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영 2017. 08.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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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금개구리·맹꽁이 수천마리 울타리 가둬 '보호'
염도 높고 백로 등 포식자에 고스란히 노출, 탁상행정 비판
» 푸른 울타리를 경계로 왼쪽은 김포 금개구리, 오른쪽은 파주 금개구리 사육시설이다. 사진 왼쪽 위는 금개구리, 아래는 맹꽁이다.
※아성체: 만1년 이상의 미성숙한 상태의 개구리. 당년생: 올해 산란되어 변태한 개구리. 자료: 한국 양서파충류 생태 복원연구소
염도 높고 백로 등 포식자에 고스란히 노출, 탁상행정 비판
» 푸른 울타리를 경계로 왼쪽은 김포 금개구리, 오른쪽은 파주 금개구리 사육시설이다. 사진 왼쪽 위는 금개구리, 아래는 맹꽁이다.
김포 한강야생조류공원에는 금개구리와 맹꽁이의 ‘임시 수용소’가 있다. 원래의 서식지가 신도시로 개발되자 공사기간 동안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시설이다.
그런데 이 시설이 들어선 곳이 수천마리의 양서류가 살기엔 비좁고 적합하지 않은데다 가뭄으로 인한 염해까지 입어 ‘보호’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오히려 법정 보호종을 포함한 양서류를 무리하게 가둬놓아 새들의 사냥터로 전락했다.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 물과 수초 위를 유난히 좋아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15년 신도시 개발을 진행하던 중 김포 한강신도시 운양지구와 파주 운정3지구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금개구리와 맹꽁이를 발견하였다. 서식지 파괴 논란이 일자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발견된 금개구리를 나중에 조성할 대체서식지에 풀어놓기로 하고 김포 한강야생조류공원에 이들을 임시로 이주시켰다.
이들 금개구리는 임시 수용소에 있다가 새로 조성될 대체 서식지로 옮겨갈 예정인데, 그 사이 대를 이어 감금사육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2015년에 설치된 이 보호시설은 과거 벼농사를 짓던 묵정논으로 1만㎡(가로 100m, 세로 100m) 정도의 면적이다.
개체 서식 확인과 모니터링을 명목으로 주변을 울타리로 막아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나가지 못하게 가두었다. 이들 양서류는 대체서식지가 완성되기까지 적어도 4년 동안 감금 생활을 해야 한다.
» 사냥감을 인내심으로 기다리고 휴식도 취하는 금개구리 성체. 한국 고유종으로 등에 난 두 줄의 금줄이 특징이다.
금개구리, 맹꽁이 이주현황
1.김포(2015년, 영구 이주)
구 분
|
성 체
|
아 성 체
|
당 년 생
|
올 챙 이
|
알
|
금 개 구 리
|
39
|
31
|
10
| ||
맹 꽁 이
|
15
|
0
|
0
|
40
|
400
|
2.파주(2016년 일시 이주)
구 분
|
성 체
|
아 성 체
|
당 년 생
|
올 챙 이
|
알
|
금개구리
|
111
|
47
|
3450
|
0
|
0
|
보호시설을 관리하는 민간 기업인 한국 양서 파충류 생태 복원 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김포 신도시에서 이주시킨 개체 수는 금개구리 70마리, 맹꽁이 15마리, 올챙이 40마리, 알 400개이다. 파주에서 이주시킨 금개구리는 성체 111마리, 아성체 47마리와 새끼 3450여 마리 등 약 4000마리에 이른다.
현재 이들 가운데 몇 마리나 살아남았는지는 알 수 없다. 연구소 쪽은 "샘플링 조사를 해 보니 2000~3000 마리 늘어났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위적이고 밀집된 장소에서 환경의 질을 유지하고 개구리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새구리가 살아가기에 부적합한 부들로 가득 차버린 감금 사육장(오른쪽) 모습.
» 120cm 높이의 그물. 개구리가 절대 뛰어넘을 수 없도록 구부러져 있다.
