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사령관 공관병이었던 제보자 아무개씨가 4일 오전 언론에 제보하게 된 심경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국방부가 4일 발표한 감사 결과,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 부부가 군인권센터의 주장대로 공관병을 사적으로 이용하며 인권을 광범하게 침해한 사실이 거듭 확인됐다.
공관병에 대한 ‘갑질 행위’는 주로 박 사령관의 부인 전아무개씨가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박 사령관 자신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공관병들이 공관에서 골프공 줍기를 한 것, 박 사령관 아들 휴가 때 운전부사관이 운전해서 데려온 것, 공관병들을 텃밭 가꾸기에 동원한 것 등 몇몇 사안에 대해선 박 사령관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외 나머지는 주로 박 사령관의 부인이 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 결과 공관병에게 이른바 ‘전자팔찌’(호출벨)를 채우는 것이 다른 공관에서도 관습적으로 광범하게 자행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호출벨은 박 사령관이 과거 7군단장(중장) 시절부터 공관에 있던 것을 육군참모차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가져다가 썼다고 한다”며 “박 사령관 개인이 구입한 것은 아니고, 원래 군단장 공관에 있던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이 7군단장에 보임되기 전부터 호출벨이 공관에 비치돼 있었다는 진술이어서, 이는 많은 공관에서 호출벨을 관례적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다른 공관에서도 호출벨이 쓰였는지 여부는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육군대장) 부인의 공관병 ‘갑질’ 의혹에 대한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인권센터가 제기한 박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인 것으로 판단하고 박 사령관을 형사 입건해 수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박 사령관은 지난해 7월 한민구 당시 국방부 장관의 경고 전화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에 참여한 다른 당국자는 “한 장관이 전화해서 ‘공관병에 대해 안 좋은 소리가 들리니 주의하라’고 말했다고 박 사령관이 진술했다”고 전했다. 당시 박 사령관은 한 장관의 전화 내용을 부인 전씨에게 전달하며 ‘조심하자’고 말했으며, 이에 대해 전씨가 ‘차라리 공관병을 빼자’고 했으나 박 사령관은 ‘군 편제에 있는 직위여서 뺄 수는 없고 우리가 조심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후 박 사령관 부부의 갑질은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 사령관 부부와 공관병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공관병 다수가 진술하는 내용을 사실로 판단했다. 예컨대 사령관 아들의 옷 빨래를 시켰다는 부분에 대해 박 사령관 부인은 “내가 공관을 비운 사이 아들이 운동한 뒤 벗어놓은 옷을 치우지 않아 ‘왜 땀 냄새 나는 옷을 치우지 않았느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진술했지만, 여러 공관병의 진술을 들어 빨래를 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부는 공관병의 자살 시도 주장 등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사령관은 “해당 병사가 정신병력이 있었는데 그게 악화됐다”고 말했으나, 부관은 “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고 국방부 당국자가 전했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 대장(4성 장군) 직위자의 비위 행위에 대한 징계나 처벌 등에서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 것도 드러났다. 군인사법에 따르면 중장(군단장) 이상 계급의 군인은 보직해임 되면 당연히 전역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박 사령관은 군검찰에 형사 입건됐지만 자동 전역을 막기 위해 보직해임 되진 않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박 사령관은 육군 제2작전사령관 신분으로 군 수사를 받게 된다.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군인사법은 군인의 비위나 불법을 징계하기 위해선 적어도 3명의 선임자로 이뤄진 징계위가 구성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 사령관의 선임자는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군참모총장 두 사람뿐이다. 따라서 징계위가 구성될 수 없으며, 사실상 징계도 어렵다. 물론 군 내부 징계를 피하더라도 군검찰에 의한 수사는 진행된다. 그러나 만약 군검찰에 의해 불기소되거나 재판 결과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올 경우 어떤 징계도, 처벌도, 불이익도 받지 않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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