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목숨도 아끼지 않은 성웅 이순신을 그린 영화 ‘노량’의 한 장면. 휘어진 길을 거부하고 올바른 길만 걸었던 이순신. 묵묵히 정의의 길만을 걸은 그는 진정한 대인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돌쇠파·번개파·진술이파·딸기맛 미역파·꼴망파·청하위생파….
눈치 빠른 이는 알아챘을 게다. 맞다. 폭력조직 이름이다. 살벌한 조직 이름치곤 느낌이 참 말랑말랑하다. 경찰에 잡히면 왠지 술술 불 것 같은 진술이파, “마님!”이 떠오르는 돌쇠파엔 피식 웃게 된다. 꼴망파는 꼴(소와 말 먹이)을 담는 도구 꼴망태가 연상돼 정겹다. 제주를 들었다 놨다 했다는 딸기맛 미역파는 전신이 ‘감귤 포장파’란다. 단내 폴폴 풍기는 이름이다.
이쯤 되니 궁금하다. 폭력조직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경찰에 따르면 대부분의 폭력조직 명칭은 수사 과정에서 검사나 경찰이 붙인다. ‘국제PJ파’(광주 음악감상실), ‘향촌동파’(대구), ‘부평식구파’(인천), ‘신오동동파’(마산)처럼 조직이 활동하는 지역, 혹은 지역 내 술집 다방 노래방 이름을 활용한단다.
폭력조직이 스스로 ‘~파’라는 이름을 짓지 않는 이유는 ‘조직’으로 불리는 걸 꺼려서다. 현행법상 조직명과 행동수칙 등이 있으면 ‘범죄단체’로 규정해 우두머리의 경우 최고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조직원도 죄질에 따라 무거운 형을 받을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간혹 영화나 문학작품 속에선 조폭이 미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폭력, 협박, 갈취 등으로 이익을 얻는 자들에게 낭만은 눈곱만큼도 없다. 폭력배는 사라져야 한다.
그나저나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정상배와 모리배가 날뛰고 있다. 둘 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첨에 능수능란한, 간사한 무리다. 예부터 권력자 주변엔 늘 간신배, 정상배가 우글거렸다. 고려 공민왕에겐 노비 출신 승려 ‘신돈’이 있었고, 조선 연산군에게는 ‘희대의 간신’ 내시 김자원이, 광해군에게는 상궁 김개시(개똥)가, 명성황후에겐 무당 ‘진령군(眞靈君·박창렬 직위)’이 있었다.
정상배 모리배 간신배 폭력배 시정잡배 무뢰배 등 소인은 모두 우르르 몰려다닌다. 그래서 소인배다. 접사 ‘-배(輩)’는 ‘무리를 이룬 사람들’을 뜻한다. 물론 선배, 후배, 동년배처럼 중립적 의미로도 쓰이지만, 대개 부정적인 말에 붙는다. 무리나 파벌은 좋게 보일 리 없다.
최근 들어 ‘대인배’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이 언론에 자주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소인배의 반대말은 말과 행실이 바르고 덕이 높은 대인이다. 인격과 능력을 지닌 ‘큰사람’은 몰려다닐 일이 없다. ‘배’는 대인에겐 어울리지 않는 글자다.
나라가 최악의 위기에 빠진 2024년. 이번 총선엔 ‘민심은 곧 천심’임을 아는 대인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영남대학교 국어문화원과 어려운 용어를 쉬운 용어로 바꿔 쓰는 ‘HF 공공언어 순화’ 작업을 진행했다고 30일 밝혔다. 공공언어란 공공기관에서 국민에게 공공의 목적으로 생산하는 문서 등에 사용되는 언어를 말한다.
