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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3일 금요일

‘사고(事故)’를 왜 ‘참사(慘事)’라고 해!

 [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사고(事故)’를 왜 ‘참사(慘事)’라고 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것이 벌써 1년이 지났다. 이날은 핼러윈(이것도 핼로윈이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다. 밤에 죽은 사람의 혼이 집에 들어 온다고 해서 미국에서는 호박 등으로 장식하고 가면을 쓴 어린이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집집에서 주는 과자를 받아온다.)데이라고 해서 많은 젊은이들이 분장을 하고 그날 밤을 즐기는 모양이다. 그런데,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당시에 이것을 ‘이태원 참사’라고 했더니 어떤 사람이 시비를 걸었다. “그것이 사고지 왜 참사냐?”고 하면서 단톡방에서 인신공격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비를 거는 사람들은 물불 가리지 않는다. 40년 한국어를 가르친 필자에게 맞춤법이 틀렸다고 주장했다가 한국어학과 교수인 것을 알았는지, 맞춤법이 틀렸다는 말은 쏙 빼고 참사라는 단어를 가지고 계속 시시비비를 따지길래, 답하다 지쳐서 탈방하고 말았다. 

참사(慘事)는 글자 그대로 ‘비참하고 끔찍한 일’을 말한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으면 비참하고 끔찍한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이것보다 더 끔찍하고 비참한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모르겠다. 물론 다른 사고로 사망한 경우가 많이 있겠지만 하루 저녁 스트레스를 풀려고 이태원에 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것을 본 부모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하기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물론 사고라는 단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가슴이 아파서 참사라고 했더니, 그런 말 쓰지 말라고 호통을 치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 묻고 싶다. 참사(慘事)의 예문을 보자. 

이번 참사가 얼마나 끔찍하고 파괴적인 상황인지 알 수조차 없다. 

불의의 참사를 당하다. 

이번 대지진은 세계사에 남을 가장 큰 참사로 기록될 만하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세계적으로 비참하고 끔찍한 일은 모두 참사라고 기록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은 것은 참사라고 하는 것이 당연하다. 굳이 책임을 묻고 따지자는 것이 아니라 용어의 선택에 쓸데없이 트집을 잡는 일은 좋지 않다. 

사고(事故)라고 쓸 수도 있지만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글쓴이의 자유다. 사고(事故)는 “1.뜻밖에 일어난 좋지 않은 일, 2.문제나 말썽을 일으키는 일, 3.어떠한 일의 원인이나 이유”를 이르는 말이다. 사고의 예문은 다음과 같다.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 했지 뭐야. 그나저나 사후 처리는 문제가 없어야 할텐데. 

교통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태원의 사건은 젊은이들이 많이 죽었으므로 당연히 “참사(慘事 비참하고 끔찍한 일)”다. 글의 전체를 보지 않고 글자 하나를 트집 잡으며 막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답답하다.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가 갈수록 흑백논리로 덮여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

김규철

대전세종충청취재본부 김규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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