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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27일 일요일
유대균 도피 도운 게 죽을죄? 박씨 인권 짓밟은 언론
유대균 도피 도운 게 죽을죄? 박씨 인권 짓밟은 언론
등록 : 2014.07.26 18:06수정 : 2014.07.27 15:55툴바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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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모그룹 회장의 큰아들 유대균씨의 도피행각을 도운 박아무개씨가 25일 저녁 경기도 용인시 오피스텔에서 검거돼 인천 학익동 인천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동영상�사진 여과 없이 내보내고 사생활까지 마구 공개
세월호 참사와 무슨 관계?…“정부 의도에 언론 놀아나”
박아무개(35�여). (대부분 매체가 유병언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와 함께 붙잡힌 박아무개씨의 실명을 사용하고 있으나, <한겨레>는 26일치부터 기사에 등장하는 박씨 이름을 익명으로, 사진은 모자이크 처리하고 있다.)
이 이름이 26일치 주요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도배했다. 신문 대부분은 박씨의 얼굴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방송은 그가 연행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그의 이름을 익명처리하는 곳은 거의 없다. 얼굴을 모자이크로 가리는 언론도 없다. 그는 숨진 채 발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큰아들 대균씨와 나란히 소개되고 있다. 유씨의 ‘호위무사’란 수식어와 함께다.
박씨는 이날 오전 인터넷 포털업체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네이버에서 박씨와 유대균씨 이름을 넣어 검색하면 불과 24시간도 채 안 된 짧은 시간 동안 박씨에 대한 1000건이 훨씬 넘는 기사가 쏟아졌다. 도대체 우리가 왜 그의 이름에 이렇게 큰 관심을 갖는 걸까? 그가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박씨를 다루는 기사 상당수가 선정적이다. “유대균 검거, 미모의 호위무사 ‘신엄마 딸’ 박아무개…“설마 연인관계?”, “유대균 박아무개, 3개월간 함께 은둔 “대체 무슨 사이?”, “‘호위무사’ 박아무개…촉망받던 ‘얼짱’ 무도인”, “유대균 오피스텔, 박아무개과 함께? ‘이혼소송 중에도 함께 도피”, “유대균 박아무개, 오피스텔에서 3개월간 무슨 일이…”, “‘신엄마 딸’ 박아무개, 유대균과 무슨 사이?…이웃집 증언 ‘충격’”, “신엄마 딸 박아무개, 유대균과 내연관계?”. 이처럼 박씨와 유대균씨를 다루는 많은 기사들이 두 남녀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큰아들 유대균씨가 25일 저녁 경기도 용인시 오피스텔에서 검거돼 인천 문학동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들어서고 있다. 인천/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씨의 혐의는 유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다. 검찰은 박씨가 유씨와 함께 검거되기 직전 두 사람에 대한 불구속 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는 핵심 인물인 유병언씨가 숨진 상황에서 종범인 아들 등을 처벌할 실익이 크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25일 “주범인 유씨가 사망했기때문에 처벌 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 이들이 이달 안에 자수하면 불구속 수사하는 등 선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박씨는 그런 유대균씨의 도피를 도운 조력자에 불과하다. 유씨 또한 세월호 참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는 ㈜다판다 등 이른바 구원파가 운영한 계열사에서 상표권 또는 컨설팅 비용과 고문료 등의 명목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경가법 및 특가법상 횡령 및 배임)를 받고 있다. 그의 횡령 및 배임액수는 56억이다. 검찰은 그가 미국으로 도피한 동생 혁기씨(횡령 및 배임 혐의 액수 500억원 이상)에 견줘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볍다고 봐왔다. 지금까지 유대균씨가 세월호 참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게 수사기관의 판단이다.
이런 그가 지난 4월22일부터 이달 25일까지 도피하는 데 도움을 줬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박씨의 혐의(범인 도피)다. 우선 경찰은 검거 이후 그의 신상을 적극 공개한 것에 대해 “얼굴 공개는 이미 공개 수배가 된 이들(유대균씨 포함)인데다가 대국민적 관심 사안이라 한 거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박씨 등이 얼마나 중요한 인물이기에 공개수배까지 했냐’는 질의에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비리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에서 판단할 부분”이라고 언급을 피했다.
박씨를 둘러싼 뉴스의 선정성을 더해주는 호위무사란 표현의 출처도 의문이다. 경찰은 “검거팀에서 호위무사란 말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계웅 구원파 대변인은 ‘박씨를 호위무사라 불렀냐?’는 질의에 “당연히 아니다. (내부적으로) 그런 말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유대균씨와 박아무개씨 검거 등을 놓고 수사기관과 언론이 보인 태도 등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차장은 “(유대균씨와 박아무개씨 검거)모습들을 여과없이 노출시키더라. 그런데 유씨가 세월호 참사와 정확하게 무슨 관련이 있는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치 세월호 참사의 핵심인물이 그인 것처럼 비치게 했다. 그리고 압송되는 과정에서 인권에 대한 배려 없이 무조건적으로 노출시켰다. 세월호 사고와 연관성이 불명확한 유대균씨를 그런식으로 노출시키는 것은 자기들이 잘못했던 것을 만회하는 한편 여론의 관심을 그 쪽으로 돌리려 하는 의도이지 않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실종자�희생자�생존자 가족대책위에서 세월호 증개축에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뉴스는 제대로 조명조차 받지 못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언론은 핵심적인 질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처음에 (수사기관이) 유병언씨를 과도한 희생양으로 만들어 나갈 때, (언론은) 유씨가 잡힌다 한들 우리가 찾고자 하는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다거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고 보도했어야 했다. 또 유씨 아들이 이와 무슨 상관인지를 물어야 하는데…정부의 불손한 의도에 지금 우리 사회 미디어 환경이 맞물려 점점 더 많은 노이즈(잡음)가 만들어 지면서, 세월호 특별법 이슈 등 정부가 진실을 숨기려 한다는 문제점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씨에 대한 “호위무사가 어떻다는 식의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국면을 정부 등 권력집단이 자신들 의도대로 여론을 몰아간다는 의미에서 “스핀닥터에 놀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호 부산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먼 선정적 보도를 펴고 있는 언론의 책임을 지적했다. 그는 유대균씨와 박아무개씨 검거 이후 언론의 보도 행태에 대해 “타블로이드(선정적 가십)성 기사 접근 방식을 보이고 있다. 사건과 관련된 사실(팩트) 위주로 보도해야 하는데, 팩트에서 추정이라던지 이런 게 너무 많이 개입돼 있다. 세월호는 복잡한 정치 사회적 사건인데 유병언 전 회장 개인 비리 드라마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더군다나 유대균씨 등이 사건과 관련성 있을지 모르지만 유 전 회장의 ‘주변인물’에 불과하다. 그런데 거대 왕국의 계승자와 그를 둘러싼 미모의 카리스마와 무술 실력을 갖춘 여인 등 흥미적 요소를 부각시키면서 너무 센세이셔널(자극적으로)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건 본말과 관련 없는 주변으로 너무 확대되고 있다”며 “(정론을 표방한다는)언론인지 스포츠신문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다루는 패턴을 보면 전형적인 원색지적인 요소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류이근 이재욱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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