HF공사와 영남대 국어문화원은 ▷어려운 주택금융용어 쉽게 표현하기 ▷외래어·한자어 등에 대한 대체어 마련 ▷차별적·권위적 표현 개선 등을 통해 정책금융상품 등을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순화작업을 통해 HF공사는 앞으로 ‘차주’나 ‘저리’ 등과 같이 한자어로 표현된 용어는 ‘빌린 사람’ ‘낮은 금리’ 등으로 바꾸고 ‘분할상환’이나 ‘대위변제금액’ 등과 같이 자주 사용하는 주택금융용어는 ‘나눠 갚기’ ‘대신 갚은 금액’ 등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HF관계자는 “국민이 공사의 정책금융상품 내용을 몰라서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작업을 진행했다”며 “앞으로 상품안내문, 누리집 등에 순화어를 사용해 고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이 한국형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을 위한 한국어 고품질 말뭉치(텍스트를 컴퓨터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모아 놓은 언어 자료)를 구축한다. 장소원 원장은 29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GPT, 하이퍼 클로버 X 등 생성형 AI 활성화에 대비한 한국형 AI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봤다. 국어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한국 언어문화 정보를 입력한다. 아울러 AI의 한국어 능력을 종합적으로 진단하는 평가체계를 강화해 AI가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지원한다. 특히 지난해까지 경진대회 등을 통해 점검한 'AI 말평'을 올해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유 장관은 "디지털 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언어 사용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국민의 올바른 언어 사용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어원은 올해 국민의 국어능력 향상 기반을 조성하고자 제3차 국어능력 실태조사와 국민의 글쓰기 능력 진단 체계도 개발한다. 문해력 증진을 위한 국어문화학교 문해력 교육프로그램도 만든다. 더불어 외래어, 한자어, 전문용어 등을 쉬운 언어로 바꾸는 공문서 진단·평가를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교육청과 공공기관으로 확대한다. 이 밖에도 국외 대학의 한국(어)학 관련 전공자와 국외 활동 한국어교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한국어 교원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국 수어·점자 자료와 사전을 구축해 시각·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환경을 개선한다. 유 장관은 "국어는 문화창조의 원천이자 최고의 문화자산"이라며 "우리 말과 글을 품격 있게 사용하는 문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2.1.~3.31. ‘한글’을 주제로 작가 3인의 창조성 넘치는 미디어아트 전시 진행 - 백남준 오마주전 등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한 미디어아트(총4회) 시리즈 대미 - 시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사진도 미디어월 통해 상시 표출해 즐길거리 제공 - 시, “친근하게 미디어아트 만나볼 기회,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전시 지속할 것”
[서울 세계타임즈=이장성 기자] 2월,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쪽에 펼쳐진 53m 길이의 미디어월에서 세종대왕이 창제한 우리나라 최고의 자랑 한글을 주제로 한 특색있는 미디어아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해치마당 미디어월에서 2월 1일(목)부터 3월 31일(일)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 Ai to 세종(에이아이 투 세종) > 기획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AI를 주제로 진행된 총 4회의 미디어아트 전시의 대미를 장식하는 행사다.
이번 < Ai to 세종 >에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타이포 작가 3인의 한글을 주제로 한 소통과 창조성이 돋보이는 미디어아트 3편을 만날 수 있다. 전시 시간은 매일 오전 8시 ~ 오후 10시며,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에 공개되는 작품들은 규칙적인 한글의 특성에 상상력을 유발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조화롭게 더해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고 동시에 소통하는 특색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① 민본 작가의 <숨>은 영어를 기초로 개발된 ‘어린 AI’가 훈민정음과 우리말을 교육받는 가상의 상황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결합해 음절, 단어, 시, 산문 등을 생성해나가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② 임선아 작가의 <축하사물>은 ‘축하’라는 행위에 주목해 이를 매개로 삶을 들여다보게 하는 경험을 유도하는 작품으로, 인간의 기록인 SNS에서 수집한 텍스트와 그림문자(이모지)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재구성하였다.
③ 문해원 작가의 <우주의 오브제>는 전시공간을 우주공간으로 가정하고 우주의 오브제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으로, 작품 속 한글 타이포그라피 오브제는 인공지능이 말하는 우주의 변화하는 색상, 행성의 질감 등을 3D 모델링으로 구현하였다.
이번 전시는 2023년 9월 시작한 < Hi Ai! > 기획전의 마지막 편으로 3월 말까지 지난 11월부터 전시중인 백남준 오마주전 < Ai to Art(에이아이 투 아트) >와 순차적으로 표출된다.
< Hi, Ai! >기획전은 ‘인간적인 인공지능’이라는 뜻의 Humanity AI를 재조합한 표현으로 AI에 대한 우려나 거부감을 미래를 향한 기대와 희망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다.
< Ai to Seoul(’23.9.1.~11.21.) >, < Ai to Art(’23.11.24.~3.31.) >, < Ai to Love(’23.12.1.~’24.1.31.) >, < Ai to 세종(’24.2.1.~3.31.) > 총 4개의 전시가 진행되었다.
