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858 유족회, 36주기 추모제...미얀마 현지 수색 촉구
- 김치관 기자
- 입력 2023.11.29 15:29
- 수정 2023.11.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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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이렇게 속절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36주기 추모제를 지내며,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이하 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한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모제’가 36년전 사건 당일인 11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열렸다.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은 ‘유족회 호소문’을 통해 외교부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미얀마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예비비로 수색비용이 책정되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운 대한항공(KAL) 858편이 미얀마 안다만해 상공에서 실종됐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른바 ‘무지개 공작’을 문건을 작성, 12대 대통령선거와 반북 캠페인에 활용한 뒤 북한 폭파범 김현희에 의해 공중폭파됐다고 발표했다.
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해왔고, 2020년 1월 대구MBC의 취재 및 보도로 미얀마 안다만 50미터 해저에 KAL858기 동체 추정 물체가 가라앉아 있음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현지 수색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수색단을 구성했지만 미얀마의 군부쿠데타와 코로나19 등으로 수색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얀마와의 외교적 협력은 요원한 상태다.
유인자 부회장은 “불과 50미터 수심에 잠겨, 물 밖으로 36년이 넘도록 나오지 못한 우리 가족들의 유해, 그와 끊어질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은 계속 해방을 부르짖을 것”이라면서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부디 기억해 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호순 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금도 저희 유족분들은 더디게 가는 하루를 3년처럼 느끼며 안타까움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4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수색이 연기되어 속절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회장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 온 유족회 회원들이 있고, 늘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며 위로와 격려, 용기를 북돋워주신 여러분이 계시니 지난 36년을 버티어 온 것처럼 또다시 힘을 내어 씩씩하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 보려 한다”며 “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울먹였다.
강보경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서 이난용 부회장이 2020년 동체 추정물체 발견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경과를 소개했고, 심병철 대구MBC 국장, 김성전 유족회측 미얀마 현지조사 참관 추천인, 심동수 폭약전문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고문 등이 연대사를 했다. 추모곡을 담은 영상 상영과 헌화도 이어졌다.
미얀마 해저에서 KAL858기 추정 비행기 동체를 촬영해 보도한 심병철 기자는 “그냥 가서 일단 KAL858기라는 것만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 순서대로 조사도 하고 유해도 찾고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이런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그냥 정부 차원에서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이 지연되면서 결국 쿠데타로 인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또 보수정권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더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심 기자는 “미얀마 사정도 계속 내란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언제 정치적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준비를 하나씩 해서 상황이 개선되었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바로 일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유족 여러분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항공기 기장 출신의 김성전 추천인은 “국가가 해양과학연구소가 20억, 30억 예산을 들고 뛰어들면서 이게 완전히 흐트러진 거다”며 “잔해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게 대한항공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찾아내는 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국토교통부 예하에 철도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있다. 그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해야 한다”고 항공기 전문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오랫동안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가 참석해 추모제 직후 유족회 회원들과 대화를 가졌고, 유족회는 인근 식당으로 옮겨 유족회 총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회원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도모임’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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