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1.30. 08:57:09 최종수정 2023.11.30. 09:11:24
함정 취재는 취재윤리상 용납되기 어려운 행위다. 그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더라도, 정당한 취재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윤리적 문제와 공익적 목적이 부딪힐 때, 우리 사회는 취재 결과물에 대해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2008년 MBC의 김세의 기자(현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버)가 육군본부가 있는 계룡대 내에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유흥주점의 실태를 보도하기 위해 지인의 출입증으로 초병을 속여 잠입한 바 있다. 그해 2월 6일 <뉴스데스크> '계룡대 접대부' 보도에서 김 기자는 '함정 취재'라는 걸 숨기지 않고 몰래 찍은 영상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큰 파장을 일으켰고, 계룡대는 룸살롱을 폐쇄했다.
그러나 취재 방식에서 드러난 위법 사항은 처벌을 받았다. 이듬해인 2009년 대법원은 김 기자에게 징역 1년 선고유예 2년을 확정했다. 무단 침입한 죄가 인정됐다. 대법원은 "비록 김세의 기자가 군부대 내의 유흥업소 운영의 실태를 취재하려는 목적이었다해도 허위의 출입증으로 초병을 속여 군부대의 초소를 침범한 것은 정당 행위의 요건을 갖춰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김 기자는 당연히 함정 수사라는 걸 밝혔기 때문에 처벌을 각오했을 것이다. 그래서 재판부에 '반성한다'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자신의 취재 결과물 자체의 명분에 대한 공익성을 강조했다. 여성 접대부를 고용한 계룡대 룸살롱이란 수치스런 군문화가 폐지된 것은 이런 취재 덕분이다.
함정 취재에 대한 정의는 또렸하지 않다. 통상 위법을 동원한 취재, 신분을 속인 취재나, 기자 대리인을 통한 취재 등을 말한다. 이번 <서울의 소리> 보도는 오히려 수사 기법을 연상시킨다. 범죄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미성년자 성매매 범죄 혐의자를 검거할 때 '기회 제공형 함정 수사'를 벌이기도 한다. 미성년자를 동원해 범죄 혐의자의 범의를 일으키는 건 문제가 되니, 미성년자를 동원하지 않고 미성년자인 것 처럼 속여서 범죄 혐의자를 유인한 후 휴대폰 등 증거물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위법적인 함정 수사인 '범의 유발형', 즉 일부러 범죄를 유발하게 하는 것과는 다르다. <서울의 소리>위 취재 방식이 어떤 유형에 해당할 지는 곰곰히 따져봐야 할 일이다.
<서울의 소리>는 사실 처벌을 각오한 것 같다. 그들은 '함정 취재'라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있으며, 명품백을 직접 사서 최 목사에게 제공했다는 등 취재 취지와 과정을 세세히 밝히고 있다. 거의 수사 기관용 '셀프 조서'를 작성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대통령실이 영상이 공개된 27일 이후 줄곧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 등을 상대로 고발을 일삼아 온 친여(與) 단체 등도 너무 조용하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가짜 뉴스' 수사에 언론사 압수수색을 밥 먹듯 하던 검찰 등 수사 기관도 가타부타 말이 없다. 보수 단체에서 '함정수사'를 비판하는 몇 개의 성명이 나왔지만 그것이 위법이라면 고발이 마땅할 건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만약 <서울의 소리> 함정 취재가 '범의 유발형'이라고 한다면,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범의가 유발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피해자는 김건희 전 대표가 되겠지만, '명품백에 영부인의 범의가 유발됐다'는 여론이 퍼지는 건 아주 곤란하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장예찬 최고위원)라고 주장한다. 영부인의 범행이 없는데 <서울의소리>가 '범의'를 유발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서울의 소리> 취재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고 하자.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몰래카메라 촬영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이 있을 수 있다. 경호처 직원을 피해 손목시계 카메라를 반입했다는 '업무방해' 혐의도 있겠다.
그런데 이 혐의를 입증하려면 <서울의 소리>를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수사가 진행될수록 김건희 영부인의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증폭된다. 최소한 수사 과정에서 명품백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그 행방은 어떻게 됐는지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조사해 특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할수록 영부인의 행위는 부각된다. <서울의 소리> 취재진이 이런 부분을 염두에 뒀는지 모르겠지만, 누구나 예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서울의 소리>가 대통령실 경호처에 대한 업무 방해를 했다면, 경호처의 경호가 뚫린 것에 대해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한다. 명품을 대리 전달한 최 목사의 통일 운동 이력 때문에 '북한 연계설'도 제기되는 모양인데, 마찬가지로 북한이 연계됐는지, 북한이 연계됐는데도 경호처나 국정원은 왜 뚫렸는지, 북한이 연계된 불순한 행위가 어떻게 영부인 주변에서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해야 한다.
