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어디에서든 쉽게 기성복을 구매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결혼식이나 졸업식, 회사 입사 등 중요한 일을 앞두고 양복집에 가서 양복이나 양장을 맞춰 입어야 했다. 바지통은 넓게, 깃은 높게 등 자신이 원하는 대로 주문해 맞춰 입곤 했다. 이처럼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하는 것을 지칭할 때 ‘마추다’고 해야 할까? ‘맞추다’고 해야 할까?
“아버지는 결혼식 때 입으셨던 마춤 양복을 아직도 간직하고 계신다” “졸업식 때 입은 맞춤 양장의 모양과 색깔이 아직도 기억난다” 등과 같이 ‘마춤’과 ‘맞춤’이 혼용되고 있다. 정답은 ‘마추다’를 활용한 ‘마춤’이 아니라 ‘맞추다’를 활용한 ‘맞춤’이다. ‘마춤 양복’ ‘마춤 양장’ ‘마춤옷’은 모두 ‘맞추다’를 활용한 ‘맞춤 양복’ ‘맞춤 양장’ ‘맞춤옷’으로 고쳐야 한다.
옷뿐 아니라 구두나 안경, 컴퓨터 등도 그렇다. “구두를 마췄다” “안경을 마추러 간다” “컴퓨터를 새로 마췄다” 역시 “구두를 맞췄다” “안경을 맞추러 간다” “컴퓨터를 새로 맞췄다”고 해야 한다.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인 ‘안성맞춤’도 마찬가지다. ‘안성마춤 한우’ ‘안성마춤 막걸리’ ‘안성마춤 갤러리’ 등과 같이 상표나 상호로 ‘마춤’ 표현을 쓰는 곳이 있다 보니 이를 따라 ‘안성마춤’으로 적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안성맞춤’이 맞는 말이다. ‘안성맞춤’은 과거 경기도 안성에서 유기를 아주 잘 만들었는데, 이곳에 유기를 맞춰서 만든 것처럼 잘 들어맞는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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