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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2월 15일 목요일

[최시한의말글못자리] 가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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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16 02:13:29 수정 : 2024-02-16 02: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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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혁명이 온 세계를 휩쓸자 장점과 함께 단점도 엄청나게 생겼다. 단점 가운데 으뜸은 아마 가짜정보의 난무일 것이다. 흔히 ‘가짜뉴스’라고 하는데, 뒷말은 ‘정보’라고 해야 적절하다. 부정확하고 해를 끼치는 정보가 그렇지 않은 정보와 뒤섞여, 그걸 가려내고 해악을 줄이는 데 드는 비용이 인터넷의 장점을 덮을 날이 오리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타면 누구나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주인과 비슷해진다. 말을 하고 싶은 욕망과 그 말의 내용을 책임지려는 노력은 비례하기 어렵다. 전자기술이 말은 물론 소리, 빛, 움직임 따위까지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놀라운 ‘다중매체의 시대’를 열었을 때, 그것은 사실의 전달 못지않게 이기적 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 컸다.

어마어마하게 늘어나서 그렇지, 실상 가짜정보는 새로운 게 아니다. 개인의 실수로 생기는 ‘거짓말’ 정도는 약과이다. 기독교의 십계명에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가 들어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배반하는 악행이 많음을 반증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악행이 지배 세력의 음모에 따라, 집단적 폭력을 동반하고 벌어지는 경우이다. 관동대지진(1923) 때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우물에 독을 넣는다는 소문을 일본 당국이 조작하여 수천 명의 동포가 학살당한 일이 그 예이다. 전쟁 구실을 만들려고 적대국에 관한 허위정보를 퍼뜨려 국민을 선동하는 ‘정치선전’을 벌인 사례도 많다. 이런 끔찍한 경우가 아니라도 우리는 날마다 정말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한 광고에 파묻혀 살고 있다.

정보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보고 싶은 대로 보며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의 습성이다. 가짜정보는 대개 어떤 이야기에 묻혀 퍼지는데, 그때 확실한 것과 불확실한 것, 올바른 것과 그릇된 것의 경계가 흐려진다. 이를 이용하여 사실을 왜곡하거나 적대감을 부추기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런 행동을 비판하고 억제하는 상식이 사회에 자리 잡아야 인터넷의 언어가 정화될 터이다. 정화 정도가 아니라 집단적 음모와 폭력까지 막을 수 있다. 자유가 주어졌으나 독립된 삶을 영위할 능력은 부족한 개인들이, 거짓정보가 심어놓는 증오와 편견에 사로잡힌다면 ‘가짜’는 인터넷을 타고 온 나라와 세계를 위협할 것이다.

 

최시한 작가·숙명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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