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파열음'의 운명
- 톱스타뉴스
- 입력 2024.11.15 05:55
- 업데이트 2024.11.15 06:00
-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언론 기사에서 사람과 세력 간 갈등 상황을 다룰 때 자주 쓰이는 명사 하나가 있습니다. 파열음(破裂音)입니다. 한자 뜻 그대로 깨어지거나 갈라져 터지면서 나는 소리로, 어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은 풀이합니다. 의견이 다른 A와 B가 파열음을 낸다는 식으로 쓰면 제격입니다. 다툼 정도가 덜하면 마찰음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파열음보다 적게 쓰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말을 배우며 언어학적으로 접하는 파열음은 폐에서 나오는 공기를 일단 막았다가 그 막은 자리를 터뜨리면서 내는 소리로 정의됩니다. ㅂ ㅃ ㅍ ㄷ ㄸ ㅌ ㄱ ㄲ ㅋ, 이 아홉 개입니다. 자음(닿소리), 즉 허파에서 올라오는 공기가 구강 안의 어느 부분 또는 성문을 마찰하거나 폐쇄하여 조음되는 소리가 국어에는 19개 있습니다. 마찰음(ㅅ ㅆ ㅎ) 3개, 파찰음(ㅈ ㅉ ㅊ) 3개, 비음(ㅁ ㄴ ㅇ) 3개, 유음(ㄹ) 1개에 견줘 파열음 9개는 압도적으로 많은 수치입니다. 오호라 인간사!, 파열음은 많은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일까요.
파열음, 마찰음, 파찰음, 비음, 유음은 소리를 어떻게 내느냐, 즉 조음 방법에 따른 분류입니다. '어떻게'가 있으니 '어디서'도 있어야겠지요. 어디서 소리를 내느냐, 다시 말해 조음 위치로도 자음은 분류됩니다. 양순음(兩脣音), 설단음(舌端音), 경구개음(硬口蓋音), 연구개음(軟口蓋音), 후두음(喉頭音)입니다. 한자어를 우리말로 바꾸면 순서대로 두 입술 소리, 혀 끝 소리, 딱딱한 입천장 소리, 말랑말랑한 입천장 소리, 목구멍 소리가 됩니다. 이 분류로 보면 ㄷ ㄸ ㅌ ㅅ ㅆ ㄴ ㄹ 등 모두 7개인 혀끝소리가 가장 큰 비중을 보입니다. 이 혀끝소리의 조음 위치는 사실, 윗잇몸보다 조금 안쪽이어서 잇몸소리로도 불립니다.
혀끝소리 숫자만큼이나 국어 관용구에서 혀의 존재감은 상당합니다. [그는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는데 혀가 굳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 ≪이기영, 고향≫], [사내와 계집은 수작을 늘어놓으며 제법 혀가 꼬부라지는 상태까지 술을 마셨다 ≪박경리, 토지≫], [아이들까지 혀 꼬부라진 소리를 한두 마디씩 지껄이며 양키만 보면 팔때기를 걷어붙이고 이상한 흉내를 냈다 ≪박완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이야기로 듣던 가지가지 재주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니 절로 혀가 내둘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근찬, 야호≫].
속담도 여럿입니다. '혀가 짧아도 침은 길게 뱉는다'는 것은 제 분수에 비하여 지나치게 있는 체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혀 밑에 죽을 말 있다, 혀 아래 도끼 들었다 하면 누가 봐도 말조심을 강조하는 말임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경구 역시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가르칩니다. '더운죽에 혀 데기'란 속담도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더운죽에 혀를 대면 덴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어리석게 혀를 댄다는 뜻으로, 그르칠 것이 뻔한 일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또는 [대단치 않은 일에 낭패를 보아 비록 짧은 동안이나마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
출처 : 톱스타뉴스(https://www.topstarnews.net)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