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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수사.기소권 보장된 특별법 제정하라"
"수사.기소권 보장된 특별법 제정하라"
시민 1500여명,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세월호 촛불' 밝혀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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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7.26 23: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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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저녁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촛불집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세월호 참사' 102일째를 맞는 26일 저녁 7시, 시민 1,500여명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다시 촛불을 밝혔다. 이들은 "수사권 기소권 보장하는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28일부터 휴가'라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책임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장소는 500명이 앉으면 빈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좁았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측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13일째 단식농성 중이고, 지난 24일 '세월호 100일 추모 음악회' 직후 청와대로 진출하려던 가족과 시민들이 경찰 차벽에 막힌 곳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우리 가족들이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를 행진해도 여전히 국회와 정부는 묵묵부답"이라며 "도대체 밝혀지면 안되는 어떤 진실이 있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별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우리 가족들은 국회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끝까지 있겠다"며,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광화문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광화문 국민 휴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 김병권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광화문 국민휴가'를 제안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가족들 곁에서 9일째 단식 중인 '국민단식단'을 대표해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남규현 교수는 "이제 국민의 힘을 모아 특별법을 만들어내자"고 독려했다. 최원국(예수살기 목사), 박래군(인권운동가), 손미희(한국여성연대), 도철 스님(조계종 노동위원회), 이윤상(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 신승철(민주노총), 이단아(시민), 이태호(참여연대) 씨가 국민단식 중이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소속 의사 최규진 씨는 단식에 들어가기에 앞서 건강을 체크했더니 거의 다 극도로 좋지 않아 만류했음에도 가족들은 "어차피 밥을 먹을 수 없으니 말리지 말라", "4월 16일 이후 이미 죽은 몸이다"며 단식에 나섰다고 전했다.
그는 "아침마다 국회와 광화문 광장에 갈 때 솔직히 두렵다"고 토로했다. 지난 23~24일 안산에서 서울까지 1박2일 도보행진에 참여하고 집회에서 연설을 했던 한 분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는 "이 분들이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여기 계신 분들이 힘을 모아 이 썩어빠진 정부를 단죄하자"고 호소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 박주민 변호사는 지난 6월 24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선원이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업무용 노트북을 건져내 복원 작업을 거쳐 25일 목포지방법원에서 증거보전절차를 마쳤다고 전했다. 노트북에서는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한글 파일이 발견됐는데, "화장실 실리콘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이런 것 해라. CCTV 부족하니 더 설치해라. TV가 부족하니 더 설치해라. 카페 내에 있는 냉장고가 불량하니 교체해라. 마치 그 배 소유주가 공사가 끝난 후 공사가 제대로 됐는지 꼼꼼하게 체크한 듯한 느낌이었다"고 알렸다.
25일 가족들이 '국정원과 세월호가 무슨 관계냐'고 의혹을 제기하자 국정원은 이날 저녁 '보안업무규정 35조에 따른 보안측정을 한 것'이라는 반박자료를 언론에 돌렸다. 박 변호사는 "그런데 너무나 이상하다. 국정원이 자료를 내면서 보안측정을 2013년 3월 18일부터 20일까지 했다고 썼다. 그런데 이 '지적사항'은 2013년 2월 27일 작성된 것이다. 시간적으로 근 한달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 시민들이 가족들이 농성 중인 천막 앞에 노랑 바람개비 밭을 만들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그는 새로운 의혹을 포함해 '세월호 참사'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검.경으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이 형사사법체계를 흔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역사상 유례없이 가장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검사가 탄생되는 것이 무서워 죽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은 "어제 천주교 강우일 대주교가 찾아오셔서 '전례가 없어서 하지 말자는 것은 과거의 관행대로 하자'는 말이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의 관행대로 하다가 참사가 발생했는데 관행대로 해서 진상을 밝힐 수 있겠나"며 "그래서 전례없는 조치가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처장은 "유병언 사태에서 드러나듯 검.경이 수사에 유능한 것도 아니"라며 "수사권, 기소권 내놓지 않으려면 제대로 했어야 하지 않나"라고 꼬집었다.
민중가수 류금신 씨의 공연이 이어졌다.
종로경찰서 측은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해산명령'을 내렸다가 참가자들의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단식 농성자들이 앉아 있는 천막을 향해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험담을 퍼부어댔다.
<김병권 세월호가족대책위 위원장 발언>
오늘은 세월호 참사 102일이 되는 날이다. 여전히 10명의 희생자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 있다.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실종자를 찾았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세월호 관련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우리 가족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매일을 초조하게 기다림으로 보낸다. 여전히 저희들의 시간은 4월 16일 팽목항에서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저희에게 '산 사람은 살아야하니 이제 내려놓으라'고 이야기한다. '비통했던 지난 100일을 잊고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잊을 수 없는 것을, 잊혀지지 않는 것을 잊을 수는 없다. 여전히 집안 곳곳에, 함께 손을 잡고 걸었던 길목에 아이들이 남아있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고 더운 여름밤 제 무릎을 베고 누워 조잘대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때는 몰랐던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이제 저희 가족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 그러니 100일이 지나도 1000일이 지나도 어떻게 저희가 잊을 수 있겠나. 저희는 더 이상 4월 16일 이전과 같이 살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은 국민 여러분이 함께 해주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리움과 고통의 시간들,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통을 절대 겪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간절함, 그리고 '도대체 왜 우리 아이들이 죽어야 했는지 그 진실을 알고 싶다'는 저희의 간절함에 국회보다도 대통령보다도 국민 여러분께서 먼저 대답해주셨다.
저희 가족들이 호소하는 '특별법 제정 서명'에 4백만의 국민들이 함께 해주셨고, 안산에서 도보행진하며 서울까지 걸어오는 지난 1박2일 동안의 여정에 5천여명이 함께 걸어주셨고, 서울광장에서는 5만명이 넘는 국민이 저희를 맞아주셨다. 폭우가 쏟아지던 지난 7월 24일 경찰 차벽에 막혀 길에 주저앉았을 때 저희의 손을 잡아주신 국민들이 있어 고마웠다. 정말로 감사하다.
오늘은 저희가 단식을 시작한지 13일째 되는 날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우리 가족들이 뜨거운 여름 아스팔트 위를 행진해도 여전히 국회와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어제 저희 가족들은 국정원이 세월호 구입과 증개축에 관련 있다는 문건을 발표했다. 더욱 더 의혹은 커져만 간다. 도대체 무엇이 두려울까. 도대체 밝혀지면 안되는 어떤 진실이 있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일까. 또 다른 참극을 막기 위해서는 수백명의 사람이 죽어간 이 사건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희는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
평생 이렇게 많은 분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본 적도 없고, 단식농성이란 걸 해본 적도 없고, 길에서 구호를 외치는 것도 해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억울하게 죽어간 희생자들을 위해 두려움을 이기고 이 앞에서 섰다. 제대로 잠을 자지도 먹지도 못한 지난... 100일 단식으로 이어져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이 제정되는 그 날까지 우리 가족들은 국회에서, 광화문 광장에서 끝까지 있겠다. 그러니 그 길에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달라. 우리 가족들이 외롭게, 혼자 싸우고 있다고 느끼지 않게 국민 여러분께서 함께 해달라. 세월호는 더 이상 우리(가족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가 이 세월호의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제2의 세월호, 제3의 세월호는 계속될 것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기간에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달라. 광화문에서 세월호 가족과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광화문 국민 휴가'에 동참해달라. 국민 여러분께서 우리의 가족이 되주시길, 우리의 잡은 손을 놓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이 되는 그 날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겠다.
(정리-통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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