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포항 영일만 앞바다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첫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예정에 없던 첫 ‘국정브리핑’을 열어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전이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발표의 근거는 한국석유공사의 해저 환경 탐사와 미국 업체의 심해 환경 분석이 합쳐져 나온 결론이다. 기존 데이터 분석 결과일 뿐이라 시추를 통해 실제 원유가 존재하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동아일보는 예상이 빗나갔을 경우 후폭풍을 윤 대통령이 감당해야 한다고 경고했고, 경향신문은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성급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국정브리핑 형식 직접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윤 대통령은 첫 국정브리핑에서 “우리 정부 들어와 지난해 2월 동해 가스전 주변에 더 많은 석유 가스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하에 물리탐사 심층분석을 맡겼다”며 “최근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는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라며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 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천연가스는 우리나라 전체가 29년간 쓸 수 있고, 석유는 4년간 쓸 수 있는 양”이라고도 했다.

“축배 일러, 분석 결과일 뿐 직접 땅 파봐야 파악 가능”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

그러나 중앙일보는 1면 기사 <“140억 배럴 가능성”…영일만 앞바다 연말 첫 시추>에서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며 “이날 윤 대통령이 발표한 내용은 정부가 지난 15년가량 진행해 온 지질조사와 물리탐사(탄성파·중력·자력 등)에 대해 미국 심해 기술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Act-Geo)가 지난해 2월부터 같은 해 말까지 분석한 결과일 뿐”이라고 보도했다.

정부는 오는 12월 탐사시추를 시작해 2035년부터 석유·천연가스 생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다. 1개의 구멍(1공)을 뚫을 때마다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한다. 성공률이 20%로 상대적으로 높다는데, 5번 구멍을 뚫으면 한번 석유가스전이 확인될 확률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 2024년 6월4일자 1면
▲중앙일보 2024년 6월4일자 1면

한국일보도 1면 기사에서 “전문가 사이에서는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 등 본격 생산까지 따져봐야 할 조건이 많이 남아 있어 섣부른 장밋빛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크다”고 보도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윤 대통령과 정부의 발표 내용이 “지지율 하락세를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이 섣부른 판단으로 보인다”며 “이번 발표가 하락세의 지지율을 전환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 발표는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논평했다. 한겨레는 3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기후위기비상행동도 성명을 내어 “추가 석유·가스전 개발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1976년 포항 영일만 석유 발견 거짓 소동 흑역사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우리나라 자원 개발의 역사는 197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닥친 석유 파동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벗어나겠다는 염원은 1976년 이른바 ‘영일만 석유 소동’을 낳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 국민이 ‘자원 부국’의 꿈을 꿨지만, 발견됐다던 석유가 암반에 스며든 경유로 확인되며 한바탕 소동으로 끝났다”고 썼다.

제주도에서 남쪽으로 200km 떨어진 ‘7광구’도 기대는 컸지만, 성과는 못 얻었다. 1970년대 말 유행가가 만들어질 정도로 관심이 쏠렸지만, 1978년 공동개발구역협정을 맺은 일본이 1980년대 중반부터 발을 빼면서 작업이 중단됐다. 1998년 울산 남동쪽 해역에서 시추선 두성호가 11번째 시도 끝에 4500만 배럴 규모 동해 가스전을 발견해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 목록에 이름을 올렸고,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석유·가스를 생산했다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동아일보 “윤 대통령 만의 하나 예상 빗나가면 후폭풍 감당해야”

석유 가스 매장 가능성이 실제 사실로 드러나면 경사스러운 일이겠으나 예상이 빗나갔을 경우 대통령부터 후폭풍을 감당해야 한다는 경고 목소리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사설 <“동해에 막대한 석유·가스” 가능성도 채산성도 미지수인데…>에서 “개발이 현실화된다면 자원 빈국인 대한민국이 산유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경사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신통한 결과를 기대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 실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은 탐사시추를 해봐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썼다.

