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전망>통일의 외적 조건은 동북아의 화해.협력.평화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07/31 [17:48] 최종편집: ⓒ 자주민보
현 시기 벌어지고 있는 북미대결전은 우리의 통일문제와는 어떠한 관련을 갖게 되는 것일까?
정세전문가들이라면 누구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다. 추상이 아니다. 매우 실물적이며 구체적인 문제의식이다.
북미대결전을 통일문제와 결부시킨다는 것은 통일 관련되는 국제정세를 정확히 읽어내고 또한 그 전망을 밝히는 문제이다. 통일 관련되는 국제정세란 통일의 객관요인으로서의 국제정세를 의미한다.
통일의 객관요인인 국제정세와 관련, 지난 9~11일 이화여자대학교가 주관한 제13차 한독포럼은 통일 관련 전문가들에게 적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포럼에는 독일통일 관련 독일 인사들이 대거 참가했다. 그 중에서도 한독포럼 독일 측 위원장인 하르트무트 코쉬크(55) 연방하원의원은 단연 돋보였다. 독일을 대표하는 지한파 의원이어서이다.
독한의원친선협회 의장이기도 한 코쉬크는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는가 하면 한국관련 저서도 <독일·한국-통일·분단> <김대중 대통령과의 만남. 평화·화해, 그리고 통일의 길을 가는 한국> <우정의 정원-독·한 관계의 과거, 현재와 미래> 등 세 권이나 된다.
독일에서도 출중한 정치인이다. 독일 통일 직후인 90년 하원의원 당선 후 지난해 총선까지 무려 7선의원을 거쳤다. 지난해까지 앙겔라 메르켈 내각의 재무차관을 지냈다.
코쉬크는 통일의 객관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국제정세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문화일보 김영희 대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이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물론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독일 통일에 찬성했다는 것 그리고 회의적 시각을 가졌던 주변 국가들도 태도를 바꿨던 것을 먼저 강조했다. 그것들이 독일 통일을 유리하게 했던 대표적인 유럽정세라는 것이었다. "독일 통일은 그 당시 유럽의 정치적인 환경, 그리고 미국과 소련 관계를 포함한 국제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해서 가능했다"고 언급한 것이다.
코쉬크는 자신의 견해를 동북아정세에 대한 것으로 확장시켜 피력했다. "남북, 한·중, 한·일 관계의 정상화로 동북아 화해·협력·평화를 실현하는 것이 통일의 외적 조건"이라는 이영희 대기자의 견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조를 하면서다.
통일의 객관요인으로 기능하는 국제정세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치밀하게 구상하고 주도하는 세력이 있는 것이 기본이며 그 주도의 동력 또한 분명하게 존재하게 되어있다.
많은 정세전문가들이 북한이 핵보유국을 선포하고 인공위성제조발사국이라고 주장하는 것 그리고 특히 핵-경제병진노선을 국가발전전략으로 채택한 것 등에 대해서 통일의 객관요인과 관련시켜서 보려고 하는 이유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높이는 활동은 현재로서는 북미대결전에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적대성을 구성.강화하는 결정적 내용이다. 문제는 북한의 핵.미사일이 당장에는 북미대립의 축으로 되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북적대성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힘과 힘이 격돌하는 국제정세의 역학관계에 따르는 추론이다.
이를 통해서 정세전문가들이 확인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성 약화가 미국자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는 북미대결전의 결과로 강제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반세기 이상 치열하게 진행되어왔던 북미대결전의 역사를 천착해보면 상식적 수준에서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성 약화는 통일관련 동북아정세에서 핵심적 요소이다. 물론 미국의 대북적대성 약화 징후는 직접적으로 감지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군사적으로 치열한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지금의 북미관계이다.
그렇지만 시선을 돌려 동북아정세라는 큰 틀에서 보면 최근 시기에 들어 미국의 대북적대성이 약화되고 있는 흐름들을 비교적 또렷하게 확인하게 된다.
일본의 대북교섭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북한에 있는 ‘일본납치자문제’ 그리고 일본의 대북경제제제 일부 해제 등을 교섭내용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종국적으로는 북일수교를 그 방향으로 진행되게 될 것이다.
일본의 대북관계개선 흐름은 객관적으로 보면 미국의 대북적대성이 외부에서부터 약화되고 있는 것에 따른 결과이다. 이는 동시에 이후 미국 자체의 대북적대성 약화를 가속화시킬 조건으로도 된다.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관계개선 움직임이 최소한의 성과라도 마련하게 된다면 이것이 통일의 객관조건으로서 기능을 하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코쉬크는 일본이 중국 북한은 물론 특히 우리나라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일본 경제의 미래가 지역의 신뢰와 협력에 달렸다는 걸 알아야 한다"면서 "일본은 과거사 청산을 넘어서 다른 국가와 이해하고 소통하는 다리를 놓는 것이 결국에는 이기게 될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거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는 북일정상화와 더불어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과거청산문제이다. 일본의 대한 과거사청산문제는 한일관계개선의 핵심으로서 위안부 문제나 독도문제 해결 등을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일정상화문제와 한일과거사청산문제는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있는 문제이다. 동전의 양면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물론 북일정상화문제이다. 북일관계진전이 한일관계발전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한일과거사청산 문제가 이때껏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은 북일정상화에 진척이 없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현 시기 이루어지고 있는 북일대화를 우리정부가 실천적으로 면밀히 주시해야되는 이유이다.
코쉬크가 이영희 대기자의 말에 동의한 것 중에서 한중관계 발전 역시 통일의 외적 조건으로서 큰 역할을 하게 되는 요소이다.
7월초 한중정상회담은 밀월관계를 과시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내용들을 적잖게 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경제교류 문제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992년에 수교를 맺은 이래 중국은 10년 동안 한국 최대 교역국의 지위에 올라있다. 한국 수출에서 무려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국제사회는 특히 양국이 정상회담 후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을 개설하기로 한 것에 대해 크게 주목했다. 미국으로 하여금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하게 했던 것도 이것이었다.
코쉬크가 이영희 대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헬무트 콜 초대총리가 독일통일 과정에서 보여준 행보에 대해 높게 평가한 것은 우리정부의 통일정책 구사와 관련하여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프랑스·영국·폴란드 등은 독일 통일을 경계하는 태세를 취했다. 난관이었다. 이에 대해 콜은 ‘독일 통일은 유럽의 정치환경과 상치돼서는 안 된다’ 논리로 대응했다. 유럽통합을 지지하는 정책을 콜이 곧바로 내온 것도 그 때문이었다.
코쉬크의 주장에 따르면 콜의 그러한 적극적인 행보는 결국 독일에 대한 유럽국가들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에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이었다. 코쉬크가 콜을 높이 평가한 것은 결국 우리정부에게 한일관계는 물론 한중관계도 통일정세 형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어갈 것을 주문한 것에 다름 아니다.
코쉬크가 통일의 외적 조건으로서 동북아정세를 강조하기는 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것으로서 남북관계문제이다.
한중관계 한일관계를 통일관련 국제정세로 지향시켜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은 결국은 남북관계개선과 결부되어야만이 통일관련 직접적인 성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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