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총참모부가 7일 발표한 전략순항미사일 2발 낙탄 지점인 울산 동해상 80km 공해 [사진-구글지도 갈무리]
북 총참모부가 7일 발표한 전략순항미사일 2발 낙탄 지점인 울산 동해상 80km 공해 [사진-구글지도 갈무리]

북한군 총참모부가 7일 보도를 통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한미연합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 대응한 군사작전이 진행됐다고 뒤늦게 발표한 뒤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합참) 발표내용과 차이가 나는 대목이 여럿 드러났기 때문이다. 

북 총참모부 발표중 △2일 울산 동해 80km 지점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 보복타격 △3일 특수기능 전투부의 동작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시험발사 진행 △4일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한 공군의 대규모 총전투출동작전 진행 △5일 산포탄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2발과 초대형 발사포탄 2발 재발사는 합참 발표에는 없거나 다른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2일 울산 동해 80km 공해상에 떨어진 전략순항미사일 2발은 사실일까, 거짓일까.

북 총참모부는 2일 오전 평안북도 지역 미사일 부대에서 한미 공군기지타격을 목표로 서해갑문 앞 무인도를 향해 '산포탄 전투부'와 '지하침투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하고, 오전과 오후 동·서해안 전선 공군 반항공미사일 부대들이 서로 다른 고도와 거리에 있는 공중목표를 소멸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면서 23발의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이날 오후 적들이 남조선 《령해》 가까이에 우리의 미사일이 낙탄되었다고 주장하며 공중대지상유도탄과 활공유도폭탄으로 우리(북)측 공해상에 대응사격하는 망동을 부린 것과 관련하여 함경북도 지역에서 590.5㎞ 사거리로 남조선 지역 울산시 앞 80㎞ 부근 수역(위도 35°29′51.6″,경도 130°19′39.6″) 공해상에 2발의 전략순항미사일로 보복타격을 가하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합참은 지난 2일 오전 6시 51분부터 7시 40분까지 평안북도 정주시와 피현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항적 미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4발이 매우 낮은 고도로 발사되었으며, 8시 51분부터 9시 12분까지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이 발사되었다고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동해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원산에서 190km 정도를 비행해 NLL 이남 26km, 속초 동쪽 57km, 울릉도 서북방 167km 공해상에 떨어졌다.

또 오전 9시 12분부터 오후 1시 55분까지 함경남도 낙원, 정평, 신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평안남도 온천, 화진리와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탄도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 10여발이 추가로 발사되었으며, 전반적으로 탄도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은 총 14개 이상의 항적이 포착되었다.

합참은 이날 오전 8시 54분 행정안전부 민방공 경보통제소를 통해 울릉도 지역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고 전군 경계 태세가 격상된 가운데 11시 10분부터 공군 F-15K와 KF-16 전투기에서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해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이 도발한 미사일 낙탄지역과 상응한 거리'의 해상에 정밀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은 2일 오전 울릉도 서북방 167km 공해상에 낙탄한 미사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남측 대응사격에 보복타격을 했다고만 했고, 남은 이날 오후 북의 전략순항미사일이 울산 앞 80km 수역에 떨어진 사실을 발표하지 않았다.

합참은 NLL 이남 해상으로 발사한 북측 미사일의 잔해물을 수거해 분석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울산 앞 공해상에 순항미사일 낙탄 주장은 북측의 거짓 발표라는 입장이다.

북 참모본부의 발표가 있던 7일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울산 앞 공해상에 낙탄했다는 북측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탐지 및 분석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까지 우리 군에 포착되거나 탐지된 것은 없다"고 일축했다.

북측의 추가 공개로 사실이 확인될 경우를 가정한 거듭된 질문에도 "오늘 북한이 공개한 보도내용이 모두 사실인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군은 11월 6일 동해 NLL 이남 해상에서 북한이 지난 11월 2일 도발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거하였다"며, "해군의 구조함인 광양함이 11월 4일부터 6일까지 NLL 이남 동해상에서 무인 수중탐색기를 이용하여 북한의 탄도미사일 잔해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인양하여 현재 관계기관이 정밀 분석 중에 있다"고 밝혔다.

수거한 탄도미사일 잔해물은 1개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작전보안이나 정보보호 차원에서 공개가 제한된다고 했다. 

주목할 일은 북 참모본부가 미사일 재원은 전략순항미사일이며, '위도 35°29′51.6″,경도 130°19′39.6″'라고 낙탄 지점까지 정확하게 밝히면서 까지 공개한 점이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전략순항미사일 방사장면. 지난달 12일 시험발사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과 외형이 유사하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노동신문]이 공개한 26장의 사진에는 지난달 12일 시험발사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사일이 보인다.

당시 신문은 김정은 위원장이 전술핵 운용부대에 작전배치된 장거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으며, 미사일은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그리며 1만234초를 비행해 2,000km 계선의 표적을 명중타격해 철저한 실전 준비태세를 또 다시 입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때 합참은 북측 보도가 나온 이후 뒤늦게 관련 사실을 확인하면서 '정보감시 능력 노출 등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양측 미사일이 NLL 이남과 이북을 넘나드는 최악의 위기상황에서 실전 준비태세가 거듭 입증된 전략순항미사일을 북이 의도한 목표지점에 발사했지만, '만약' 이를 군 당국이 탐지하지 못했다면 그동안 호언장담한 안보태세에 큰 구멍이 생긴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북이 4일간의 군사작전을 전격 공개하면서 남측 발표에 없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도 남측과 미국의 핵억지력이라는 것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다방면적인 수단을 갖고 있다는 과시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북의 전략순항미사일이 울산 동쪽 80km 동해상에 낙탄한 것은 사실일까?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간명하게 이 문제에 대한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11월 2~5일 도발에 대한 우리 군과 북한 군의 발표에 대한 비교 분석'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북한의 주장이 맞는지는 제시된 좌표계 위치 일대를 수중 수색하면 미사일 잔해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인양할 수 있다면 우리 군으로서는 북한의 순항미사일 기술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수준을 파악하고 향후 대응책을 개발하는데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지만 "실제 인양을 할 경우 우리 군은 탐지 자체를 못한 것에 대한 국민적 질타를 받을 수도 있고, (거꾸로) 약 일주일 동안 수중 수색에서도 미사일 잔해물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북한의 거짓 발표를 한 것으로 북한이 발표한 도발 행위에 대한 상세에 대해 의구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것.