기존 전시와 각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서울시 ‘광화문광장’ 누리집(https://gwanghwamun.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 대형 미디어월에서는 기획전시뿐만 아니라 시민체험형 콘텐츠도 상시 표출‧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화면에 큐알(QR) 코드를 띄워 내가 그린 그림이나 촬영한 사진을 ‘미디어월’에 전송하여 미디어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체험형 작품 <광화의 순간>, <광화 아쿠아리움>도 상시 운영하고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전시를 관람한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이벤트도 진행한다. 전시기간 동안 ‘광화문광장’ 누리집 또는 ‘미디어아트 서울’ 인스타그램 계정(http://www.instagram.com/mediaartseoul)에 게재된 링크를 통해 설문조사에 참여한 시민 중 추첨을 통해 소정의 선물을 증정한다.
최인규 서울시 디자인정책관은 “해치마당 미디어월 전시는 광화문광장을 거니는 시민 누구나 친근하게 미디어아트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민이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를 지속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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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반 바퀴 돌려보자! 제주도, 특히 제주 바다는 태평양을 향한 '맨 앞'으로 한반도에서 쿠로시오 난류가 가장 먼저 닿고 수온 변화가 가파른 곳이다. 탁 트인 푸른 바다 경관을 찾던 우리의 시선을 제주의 해안과 물속으로 옮겨보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는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의 징후들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두 달 전, '기후 위기의 맨 앞, 제주 바다의 증인들'이라는 타이틀로 기상학자, 언론사 기자, 생활사 연구자, 어촌계장과 해녀, 해양생태학자, 생태예술가가 제주 바다의 현재를 증언하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제주 바다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바다사막화, 갯녹음
가장 여러 차례 언급된 위기의 징후는 바다 사막화, 즉 '갯녹음 현상'이다. 다큐멘터리 '할망바당(할머니 해녀들이 주로 물질하는 수심 5미터 내외의 얕은 바다)' 제작팀의 김용원 KCTV 기자는 미역, 톳, 모자반 등 해조류가 사라지고 하얀 석회조류만 남은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어 해녀 공동체 역시 소멸 위기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닷물이 빠지면 펼쳐지는 조간대 해역부터 수심 7미터의 얕은 조하대 바다는 제주도 내 어촌계 100여 곳이 물질하고 조업하고 관리하는 마을 어장인데, 갯녹음 현상으로 제주 마을 어장 1만 4천여 헥타르 가운데 36%인 5천여 헥타르의 바다가 하얗게 변했다. 2019년 기준 해조류 생산량은 1,800여 톤으로 30년 동안 92%나 급감했고, 특히 얕은 바다에서 자라던 우뭇가사리나 톳 수확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80% 가까이 줄어들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서 이를 먹이로 하는 소라 생산량도 지난 10년 사이 32.5%가 줄어드는 등 해양 생태계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가파도 어촌계장이자 해녀인 유용예 님 역시 낭떠러지같이 급격한 바닷속 변화에 대해 증언했다. 모슬포에서 배로 10~15분이면 도착하는 나지막한 지형의 가파도에는 130명의 주민들이 사는데, 어업인은 78명(해녀 46명)이다. 해녀들이 물질하다가 발에 감길까 걱정할 정도로 무성했던 미역이 지금은 거짓말처럼 싹 사라졌단다. 2019년, 가파도 서쪽 지역을 제외하고 미역이 자라지 않았고, 2020년에는 전역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모자반이 사라지고, 가파도 어디서나 자라던 톳이 2020년부터는 채취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상태에서 자라질 못한다. 미역, 톳, 모자반이 사라지자 연쇄적으로 성게, 소라, 전복, 어류까지 먹이 활동이 어려워지며 가파도의 바다 생태계와 해녀들의 삶이 흔들린다. 가파도 해녀들 46명은 아직 남아있는 뿔소라 채집에만 의존하여, 경쟁하는 상황이다. 마라도에서 가파도로, 서귀포 모슬포로, 그리고 제주 전역으로 확산된 바다 사막화, 갯녹음 현상의 주요 원인은 수온 상승과 연안 오염으로 지목된다.
하나의 생물종이 사라지면 그 종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균형을 이루던 관계된 종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멸종은 파급력이 크다. 해조류는 여러 해양 생물의 먹이원이자 은신처, 산란장 역할을 하기에 산호 군락과 더불어 바다 생태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광합성을 통해 바닷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만드는 역할을 해서 최근에는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갯녹음 원인에 대한 규제와 복원 대책이 필요할 텐데 현실은 어떠할까.
