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고위당국자 ‘북미대화, 우리 입장 반영이 선결요건’
- 김치관 기자
- 입력 2024.11.12 18:36
- 수정 2024.11.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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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행정부는 인태전략(인도·태평양전략)을 최초로 본격 추진한 미 행정부로서, 트럼프 행정부가 인태전략을 통해 강조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질서와 동맹관계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기조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윤석열 정부가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2일 오후 2시 서울정부청사 3층 브리핑룸에서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조태열 장관은 “많은 분들이 내년초 미국의 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고 보호무역주의 파고도 더욱 거세지는 것이 아닌가 염려하고 계신 줄로 안다”며 “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도 한미동맹이 굳건하게 유지·강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몇 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먼저, “한미일 등 소다자 협력의 제도화 등 동맹 강화에 우호적인 대외 여건이 조성되었을 뿐 아니라, 우방국의 역할 확대와 안보 기여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역할과 책임을 다하겠다는 우리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트럼프 당선자의 ‘인태전략’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기조와 일맥상통하다면서 “정책상의 접점을 바탕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와도 세밀한 정책 조율을 통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금 이 세상은 냉전 종식 이후의 평화로운 안정적인 시기도 아니고 다시 권위주의와 자유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이념과 가치 문제로 양분화돼 가는 세상”이라며 “본질적인 우리의 국익이 우리와 이념과 가치를 같이하는 나라와 연대하는 것 속에, 큰 틀에서 우리의 국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국익’, ‘실리’ 강조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기존의 ‘가치 외교’, ‘진영 외교’를 견지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자의 특성상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비용 요인이지만 “일치하는 분야는 행동에 옮기는 것이 빠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고 긍정적 해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장 트럼프 당선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식을 공언해왔고,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엇박자가 예상된다.
고위당국자는 관련 질문에 “전쟁이 어떤 한 나라의 결정으로 끝내지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있고, 관련된 당사국들의 이해관계도 있고, 현 정부의 입장과 차기 행정부가 취할 입장 사이에 정책조율도 있다”면서 “앞으로 남은 기간동안 정권 출범 이후에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봐야 한다”고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인수위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한미간에 정책 조율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조율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과 주변 인사들의 그간 발언 맥락을 보면, 이같은 외교부의 인식은 ‘희망사항’에 불과할 가능성도 높다.
또 다른 현안인 ‘12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트럼프 당선인이 파기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고위당국자는 “12차 SMA 협상 결과를 놓고 트럼프 당선인이 직접적인 언급을 한 것은 없다”며 “공론화 하는 것이 관심을 끄는 것”이라며 언론에 ‘로우키(low-key)’를 주문했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기류를 묻는 질문에 이 고위당국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기본 협상 전략도 초반에 세게 밀어붙여서 판을 흔들어놓고 거기서 국익을 취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북한에 대해서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으로 초기에 북한을 강하게 밀어붙인 건 사실”이라고 말하고 “북한과 다시 대화를 추구할 경우도 그전의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개인적으로 꽤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의하겠다”고 말하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도로, 우리 입장이 반영되는 과정을 통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선결요건”이라고 강조했다. 북미대화 시 한국이 소외되는 것 만은 피하고 싶다는 뜻으로 읽힌다.
‘트럼프 등장으로 중국과 협력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고위당국자는 “미중 경쟁 사이에 우리 정부가 취해야 될 기본적인 스탠스, 그걸 지켜서 나가면 되는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중관계를 원만하게 발전시켜 가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을 하겠다”고 말하고 “그 노력의 초점은 미중 전략경쟁의 파장이 적은 분야에서부터 하나씩 빌드업(build-up)해서 그런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지난 1월 박진 장관 후임으로 취임한 조태열 장관은 “취임 후 지난 10개월간 100회의 공식 양자 회담을 포함해 각국 외교장관과 총 120여회의 접촉을 하였고, 그 대부분이 상대국 정부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며 “공직을 떠났던 5년 전과 비교할 때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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