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211] ‘한글’ 유감
사람들은 훈민정음과 한글이 같은 것인 줄 알고 있다. 사실은 다른 것이다. 훈민정음은 세종께서 창제한 글자(사실은 소리에 방점을 찍은 용어)로 백성을 가르치는(訓民) 바른 소리(正音)라는 말이고, 한글은 ‘우리나라의 글자’라는 말이다. 흔히 ‘한글’이라는 이름을 주시경이 명명했다고 하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이 소리갈은 한글로 말하엿으나 이 까닭을 닐우어 어느 글이든지 보면 그 소리의 엇더함을 알리라(주시경 ‘소리갈’)”라고 한 것에서 유래를 찾는 이가 많다.
한글이라고 하기 전에는 ‘가갸글·배달글·언문’ 등으로 다양하게 불러 왔다. 그러므로 20세기 이전까지는 당연히 훈민정음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다가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에 대한 의식이 살아나고 필요성을 절감하여 나라말의 명칭을 이모저모로 부르다가 ‘한글’이 대중화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글이 가로쓰기를 하게 된 데는 서양인 선교사 존 로스 목사의 역할이 크다.
조선시대에는 한자를 ‘진서’라고 하여 한문을 즐겨 써 왔다. 우문(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 가는 문장, 한자나 히브리어가 이에 해당한다)과 세로쓰기가 중심으로 되어 있던 시대에 가로쓰기와 띄어쓰기를 적용하였으니 얼마나 획기적인 변화였는가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는 신문도 모두 세로쓰기로 되어 있었다.
한글이라는 말은 ‘크다’는 의미와 ‘하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한’과 ‘글’을 합친 단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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