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직을 향한 공개적인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 검사(43)가 부부장으로 승진 부임한 첫날부터 특정 검사장의 부당한 지시를 받았던 사연을 폭로했다.
19일 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이 치외법권인 듯, 무법지대인 듯 브레이크 없는 상급자들의 지휘권 남용, 일탈 사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으면 그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체 하실 듯해 부득이 오래된 기억 하나를 꺼내 풀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이 꾸려진 대검 가찰 등 감찰 인력들에 주의를 촉구하는 의미에서 북부지검 부임 첫날 내부게시판에 글 하나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부부장 검사로 서울북부지검에 부임한 첫날 내부망에 폭로 글을 올린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앞서 임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통신망에 ‘새로운 시작-감찰의, 검찰의 바로섬을 촉구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글에서 “경찰을 상대로 수사 지휘를 하는 당번 근무일에 ‘K씨의 음주‧무면허 운전 지휘 건의가 들어오면 보고해 달라’는 모 검사장의 지시를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임 검사는 “기록을 보니 지금까지 구속은커녕 벌금만 낸 게 너무 의아한 사람이었다. 음주 삼진아웃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지금껏 벌금만 낸 이유가 검사장이 보고 지시를 한 배경과 같겠구나 짐작했다”고 말했다.
K씨는 지역의 한 건설사 대표의 아들로, 음주‧무면허 운전과 관련한 10건의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임 검사는 경찰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수사 지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임 검사는 “얼마나 귀한 경찰력을 쓸데없이 낭비케 한 것인가 싶어 그 일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 검사는 최근 문제가 된 제주지검 영장 회수 사건과 유사한 일도 종종 발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전관 변호사가 선임되자 영장을 몰래 빼와 불구속 기소하거나 공소장이 접수된 당일 공소장을 회수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례 등을 언급했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검사로 근무하던 2012년 12월 故 윤길중 진보당 간사 재심 사건에서 무죄를 구형했다가 정직 4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검찰 조직을 향한 임 검사의 ‘직언’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황교안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이 돌고 있던 올해 2월 “한 때 검사였던 선배가 더 추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4월에는 검찰 내부 게시판에 ‘국정농단의 조력자인 우리 검찰의 자성을 촉구하며’라는 글을 통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 등 수뇌부를 향해 직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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