연구소 쪽은 금개구리와 맹꽁이를 풀어놓으면 귀소본능에 따라 뿔뿔이 흩어져 차에 치이는 등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과 보호를 위해 울타리에 가둬놓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보호시설이 밀집되어 있고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어 환경이 악화되어도 살 길을 찾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외부 천적의 습격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금개구리와 맹꽁이는 다른 개구리들과 달리 행동이 느려서 위험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한다. 심지어 개구리를 높은 밀도로 가둬놓으니 덤불해오라기. 쇠백로, 해오라기, 황로, 왜가리 등 물새들이 사냥을 하러 모여든다. 멸종위기종을 새들 먹잇감으로 내준 셈 이다.
» 보호시설에 걸린 안내 팻말.
김포 한강야생조류공원의 농경지에는 농업용수가 공급되지 않아 한강물을 직접 받아서 농사를 짓는다. 2015년 당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갈수기에 짠물이 들어와 벼가 염해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염해로 인해 농경지에 피해가 발생했다. 3년 간 농사를 짓지 못하고 있다. 양서류 보호시설도 똑같이 염해 피해를 입는다.
» 보호시설 안에는 길이 100m, 폭 10m 정도의 습지를 조성해 노랑어리연꽃을 심어 놓았다. 궁색하지만 금개구리 서식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붉은 깃발을 경계로 나머지 공간은 부들 숲으로 빼곡히 차 있다.
» 부들 밭을 이룬 금개구리 대체 서식지.
금개구리를 가둔 이후 논이 마르고 부들 숲이 형성되었다. 애초 이곳은 물이 나지 않는 곳인데다 농사를 짓지 않고 있어 물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말라버린다.
금개구리는 물을 좋아해서 대부분 물속에서 지내기에 물이 말라 버리면 생존이 불리하다. 그나마 올해 7월 장마로 물이 고이긴 했지만 물기가 땅속으로 스며드는 건 시간문제다.
이곳의 토질이 사질토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염분 농도는 더 높아진다. 개구리들이 그물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고 염도를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 보호시설 주변 논이 염도 제거를 위해 물을 담아 써레질을 하고 있다.
바닷물의 염도는 3.5%이며 농업용수는 염도 0.03% 이하일 때 사용이 가능하다. 지난 5월 31일 금개구리 서식지 앞 농경지의 염도는 1.26%로 측정되었다. 장마시기인 7월 10일의 측정 염도는 0.12% 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바닷가의 염도가 높은 곳에 살던 금개구리는 이런 수준의 염도에서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염도가 없는 곳에서 살던 개구리가 염도 높은 지역으로 옮겨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부는 살아남아도 생존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맹꽁이. 국립생물자원관
김포 한강야생조류공원 농경지에서는 지금 땅을 갈아엎고 물을 대어 염분을 빼내는 작업(써레질)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호라는 명목으로 열악한 환경에 개구리를 가두고 보호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 생태 환경 우수한 김포 한강야생조류공원. 62만제곱미터의 면적에 한강과 마주하고 있다.
» 공원 내 얕은 습지.
파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5월 금개구리 서식지 이동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사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강제로 이주시킨 뒤 몇 년이 지나 대체서식지 조성이 끝날 무렵 다시 파주로 데려온다는 것은 반 생태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그 대체서식지의 환경도 금개구리가 서식하던 장소의 물리적, 생태적 환경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금개구리가 발견된 주변 농경지로 이주시키는 편이 옳다고 주장하였으나 한강유역환경청에서는 이를 묵살하였다.
애초 서식지의 일부를 남겨두었어야 했지만, 이왕 이주시켰다면 자유롭게 풀어놓고 자연변화에 스스로 적응하며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장이 아닌 책상 머리에서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겠다는 행정적 절차가 이런 일을 빚었다.
» 나사말, 마름, 개구리밥 등 수생식물이 자연스럽게 자생하는 야생조류공원의 수로는 금개구리가 사냥 특성상 좋아하는 곳이다.
김포 한강야생조류공원은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자연 그대로 서식하는 곳이다. 지금이라도 그물을 제거하여 우수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공원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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