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당 조건을 갖추고자 전국 연락망을 만드는 가운데, 지난 두달 간 대구경북 지역을 6번 순회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로 예고된 이준석 신당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창당 명분으로 ‘반윤석열’을 얘기한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6일 대구에서는 “윤석열 출범 이후 1년 반이 지났는데 오히려 삶이 고달파졌다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 먹히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에서 10명 중 2명이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한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조차 “(내년 총선에서) 반윤연대의 텐트가 필요하다”며 이준석 신당까지 포함한 ‘반윤 벨트’를 만들어 국민의힘을 100석 미만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반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명백한 착시다.
이 전 대표가 말하는 ‘반윤’이란 보수세력 내부 이전투구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그는 정치권에 어떤 밑천도 없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영입하고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뿐인가. 이 전 대표는 반북·반공주의, 엘리트주의, 안티 페미니즘 등에서 윤핵관들과 내용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준석과 윤핵관의 구별점은 그가 보다 세련되며 젊다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전 대표가 ‘반윤’을 표방한 시점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성접대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그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등 징계를 의결하자마자 이 전 대표는 돌연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징계 직후 윤핵관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직을 권한 대행하며 자신을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전 대표의 ‘반윤’이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수사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내용적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려 우리는 이준석 신당을 수단으로 수구보수세력이 기획중인 보수확장 전략의 위험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언론은 윤석열 정부에 연일 비판적인 논조를 쏟아내며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을 띄우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에는 이준석 신당이 성공할 시 범여권 벨트를 만들어 보수확장에 기여하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결국 정치의 핵심은 이념과 정책이다. 이준석 신당의 성공은 ‘반윤 벨트’는커녕 국회를 범여권의 놀이터로 만들기 십상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은 ‘합리적 보수’를 앞세우며 ‘바른정당’을 만들었으나, 이전투구 끝에 결국 수구보수 세력의 근거지 국민의힘으로 복귀했다. 이준석 신당의 ‘반윤’에는 반윤이 없다고 말해야 할 이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