제주의 연안 오염원인 과도한 농약과 화학비료, 가축 분뇨, 양식장 배출수, 넘치는 오폐수, 해안 매립 및 개발사업에 대한 지적은 반복되지만, 규제와 복원 대책은 갈 길이 멀다. 갯녹음 대책으로 수심 15m에서 20m 사이 바다에서 인공어초 및 바다숲 조성 사업이 시행 중이지만,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정작 갯녹음 현상이 가장 심각한 수심 7미터까지의 얕은 바다에는 복원을 위한 정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해결의 실마리, 보호구역
수질, 염분, 퇴적층, 광량, 해류 등 바닷속 생태계 변화 원인을 구체적으로 헤아리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복잡하다. 원인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그에 맞는 적절한 전환 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기상학과 해양학, 생물학 같은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는 물론이고 정책과 재정, 산업과 문화 등에 대한 분석, 논의도 함께여야 한다. 기후생태 위기 속 적응과 전환이라는 복잡한 과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아보자.
2021년 6월, IPBES(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간 과학 정책 플랫폼)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생물다양성과 기후 변화에 관한 공동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기후 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을 각각의 문제로 생각했고, 정책 대응 역시 분리되어 있었는데 '기후 문제와 자연생태계 붕괴'는 서로 긴밀히 얽혀있어 통섭적 시각과 국제적 노력으로 다룰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다. 급격한 기후 변화, 빈번해지는 재난과 재해, 15분에 한 종씩 멸종하는 이 세계가 위기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연생태계를, 그리고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자는 것에도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 세계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목표를 세웠었다. '1.5도'라는 목표처럼 자연생태계 분야에도 전 세계의 합의된 목표가 있다. 바로 30By30! 2022년 몬트리올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협약에서 합의한 2030년까지 육상·해양 전체 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하자는 약속이다. 생물종과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자 자연을 지키는 보루인 보호구역! 한국의 해양보호구역은 아직 목표치에 턱없이 모자란 2.46%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연말 국토의 30% 수준으로 보호지역을 확대 '2030 국가보호지역 확대 이행계획'을 의결하였다. 이 목표치는 규제가 적용되는 '보호지역'과 규제는 없지만 생물다양성 보전에 기역 관리하는 '자연공존지역'도 포함하는 수치이다.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 제주에도 해양보호구역 관련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서귀포 관광잠수함이 운항 불허 조치가 된 것과 오조리 갯벌이 습지보호지역으로 신규 지정됐다는 소식이다. 서귀포 문섬과 범섬 일대는 연산호 군락을 포함 희귀한 동식물의 서식처와 생태, 경관가치를 인정받아 2000년에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관광잠수함 운항으로 인해 문섬 암반과 산호 군락이 훼손된 사실을 환경활동가들이 기록하여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훼손 사실이 공식 확인되어 운항 불허 조치가 내려졌다. 이는 앞으로 대폭 확대 지정될 '해양보호구역'의 주요 과제를 시사한다. 해양생태계 보호라는 가치와 수산·양식·관광 등 기존 산업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경합하는 사례가 빈번해질 텐데 어떻게,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를 끌어낼지 말이다. 수온 상승, 연안 오염, 갯녹음, 해수면 상승, 해양 산성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리는 각종 지표들 ㅡ 몸살을 앓고 있는 제주 바다의 위기의 징후 앞에 이제는 정말 방향의 전환을 결정해야 한다.
밝고 명랑한 아이가 처음 세운 결심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정치’ 도전 ‘노동자 정치’로 가는 우여곡절 빛을 발하는 ‘주민 직접정치’ 정혜경이 말하는 ‘섬김의 정치’
‘민플러스’가 새 기획 ‘인플러스(人+)’라는 인물인터뷰를 시작한다.
인플러스는 진보민중진영에서 모범을 만들고, 이끌고 있는 인물을 탐색하고 발굴해 그들의 삶과 투쟁을 소개하고, 이 시대 모범적인 진보활동가의 전형적인 면모를 진보진영에 전파하기 위한 기획이다.[편집자]
학교비정규직(학비) 노동자, 정혜경 위원장은 ‘자신을 한마디 문장으로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주민을 우습게 알면 참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정 위원장이 하고 싶은 정치는 “주민들이 나를 통해 정치를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 마음이 주민에 가닿으면서 “내 인생에 새로운 정치인은 이제 없을 줄 알았는데, 정혜경이 나타나서 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전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고, 민주노총 최대 비정규직노조인 학비노조에서 진보정당 운동을 시작한 정혜경 위원장. 어떤 시간을 거쳐 ‘주민 섬김’의 정치인이 되었을까?
