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반증(反證)’과 ‘방증(傍證)’
지난 주에 ‘하릅’부터 ‘나릅’까지의 개념을 설명한 것이 있다. 순 우리말인데 잊혀지고 있는 것이 아쉬워서 적었는데, 거기서 필자가 ‘반증’과 ‘방증’을 잘못 표기하였다. 다행히 독자 중의 한 분이 메일을 보내줘서 아차 하고 확인보니 필자가 ‘반증’이라고 표기하였다. 지면을 빌어 지적해 준 독자에게 감사의 인가를 전한다. ‘반증’과 ‘방증’은 많은 사람들이 틀리기 쉬운 것이다. 오늘은 이 두 단에 대해 예문과 함께 그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일단 이 두 단어는 ‘증명’한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증명은 “그것의 진위를 증거를 들어서 밝히다”라는 의미가 있고 논리에서 “어떤 정당한 사실, 곧 정리나 공리에서 출발하여 유효한 추론을 통하여 다른 명제의 참과 거짓을 밝히는 일”을 말한다. 어제도 강의 시간에 활용했던 명제를 하나 예로 들어 보자. “어떤 크레타 인이 말했다. 모든 크레타인은 거짓말쟁이다.라고 했을 때 이 말은 참인가 거짓인가에 대해 논리적으로 증명하시오.”라고 했더니 모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와 같은 것은 단순하다. ‘어떤 크레타인’은 ‘모든 크레타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가 한 말도 거짓말이 된다. 이렇게 논증하는 것이 증명의 한 방법이다.
필자는 지난 주에 하릅이라는 용어가 잘 사용되지 않음을 보고 반증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여기서는 반증이라는 표현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반증(反證)은 “1. 반영하여 나타내다, 2. 겉으로는 모순되는 것같으나 실제로는 그것을 증명하다, 3.민형사 소송에서 거증 책임이 없는 당사자가 상대자가 주장한 사실이나 증거를 그것과 반대되는 근거를 들어 증명하다”라는 말이다. 예문으로
그 결론은 과학적 방법에 의해 반증이 가능하다.
남의 의견을 논박할 때는 충분한 반증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한편, 방증(傍證)은 “어떤 사실의 진상을 간접적으로 증명함”을 이른다. 그러므로 하릅이 사용되지 않게 되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것이기 때문에 ‘반증’보다는 ‘방증’이라는 표현이 더 옳은 것이다. ‘방증하다 : 간접적으로 증명하다’, ‘방증되다 : 다른 자료나 사실에 의하여 간접적으로 증명되다.’와 같이 방증이라는 용어도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방증의 예문으로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나홀로 승용차’는 줄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의 올림픽 금메달 선호는 메달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현실을 방증한다.
최교수의 해박한 지식을 방증하는 듯한 풍부한 예화가 감동을 주었다.
와 같이 쓸 수 있다.
생각 없이 쓰면 무식한 것이 되고, 핑계를 대면 오타가 났다고 한다. 글을 쓸 때는 바른 글이 될 때까지 몇 번이고 퇴고해야 한다.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졌다고 하면 핑계에 불과하다.
새해부터 실수를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어 자아비판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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