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177] 빗과 빚과 빛
받침의 발음에 관해서는 별로 언급한 적이 없다. 며칠 전에 한 어르신이 위의 제목에 해당하는 문제를 질문해 와서 설명한 적이 있다. “왜 한국인은 다 같이 [빗]이라고 하느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다. 사실상 한 글자만 놓고 볼 때는 다 [빋]이라고 발음하지만 어미와 함께 있을 때는 앞말의 받침 발음이 살아난다.
세종대왕은 칠종성가족용법(七終聲可足用法)이라는 말로 이것을 설명했다. 그것은 우리말은 받침으로는 ‘ㄱ·ㄴ·ㄹ·ㅁ·ㅂ·ㅅ·ㅇ’으로 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ㅅ’이 ‘ㄷ’으로 바뀌면서 칠종성법이 확정되었다. 그러므로 받침의 발음은 앞에 열거한 일곱 가지의 발음으로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빗·빚·빛’은 모두 [빋]으로 발음되는 것이 맞다.
이러한 단어가 조사 ‘이’와 연결되면 어근의 받침이 살아난다. 예를 들면 ‘빗이[비시]·빚이[비지]·빛이[비치]’와 같이 앞말의 자음이 뒤로 연결되어 소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것을 무시하고 거의 대부분이 [빗]으로 발음하고 있다. “빗을 다오” “빚을 갚으러 왔소” “빛이 밝기도 하다”라고 할 때 “[비슬] 다오·[비슬]갚으러 왔소·[비시] 참 밝기도 하다”로 발음하는 사람이 참으로 많다. 발음이 부정확하면 의미가 달라짐을 명심하자.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