밝고 명랑한 아이가 처음 세운 결심
정혜경 위원장의 학창시절, 생활통지서엔 ‘밝고 명랑한 아이’라고 쓰여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매일 신문 사설을 읽었던 여고생이 바로 그였다.
여대생이 되었을 때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노동자를 위해 살겠다고 거리로 나갔을 때
교수님이 불러 그러시더군요
노무사가 되어 노동자를 도우면 되지 왜 이리
어려운 길을 가냐고요
저는 제 낡은 운동화를 내려다보며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노동자를 돕는 것과
세상을 바꾸는 일은 다릅니다
계속해 보겠습니다
_ 시 ‘밝고 명랑한 아이’ 中
그는 스스로 “지금까지 살면서 인생의 전환점(터닝포인트)이 여럿 있었다”고 했다. 그 전환점을 시로 써내려 가기도 했다. 밝고 명랑한 아이였던 그가 ‘주민’밖에 모르는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그의 시집 ‘을들의 노래’에 녹아있다.
‘노동자를 위해 살겠다’고,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결심했던 그의 여대생 시절. 새로운 결심을 하게 만든 계기가 선명히 떠오른다.
경상대 법대 재학시절 학교 축제 때 초청 강사로 온 김진숙 지도위원(한진중공업)이 이런 말을 했다. “여대생들 가방 고를 때 디자인 보고 고르제? 근데 그거 고를 때 가방 만드는 사람 생각해 봤나? 너희들하고 똑같은 나이 여공 누이들이 그거 만들다가 손가락 잘리고 다친다. 너희는 그거 생각해 봤나?”
‘그거 생각해봤나.... 그거 생각해봤나.... 수십년간 따라오는 그 목소리’.
‘대학 축제 때’라는 시 안에 담긴 ‘그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렸다. 그래서 “노동자가 되어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자”는 결심이 피어올랐다.
대학 졸업 후 노동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정혜경 위원장은 한국소니전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기 전의 일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는 일’은 같았지만 ‘신분’은 달랐다. 비정규직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재계약을 해야 했다.
“정규직의 상여금은 750%였어요. 김장비까지 줬으니까. 내 옆에 정규직 친구는 월급날만 되면 떡을 돌렸어요. 자기만 월급을 많이 받는 게 미안하다고…. 지금 생각하면 정규직이 월급을 더 받는 게 어쩌면 당연하죠. ‘억울하면 정규직 하면 되지, 시험 봐서 취직하면 되지’ 이런 말이 나오는 세상이니까….”
그 역시 2002~2006년까지 5년간 60번의 계약서를 썼다. 한 달에 한 번씩. 그러나 결국 해고 됐다. “그때 ‘비정규직’에 한이 맺혔어요. 그래서 ‘비정규직 노동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리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정혜경 위원장은 요즈음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면 김진숙 지도위원과 같은 질문을 한다. “가방 고를 때 무엇을 보고 고르냐”고. ‘디자인’을 보고 고를 수 있고, ‘브랜드’를 보거나 ‘실용성’을 보고 고를 수 있다. 그는 동료 노동자들에게 “우리가 가방 고를 때 가방 만드는 여공들의 노동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학교 급식’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메뉴’가 무엇인지, ‘맛은 어떤지’에 대해선 생각하지만, 급식노동자들의 피땀은 생각하지 않는다.” 동료 노동자들은 머리를 끄덕인다.
한 통의 전화
비정규직 노동자가 차별을 받는 건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정규직 노동조합 중 최대 조직으로 손꼽히는 학교비정규직노조(학비노조). 노동조합이 생기고 ‘근속수당 쟁취’를 위해 투쟁하며 정규직과의 차별이 조금씩 줄어드는가 했다. 그러나 차별은 좀처럼 좁혀지기는커녕 그 간격은 더 벌어졌다. 학교급식실에서 영양사, 조리사, 조리실무사 등 모두가 ‘급식’을 위해 일하는데, 월급은 달랐다.
