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성범죄 변론·홍보 논란에 거취 정리…"변호사로서 최선 다했다"?
서어리 기자/곽재훈 기자/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4.03.22. 02:45:35 최종수정 2024.03.22. 08:13:15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총선 후보인 조수진 변호사가 22일 새벽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성폭행 가해자를 변론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등 무리한 언행을 한 것이 드러났고, 블로그에 가해자 측의 방어 전략을 조언하는 홍보글을 쓴 문제 등으로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후보직에서 물러난 것이다.
조 후보는 이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후보는 "윤석열 정권이 입법 권력까지 독점하는 폭정은 막아내야 한다는 생각 하나로 시작했다"며 "출사표가 어떤 평가를 받건 그것보다 이번 총선이 중요했다"고 썼다.
그는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 했다. 그러나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과거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성범죄 가해자들에 편에 서서 변론하고 이를 자신의 블로그에서 홍보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삭한 발언으로 보인다.
그는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며 "더이상의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춰달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19일 민주당 박용진 의원과의 서울 강북을 전략경선 결과 승리자가 되면서 총선 후보가 됐다. 강북을은 앞서 지난 11일 정봉주 전 의원이 박 의원과의 결선투표 끝에 후보로 공천을 받게 됐으나, 정 전 의원의 '미투' 논란과 가정폭력 전과에도 침묵했던 민주당은 결국 그의 'DMZ 지뢰 목발 경품' 막말 전력을 이유로 지난 14일 공천을 취소했다. 이에 박 의원의 공천 승계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민주당은 조 변호사와 박 의원 간의 전략경선을 결정했다.
조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인권 변호사' 이력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가 사퇴의 변에서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한 것과는 달리, 단지 변호사로서 의뢰인을 위해 했다는 말로는 해명되지 않는 무리한 언행이 다수 드러났다. 문제가 된 사건들은 모두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한 기간(2012~2017년)이 아닌, 그 이후 시기에 수임한 것들이었다.
즉 문제는 그가 특정 사건을 수임한 것 자체가 아니라 △사건 변론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를 공격하는 등 2차 가해 논란성 주장을 편 것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편 것 △성범죄 가해자의 재판 대응에 대해 블로그 홍보글을 통해 한 조언 등이었다.
먼저 그는 변호사 업무와 관련해 2023년 블로그에 쓴 글에서,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방법을 조언하는가 하면 10세 아동에 대한 성착취 사건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낸 이력을 홍보하며 해당 판결문 등을 블로그에 게재한 사실이 지난 18일 <프레시안> 보도로 드러났다. (☞관련 기사 : [단독] 조수진, 성범죄 가해자에 '강간통념 활용' 조언?)이에 더해, 2022년 30대 여성 환자를 치료 도중 성추행한 한의사를 변호하면서는 "추행을 당하고도 그 자리에서 피고인에게 항의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일반적인 성추행 피해자의 모습으로 보기 어렵다"고 '피해자다움'을 주장하는 내용의 변론을 했다. (관련 기사 : 조수진, 아동성폭행 사건 변론서 "피고인 아닌 아버지로부터 피해 가능성")
: [단독] 조수진, 성범죄 재판서 '피해자다움' 공격) 2021년 1심이 시작된 11세 아동에 대한 태권도학원 원장의 성폭행 사건에서 그가 했던 변론은, 법원으로부터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따르면 '피해자가 초등학교 4학년 내지 중학교 1학년에 이르는 시기에 피고인이 아닌 다른 사람과 처녀막이 상당히 파열되고 성병까지 옮을 정도로 많은 성관계를 가진 다음 이를 은폐하기 위해 3년 전에 그만둔 태권도학원 원장에게 덮어씌우는 것'이 된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피해자가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음에도 위와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고 질타를 당했다.
이같은 그의 변론 및 홍보 활동에 대해 타 정당은 물론, 여성계와 시민단체, 법조계, 나아가 조 변호사가 사무총장을 지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내부에서까지 비판과 경악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민변 회원인 A 변호사는 조 변호사의 후보직 사퇴 이전인 지난 21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태권도학원 사건에 대해 "성범죄 가해자 변론을 변호사들이 왕왕 하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피해자에게 상처를 주는 변론까지는 하지 않는다. 이건 정도를 넘어도 너무 많이 넘었다는 평가가 민변 회원들 사이에서도 중론"이라며 "다들 충격이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민변을 탈회(탈퇴)하겠다는 반응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정도로 나쁜 변론을 민변 사무총장 출신이 했다는 게 회원들 사이에서는 충격과 공포"라고 전했다.
A 변호사는 앞서 조 변호사가 지난 20일 "제가 과거 성범죄자의 변론을 맡은 것과 블로그를 통해 홍보를 한 것은 변호사로서의 윤리규범을 준수하며 이루어진 활동이었다", "그러나 국민들 앞에 나서서 정치를 시작하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심려를 끼친 것에 사과드린다"고 한 데 대해서도(☞관련 기사 : '강간통념 활용' 조수진 공식 사과…"다시 태어나겠다") 반박했다. "조 변호사는 사과문에서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했지만, 변호사법이나 변호사 윤리강령에 명백히 어긋날 수 있다. 대한변협에 징계를 요청하면 진지하게 다뤄질 수도 있는 수준"이라는 것.
민변 회원인 B 변호사도 "조 변호사와 관련해 문제가 된 것들은 '무슨 사건을 맡았다'는 것이 아니라 변론 방법에서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며 "(해당 사건들은) 변론 방법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 아무리 피고인 방어를 위해서라도 드러난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거나 피해자를 공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B 변호사는 "저 정도일 줄은 몰랐다. 민변 사무총장은 그냥 '타이틀'일 뿐이었나 싶다"고 탄식했다.
여성학 연구자와 여성단체들로부터도 당연히 비판이 쏟아졌고(☞관련 기사 : "민변 출신의 '성범죄 가해 변호'? 무엇이 민주고 진보인가"),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밖에서는 정의당과 장혜영 의원, 새로운미래, 녹색당, 나아가 국민의힘까지 모두 비판에 가세했다. (☞관련 기사 : 박지현 "조수진, 스스로 사퇴해야"…민주당 첫 내부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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