사실 '함정 취재'를 두고 대통령실과 여권이 고약한 딜레마에 빠져 버린 셈이다. 입장을 낼 수도, 내지 않을 수도 없는, 그리고 수사 의뢰를 할 수도, 수사를 할 수도, 그렇다고 수사를 안 할 수도 없는 그런 아주 고약한 딜레마다. 확실한 건 여론은 '함정 수사'의 부도덕함이 입증되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김건희 영부인이 받은 명품백'의 행방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이다. '청탁의 대가'가 있었는지, 영부인이 국정에 실제로 개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매우 궁금해 한다는 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창당 조건을 갖추고자 전국 연락망을 만드는 가운데, 지난 두달 간 대구경북 지역을 6번 순회했다. 이대로라면 내년 1월로 예고된 이준석 신당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창당 명분으로 ‘반윤석열’을 얘기한다. 이달 초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26일 대구에서는 “윤석열 출범 이후 1년 반이 지났는데 오히려 삶이 고달파졌다면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어느 정도 먹히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에서 10명 중 2명이 이준석 신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한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조차 “(내년 총선에서) 반윤연대의 텐트가 필요하다”며 이준석 신당까지 포함한 ‘반윤 벨트’를 만들어 국민의힘을 100석 미만으로 고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반윤’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명백한 착시다.
이 전 대표가 말하는 ‘반윤’이란 보수세력 내부 이전투구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당장 그는 정치권에 어떤 밑천도 없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영입하고 당선시킨 일등 공신이다.
그뿐인가. 이 전 대표는 반북·반공주의, 엘리트주의, 안티 페미니즘 등에서 윤핵관들과 내용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준석과 윤핵관의 구별점은 그가 보다 세련되며 젊다는 것 외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 전 대표가 ‘반윤’을 표방한 시점만 봐도 이는 명백하다. 지난해 7월 '이준석 성접대 의혹'과 관련,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그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 등 징계를 의결하자마자 이 전 대표는 돌연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징계 직후 윤핵관 핵심이었던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직을 권한 대행하며 자신을 밀어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 전 대표의 ‘반윤’이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수사에 지나지 않으며 아무런 내용적 실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외려 우리는 이준석 신당을 수단으로 수구보수세력이 기획중인 보수확장 전략의 위험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조중동을 필두로 한 보수언론은 윤석열 정부에 연일 비판적인 논조를 쏟아내며 이준석 신당의 영향력을 띄우는 데 여념이 없다. 여기에는 이준석 신당이 성공할 시 범여권 벨트를 만들어 보수확장에 기여하리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결국 정치의 핵심은 이념과 정책이다. 이준석 신당의 성공은 ‘반윤 벨트’는커녕 국회를 범여권의 놀이터로 만들기 십상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 의원들은 ‘합리적 보수’를 앞세우며 ‘바른정당’을 만들었으나, 이전투구 끝에 결국 수구보수 세력의 근거지 국민의힘으로 복귀했다. 이준석 신당의 ‘반윤’에는 반윤이 없다고 말해야 할 이유다.
박빙으로 예상했던 부산 엑스포 투표에서 119대 29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참패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와 “저의 부족”이라고 사과했다. 명확한 공개 사과가 사실상 처음이라 다급한 모습이 보였다는 평가다. 예측이 크게 빗나가 급격한 여론 악화를 우려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선일보는 “얻은 자산도 적지 않다”며 재도전을 주문하는 사설을 냈고 동아일보는 재계를 총동원했는데 “민망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 11월30일자 한국일보 1면 사진기사.
▲ 29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긴급 공지 후 브리핑을 열고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공식 사과하며 ‘제 부족’이란 표현을 3차례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저희들이 느꼈던 (상대국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이 모든 것은 전부 저의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조선 “보수적 보고 올려도 ‘왜 사기 꺾는 것 올리냐’는 질책성 반응”
▲ 11월30일자 조선일보 3면 기사.
