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
일상생활에서 길이·부피·무게 따위의 단위를 재는 법을 도량형(度量衡)이라고 한다. 우리가 도량형을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부터다.
우리가 오래 써 온 도량형법은 척관법(尺貫法)이다. 길이의 단위는 척(尺), 양의 단위는 승(升), 무게의 단위는 관(貫)을 기본으로 하는 도량형법이다. 중국에서 유래해 우리나라에 정착한 척관법은 시대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나 기준이 조금씩 달랐다. 이는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하면서 개인과 개인, 나라와 나라 사이에 물건을 교환하는 일이 많아짐에 따라 도량형 단위를 통일할 필요가 커졌다. 그래서 나온 게 ‘미터법’이다. 프랑스에서 처음 만들어진 미터법은 쉽고 우수하다는 점이 인정돼 1875년 17개국이 모여 국제적인 ‘미터협약’을 체결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도 1964년부터 척관법 단위를 폐지하고 미터법을 사용키로 했다. 2007년에는 ‘법정계량단위 정착 방안’을 마련해 ‘평’ ‘돈’ ‘근’ 등의 단위를 쓰지 못하도록 규제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들 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들 용어는 도량형 단위가 아니라 생활언어로도 쓰인다. “한참 기다렸다”의 ‘참’도 과거 거리 단위로 쓰던 말이다. 참(站)은 중앙 관아의 공문을 지방 관아에 전달하거나 외국 사신의 왕래 또는 벼슬아치의 부임 때 마필을 공급하던 곳으로, 대개 25리마다 하나씩 두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다”의 ‘치’ 역시 길이의 단위다. ‘한 치’는 ‘한 자’의 10분의 1로 약 3.03㎝다. 그런데 예전에는 3㎝면 매우 적은 오차였겠지만, 오늘날에는 어마어마한 오차다. 한 치의 오차를 보이는 기계나 기술이라면 거의 쓸모가 없다. 우스갯소리이지만 이제 ‘한치’는 ‘1밀리미터’나 ‘1나노미터’로 표현하는 것이 좀 더 과학적이다.
한편 ‘㎝’를 ‘센치’나 ‘센치미터’로 발음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의 바른 외래어 표기는 ‘센티미터’다. 이를 줄여 ‘센티’로 써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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