정혜경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교섭과 투쟁’으로는 차별을 없앨 수 없고, 정규직이 될 수도 없다는 것을 느꼈다. “차별을 없애려면, 비정규직 체제를 없애려면, 국회에서 법을 바꾸면 되는데, 왜 우린 이에 도전하지 않을까?” 고민이 생겼다.
우리의 아이들에겐
똑같은 임금 평등한 세상을 물려줘야 합니다
이 우주엔 차별이란 별은 없습니다
차별은 인간들이 만든 쓰레기별입니다 여러분!
_시 ‘한국의 여성노동자 여러분!’ 中
정 위원장은 학교비정규직으로 일하며 ‘정치’의 중요성을 느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노조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급식노동자에서 퇴사한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전화다. “일하다 병이 들었는데, 수술과 치료를 계속 받아도 낫지를 않아 한 사람 분의 일을 다 해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미안해서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다.
일하다가 병이 들었는데
일하다가 다쳤는데
왜 동료에게 미안해야 하나
_시 ‘한통의 전화’ 中
정 위원장이 학비노동자로서 가장 속이 상했던 순간이라고 했다. 자신이 아픈 것보다 ‘동료에게 더 미안하다’는 조합원의 말에 정 위원장의 가슴은 더 아팠다. “일하다 다친 노동자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학교나 교육청이 인력을 더 배치해 해결하거나, 사용자에게 산재보장 책무를 명확히 하는 법이 필요해요.” 그가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로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을 확고히 하게 했다.
학교비정규직 조합원 교육시간, 정혜경 위원장은 조합원들과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노조로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는 사람이 되면 되는데, 왜 우리는 여기에 도전하지 않는가?” 질문이 던져진다. ‘정치가 바꿀 수 있다’라는 말에 조합원들의 눈빛이 확 달라진다”고 했다. 노동조합을 통해 변화를 경험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구조를 바꾸는 싸움’, 정치의 중요성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순간이다.
경남지역 학비노조에 일명 ‘반반운동’이 시작됐다. ‘조합원 반 이상이 진보정당 당원이 되자’, ‘노동이 중심이 되는 진보정당을 만들자’는 운동이다.
정 위원장은 조합을 만나며 확신에 찬 대화를 한다. “내 몸 닳고 피땀 흘려 일해도 행복하지 않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정치권력을 잡지 않고, 그들이 주는 모이만 조금씩 조금씩 받고 살다 간 우리 정년이 될 때까지도 바뀌는 건 없다. 노조 활동만으론 바꿀 수 없는 세상, 정치권력을 잡아야 바꿀 수 있다”라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억압받고 핍박받는 사람들이 바로 노동자인데, 그들이 중심이 되지 않고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계급적 분노와 모순이 가장 집약된 노동 현장에서 노동자를 위한 정치, 노동의 뿌리를 박은 당 운동은 당연합니다.” 정혜경 위원장이 되묻고 답한다.
경남 학비노조는 6,500여 조합원 중 3천 명에 가까운 조합원이 진보정당 당원이다.
3%의 의미
정혜경 위원장은 ‘반반운동’을 뛰어넘어 ‘집권운동’을 한다고 했다. 자신을 ‘집권에 미친 자’로 소개하기도 한다. 그 한 발을 내딛기까지 곡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는 진보당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예비후보이기도 하다. 2020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후보로 출마했다. 출마 제안을 받았을 때, “그때가 첫 번째 시험대”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처음 받은 제안은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이전 시기 노동자 후보 출마, 그리고 그 후보를 지지·지원했던 학비 노동자들의 노고를 알기 때문이다.
울산 못지않은 ‘노동자의 도시’라는 창원에서도 노동자 후보, 진보정당 후보의 출마가 이어졌다. 경남 학비노조도 후보를 냈다. 당시 조합원들은 속된 말로 ‘몸도 받치고 돈도 내고’ 열성적인 선거 지원을 했지만, 기득권 양당정치 그리고, 보수정당의 텃밭이었던 창원에서 성과는 크지 않았다. 3% 안팎의 득표 결과.
“전국에서 어느 노조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열정적인 활동을 벌였지만, 낡은 선거의 최전성기에 후보로 나서 3%의 지지율을 받았고, 조합원과 간부들에게 ‘이게 우리의 한계인가’라는 생각, ‘패배감’을 안겼던 때였습니다.”