무엇 때문에 정부가 오판했는지 따지는 기사들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3면 <‘엑스포 올인’ 분위기에… 정부도 기업도 객관적 보고 못해 오판> 기사에서 “정보 수집과 판단 역량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대통령이 앞장선 ‘엑스포 올인’ 분위기 속에서 객관적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가다듬지 않으면 훗날 주요 국제 행사 유치전을 벌일 때에도 잘못된 판단으로 국력을 낭비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3면에서 “우리 편이라 판단했던 국가 상당수가 실제로는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기울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최소 50개국의 지지를 확신해 ‘1차 투표는 어쩔 수 없더라도 2차에선 한국을 지지해달라’는 교차투표 전략까지 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동아일보에 “새벽 엑스포 표결 결과가 기존에 보고받은 표결 정세 판단과 다르게 나오자 (윤 대통령이)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11월30일자 동아일보 4면 기사.
실무진 사이의 ‘완패’ 분위기에도 고위층을 중심으로 낙관적 주장이 나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3면에서 “유치 교섭 일선에서 ‘아직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수적인 보고를 올렸는데, 정부 고위층에선 ‘왜 사기를 꺾는 보고를 올리느냐’는 질책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일부 기업과 주요 유치 위원들이 실적 경쟁을 벌이며 자신이 담당하는 국가의 입장을 다소 낙관적으로 보고하면서 우리 측 지지표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부산 엑스포 참패, ‘졋잘싸’ 위안보다 냉정히 돌아봐야>에서 “객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뒤늦게 총선에 활용할 욕심으로 뛰어들어, 정확한 분석과 전략도 갖추지 못한 채 과도한 자원만 투입해 후유증을 키운 건 아닌지 의문이 남는다”며 “한국 정부는 자유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진영 논리식 접근으로 안이하게 사태를 판단해 실체 파악에 실패했고, 끝까지 잘못된 정보를 붙들고 있었다. 외교에서 이념 위주의 진영 논리가 얼마나 무익하고 위험한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신문의 사설은 엇갈렸다. 조선일보는 사설 <부산 엑스포 유치 재도전 검토할 만하다>에서 “이번 유치 경쟁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 더욱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한다면 다음번인 2035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엑스포 외교총력전, 글로벌 자산으로 이어 가자>에서 “엑스포 유치 활동은 미래지향적 국가 발전을 위해 외교적 바탕을 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 30일자 동아일보 사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 <‘119 대 29’ 엑스포 유치 실패보다 더 허탈한 것은…>에서 “‘119 대 29’의 표차는 아쉬움과 허탈함을 넘어 민망하기까지 한 결과”라며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거나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만큼 부산 시민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실망도 컸다. (중략) 그 점에서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법원,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조직적 개입 판단 ‘1심 유죄’
▲ 30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현역 울산시장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로, 동아일보를 제외한 아침신문이 이를 1면에 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 김미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29일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사건 당시 울산경찰청장)엔 선거법 위반 징역 2년 6개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징역 6개월이 각각 선고됐다. 공모 혐의를 받는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징역 2년,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공적 권력이 선거에 개입하도록 범행을 계획해 주도했다”며 “황 의원과 백 전 비서관 등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한 채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찰의 수사기능과 대통령비서실의 감찰기능을 부당하게 이용했다”고 판시했다. 김기현 대표는 2021년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언론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한겨레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1심 유죄, 무겁게 받아들여야>에서 “아직 1심 판결임을 고려하더라도, ‘대통령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청와대 참모들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수사기관을 동원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것은 엄중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를 농락한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고 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이재명 발언에 혼란 빠진 민주당
▲ 30일자 한겨레 6면 사진기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자 당이 내분에 빠졌다. 아침신문은 이 대표가 불체포 특권에 이어 다시 한번 말을 뒤집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로 의석을 배분해 2016년 총선 때까지 적용됐던 룰이다.
이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유튜브 방송에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집권여당에 넘어가 폭주, 과거로의 퇴행,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선거라고 하는 거는 승부 아니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고 말했다.
이에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의) 극단적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고 비판했고 김종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했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 의원 등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지금 국민과의 약속과 눈앞의 이익 중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기득권을 내려놓을 것인지, 기득권을 쥐고 자멸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병립형과 위성정당은 소탐대실로, 비례 몇석 얻으려다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지역구는 더 많이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 30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한겨레도 강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 <병립형 비례·위성정당 거론한 이재명, 또 공약 파기할 건가>을 내고 “총선 승리를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나 위성정당을 유지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염두에 두고 있단 뜻으로 보인다”며 “의원 약 80명이 위성정당방지법의 당론 채택과 선거제 개혁을 촉구했음에도 당대표가 귀 닫고 거꾸로 가겠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날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제 개혁 요구에도 즉답하지 않았다. 민주당만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심판을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독선이라는 사실은 2017년 촛불탄핵연대가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 <민주당, ‘병립형’ 퇴행은 대국민 약속 위반이다>에서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을 여러 차례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앞뒤 설명도 없이 현실론을 앞세워 파기 가능성을 공개 거론한 것은 경솔한 처사”라며 “눈앞만 보지 말고, 국민을 믿고,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에 총선 당시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길을 또 잃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늘도 이렇게 속절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36주기 추모제를 지내며, 절박한 심정으로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외교부는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항공 KAL 858기 탑승 희생자 유족회’(이하 유족회)가 주최하고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이 후원한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모제’가 36년전 사건 당일인 11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7층 체칠리아홀에서 열렸다.
