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 2024-11-11 09:11
- 등록 2024-11-11 05:00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14일 본회의 처리와 28일 재표결이 예정된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을 대폭 줄이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거부권 정국’을 뚫고 특검법을 관철하려면 국민의힘 내부 ‘동조자’가 필수적인 현실론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미 불거진 의혹을 규명할 ‘특검 저지’를, 앞으로 생길 불미스러운 일을 막을 특별감찰관 추진 논리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그걸로는 안 된다’고 못박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10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특검법 수정안 검토가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을 제안할 가능성이 ‘제로’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치의 공간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4일 본회의에 민주당이 수정안을 낼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토하는 특검법 수정안은 현재 13가지인 수사 대상을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명태균씨가 개입된 부정선거·국정농단 의혹 등으로 축소하는 내용이다. 특검 후보 추천 방식을 야당이 아닌 ‘제3자 추천’으로 바꾸는 것도 검토 대상이다. 이는 지난달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제안에 한 대표가 즉각 ‘화답’해 곧 여야 대표회담이 열릴 분위기였을 때, 민주당 중진들을 중심으로 나왔던 제안이다. ‘성과’를 내려면 김건희 특검법을 회담 의제로 올리되, 한 대표가 수용할 만한 내용을 제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한 대표가 먼저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당이 그럴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었다.
대표회담이 무산되고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 불가’를 고수하는데도 민주당이 선제적 수정안 검토로 선회한 것은, 다른 야당들처럼 공식적으로 ‘탄핵’을 주장하지 않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최대치로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전날 저녁 민주당이 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특검 촉구’ 2차 집회에서 “제가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이렇게 말한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은 20만명(이하 민주당 추산)으로 지난 2일 1차(30만명) 때보다 줄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고 국민들이 화는 났는데, 그 화를 풀려고 민주당 집회에 (쏟아져) 나오진 않은 것”이라며 “아직 (탄핵, 하야 등으로) 공세 온도를 끌어올리는 것에는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성사시키려면 기댈 곳은 국민의힘 이탈표다.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해야 한다. 이번에도 법안이 폐기되지 않으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앞서 지난달 4일 재표결 땐 4명이 이탈했는데, 민주당은 그 규모가 더 늘어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여론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안철수 의원의 경우엔 야당만의 특검 후보 추천 등 ‘독소조항’을 없애고 여야가 합의해 특검법을 처리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특검 후보 ‘제3자 추천’은 한동훈 대표가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내놓은 제안이기도 하다. 당직을 맡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정국을 풀 가장 큰 변수는 특검”이라며 “한동훈 대표나 국민의힘이 받지 않을 수 없는 안을 만드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을 앞세워 특검을 저지하려는 것도 민주당으로선 막아야 할 일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한 대표가 혹시라도 (친윤계) 추경호 원내대표와 손잡고 특별감찰관 추진에 합의해 특검을 무산시키려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6일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3차 집회를 혁신당 등 야 4당과 공동주최하고, ‘1천만명 서명운동’을 11일부터 28일까지 집중적으로 벌이며 윤 대통령과 여당에 김건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할 예정이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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