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02] 반드시와 반듯이
가끔 높은 사람들의 맞춤법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전해지는 경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느 방명록에 “000을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썼더니 어느 젊은이가 시비를 건 일이 있었다. 그 젊은이는 “‘반드시’라고 써야지 참으로 무식한 대통령이다”라고 하면서 대통령을 무식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필자가 보기에는 ‘반드시’보다는 ‘반듯이’가 맞는 표현이라 밑에 설명을 붙인 적이 있다.
‘반듯이’는 ‘모습이나 생김새가 비뚤어지지 않아 반반하고 훤히’라는 의미를 지닌 부사이다. 예문으로는 “할아버지의 몸을 반듯이 하려고 했지만 시신은 벌써부터 반듯이 누운 채 굳어 있었다”와 같이 쓸 수 있고, 또 “그는 반듯이 걷지 못하고 외로 걷고 있다”와 같이 쓴다. 그러므로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한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것은 ‘반드시’라고 하겠다. 이 말은 ‘틀림없이·꼭·필히’라는 의미로 쓸 때 사용한다. 예문으로는 “향기 나는 미끼 아래엔 반드시 죽은 고기가 있다” 혹은 “덕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와 같이 쓴다. 단순하게 보고 급하게 인신공격하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무조건 상대를 비방하다 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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