2020년, 노조에서 정혜경을 국회의원 후보로 논의하고 결심하는 것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이제 노동자 정치의 길을 가지 않을 거냐, 변화하지 않고 여기서 주저앉을 거냐, 무엇을 위해 우리가 이 일을 하는 것인가?” 노조는 치열한 토론을 시작했다.
정혜경 위원장은 그때 생각했다. ‘우리가 민중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건 아닌가?’, 그래서 ‘민중이 열망하는 새로운 정치, 노동자 정치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했다. 그리고 ‘우리 조합원, 당원들에게 우리 당이 가장 민중을 사랑하는 당이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6개월간의 토론이 끝났다.
그렇게 출마한 2020년 총선. 후보가 되어 코로나시대 고통받는 민중을 만나러 다닌 이야기를 매일매일 영상에 담아 조합원, 당원, 주민들과 나눴다. 그리고, 그해 총선에서도 이전 선거 때처럼 3%의 지지율을 받았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민중사랑’의 마음을 남긴 아름다운 선거였다”고 돌아봤다. 당원들 속에서 “그래 우리 당이야말로 누구보다 민중을 사랑하는 당이지”라는 마음이 싹텄다.
“이렇게 행정 할 바에야 내가 하는 게 나아요”
“위원장, 본부장, 지부장 등 노조 대표 역할 한번 해보지 않은 나에게 ‘왜’ 후보 출마 제안이 들어 왔을까” 고민해 본 정혜경 위원장. ‘대중조직(노조)에서 대중들의 요구를 발동시키는 일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잘한다’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떠올려 봤다.
6개월간 치열했던 토론의 ‘끝’은, 창원 의창구에서 직접 정치 운동을 벌이는 ‘시작’이었다. 노동조합에서의 경험, 정 위원장의 장점은 ‘주민 직접정치’ 운동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창원 의창구엔 ‘도계동 안골 북부순환도로 노선 반대(변경) 투쟁’에서 발휘된 주민들의 힘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민 직접정치’의 단적인 예다.
창원시가 2004년부터 계획해 추진 중인 도시 내 교통량 순환계획인 ‘북부순환도로 노선’은 아파트 40m 거리에 위치할 예정으로, 공사 시 주민 피해는 물론, 완공 후엔 출퇴근 상습 정체구간을 만들고, 지역발전과 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주는 등 문제투성이였다.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주민간담회, 투쟁 의의 해설, 투쟁방법 결정 등 주민이 주인이 되어 결정하고 주민들이 앞장서 실행해 온 것이었다. 노조에서의 활동 경험이 큰 원동력이 되었다. 결국 주민들은 홍남표 창원시장을 주민대회에 불러냈고, “주민 동의 없는 노선 추진은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구두 답변만이 아닌 문서(공문) 답변도 받았다.
정혜경 위원장은 “안골마을 투쟁 승리 요인엔 두 가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투쟁거점’과 ‘주민이 결정하고 실행한 투쟁전술’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투쟁거점으로 삼지 않고, 안골 주민들이 살고 있는 마을입구에 천막을 설치했다. “‘고가도로(북부순환도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는 실체를 보여주고, 여기서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천막”이었던 셈이다. 주민들의 의지가 ‘천막’에 자리 잡고 있었다. 강풍이 불면서 세 번이나 천막이 날아갔다. 그러나 천막은 매일매일 그 자리에 있었다. 또, “주민 설명회, 주민들의 투쟁전술 논의와 합의, 그리고 실행까지 모든 것이 주민이 주체가 되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정 위원장은 말한다.
주민들은 지금 ‘주민대책위원회’ 안에 똘똘 뭉쳐있다. 가가호호 소식지를 받지 않아도, 각 빌라 1층 소식지함을 통해 직접 소식을 나누고, 주민 스스로 결정한 투쟁지침을 이행한다.
정 위원장은 이 투쟁을 거치며 주민의 입에서 “내가 시장할게”라는 말이 나왔을 때 가장 기뻤다고 했다. “정치인이 ‘이렇게 해주겠다 저렇게 해주겠다’는 거 못 믿어요. 이렇게 행정 할 바에야 내가 하는 게 나아요”라고 말하는 주민들. 주민 직접정치의 힘이 증명되고, 새로운 정치가 시작되고 있는 분위기다.