한설 전 육군 군사연구소 소장은 SNS에 공개한 '북한 촘참모부의 보도, 미사일 발사관련 한미의 은닉 폭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정상적이라면 이런 상황은 발생할 수 없다. 북한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발표할리는 만무하다. 결국 군이 발표를 누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를 탐지하지 못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다만 이를 발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만약' 울산 앞바다 타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미국의 핵 확장억제가 별 효용이 없다는 것이 단적으로 드러날 수 있고 또 이에 대응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의 의도에 대해서는 "군사적으로 더 이상 북한을 강압하려는 시도는 더 큰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 지금과 같은 방식의 안보구도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전 소장은 "미국이 '비질런트 스톰' 훈련 마지막에 가공할만한 위력의 전략폭격기인 B--1B 랜서를 동원한 것은 울산 앞바다에 대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미 한미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에 더 이상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진 남북의 군사 대응에 대해 더 살펴보자.

북 총참모본부는 3일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전투부의 동작믿음성 검증을 위한 중요한 탄도미사일시험발사를 진행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또 "적들의 지속되는 전쟁도발 광기를 짓뭉개버리기 위한 대응의 일환으로 초대형 방사포탄과 각종 전술탄도미사일 5발, 46발의 장거리방사포탄을 동해상으로 발사하였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에 대해 당일 오전 "군은 오늘(11.3) 오전 07시 40분경 평양 순안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과 08시 39분경부터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을 포착하였다"고 하면서, 장거리탄도미사일은 1단과 2단의 단분리, 2단과 탄두부의 분리가 탐지된 것을 근거로 신형 '화성-17'형 ICBM으로 추정했다.

ICBM의 경우 비행거리 약 760km, 정점고도 약 1,920km, 최대 관측속도 마하 15로 관측 결과를 발표하면서 낮은 고도와 짧은 사거리 궤적을 이유로 비정상비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북 참모부는 장거리 미사일 여부에 대한 언급없이 '중요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국방과학원의 요구'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목적은 '적의 작전지휘체계를 마비시키는 특수기능 전투부의 동작믿음성 검증'에 있다고 밝혀 EMP(전자기펄스, ElectroMagnetic Pulse)탄 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MP탄이란 고출력의 전자기파를 상공에서 순간적으로 발생시켜 폭발과 동시에 적의 지휘통제체계와 방공망을 무력화시키는 신개념의 비살상 무기체계, 크게 핵폭발을 이용하는 방식(NEMP)과 핵폭발없이 사용하는 재래식 방식(NNEMP)으로 나뉜다.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사이 김정은 위원장이 전술핵운용부대 훈련 지도를 할 당시에도 EMP탄 실험으로 짐작되는 '상공폭발'(9.25, 29, 10.1) 훈련이 '직접 정밀 타격', '산포탄 타격'과 배합되어 진행된 바 있다. 

한마디로 '화성-17'형 ICBM 발사가 있었는지는 의문이고 실패했다는 주장도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김준락 실장은 7일 브리핑에서 여전히 신형 '화성-17형'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분석이 유효한지에 대한 질문에 "군의 평가결과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으며, 세부 제원은 분석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더불어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 ICBM이 정상적으로 비행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보도하지 않은 것과 공개보도에 나와 있는 사진들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결국 11월 3일 발사한 미사일이 화성-17형이라고 추정하는 근거가 너무 빈약해 보이기 때문에 보다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고 하면서, "화성-17형 정도의 ICBM이라면 비용 때문에 시제품을 많이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고 기술검증 및 정치적 선전을 위해 꼭 필요할 때 시험발사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4일 북 총참모본부가 3시간 47분에 걸쳐 500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해 대규모 출동작전을 진행했다고 한 것에 대해 김 실장은 "항적(항공기가 지나간 흔적을 연결한 선) 180여개를 추적하여 대응했다"는 기존 언론 설명을 유지했다. 북의 군용기가 40~50년 이상 노후화된 상황에서 500여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원했다는 것은 과장된 발표로 보인다.

5일 평안북도 동림에서 서해상으로 4발의 탄거리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합참 발표는 '산포탄 전투부를 장착한 전술탄도미사일 2발과 초대형 발사포탄 2발 재발사'를 했다는 북 참모본부의 주장과 약간 다르다. 이른바 섞어쏘기를 하면 탄도미사일과 초대형 포탄의 궤적 탐지와 추적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뭔가 숨기거나 과장하는 군사행동의 이면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렇게 '뿌연' 상황은 남과 북 국민과 인민의 미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불안하고 위태로운 일상에 전쟁의 공포를 배가하는 일이 국가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이제 남과 북이 서로 과시는 할만큼 했으니 상대의 진짜 실력에 대해 차분하게 평가하기로 하고 복잡한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살길에 대해 전략적으로 고민하는 것이 어떨까.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