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 나은 표현은
- 톱스타뉴스
- 입력 2024.11.12 05:55
- 업데이트 2024.11.12 06:00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우리 말글에 어울리지 않는 영어식 표현도 다듬으면 좋을 때가 많습니다. 언론 기사 쓰기 교본에 자주 예시되는 사례 중 하나는 '…에서 자유롭다'의 활용입니다. [보여주기식 대담이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것이지요. [...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면 될 일입니다. 굳이 '자유'라는 말까지 사용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 어문학자들의 지적입니다.
만남을 갖다, 회담을 갖다, 기자회견을 갖다……. '가지다'의 줄임말인 이 '갖다' 역시 영어 번역투 혐의가 짙습니다. "국어에서 '가지다'는 생각이나 물건을 가슴이나 몸 등에 지님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떤 행위를 하는 뜻으로 '가지다'를 쓰는 것은 영어식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국어에서 쓰지 말아야 한다"(기자를 위한 신문언어 길잡이 p.60 인용)라는 설명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만남을 갖고]는 그저 [만나서]하면 되고 [회담을 갖고]는 [회담을 하고], [해외 순방을 갖기 위해]는 [해외 순방을 하기 위해]라고 각각 쓰면 자연스럽겠습니다.
'나타나다'의 활용도 빈번하게 눈에 띕니다. 어떤 사실을 전할 때 쓰는 서술어로는 파악되다, 드러나다, 밝혀지다 같은 것이 더 적합할 때가 많습니다. [그가 그 짓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드러났다, 밝혀졌다]가 [그가 그 짓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보다 더 국어답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나타나다'에 대한 사전의 첫 번째 풀이는 '보이지 아니하던 어떤 대상의 모습이 드러나다'입니다. 물리적 실체, 어떤 현상, 일의 결과 또는 징후를 가리키는 말이 주어로 쓰였을 때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의 근거입니다.
영어의 과거완료 시제 표현을 국어로 옮길 적에 적당한 시간의 부사어를 첨가하여 과거형(-었-)으로 쓰는 것도 방법이라고 합니다. [히틀러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먹혔던 압박술이 ... 먹힐 것이라고 내다보았었다(had expected)]보다 ['당초' 히틀러는 ... '내다보았다']라고 옮기는(번역의 모험 p.191∼192 인용)식입니다. 완료 시제가 없는 우리말에서 대과거('-었었-') 표현은 글을 쓸 때 더러 고민을 안기는 것이기에 이런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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