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창준 객원기자
- 승인 2024.11.0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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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가 살포한 ‘조작된 동영상’이 일파만파다. 지금의 상황을 종합하면 조선인민군(이하 조선군)은 이미 러-우 전선에 투입되었고, 거의 격멸되었다. 그러나 조선군을 ‘총알받이’로 내모는 파병은 계속된다.
젤렌스키는 한국더러 ‘방공망’을 지원하라고 내놓고 요구하는 지경이며, 우리 정부 역시 ‘전황 분석팀 타견 필요’를 운운하며 군사력 지원과 파병의 군불을 떼고 있다. 미국은 초기엔 ‘조선군 파병설’에 조심스러운 입장이었지만, 이내 “파병 증거 있다”(10월 23일)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한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10월 31일 “북한군과 수일 내 교전 예상”이라는 젤렌스키의 발언이 보도되었다. 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조선군과 대면하지 않았다. ‘수일 내에’ 교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렇다면 전투 중에 부상한 조선군이 알아듣지 못할 목소리로 처참한 전투 상황을 증언하는 10월 31일 동영상은 무엇인가. 전투 중 우크라이나군이 인공기를 획득했다는 10월 30일 사진은 무엇인가.
사실 관계 확인과 합리성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은 젤렌스키의 습격에 너무나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국정원은 강했고, 대통령실은 빨랐다
조국혁신당의 김준형 의원과 민주당의 이재강 의원이 10월 22일 “북한군 파병, 확실한 정보와 냉철한 판단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공동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그들의 말처럼 조선군 파병의 근거는 전혀 없다.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에서 나왔다는 문제의 동영상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로씨야”가 “러시아”로 표기되어 있고, 동영상의 그들이 조선인인지도 불확실하고, 조선인이라고 하더라도 군인인지, 민간인인지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그 동영상을 근거로 국정원의 주장(10월 18일)이 있었을 뿐이다.
국정원은 강했다. 그렇게 조악한 동영상도 국정원이 ‘근거’라고 주장하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빨랐다. 국정원의 주장이 나온 당일 오후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러-북 군사 밀착이 군사물자의 이동을 넘어 실질적 파병으로까지 이어진 현 상황”이라며 국정원의 주장을 기정사실화했다.
젤렌스키가 던지고 윤석열이 받다
젤렌스키는 궁지에 몰려 있다. 우리 언론에서 서방 어론을 배껴 쓰는 것과는 다르게, 전황은 처참하다. 지난해 대공세 실패 이후 이렇다 할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나토의 지원도 줄었다. 미국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 여론은 감소하고 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에 비우호적인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젤렌스키의 선택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고 침투하여 전선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야 줄어드는 지원도 확보할 수 있고, 트럼프 당선 후에도 전쟁을 계속할 수 있다. 모스크바를 공격할 수 장거리 미사일이 필요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쿠르스크 침공이었다.(8월 6일)
국제사회의 우호적 지원을 이끌어 내려면 ‘먹잇감’이 필요하다. 조선은 러시아에 많은 전쟁 물자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었고,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지난 6월엔 조-러 ‘동맹 조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조악한 동영상’을 제작해서 배포하기로 결정한 배경이었을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호전국’인 조선과 러시아에 의해 우크라이나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래도 너희들이 안도와 줄거냐?” 젤렌스키는 회심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윤석열은 더 큰 위기에 빠져 있다. 총선에서의 패배 후 시도했던 ‘반전(反轉) 카드’는 모두 실패했다. 6월 3일 윤석열이 직접 발표한 포항의 석유와 천영가스 매장설은 미국의 분석 업체 액트지오(ACT-GEO)가 ‘페이퍼 컴퍼니’라는 논란이 일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사이 김건희-명태균 공천개입설이 일파만파로 확대되었다. 무언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때맞춰’ 조선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냈다. 반전의 좋은 기회였다.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증강하고, 확성기 방송까지 재개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우리 국민의 오물 피해였고, 접경 지역 주민들의 소음 피해였다.
윤석열은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무인기를 평양에 띄우는 새로운 도발을 시도했다. 조선의 군사적 도발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조선은 무인기를 요격하지 않았다. 조선의 선택은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것이었다. 김용현은 ‘확인 불가’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공천개입설은 수습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국정감사에서 강혜경의 증언은 결정적이었다. 윤석열의 지지율은 20%까지 곤두박질쳤다. 다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젤렌스키는 동영상을 조작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윤석열은 이 동영상을 덥석 받아 물 수밖에 없는 정치 환경이었다.
바이든 정부의 “증거 있다” 선회, 손안대고 코풀기
문제의 동영상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바이든 정부의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동영상을 신뢰하지 않은 것 즉 ‘조작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뒤늦게 “증거 있다”라며 조선군 파병설을 인정하는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추가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윤석열과 젤렌스키가 치고 나가는 것을 보면서 바이든 정부는 계산기를 두들겼을 것이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시츄에이션이 좋아~”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재개하려 할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황은 격화될 것이고,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고, 설령 트럼프가 당선되더라도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 못하게 하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러시아와 조선이 합작하여 우크라이나를 때린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왔던 ‘규칙 기반 국제질서’의 정당성이 강화되고, 한미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을 결속시키는 효과도 발휘한다. 한국 정부가 무기를 지원함으로써 자신의 지원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덤이다.
푸틴이 파병을 인정? 한국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푸틴이 조선군 파병을 사실상 시인했다는 기사가 한국 사회를 뒤덮었다. 그러나 언론의 보도는 정확하지 않았다. 푸틴의 가장 중요한 발언을 누락한 왜곡보도였다.
