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제철을 맞은 봄나물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산나물축제도 열린다. 그야말로 ‘나물의 계절’이다.
나물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을 가리키는 ‘남새’와는 의미가 다르다.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만을 일컫는 ‘푸새’와도 구분해 써야 한다.
나물 가운데 봄을 대표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고사리’다. 고사리의 어원은 다양한데, 끈질긴 생명력을 엿보게 하는 ‘구살이’가 변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 고사리는 꺾인 자리에서 새순이 다시 돋는다. 그렇게 아홉 번을 꺾여도 살아나는 강인함으로 우리 조상들의 주린 배를 채워줬다.
이런 고사리를 먹는 우리의 모습을 보고 서양인들은 기겁한다는 얘기가 있다. 목축을 하다 보면 소나 양 같은 가축이 들판의 고사리를 뜯어 먹고 탈이 나는 상황을 흔히 접하기 때문이다. 심하면 가축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만큼 고사리의 독성은 강하다. 그런 고사리를 식탁에 반찬으로 올리거나 밥에 넣고 쓱쓱 비벼 먹는 한국인의 모습은 서양인들의 가슴을 철렁케 할 만하다. 그러나 고사리는 삶아 말리면 독성이 사라진다. 독성을 없앤 고사리는 약재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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