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1.15 07:06
최종 업데이트 23.11.15 07:06▲ 질문 받는 한미 정상 2022년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질문받고 있다. | |
ⓒ 연합뉴스 |
"그게 바로 기자들이 하는 일입니다(That's What Journalists Do)."
김승민 AP(Associated Press) 기자는 한국의 기자들에게 '불편한 질문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것이 때로는 질문을 받는 사람을 화나게(Mad) 하거나 불쾌하게(Unhappy) 만든다 하더라도, 기자의 책무는 '질문'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26일 낮, 미국 워싱턴D.C.에 자리한 미국 상원 출입기자실에서 김승민 기자를 만나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SNU팩트체크센터가 함께 진행한 '팩트체크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김승민 기자의 이름이 한국에도 알려지게 된 건 2022년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워싱턴포스트>에서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따라 함께 방한했고,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정부의 '남성 편중' 문제를 꼬집었다. 성평등 문제를 전면에 내건 그의 비판적 질문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고, 이를 반영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실제 윤 대통령은 추후 개각에서 여성 인사의 발탁 비율을 늘렸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 기자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다. 그는 한국에서 온 기자들과 짧은 간담회를 통해, 2022년 5월 한국 방문 당시 자신이 느낀 미국 기자와 한국 기자의 차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본인의 취재 경험담과 함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정치인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아래는 김 기자와 영어로 진행한 공동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태로 정리한 내용이다. 일부는 현장에서 통역사의 도움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기자가 질문할 줄 몰랐던 것 같다"
▲ 한국 기자들과 대화하는 김승민 기자 한국계 미국인인 김승민 AP 기자가 지난 10월 26일, 워싱턴 D.C 미국 상원 출입기자실에서 한국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김승민 기자는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꾸준히 출입해 온 정치 전문 기자로, <워싱턴 포스트> 근무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성 내각과 관련한 질문으로 화제를 모았다. | |
ⓒ 곽우신 |
- 본인 소개를 우선 부탁드립니다.
"한국 말 잘 못하니까 영어로 할게요(웃음). 제 이름은 김승민입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2008년부터 워싱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USA투데이>에서 1년 여 간 근무했고, 그다음에는 의회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폴리티코>에서 일했습니다. 8년 반 동안 미국 상원을 담당했고, 이후로 <워싱턴포스트>에서 5년 가까이 있었습니다. 그다음 AP로 옮겨서도 똑같이 백악관과 미 의회를 맡고 있습니다. CNN에서는 정치 분석가로도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TV의 CNN 채널에서도 저를 볼 수 있습니다.
AP로 옮기기 전, 가장 좋았던(favorite) 기억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한국 서울을 방문한 겁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기자회견에서 '왜 윤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싫어하는지' 물었습니다. 그건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었고, 윤 대통령은 제 질문에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아요. 청와대(대통령실)에서도 제게 굉장히 화가 났고요. 하지만 그게 바로 기자들이 하는 일입니다.
저희 오빠는 그 기자회견을 두고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뭐라고 하는지 찾아줬어요. 그리고 어머니는 제게 '왜 사람들을 화나게 만드는 질문을 하니?'라고 물었죠(웃음). 그래서 '그게 기자들이 하는 일이야'라고 답했죠. 우리는 때때로 사람들이 불쾌해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 한국에 와서 봤을 때, 한국 기자들이 미국 기자들보다 더 조심스럽다고 느꼈나요?
"그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기자가 질문할 줄 몰랐던 것 같아요. 아마 청와대에서 미국 기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만 질문하고, 한국 기자들은 윤 대통령에게만 질문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기자 주: 실제로 당시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전 상대국 대통령에게 질문하지 말아 달라고 출입기자단에 요청하며, 한미 양측의 '합의'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다른 나라의 지도자와 만날 때, 우리 기자들은 항상 양쪽 모두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돼 있어요. 어제(10월 25일)도 바이든 대통령이 오스트레일리아의 수상과 만났는데, 4명의 기자들 모두 각각 두 정상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 윤 대통령은 미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할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것 같아요."
- 왜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성의 내각 비율, 성 평등과 관련한 질문을 했나요?
"제 앞에 첫 번째로 질문한 미국 기자가 질문을 5개나 했어요. 대북 관계, 대일 관계 등 제가 윤 대통령에게 하려고 준비했던 질문을 다 한 거죠. 그래서 제가 준비했던 것 중 유일하게 남은 게 여성 관련 질문이었어요(웃음). 윤 대통령의 당시 내각(Cabinet)에서 여성은 보이지 않았고, 대선 기간 때도 반여성주의(Anti-Feminism) 플랫폼을 상대로 캠페인을 했어요.
