권을 압수해갔다고 <자주시보>는 전했다.
<자주시보>는 이와 관련해 “한호석 소장의 ‘개벽예감’은 ‘북의 군사력에 대한 해설 및 남북, 북미관계’를 전망하며, 한반도 통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주고 있어 국내외 많은 애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며 “보안수사대가 한 소장의 글을 지인들에게 배포하였다는 혐의로 김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국민들은 이제 그동안의 적폐를 청산하고 민주화된 통일된 나라를 바라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의 열망에 못 미치고 있다”며 “특히 분단으로 인한 적폐, 국가보안법과 양심수 석방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공안세력들은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전혀 변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주시보>는 “공안세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정론지답게 계속 올곧은 글을 써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ikaros0704@g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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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발전 전망 암울” 미국도 원전 건설 4기중 2기 중단


등록 :2017-08-02 00:21수정 :2017-08-02 09:50

미, 원전 2기 건설 중단

건설비 크게 늘고 전기수요 정체
값싼 가스·재생에너지 등장에
핵발전 경쟁력 갈수록 떨어져
신고리 공론화 과정 참고할만
그래픽_장은영
그래픽_장은영
미국이 현재 건설 중이던 핵발전소 4기 가운데 2기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불어나는 공사비와 에너지원으로서 핵발전의 경쟁력이 줄어든 게 가장 큰 이유다. 우리나라도 신고리 핵발전소 5·6호기의 공사 중단 여부를 두고 공론화를 벌이고 있어 시사점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을 보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공서비스위원회(PSC)는 31일(현지시각) “시설위원회의 표결을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젱킨즈빌에 짓고 있는 버질 시 서머 핵발전소 2·3호기의 건설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너지기업인 스카나와 산티 쿠퍼가 함께 사업 시행사로 나서 2007년부터 건설을 진행해온 서머 핵발전소는 원자력 전문업체로 유명한 웨스팅하우스가 시공사로 실제 건설을 맡아왔다. 그러나 시행사들은 “공사기간이 길어지면서 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며 최근 공공서비스위원회에 사업 포기를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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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번 사업 중단을 계기로 핵발전이 미국 안에서 비중 있는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포스트>는 사업 중단 원인에 대해 “수십억달러 규모로 늘어난 건설비와 정체되는 전기수요, 그리고 값싼 천연가스발전소 및 재생에너지와의 경쟁이라는 요인과 함께 시행사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제이슨 보도프 컬럼비아대 세계에너지정책센터 소장은 “(공사 중단) 발표는 미국의 원자력산업 전망이 얼마나 암울한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 가운데 하나”라며 “명맥이 끊긴 원전 산업과 값싼 가스의 등장, 그리고 재생에너지 가격 하락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2013년 4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젱킨즈빌의 서머 2·3호기 공사 현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2013년 4월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젱킨즈빌의 서머 2·3호기 공사 현장.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제공
앞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의 톰 클레먼츠 상임고문은 서머 핵발전소에 대해 “건설 초기부터 비용이 초과되고 공사기간이 늦어졌으며, 검증 안 된 방식으로 시공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는데, 주정부는 지난해 10월 이에 대한 조사를 벌인 바 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marketing/805169.html?_fr=mt1#csidx5757377a92ec07a8438f5308c1226ad 

"사드배치 강행으로 촛불 염원 부정 말기를"