동아일보는 윤 대통령이 직접 국정브리핑에 나선 것을 두고 동아일보는 “굳이 국정 브리핑의 형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라며 “총선 참패 이후 소통 쇄신 차원에서 시작한 브리핑이라면 복잡한 이슈를 두고 종합적 시각에서 설명하며 국민 이해를 구하는 자리여야 했다”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은 브리핑 시작 8분 전에 내용도 알리지 않은 채 일정을 공지했고, 대통령은 깜짝 발표 후 4분 만에 질문을 따로 받지 않고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2024년 6월4일자 사설
▲동아일보 2024년 6월4일자 사설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6년 연두기자회견에서 포항 석유 발견사실을 발표했다가 ‘경유’로 밝혀진 해프닝을 들어 동아일보는 “매장량과 경제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기대를 부풀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만에 하나 예상이 어긋나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도 대통령의 몫이 되는 것은 물론”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정치적 어려움 처한 윤석열 정부, 성급한 판단한 것 아닌가”

경향신문은 사설 <동해 석유·가스전 시추, 설익은 발표 아니어야>에서 “산유국의 꿈이 현실화한다면 더없이 반가운 일이지만 아직 ‘가능성’을 거론하는 단계여서 성급한 발표는 아니었는지 묻게 된다”며 “더구나 총선 참패를 반성하며 시작한 국정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직접) 심각한 안보·경제·정치 현안을 두고 자칫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는 발표를 선택한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부 발표를 보더라도 경제성은커녕 매장도 확인된 단계가 아닌데, 이 결과만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며 기대를 부풀리는 게 맞았는지 의문스럽다”며 “10월 유신으로 궁지에 몰린 박정희 정부가 유전 개발에 매달린 것처럼 정치적 어려움에 처한 윤석열 정부가 혹여 성급한 판단을 한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신문은 “윤 대통령이 발표만 하고 질문을 받지 않은 것도 진정한 소통 의도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동해 석유 가스 탐사, 섣부른 기대 부풀려선 곤란>에서 “우리나라가 당당하게 산유국 대열에 올라 이를 대체할 수 있다면 감격스럽고 기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자원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채산성”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아직 갈 길이 먼데 ‘삼성전자 시가총액 5배의 매장 가치’를 논하긴 이르다”라며 “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와 도전은 계속 돼야 하나 섣부른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금방이라도 원유가 솟구칠 것이라는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라며 박정희 정권 때 소동을 예로 들었다.

박정훈 대령 구속영장 청구한 군 검사, 영장 허위 작성 혐의 소환

한국일보는 1면 기사 <박정훈 대령 영장청구한 軍검사...‘영장 허위작성’ 혐의로 소환>에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군검사가 영장청구서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군사경찰에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군 최고위 수사기관인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9일 군검사 A소령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 행사 사건 피의자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A소령은 박 대령을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기소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A소령이 작성한 박 대령의 구속영장 청구서다. 한국일보는 그가 청구서에서 “박 대령은 항명 혐의로 입건된 이후, 통화·문자 기록을 지워 포렌식 과정에서 관련 대화나 메시지 등이 발견되지 않도록 했다”고 적시하며 구속영장 발부 요건인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또 “박 대령의 ‘VIP 격노설’ 주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 등 진술을 종합하면 망상에 불과하다”고 적기도 했다고 썼다. 그러나 박정훈 대령은 “A소령이 사건 관계자 진술 중 유리한 부분만 왜곡해 영장청구서를 작성했다”며 올해 3월 고소했다.

정부 9.19 합의 전면 효력 정지에 “오물 풍선 잘못, 군사합의폐기는 과잉”

국가안보실은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잇따른 도발에 대응해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에 나선다고 3일 밝혔다. 안보실은 이날 김태효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에서 “정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효력 정지’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상 9·19 군사합의 폐기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해석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오물 풍선 살포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이를 9·19 군사합의 폐기로 맞서는 건 과잉”이라며 “너무 무모하고 위태로워 ‘채 상병 사건’ 등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국내 정국을 돌파하려고 이러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