더구나 현장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을 취재하는 한국 기자들 거의 대부분이 남성이었어요. 굉장히 남성에 편중돼 있다고 느꼈고, 그들은 아마 여성에게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을 것이라 봤습니다. 윤 대통령도 굉장히 남성중심적인 언론관을 가진 것처럼 보였고, 아마 여성에게 중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질문 받지 않아 왔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여성에 대해 물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봤어요. 제게는 그걸 물어보는 게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 미국 기자들이 정부 권력자들을 대할 때 한국 기자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에서는 기자가 자리를 떠나는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다든가, 그가 구두를 신고 있지 않다든가 하는 게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기자 주: 김승민 기자는 자신의 샌들을 가리키며 웃었다).
"네, 한국인들은 대체로 더 예의 바른 문화를 갖고 있어요. 기자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건데 말이죠. 예를 들어, 누구든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의 이름을 그냥 불러서는 안되고, 제가 동료보다 나이가 많다면, 동료는 절대 제 성만 불러서는 안 되고, '누나'라고 불러야겠죠. 그런 문화가 일반적인 보도에서의 저널리즘에까지 흘러들어간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미국 국민을 대신해 질문한다"
▲ 미국 상원 출입기자실 미국 상원 출입기자들이 이용하는 기자실의 모습. 상원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출입기자석이 하나둘 차기 시작했고, 전화 부스에서 전화를 하거나 노트북을 켜고 일하는 기자들의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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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상원 출입기자들이 이용하는 기자실의 기자회견장 모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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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출입 기자들이 한국의 출입 기자들보다 더 많은 자율성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컨대, 상원 의원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오려면 기자들의 초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다든지 같은 부분들이요.
"상원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면, 출입기자들로부터 초대를 받아야만 합니다. 왜냐하면 기자회견장은 기자들에게 질문받기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죠. 이 출입증이 일종의 승인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의회의 승인이 아니라 별도의 독립된 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요.
출입증이 있다는 건, 기자 김승민이 기자회견장을 포함해 국회 의사당에서 내가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거죠. 우리는 그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고요. 백악관은 조금 더 많은 보안 절차들이 있지만 의회와 비슷해요.
한국 언론은 더 어려운 상황일 겁니다. 왜냐하면 한국은 정부가 언론이 하는 일에 대해 훨씬 더 많은 통제권을 분명히 가지고 있잖아요. 우리가 출입을 보장받는 것 같은 게 한국에 없다면, 당신은 질문할 기회를 보장 받지도 못하고, 매번 질문을 허락 받아야만 하겠죠.
하지만 백악관 브리핑룸이든, 국회의사당이든 의원들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어요. 언론은 개념적으로 의회와 동등해요. 입법-행정-사법의 삼권에 이어 언론은 '제4부'니까요.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 백악관과 의회 그리고 법원이 동등한 것처럼, 우리 기자들도 기자회견장에 의원들을 초대할 때 '이곳은 우리의 공간이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는 미국 국민을 대신해서 의원들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서 기자회견장에 초대하는 거죠."
- 미국에서도 정부나 정당, 정치인들에게 비판적인 질문을 하면, 혹시 공격받거나 압력을 받는 일이 있나요?
"극단적인 방법이지만, 때때로 대통령이나 그의 보좌진들이 반발할 때도 있죠.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 때 CNN 기자가 어려운(tough)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CNN은 제일 앞줄에 앉습니다. 가장 큰 언론사부터 앞줄에 앉거든요.
그런데 트럼프는 너무 화가 나서 그 CNN 기자를 6~7번째 줄로 밀어버렸습니다. 그게 백악관의 언론관일 수 없고, 백악관의 권한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떤 언론사에 소속돼 있든지 상관없이 우리 출입기자 모두 그게 부당하다고 항의했죠. 그 CNN 기자는 제일 앞줄에 앉아야 한다고, 그녀가 힘든 질문을 했다고 그녀를 뒤로 밀어낼 수 없다고 말이죠. 정치인들이 기자들에게 이처럼 보복할 수는 있지만, 그럴 때 우리 모두 하나의 집단이 돼 반발합니다."
- 정권이 바뀌고 나서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정치인들이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변했나요?
"트럼프는 바이든보다 더 거짓말을 많이 합니다. 진짜에요. 이건 사실입니다(웃음).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백악관이나 바이든이 말하는 모든 게 사실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들이 틀렸을 때 혹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우리는 그들에게 더 높은 기준을 제시해야 합니다. 트럼프가 더 자주 거짓말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기준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다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빨리,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어요. 그래서 그가 말한 모든 것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정말 옳았는지 다시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기사를 써야 했죠. 또, 마냥 팩트체크를 기다릴 수만도 없었어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ABC를 말했다'라는 걸 보도하는 게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하는 말이니까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할 게 아니라, 그가 부정확하게 이야기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마음가짐(mind-set)을 가져야만 했습니다. 매일매일 정말 빠르게 기사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도 팩트체크를 해야 한다는 자세로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SNU팩트체크센터, 포인터 연구소가 공동 진행한 팩트체크 디플로마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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