정혜경이 말하는 ‘섬김의 정치’
정혜경 위원장이 이루고 싶은 정치는 주민 직접정치, 그리고 ‘섬김의 정치’다. 주민을 섬기고 사랑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여느 정치인들 모두 “지역을 사랑하고 주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정혜경의, 진보당의 ‘주민 사랑’은 어떻게 표현될까?
질문에 답이 돌아왔다. “기존 정치인은 장마철에 우수관이 철철 넘치고, 주민이 피해를 보고 나서야 현장을 찾습니다. 그러나 주민 사랑은 우수관이 철철 넘치기 전에 주민들의 위험과 피해를 예상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눈’을 가져야 가능합니다.” 진보당이 그랬다. 장마가 시작되기 전, 몇 개월을 땡볕에서도, 비가 오는 날에도 우수관 막힘이 없도록,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연애할 때를 생각해 보세요. 사랑을 하면 더 많이 알고 싶어지고, 무엇을 하면 그가 행복할지 늘 고민하게 되잖아요? 의창구 한 목사님이 그러셨어요. ‘사랑이 들키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그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정혜경 위원장은 주민을 사랑하고, 주민 섬김에 가까이 가고자 뛰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구체적인 대중을, 정기적으로, 깊이 만나면 길이 열린다”는 말. 정 위원장은 긴 시간 전통시장 상인들, 환경미화원 노동자, 새벽 첫차 버스운전 노동자, 기차역 앞 택시노동자, 경로당 등을 많은 주민을 만나왔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시작한 곳도 있다. 그런데, 자주 만나니 정이 들었다. “‘자주 오니까 시장에 활력이 돋는다’는 말부터, ‘안 찍을래야 안 찍을 수가 없네’, 이젠 ‘더 야무지게 해야 당선된다’는 걱정도 들어요. ‘내 인생에 새로운 정치인은 이제 없을 줄 았았는데, 정혜경이 나타나서 달라졌다’는 말도 듣습니다.” 보수 여론이 강했던 시장의 상인들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태어나 단 한번도 남에게 선의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타인에게 존중같은 것도 받아본 적이 없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분도 있었다
진짜 선의를 받아야 할 사람은
진짜 존중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_시 ‘새벽을 건네받는 사람들’ 中
정혜경 위원장은 시 ‘새벽을 건네받는 사람들’이 시집 ‘을들의 노래’의 전체 주제라고 말했다. 존중받아야 할 사람, 바로 새벽을 열고 ‘일하는 사람’이 바로 정혜경이 말하는 ‘섬김’의 대상, 정혜경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주민과 함께 정혜경이 가는 길
“한 명의 힘은 작을 수 있지만, 집단으로 뭉쳐 싸우면 승리할 수 있다.” 주민들이 자신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 그리고 섬김의 정치를 이어가는 시간 동안 정혜경 위원장도 얻은 것이 있다. 노동조합하며 ‘조합원’ 대중을 만났던 정 위원장은 이제 “내가 힘들 때, 정답을 모를 때, 손 벌려서 만날 수 있는 주민, 정혜경과 함께 할 주민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안골마을에 북부순환도로(고가도로)가 들어서면 긴 시간 공사 피해를 받고, 집값이 떨어질 것을 예상한 주민들이 하나둘 이사를 서둘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제 이사를 취소한다. ‘내 힘으로,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더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고 싶다’는 주민들로 바뀌었다.
주민사랑, 지역사랑은 학비 조합원들에게도 퍼졌다. 6개월의 토론 끝에 ‘우리 당이야말로 누구보다 민중을 사랑하는 당’이라는 자부심을 키워가던 조합원들. 현장에서 벗어나 지역을 둘러보고 쓰레기 줍는 봉사에 열성을 발휘했다. ‘패배감’은 저리 가라, 이젠 ‘콩나물 한 줌’을 사더라도 전통시장만 찾으며 지역사랑을 표현하는 조합원들이다.
“처음엔 ‘노조하면 당을 해야 한다’ 정도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이 길밖에 없다’는 생각이 더욱 커집니다. ‘섬김 정치’의 길, 주민이 존중받고 권력의 주인이라는 정당함, 그리고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는 결심은 더욱 커졌고, 집권 의지도 더 강렬해지고 있습니다.”
“주민의 힘, 주민 사랑, 사람이 모여드는 창원 의창을 만들고 싶다”는 정혜경 위원장. 그가 다다르고자 하는 직접정치, 섬김의 정치, 집권의 시대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