유인자 유족회 부회장은 ‘유족회 호소문’을 통해 외교부가 미얀마 군부와의 협의를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미얀마 수색이 가능해지는 즉시 예비비로 수색비용이 책정되도록 사전에 모든 준비를 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1987년 11월 29일 115명의 승무원과 승객을 태운 대한항공(KAL) 858편이 미얀마 안다만해 상공에서 실종됐고,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이른바 ‘무지개 공작’을 문건을 작성, 12대 대통령선거와 반북 캠페인에 활용한 뒤 북한 폭파범 김현희에 의해 공중폭파됐다고 발표했다.
가족들과 관련 단체들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해왔고, 2020년 1월 대구MBC의 취재 및 보도로 미얀마 안다만 50미터 해저에 KAL858기 동체 추정 물체가 가라앉아 있음이 확인됐다. 문재인 정부는 현지 수색을 위해 예산을 편성하고 수색단을 구성했지만 미얀마의 군부쿠데타와 코로나19 등으로 수색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미얀마와의 외교적 협력은 요원한 상태다.
유인자 부회장은 “불과 50미터 수심에 잠겨, 물 밖으로 36년이 넘도록 나오지 못한 우리 가족들의 유해, 그와 끊어질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은 계속 해방을 부르짖을 것”이라면서 “KAL858기 탑승 희생자들의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때까지 부디 기억해 주시고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김호순 유족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지금도 저희 유족분들은 더디게 가는 하루를 3년처럼 느끼며 안타까움으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4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수색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애타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수색이 연기되어 속절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만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 회장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해 온 유족회 회원들이 있고, 늘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며 위로와 격려, 용기를 북돋워주신 여러분이 계시니 지난 36년을 버티어 온 것처럼 또다시 힘을 내어 씩씩하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 보려 한다”며 “858기 동체를 찾아 유해를 수습하여 가족들의 슬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를, 그리고 온 천하에 진실이 밝혀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울먹였다.
강보경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추모제에서 이난용 부회장이 2020년 동체 추정물체 발견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경과를 소개했고, 심병철 대구MBC 국장, 김성전 유족회측 미얀마 현지조사 참관 추천인, 심동수 폭약전문가,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고문 등이 연대사를 했다. 추모곡을 담은 영상 상영과 헌화도 이어졌다.
미얀마 해저에서 KAL858기 추정 비행기 동체를 촬영해 보도한 심병철 기자는 “그냥 가서 일단 KAL858기라는 것만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난 다음에 그 다음에 순서대로 조사도 하고 유해도 찾고 이런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 당시 이런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고 그냥 정부 차원에서 진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이 지연되면서 결국 쿠데타로 인해 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또 보수정권으로 바뀌면서 여기에 대한 관심도가 더욱더 떨어졌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심 기자는 “미얀마 사정도 계속 내란이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언제 정치적 상황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준비를 하나씩 해서 상황이 개선되었을 때는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바로 일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유족 여러분 힘내시라”고 격려했다.
항공기 기장 출신의 김성전 추천인은 “국가가 해양과학연구소가 20억, 30억 예산을 들고 뛰어들면서 이게 완전히 흐트러진 거다”며 “잔해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그게 대한항공이냐 아니냐에 대해서 찾아내는 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국토교통부 예하에 철도항공사고조사위원회가 있다. 그 사람들이 달라붙어서 해야 한다”고 항공기 전문가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오랫동안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신성국 신부가 참석해 추모제 직후 유족회 회원들과 대화를 가졌고, 유족회는 인근 식당으로 옮겨 유족회 총회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같은 시각 서울 마포구 천주교예수회센터에서 ‘KAL858기 사건 희생자 가족회’(가족회) 회원들과 ‘KAL858기 사건 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 관계자들이 ‘KAL858기 사건 36주기 추도모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