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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2024.01.08 19:58
- 게재일 2024.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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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잠자리’라는 표준어에 대응되는 변이형은 엄청나게 많이 나타난다. 특히 지리적인 차이에 따라 잠자리의 음성적 변이형으로 ‘잠바리’, ‘잔자리’, ‘짠자리’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한편 형태적인 변이형으로 ‘철겡이’, ‘철벵이’, ‘철기’, ‘처리’ 등 단일한 의미를 담은 언어의 변종이 많이 나타나므로 이를 표준화하여 모두 ‘잠자리’로 표준화하였다. 그리고 학교 교육에서나 모든 국가적 제도의 틀 속에서 표준어만을 존중하는 시대를 거쳐 왔다. 이러한 시대에서는 지역의 정보가 표준어인 서울에 비해 열등한 것처럼 없애버리는 혹은 잊혀지는, 잊혀야 하는 시대를 거쳐왔으나 여러 가지 문제점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필자가 왜 평생 방언 연구를 위해 정성을 쏟았는지 그 내력을 조금 소개해 드릴까 한다. 1979년 무렵 우리나라 국가적인 방언조사 계획에 참여하여 경상북도 전역의 방언조사를 수행하였다. 엄청난 방언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까?
엑셀이나 메모장을 기반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다음 이를 어떻게 판독할 것인지 큰 과제였다. ‘잠자리’라는 방언 어휘의 예를 들어 ‘잠자리’형과 ‘철기’형으로 구분하여 하나의 얼개를 만들면 음성적 변이형과 형태적 변이형들의 갈래가 지워진다. 그러한 방언 분화가 왜 생겨났는지 언어학적인 설명이 더욱 용이해진다. 그러나 수천 항목을 이처럼 하나하나 해석하기란 너무나 벅찬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이것을 어떻게 하면 기계적 처리가 가능할까?
이러한 기술이 일본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었다. 2003년 일본 동경대학교에 컴퓨터를 활용한 언어지도 작성에 대한 연구를 위해 떠났다. 언어지도 제작 시스템 SIL을 개발한 니가타대학에 후쿠시마 교수와 동경에서 그리고 니가타대학 연구실로 옮겨 가면서 SIL시스템을 한국방언자료에 적용하여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자동으로 한반도 지도상에 채록된 방언형을 해당 지도 위에 멋진 상징부호로 전환하여 채색 상징부호 언어지도를 완성할 수 있게 되었다. 일본 문부성 국어연구원에서와 동경대학교 대학원생들 대상으로 한 한·중·일 언어지도 제작에 대한 특강 등을 통해 방언 자료의 기계적 처리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불러 일으켰다.
유학을 하고 돌아온 후 우리 독자적인 방언지도제작시스템 구축을 위해 경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대학원생들의 협조를 받아 드디어 K-Map이라는 한국언어지도 제작시스템을 완성하였다.
한국방언학회지에 방언자료 처리와 언어지도 제작에 관한 논문을 계속 발표하였다. 정년퇴임을 할 무렵 내 연구실 제자들과 함께 ‘방언을 지도에 입히다’(민속원, 2019)를 연구의 총체적인 결실물로 간행하였다. 마침 20세기를 넘기면서 점점 소멸하는 변두리의 생태와 붕괴되는 지식체계의 복원을 주장하는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존하자는 논의들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그와 함께 컴퓨터의 기술이 놀랍게 발전하면서 웹에서 앱으로 휴대전화 속에서 모든 정보를 교환하고 검색하여 공유할 수 있는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텍스트, 음성, 이미지 정보들을 대량으로 모아서 빅-데이터를 구축함으로서 인간의 인지적 한계를 훨씬 뛰어넘어 기계가 필요한 정보들을 신속하게 검색하여 정화한 정보를 알려주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앞에서 말한 방언, 사투리, 지역말씨가 이젠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황금의 알이 되었다.
앞으로 어떤 황금알을 만들 것인지 풀어나갈 것이다.
출처 : 경북매일(http://ww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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