한국환경회의, '사드가동ㆍ추가배치 중단,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 촉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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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1  19: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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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회의는 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가동 및 추가배치 중단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녹색연합, 원불교환경연대, 환경정의, 생태지평 등 40여 환경단체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가동 및 추가배치 중단과 전략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국방부가 지난 28일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임시 가동하면서 동시에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서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기 전에는 사전 공사도 금지하도록 되어 있는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라며, 먼저 지금 반입돼 있는 발사대 2기와 레이더의 가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히 지난 29일 새벽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잔여 사드발사대 4기 추가 설치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진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일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지난 5월 부지쪼개기 방식으로 진행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인정할 수 없으니 반려하고 '정책계획과 관련한 입지의 타당성 및 계획의 적절성 판단'을 핵심으로 하는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조현철 신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국환경회의 공동대표 조현철 신부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후 국내법에 따라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절차적 투명성,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사드배치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지금 정부 스스로 약속을 뒤집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에 대해서도 보완 공사를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는 것인데, 말이 좋아 보완공사이지 사실은 영구기지로 만들겠다는 꼼수라는 것이다.
결국 국방부와 정부 당국자들의 머릿속에 환경영향평가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가득차 있으니 법과 절차를 지키겠다는 그들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불신만 쌓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환경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윤상훈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원래 골프장이 있던 지역을 군사보호지역으로 바꾸려는 것인데 여러가지 사회적 논란도 많고 국토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며, 전략 환경영향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략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계획의 적절성, 입지의 타당성 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군사보호시설로 전환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평가가 끝나기 전에는 이미 들어가 있는 레이더시설과 발사대 2기도 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조현철 신부는 문재인 정부는 유독 미군과 관련한 문제에서 약해진다며, 사드배치 문제와 함께 용산기지 오염문제와 한미 FTA 재협상 대응을 이유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다시 기용한 것 등을 거론하면서 " 정부의 진정한 힘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쓴소리를 했다.
"미국에 의존하면서 끌려다니지 말고 국민을 믿고 의지하라"며, "사드에 대해서는 원래 국민에게 약속했던 것, 그래서 국민의 지지를 받았던 것, 그대로 지키면 된다. 그 뒤에 우리 국민이 있다. 합당한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해 국내법을 준수하면서 사드문제를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사드배치를 강행하면서  더 이상 자기 자신과 그 모태인 촛불시민의 염원을 부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충고했다.

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단독]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입력 : 2017.08.02 06:00:01 수정 : 2017.08.02 06:01:01

[단독]한·미  대응 미사일 발사 정보 노출로 북 ICBM 한밤중 발사
북한이 지난달 28일 밤 기습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것은 한·미 양국 군의 대비태세를 미리 알고 허를 찔렀던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 관계자는 1일 “당초 한·미 군 정보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9일 새벽에 자강도 무평리에서 ICBM급을 발사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에 따라 북이 미사일을 쏘는 순간 바로 맞대응해 한·미 양국군이 미사일을 발사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앞당겨 ICBM을 발사하는 바람에 한·미 양국 군의 대북 경고성 미사일 발사는 6시간 이후에야 이뤄졌다”며 “북한 미사일 발사 후 한·미 합참 간에 조율과정을 거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미는 북 ICBM 발사 징후와 장소는 정확히 예측했으나, 발사 시간은 놓친 꼴이 됐다.
북한의 ICBM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응해 한·미 양국 군은 지난달 29일 오전 5시 45분 연합 탄도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사격에는 한국군의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 현무-2A와 미 8군의 전술지대지 탄도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가 동원됐다. 에이태킴스 1발은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지난 달) 26일 이전에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부분을 발표하지 못했던 이유는 우리가 북한의 동향을 낱낱이 보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았을 경우 북한의 정보 방어 조치가 있었을 것”이라며 “가급적 우리가 사전에 알았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 동향이 노출됐다는 것을 알고 한밤중에 발사 시간을 정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한·미 양국 군의 미사일 발사 맞대응 조치를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읽은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맞대응 미사일 발사를 하기 위해서는 발사지역 해역에 항행경보령을 내려야 한다”며 “이는 국립해양조사원의 항행경보 코너에 가면 바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 항행경보를 내리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난감해 했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한·미 연합군의 대응 사격 시점을 알고, 이 시간대를 피해 한밤중에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국립해양조사원은 합참 화력과의 요청을 받고 지난달 26~30일까지 오전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동해에서 거진항 동남방 아래 지점을 순차 연결한 해역을 항행경보구역으로 설정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이전에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를 포착했다는 청와대 발표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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