10월 24일 브릭스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조선군 파병설’을 묻는 미국 기자의 질문에 푸틴은 “북한과 무엇을 어떻게 할 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변했다. 이 답변만 보면 파병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푸틴은 답변은 아래와 같다.
“이제 우리와 조선과의 상호관계에 대해 보자면, 우리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쉽 조약을 비준했습니다. 조러 조약에는 제4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조선지도부가 이 공약 및 이행과 관련 매우 진지하다는 점에 대해 조금도 의문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약 4조와 관련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할지, 무엇을 결정할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약의 4조 이행과 관련 대화를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우방인 북조선과 접촉중입니다. 우리는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 볼 것입니다.”
푸틴의 발언 직전 러시아 의회에서 조러 조약이 비준되었다. 푸틴은 조약 비준 사실을 상기시키며, “4조(군사 지원 규정) 이행 관련 접촉을 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제부터 군사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미래형 발언이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교묘하게도 이 발언을 누락하고, 파병 시인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만을 인용하며 ‘푸틴 시인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쯤 되면 의도적인 누락•왜곡이다.
미국이 증거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푸틴의 발언이 왜곡되어 우리 사회에 전달되면서 조선군의 러시아 파병은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 분위기다. 러시아와 조선 관련 문제에서만큼은 합리성이 결여되고 이성이 마비된 비정상적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악재 속 호재 만난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는 악재 속에서 호재를 만났다. 아니 호재를 만들어냈다. 안보 위기를 부추겨 ‘김건희-명태균 공천 개입’으로 야기된 정치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국힘 국회의원 한기호와 국가안보실장 신원식이 주고 받은 문자(10월 24일)는 그 단적인 사례이다. 한기호는 “우크라이나와 협력하여 북괴군 부대를 미사일로 폭격하고, 이것을 대북 심리전에 사용하자”는 취지의 문자를 신원식에게 보냈고, 신원식은 “잘 챙기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문자가 폭로되자 “사적인 대화”라고 해명하지만, 그 뒤 전개되는 상황은 그게 아님을 보여준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현지에 참관단이나 전황분석단을 파견하려 한다. 10월 29일 윤석열은 젤렌스키와 통화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국방장관은 10월 30일 “우크라이나 참관단 파견은 군의 의무”라며 밀어부칠 의사를 피력했다. 파병 의사가 아니라면 참관단이나 전황분석단을 보낼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한국군 파병 카드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홍장원 국정원 1차장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10월 31일 우크라이나에 급파되었다. 국정원 1차장 단장이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의 정보 공유를 위한 파견이다. 문제의 동영상을 유포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과 그 동영상을 받아 문 국정원이 대면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정보 공유’라 하지만 ‘정보 조작’을 위한 만남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참관단 파견의 필요성, 군사 지원의 필요성, 한국군 파병의 필요성을 위한 명분이 필요한 것이다.
헛다리 짚는 민주당
민주당은 10월 29일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 및 한반도 평화안정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재명 당대표를 포함한 29명의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조선군 파병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놓은 프레임 속으로 스스로 들어간 셈이다. “북한 전투병의 러시아 파병 철군”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놓은 덫에 스스로 걸려든 셈이다.
민주당은 조선군 파병설에 대한 명학한 근거 제시를 요구하고, 파병설을 정치쟁점화하여 정치위기를 벗어나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목적을 폭로하고, 조선군 파병 여부와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떤 군사적 지원도 안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천명해야 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파병 증거를 검증 없이 수용하는 순간 즉 그들이 만든 프레임과 덫에 빠지는 순간, 민주당은 피동에 빠지고 파견단 국회 동의 등의 주장은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국회 동의 절차 없이 파견단을 파견하려 할 때 막을 수 있는 근거도, 명분도 놓치게 된다.
우크라이나 장성의 한탄 “탄약은 부족하고, 병력 모집은 안되고, 리더십은 엉망”
지난 8월 이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함으로써 우크라이나가 우세하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나온 우크라이나 장성의 이야기는 이와 다르다.
10월 31일 드미트로 마르첸코 우크라이나 장성은 “우리 전선이 무너졌다”라고 한탄했다. 젤렌스키가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에 병력을 집중하는 동안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가 ‘해방’시킨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전쟁연구소(Institute for the Study of War)가 제공한 전황 지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점령지는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마르첸코는 우크라이나군의 약점으로 탄약과 병력의 부족, 리더십 부재 등을 꼽았다.
젤렌스키가 심혈을 기울이는 쿠르스크 지역 역시 상황은 좋지 않다. 8월 6일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을 공격하여 최대 460km²(부산 크기)까지 점령했으나 러시아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최근 우크라이나의 점령지는 절반가까이 줄었다는 것이 미국전쟁연구소의 평가이다.
아래 지도는 최근 쿠르스크 지역의 전황을 보여준다. 파란색은 우크라이나, 붉은색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군을 몰아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 지역에서도, 쿠르스크 지역에서도 우세를 보이지 못한다. 우크라이나 장성이 한탄한 것처럼 우크라이나는 탄약도, 병력도,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이다. 나토 국가들조차도 지원을 줄이고, 파병을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곳에서 분석할 전황이 무엇이고, 군사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약 우리 군을 파병을 한다면 그야말로 ‘총알받이’ 신세가 될 뿐이다.
장창준 객원기자 92jc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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